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당대표는 이낙연 대통령 못 만든다
김부겸 당대표는 이낙연 대통령 만든다
‘영남 확장성’…누가 대선 후보 돼도 나는 강력한 ‘보완재’
‘어대낙’?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전략투표 전통 모르나
15분 만난 이재명과 연대설? 40분 만난 김경수 연대설 왜 안 나오나
정치는 현실, 당헌 고쳐서라도 서울·부산시장 후보 낼 것
처남은 처남이고 나는 나, 아내에게 내가 미안하다
文 정부 성공적 마무리 위한 사령부 될 것
[박해윤 기자]
- 줄곧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됐는데, 당대표에 출마한 이유는 뭔가.
“4·15총선을 치러보니 영남의 민심과 민주당 사이에 엄청난 골이 있음을 다시 확인했다. 이 골을 메우지 않으면 ‘우리 당이 차기 대선에서 이길 수 없겠다’는 절박감이 들더라. ‘정치인 김부겸’의 쓰임새가 무엇인지 고민했다.”
- 고민의 결과가 당대표 출마였나.
“그렇다. 대선에 나가기보다는 영남과 민주당 사이의 골을 메워 대선 후보를 당선시키는 ‘킹메이커’가 돼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전국 정당’을 완성하는 당대표가 돼야겠다고 결심했다.”
“‘킹메이커’로 전국 정당 완성”
- ‘킹메이커’라면….“우리 당에는 이낙연 (당대표) 후보를 비롯해 이재명, 정세균, 김두관, 김경수, 이광재 등 훌륭한 대선주자가 많다. 이들을 ‘원팀’으로 끌어안을 수 있는 노하우는 누구보다 내가 낫다고 생각한다. 당의 취약 지역인 영남에서 중도층 확장성이 있는 내가 ‘더 큰 민주당’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 영남 대표성·확장성은 분명 김 후보만의 강점인 거 같다. 7월 9일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면서도 “영남 300만 표를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복안은 뭔가.
“비록 이번 총선에서는 낙선했지만, 2016년 총선에서 31년 만에 민주당 후보로 대구(수성갑)에서 당선하며 저력을 보여줬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처음 대구에서 민주당 시의원 5명, 기초의원 50명(40%) 정도를 당선시킬 만큼 TK 정치 지형에 많은 변화를 만들었다. 과거 1997년 김대중(DJ) 대통령 당선 때 대구(경북) 득표율은 12.5%(13.6%),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때는 18.6%(21.6%), 2017년 문 대통령 때는 21.8%(21.7%)였다. 내가 세 번의 총선과 대구시장 선거에서 질 때는 40%, 이길 때는 60% 넘게 득표했다. 지금보다 당 지지율 10%만 올려 300만 표를 확보하면 안정적인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 영남의 20~40대 유권자들에게 민주당의 가치와 비전을 함께 실천하자고 호소하는 방안으로 승부를 걸겠다.”
- 8월 11일 김 후보 인터뷰 이후 영남 유권자 비하 논란이 일었는데(김 후보는 “내가 타파하려는 지역주의는 동서 갈등이 아니다. 영남의 정치 성향이 문제다. 영남은 보수당이 무슨 짓을 해도 ‘묻지마 지지’를 한다. 그러면 그 정당은 시민 위에 군림하게 된다”고 했다).
“나의 발언은 영남 비하가 아니라 영남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자 사랑이다. 진심으로 영남 발전을 원하면 ‘묻지마 지지’를 넘어야 한다는 충정이다. 낡은 색깔론으로 연명하려는 미래통합당과의 맹목적인 ‘정당 일체감’을 허물지 않고는 영남 발전은 요원하다. 잘하면 잘한다 하고, 못하면 못한다고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그래야 지역도, 정당도, 나라도 발전하는 거 아닌가.”
