2022년 4월호

故 손정민 군 아버지 “나는 아직 아들 보내지 않았다”

한강 대학생 사망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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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입력2022-03-22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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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른 각도 CCTV 영상 경찰이 공개 거부

    • 목격자 증언 “강으로 ‘중년 남성’ 걸어 들어가”

    • ‘보여주기’식 경찰 수사… “얼마나 노력했느냐가 아니라 뭘 했느냐가 중요”

    • 확증편향? 전 국민이 반대해도 포기 안 해



    “실낱같은 희망으로 살아가는 거죠.”

    손현(51) 씨의 말과 표정엔 오랜 싸움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지난해 4월 발생한 서울 한강 대학생 사망사건 당사자 고(故) 손정민 군 아버지다. 손군은 4월 25일 새벽, 친구 A씨와 술을 마시다 잠든 후 실종됐다가 4월 30일 오후 한 민간구조사에 의해 시신으로 발견됐다.

    5월 1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손군의 사망 원인을 익사로 추정했다. 사망하기까지 과정과 현장을 목격한 사람이 없다는 점, 손군이 평소 물을 싫어했다는 점, A씨가 “만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진술로 일관한 점 등이 의문을 키웠다. 아버지 손씨는 6월 23일 A씨를 유기치사·폭행치사 혐의로 고소하는 등 적극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6월 29일 경찰이 내린 결론은 단순 사고사. 변사사건심의위원회를 거쳐 내사 종결 결정을 내렸다. 타살 증거가 없고 A씨에게서 범죄 혐의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손씨의 고소에 대해서도 10월 22일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손씨는 여전히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해 검찰에 사건이 배당되도록 했다. 9월 8일 경찰에 CCTV 정보공개 관련 행정소송을 내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동아일보 충정로사옥에서 만난 그는 “경찰이 실속 없는 ‘보여주기’ 수사로 일관하고 교묘히 여론을 선동했다”며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남성’과 ‘중년 남성’은 다르다

    2월 7일 고 손정민 군 아버지 손현 씨가 ‘신동아’와 만났다. [박해윤 기자]

    2월 7일 고 손정민 군 아버지 손현 씨가 ‘신동아’와 만났다. [박해윤 기자]

    경찰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어떤 내용인가.

    “지금까지 모든 사람이 봐온 사건 장소 영상은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할 나들목 CCTV 영상이다. 올림픽대로와 반포대교 쪽의 CCTV 영상이 더 있다. 사건 장소를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중요 자료다. 경찰서에 가서 한 번 보긴 했는데, 화면이 너무 작았다. 개인 PC 모니터 수준이었다. 영상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싶어 영상 파일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큰 화면으로 보여주려고도 안 했다.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의 거부 이유는 뭔가.

    “담당 부서가 다른 업무를 하고 있어 안 된다고 했다. 경찰은 내사 종결 이후에도 두 개 팀을 남겨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는데, 바빠서 협조가 안 된다는 거다. 말만 그럴싸하게 하고 실제론 아무것도 안 했다. 그래서 소송을 했더니 ‘재판에서 이기고 보라’는 식으로 나왔다. 이런 겉과 속이 다른 모습에 화가 나는 거다.”

    소송 경과는 어떤가.

    “원래 2월 안에 판정이 났어야 했다. 반포대교 쪽 CCTV 중 어떤 것이 사건 장소를 잘 비췄는지 몰라 공개 대상을 특정하지 못했다. 판사가 정확히 어떤 CCTV에 대한 것인지 소명하라고 했다. 판사로선 당연한 결정이니 이해하지만 시간이 걸린다. 재판이 두 달에 한 번 열린다. 다음 재판은 4월, 판결은 6월쯤 날 듯하다. 답답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손군이 실종 끝에 시신으로 발견된 후 여러 가설이 등장하며 여론은 시시각각 출렁였다. 사망 원인 추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건 지난해 5월 18일 경찰이 밝힌 낚시꾼들의 증언이다. 이날 경찰은 손군이 실종된 4월 25일 오전 4시 40분께 현장에서 낚시하던 7명이 “한 남성이 한강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고 진술했음을 밝혔다. 다만 이 입수자가 손군인지는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이 발표한 낚시꾼들의 증언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경찰이 정말 간사하다. 물론 ‘한 남성’이 물에 들어갔다고 하면 그 자체로 거짓말을 한 건 아니다. 하지만 그게 정민이가 맞는지 결론을 내리지도 않았다. 사람들로 하여금 그 남성이 정민이라고 ‘추정’하게 만든 거다. 내가 낚시꾼들을 직접 만났고 대화도 녹음해 갖고 있다. 그들은 그날 물에 들어간 건 ‘중년 남성’이라고 했다. 정말 황당했다. 왜 그렇게 모호하게 대답했느냐고 물으니 경찰이 그렇게 답하게끔 질문했다고 한다. 중년 남성과 대학생은 엄연히 다르다. 경찰이 진정 진실을 밝히고 싶었다면 목격자에게 본 것이 대학생인지, 중년 남성인지, 여성인지 등 구체적으로 물었지 않겠나.”

