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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 산책과 대화

  • 최지인

[시마당] 산책과 대화

거위가 목놓아 울고 있다
사육장에서
전쟁을 원하는 자는 따로 있어
북쪽에는
북쪽 정서가 있고

사람들이 기웃대고 있다
근린공원 입구에
경찰이
통제선을 치고 있다

이곳을 지날 때면
언제나
널 떠올렸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별나다 이상하다 난 내가 부끄러워 내 무능을 탓하는 데 세월을 허비했지
그리고 기다렸어
아주 오랫동안

창가에 앉은 두 사람이 말없이 칼국수를 먹는다



아주아주 희미해지면 우리
어떻게 되는 걸까

재난에 대해 말할 때면
숫자가 앞서지

해가 잘 드는 곳에 씨앗을 많이 심었다

천 년 된 나무는 사실 일 년의 삶과 나머지의 죽음으로 자란 거래 하나의 삶이 얼마나 많은 죽음을 돌보는지 알겠어?

이것 봐
물이끼가 빽빽해

뱀이
수풀 속으로 사라졌다
뱀의 아름다움을 보았다면

[Gettyimage]

[Gettyimage]

최지인
● 2013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 수상
● 2022년 제40회 신동엽문학상 수상
● 시집 ‘나는 벽에 붙어 잤다’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발표



신동아 2023년 6월호

최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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