- 선거운동을 해보니 분위기는 어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택트 선거’를 하다 보니 제약이 너무 많다. 최근에는 수해(水害)까지 겹쳐 선거운동 자체가 연기되거나 취소돼 아쉬웠다. 현장을 다녀보면 점차 분위기가 좋아진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정당 경험만 30년, 선거만 아홉 번 치렀다. 다섯 번 떨어지고 네 번 당선됐다. (유권자) 눈빛만 봐도 감이 온다. 물론 판세로만 보면 큰 차이가 있을 거 같다. 대의원은 어떻게든 해볼 여지가 있는데 권리당원은 워낙 숫자가 많은 데다 접촉할 방법과 공간이 없다. 권리당원들이 김부겸의 인생과 가치에 관심을 갖고, 나의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진정성을 알아줄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김 후보가 말한 ‘온택트’는 비대면을 일컫는 ‘언택트(untact)’에 온라인을 통한 외부와의 ‘연결(on)’을 더한 개념으로, 온라인을 통한 대면 방식이다. 민주당은 코로나19로 8·29 전당대회를 온라인 투표 방식으로 진행한다. 2018년 전당대회처럼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국민 여론조사 10%, 일반 당원 여론조사 5%를 각각 반영한다. 당권 주자들이 지역을 순회하던 과거에는 ‘현장 스킨십’으로 인한 돌발 변수가 생겼지만 온라인은 이런 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낮다. ‘대세론’을 형성한 이낙연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거라는 시각이 많지만, 김 후보의 ‘영남 확장성’과 특유의 친밀한 스킨십이 어떻게 작용할지 알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 후보가 대세론을 형성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이번 전당대회는 대선 후보 경선이 아니다. 당대표 선거다. 민주당 대의원·당원들의 정치 수준도 굉장히 높다. 그동안 전당대회 때마다 전략적 투표를 해왔다. 각 후보별로 적절한 득표율을 줘 당권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그래서 그걸 다 합쳐놓고 보면 당의 총 노선이 나온다. 이번에도 대권(이 후보), 당권주자(김 후보) 간 전략적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거다.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행정수도 완성, 균형발전 방아쇠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주민·김부겸·이낙연 후보(왼쪽부터)가 8월 1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나는 박주민 후보에 비하면 풍부한 선거 경험, 이 후보에 비하면 대선에서 영남의 지지를 끌어낼 확장성이 있다. 이낙연 당대표는 이낙연 대통령을 못 만들지만, 김부겸 당대표는 이낙연 대통령을 만들 수 있다. 누가 우리 당 대선 후보가 돼도 나는 강력한 ‘보완재’다.”
- 부동산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김현미 국토부 장관 경질론도 나오는데.
“지난번 (8월 4일) 국회에서 통과된 부동산 3법은 불로소득 원천이 된 투기를 제어하고, 부동산 공급대책까지 아우르는 패키지로 발표했다. 수요, 공급, 조세 등 시장질서 정상화를 위한 정책 패키지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본다. 한동안 부동산시장에 교란이 생긴 것은 개별 정책이 따로따로 시장에 알려진 탓에 공격을 자초한 면이 있었다. 국민들께 죄송한 마음이고, 국회가 제때 반응하지 못한 점에선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그만두고 말고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주택공급정책 일환으로 그린벨트 해제를 논의하는 것도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뇌관이 돼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수도 있다.”
- 여권에선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제기했다.
“행정수도 이전이 서울의 집값을 낮추기 위한 부동산 대책이라는 시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일부 그런 효과가 나타난다 해도 미미한 수준이고, 또 목표가 될 수도 없다.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행정수도 이전은 오랜 소신이다. 대한민국이 이대로 ‘서울공화국’이 되면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행정수도 완성은 국가균형발전 신호탄이자 방아쇠다.”
- 대표가 되면 꽉 막힌 야당과의 관계는 어떻게 풀 생각인가. 문 대통령도 7월 16일 국회 개원 연설에서 협치(協治)를 강조했다.
“협치의 핵심은 대화와 타협이고, 손바닥도 마주쳐야 한다. 그런데 야당은 국회 원 구성, 부동산 입법을 할 때도 상임위에서 퇴장했고,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추천위 구성 자체를 ‘사보타주(태업)’하고 있다. 야당은 21대 총선이라는 민의(民意)가 반영된 국회 구도를 인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타협해야 협치가 가능하다. 당대표가 되면 야당 스스로 대안을 갖고 타협에 나서는 게 이익이라는 점을 설득해 내겠다.”
“열린민주당과 ‘한 지붕, 한 가족’ 돼야”
7월 18일 경남도청을 방문한 김부겸 후보가 김경수 경남지사와 인사를 하고 있다. [김부겸 캠프 제공]
열린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기원하는 ‘두 지붕, 한 가족’이다. 문재인 정부 철학과 비전을 공유하는 동지적 관계다. 당연히 통합이 맞고, (두 정당) 지지자들도 거의 같다. 총선 과정에서 쌓인 감정이 남아 시간은 필요하겠지만, 공동으로 입법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통합은 이뤄질 거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도 이른 시일에 ‘한 지붕, 한 가족’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와 회동을 하는 모습도 알려지면서 ‘연대설’이 흘러나왔는데.
“이 지사를 만난 것은 전국을 순회하면서 진행하는 통상적인 일정이었다. 김경수 경남지사와는 40분 만났고, 이 지사와는 15분 만났는데, 왜 김 지사와의 연대설은 나오지 않는지 모르겠다. 특정 후보를 위한 반대나 연대, 그런 정치는 할 생각 없다. 제가 당 대표가 되려는 이유도 문 정부의 성공과 확실한 정권 재창출의 길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킹메이커’가 되려는 사람이 특정 대선 후보와 연대하면 당원들이 납득할 수 있겠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공정성 시비가 생기면 정권 재창출에도 심각한 장애가 생길 수 있다.”
- 최근 들어 기본소득 논쟁도 슬슬 시작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우리 사회안전망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게 드러났고,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의 양과 질에서 큰 변화도 예상된다. 우선 전국민고용보험제를 도입하는 등 보다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갖추는 게 시급하다. 기본소득 문제는 그 변화의 기조에 맞춰 지금부터 논의하는 게 맞다.”
