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클라스 지음, 서종민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448쪽, 1만8000원
극단적 사례이긴 하지만, 사실 권력을 남용하는 사람들은 사방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어떤 정치인은 온갖 수를 써서 자기 잇속을 챙기고, 어떤 기업가는 돈만 벌 수 있다면 부도덕한 짓도 서슴지 않는다. 종교 지도자가 신도들을 이용해 자기 배를 불리기도 하고, 선생이 아이를 학대하기도 한다. 가까이에는 직원들을 못살게 구는 상사도 너무나 많다.
여기까지 읽으면서 떠오르는 사람이 한두 명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이 참 많고, 어째서인지 내 위에는 더 많은 것 같다. 뉴스를 보면 한숨을 숨길 수가 없다. 왜 사람들은 권력만 잡으면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지 못해 안달일까.
‘권력의 심리학’의 원제는 ‘부패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corruptible’이다.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고,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라는 격언을 들어보았는가. 19세기 영국의 정치인이자 역사가였던 존 달버그 액튼 경이 남긴 말로, 누구든 권력을 쥐면 그 달콤한 맛에 정신이 혼미해지기 쉬우니 권력자를 잘 견제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말 누구든 권력을 쥐면 조금은 이상해질 수밖에 없을까.
저자 브라이언 클라스는 이 논제를 다각도에서 검증하면서 권력을 가지고도 부패하지 않을 사람을 찾는 방법을 탐구한다. 단순히 새로운 인물을 발굴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 책은 우리가 청렴결백하고 정의로운 지도자를 만나기 위해 알아야 할 점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권력의 심리를 낱낱이 분석한다.
책 속에는 저자가 부패한 대통령과 독재자, 테러리스트, 이단 종교 지도자 등 권력의 맛에 제대로 빠져버린 최고위 지도자들을 만나 나눈 생생한 인터뷰가 담겨 있다. 게다가 우리가 악인에게 이끌리는 과학적 이유와 그러한 악인을 피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권력이라면 지긋지긋한 독자라고 하더라도 다양한 인간 군상에 흥미가 있다면 푹 빠져 읽게 될 테다.
지금 우크라이나에서는 대통령 역을 연기하던 코미디언이 대통령이 돼 전쟁의 한가운데서 나라를 지켜내고 있다. 부정부패에 신물이 난 우크라이나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당선됐지만, 처음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권력을 남용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가. 다른 후보가 당선됐다면 우크라이나는 어떻게 됐을까.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대한민국의 더 나은 미래를 기원하며, 혼란스러운 이 시기에 길 잃은 기분이 드는 모든 시민 여러분께 일독을 권한다.
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
한민 지음, 부키, 396쪽, 1만8000원
한국인과 일본인은 과연 얼마나 다를까. 이 책은 가까운 것 빼면 거의 모든 게 다른 한국과 일본의 놀랄 만큼 다른 삶의 양상을 다루고 있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사람의 서로 다른 삶을 문화심리학 관점에서 살펴본다. 일본인이 애니메이션을 통해 환상의 세계를 보려 하는 반면, 한국인은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현실 세계를 보려 하는 성향의 이유를 분석하고, 먹방과 야동으로 대표되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 두 욕구에 대한 행위가 어떻게 두 나라를 대표하는 콘텐츠가 됐는지도 따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