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호

주담대 진출 카카오뱅크, 시험대 올랐다

[금융 인사이드]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입력2022-04-0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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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 전 첫 출범, 고신용층 개인대출 머물러

    • 개인대출 이외 주담대·개인사업자대출 진출

    • 비대면 불편 개선·리스크 관리 등 과제 산적

    [GettyImages]

    [GettyImages]

    2017년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이 처음 출범했을 당시 시중은행들은 새로운 형태의 사업자 등장으로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규제 산업인 금융시장에서 IT 기업들이 마음껏 역량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으리란 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금융권의 메기가 되기보다는 미꾸라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시각이었다.

    이런 시각은 “금융업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보다는 안정적 운영이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실제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17년 8월 ‘인터넷전문은행의 역할 재조명’이라는 보고서에서 “은행의 본질은 리스크 관리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 여부도 한두 번의 위기 상황을 버티고 난 후에 판단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시선은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8월 상장하면서 기존 대형 금융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뒤에도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유가 있다. 인터넷은행이 단기간에 소비자를 많이 끌어모은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제대로 된 은행 업무 영역에는 진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터넷은행들이 지금껏 해온 대출 업무는 주로 개인 신용대출에 한정됐다. 그런데 개인 신용대출의 경우 건당 대출 금액이 크지 않고, 리스크 관리도 비교적 용이한 영역으로 여겨진다. 전체 시장규모 자체도 크지 않다.

    더욱이 인터넷은행들은 설립 당시 중저 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 대출에 집중한다는 약속과 달리 고신용층 위주의 보수적인 대출 영업을 해오기도 했다. 여태껏 리스크가 작은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금융 당국은 인터넷은행들에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늘리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인터넷은행들의 행보가 확 달라지기 시작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개인사업자대출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 시작한 것.

    카카오뱅크는 2월 22일 주택담보대출을 시작했다. KB 시세 기준 9억 원 이하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 구매 자금에 대해 대출을 제공한다. 대출 가능 최대 금액은 6억3000만 원이다. 인터넷은행이 주택 구입 자금 용도의 주담대를 선보이는 것은 카카오뱅크가 처음이다.

    카카오뱅크·토스뱅크 공격적 영업 시작

    지난해 10월 5일 국내 3호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가 공식 출범하면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가 금융 서비스 시작을 알렸다. [토스뱅크]

    지난해 10월 5일 국내 3호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가 공식 출범하면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가 금융 서비스 시작을 알렸다. [토스뱅크]

    카카오뱅크는 특히 기존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를 책정하고 올해 연말까지 중도상환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을 예고했다. 아울러 하반기 중에는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토스뱅크의 경우 2월 14일 인터넷은행 최초로 개인사업자 대출을 시작했다. 자사 신용평가 모형에 따라 무보증·부담보, 비대면으로 대출해 주는 게 특징이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최대 1억 원을 대출해 준다.

    케이뱅크 역시 조만간 개인사업자 운전자금대출을 선보이며 경쟁에 가세한다. 또 케이뱅크는 앞서 2020년 8월 아파트담보대출을 출시한 바 있다. 아파트를 담보로 빌린 기존 대출을 더 낮은 금리로 대환해 주거나 생활안정자금을 대출해 주는 상품이다. 이 상품의 금리를 더욱 낮추며 전열을 다지고 있다.

    인터넷은행들은 출범 초부터 대출 영역을 점차 확장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다만 급할 이유는 없었다. 신용대출 등 안정적인 상품을 운영하며 시장에 안착하는 게 우선이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강화하면서 성장이 한계에 부닥쳤다. 주로 신용대출 이자로 영업수익을 내던 인터넷은행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아울러 금융 당국의 권고에 따라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높여야 하는데, 이 경우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는 고신용자 대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였다. 결국 다른 대출 영역으로 눈을 돌려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주택담보대출이나 개인사업자대출의 경우 시장규모 자체가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국내 은행 가계대출 잔액 중 주택담보대출은 781조 원가량이었다.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425조 원이다. 반면 신용대출이 포함된 기타 대출 잔액은 278조 원에 그친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진짜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말이 나온다. 기존 대형 은행들은 카카오뱅크의 시장 진출에 앞서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7월 ‘우리WON주택대출’을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내놨고, 이후 신한은행 역시 지난해 말 관련 상품을 출시하는 등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카카오뱅크가 2월 22일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처음 출시했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카카오뱅크 오피스 모습. [뉴스1]

    카카오뱅크가 2월 22일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처음 출시했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카카오뱅크 오피스 모습. [뉴스1]

    비대면 주담대·개인사업자 대출… 노하우 쌓아야

    먼저 시장에 진출한 카카오뱅크를 비롯해 인터넷은행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비교적 크지 않은 금액을 취급하는 신용대출과 달리 주담대는 소비자 역시 보수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수억 원에 이르는 대출을 ‘비대면’으로 손쉽게 하려는 이들이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카카오뱅크 역시 이런 점을 고민했다. 백희정 카카오뱅크 주담대 서비스셀 팀장은 2월 15일 주담대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주택 구입은 생애 가장 큰 투자이자 설레는 경험이지만 주담대의 규모와 성격상 고객의 긴장감도 크다”며 “영업점을 통한 대면에서 오는 심리적 안도감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화면으로 구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는 이를 위해 챗봇(채팅+로봇) 기반의 대화형 인터페이스로 마치 은행원과 상담하듯 대출을 진행하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이런 형태가 실제 소비자를 안심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개인사업자 대출의 경우 리스크 관리가 까다롭다는 점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직장인의 소득은 비교적 안정적인 반면, 개인사업자의 수익은 대외 환경에 따라 수시로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각 사업자의 미래 소득을 예측해 적정 금리와 한도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축적된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게 기존 시중은행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인터넷은행들이 당장 계획을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중장기적으로 진출해야 하는 시장도 있다. 바로 기업대출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1079조 원에 이른다. 전체 가계대출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특히 기업대출의 경우 각 대출금액이 워낙 큰 터라 경제 여건에 따라 작은 실수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공략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여겨진다.

    한 대형 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의 경우 정부가 정한 범위 내에서 한도를 정하는 데다가 신용도를 책정하기도 용이하기 때문에 운용이 단순하다”며 “반면 기업대출은 신용등급이나 대출 한도를 산출하는 방법이 각 은행별로 축적한 데이터나 산업에 대한 관점 등에 따라 달라지는 등 상당히 까다로운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은행 설립 이후에는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등 큰 파고가 없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나 리먼 브러더스 사태 등 큰 경제위기가 왔을 때 금융사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영역이 바로 규모가 큰 기업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이라며 “이제 인터넷은행들이 이 시장에 진출한 만큼 제대로 된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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