- 최근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문 등으로 두 곳에는 광역단체장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민주당 당헌 제96조 2항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결국 후보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본다. 서울·부산 유권자 수만 1150만 명이다.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에 달한다. 정치는 현실이고 명분만 내세울 순 없다. 정당의 존립 근거와 직결된다. 책임지는 당 대표라면 비판도 감수하고 현실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물론 그전에 당원들의 뜻을 물어 ‘후보를 내자’고 하면 국민께 사과드리고 당헌을 개정하겠다. 공천 여부에 관한 논의도 빨리 시작하는 게 옳다. 불투명한 상황을 오래 끄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 당대표가 되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수해로 피해를 본 주민들을 위해 추경 편성과 특별재난지역 지정 등 민생을 챙겨야 한다. 이보다 시급한 문제는 없다. 복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세 가지 과제를 추진하겠다.”
전국 정당, 책임 정당, 포용 정당이라는 꿈
- 세 가지 과제라면….“우선 장기적으로는 ‘시대정신’인 양극화 해소 대안을 제시하겠다. IMF 외환위기 이후 심화되는 빈부 격차는 공동체를 위협하는 요소다. 약자를 돌보고 대변하는 것이 정치의 본령이다. 당면 과제로는 ‘미니 대선급’으로 커진 내년 4월 재보선 준비에 나서야 한다. 정권 후반기에 치르는 재보선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 선거에 지는 순간, 언론은 레임덕 운운하며 문 대통령을 흔들어댈 것이다. 당이 문 대통령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한 사령부가 되도록 하겠다. 문 대통령의 민주정부 집권 3기가 성공해야 집권 4기를 열 수 있다. 어떤 경우에도 집권여당이 자신이 만든 정부와 차별화를 통해 재집권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 네 번의 잇따른 전국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서 산업화 세력에서 진보 민주화 세력으로 주류가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유권자 지형에서 변화가 시작됐지만, 선거에는 다양한 요소가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나는 오래전부터 민주화·산업화 세력의 상호 인정을 주장해 왔다. 모두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다. 각자의 경험과 성취를 존중하고 더 큰 세계, 더 먼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청년들이 살아갈 세상을 어떻게 설계하고 실천해 나갈지 지혜를 모으자고 호소하고 싶다.”
- 처남인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관련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아내 이유미 여사는 8월 4일 김 후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글을 올리기도 했는데(이 여사의 오빠인 이 전 교수는 일제강점기 징용과 위안부 강제성을 부정한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을 냈다. 이로 인해 SNS에는 ‘김 후보는 친일파’ 라는 둥 비난 글이 올랐다).
“아내가 교회 지인으로부터 ‘오빠(이 전 교수) 때문에 남편이 욕을 먹는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라더라. SNS에 떠도는 비난에 대해 알고 며칠을 고민하다가 글을 썼다고 했다. 아내는 젊은 시절 나를 만나 경찰청 대공분실과 안기부에 끌려가기도 했고, 정치인의 아내로 고단한 삶을 살았고, 생계를 위해 안 해본 일 없이 고생한 사람이라 내가 더 미안하다. 처남은 처남이고 나는 나다. 나는 일제가 여성을 전장으로 끌고 가 일본군의 성노예로 삼았다고 생각한다. 이건 역사적 진실이다.”
- 추미애 법무부와 윤석열 검찰의 대립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8월 3일 윤 총장이 신임 검사 임명장 수여식에서 한 말(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을 두고 민주당에서는 격앙된 반응이 나오는데.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본다. 전후 문맥으로 볼 때 그 말이 꼭 필요했던 것 같지 않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도 많았기 때문이다. 법무부와 검찰이 갈등 양상을 보이는 건 국민이나 인사권자가 보기에도 아쉬움과 걱정이 많을 거다. 그러나 공직자가 야당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것도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윤 총장 스스로도 정치적 중립성이 의심받지 않도록 경계하고, 추미애 장관도 검찰개혁을 위한 법·제도 정비에 집중해 풀어가면 좋겠다. 지난겨울 서울 서초동을 꽉 메워 ‘검찰개혁’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의 외침에 대해 검찰도 신뢰 회복을 위한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좋은 정당의 당대표를 하고 싶은 오래된 꿈이 있다. 우리 당을 전국에서 골고루 사랑받는 명실상부한 ‘전국 정당’으로 만들고 싶고, 개헌과 권력기관 개혁, 행정수도 이전 완수로 책임을 다하는 ‘책임 정당’으로 만들고 싶다. 사회적 약자와 정치적 소외층을 끌어안고 대변하는 ‘포용 정당’도 만들고 싶다. 임기 2년을 완주하는 선발투수가 돼 완봉승을 거둘 수 있도록 전력투구 하겠다. ‘재집권의 선봉장’이 되겠다.”
배수강 편집장
bsk@donga.com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키듯, 평범한 이웃들이 나라를 지켰다고 생각합니다. ‘남도 나와 같이, 겉도 속과 같이, 끝도 시작과 같이’ 살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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