    “현장검증 한 번 안 해”

    현재까지 공개된 영상은 나들목 CCTV 기록이다. 반포대교 방면 CCTV는 다른 각도에서 사건 장소를 기록했다. 손현 씨는 이 영상에 대해 경찰에 정보공개 청구를 진행했으나 거부당했다. 이에 손씨는 지난해 9월 8일 경찰을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손현 씨]

    현재까지 공개된 영상은 나들목 CCTV 기록이다. 반포대교 방면 CCTV는 다른 각도에서 사건 장소를 기록했다. 손현 씨는 이 영상에 대해 경찰에 정보공개 청구를 진행했으나 거부당했다. 이에 손씨는 지난해 9월 8일 경찰을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손현 씨]

    경찰은 범죄혐의 없음으로 ‘내사 종결’ 결정을 내렸다.

    “내 관점에서 경찰은 낚시꾼들의 증언 이후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았다. 변사사건심의위원회에 외부인을 추가하면 뭐 하나. 자료를 경찰이 브리핑한다. 각자의 주장을 듣는 게 아니라 경찰의 일방적 말만 듣는 자리다. 다수결 방식이라 외부위원 1~2명만 경찰에 찬성하면 끝이다(당시 위원회는 경찰 내부위원 4명과 교수, 변호사 등 외부위원 4명으로 구성됐다). 난 아직 궁금한 게 너무나 많은데 그렇게 종결해 버렸다. 그래서 A에 대해 고소를 제기했더니 관할이 또 서초경찰서다. 싫었지만 그렇게 해야만 하더라. 담당도 강력계에서 형사계로 바뀌었다. 형사계 사람들은 사건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모르니 또 시일이 소요됐다. 고소를 했는데도 어떻게 피의자 소환도, 현장검증도 한 번 안 할 수 있나. 대체 뭐 했느냐고 물으니 강력계가 제대로 수사했는지 ‘검토’했다더라. 결국 시간만 흐르고 고소는 불송치됐다. 검찰에 이의를 제기해 다시 송치 상태로 바꿨다.”

    그렇다면 검찰이 본 사건을 수사 중인가.

    “그걸 정확히 알 수 없다. 현 제도에 따르면 검찰이 이것을 수사할 의무는 전혀 없다. 그저 간절히 검찰이 수사해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경찰이 재수사해 봐야 달라질 것도, 아무런 의미도 없다.”

    경찰은 서초경찰서 강력 7개 팀을 투입해 총 126대의 CCTV 분석, 공원 출입 차량 193대 확보, 주요 목격자 16명 조사 등 노력을 기울였다고 했다. 최선이 아니었다고 보는 건가.

    “물론이다. 단순히 ‘열심히’ 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무엇을’ 했느냐가 중요하다. 사건 현장을 촬영한 한남동 하이페리온 아파트 CCTV 포렌식도 내가 요청해 진행했다. 그마저 너무 늦었다. 저장 기한이 지나버려 포렌식을 해도 소용없었다. 그 많은 경찰을 동원해 한 게 뭔가. 정민이의 시신을 찾길 했나, 아니면 A의 사라진 휴대전화를 찾길 했나. 아무것도 안 했다는 게 아니다. 했지만 ‘보여주기’용이라는 거다. 정민이 시신의 머리 뒤쪽엔 두 개의 좌열창(둔기로 가격을 받거나 둔체에 부딪혀 피부가 찢어지는 손상)이 발견됐다. 강물 안은 평평하다. 정민이가 익사했다면 돌무더기가 있는 강비탈에서 상처가 났을 것인데도 경찰은 이곳에 혈흔 검사 한 번 하지 않았다.”

    음모론이나 확증편향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나는 여론을 팔아 무언가를 이뤄내려는 게 아니다. 설령 전 국민이 내 행동에 반대하더라도 난 내 생각대로 할 것이다.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중요하지도 않고, 의미도 없다.”



    이현준 기자

    이현준 기자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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