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호

'소니는 자동차로, 현대차는 하늘로' 모빌리티 혁명이 온다

  • 라스베이거스=유성민 IT칼럼니스트

    입력2020-03-0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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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동차 제작 난도 낮아져

    • IoT 셔틀 선보인 보쉬

    • 도요타는 스마트시티 설계

    • 소유에서 공유로

    2020 CES에서 소니가 공개한 전기차 비전S. [소니 제공]

    2020 CES에서 소니가 공개한 전기차 비전S. [소니 제공]

    자동차 산업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자동차가 융합한다. 이러한 추세는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박람회(CES·Consumer Electronic Show)를 관람하면서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CES는 해마다 개최되는 ICT 전시 행사다. 2014년부터 자동차 기업이 CES에 참여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올해 CES는 자동차 전시장을 연상케 할 정도였다. 전자박람회인지 자동차박람회인지 헷갈릴 수준이었다. CES는 자동차 전시관을 별도로 만들었으며 가전 기업들도 경쟁하듯 자동차를 선보였다. CES의 ‘C’가 컨슈머(Consumer)의 약어가 아니라 자동차를 뜻하는 카(Car)의 약어라는 우스갯소리가 진실로 느껴질 정도였다.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다

    ICT 기업들은 자동차 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자동차 제조 영역까지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자동차 산업의 경계가 빠른 속도로 허물어지는 것이다. 

    소니는 CES를 통해 프로토타입 자율주행차 비전S(Vision-S)를 공개했다. 프로토타입은 본격적 상품화에 앞서 성능을 검증·개선하기 위해 핵심 기능만 넣어 제작한 기본 모델을 말한다. 소니는 비전S의 경쟁력으로 안전성(Safety), 오락(Entertainment), 적응성(Adaptability)을 꼽았다. 자율주행에 필요한 센서 33개를 달았다고 밝히면서 안전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소니는 개인 좌석 시트뿐 아니라 곳곳에 스피커를 탑재한 점을 강조하면서 자동차 내에서의 오락 제공을 장점으로 제시했다. 자동차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하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소니는 비전S 공개가 자동차 제조 및 판매 영역으로까지 진출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ICT에 특화된 기업인 소니가 자율주행차를 전시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ICT 기업도 자동차를 직접 제조해 판매할 수 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낮아진 자동차 제작 난도

    LG전자의 셔틀형 차량(왼쪽), 보쉬의 IoT 셔틀. [유성민]

    LG전자의 셔틀형 차량(왼쪽), 보쉬의 IoT 셔틀. [유성민]

    이쇼크의 파워트레인. [유성민]

    이쇼크의 파워트레인. [유성민]

    소니뿐 아니라 각국의 가전 기업이 앞다퉈 자동차를 전시했다. 보쉬는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버스 ‘IoT 셔틀’을 선보였다. IoT 셔틀은 자율주행 기반 카셰어링(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사용자가 앱으로 호출하면 IoT 셔틀이 무인으로 와서 목적지까지 데려다준다. IoT 셔틀은 이동 도중의 심심함을 달래주고자 차량 내·외부에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각종 콘텐츠를 제공한다. 또한 클라우드를 통해 사용자가 집에서 즐기는 콘텐츠를 IoT 셔틀에서도 그대로 즐길 수 있게 했다. 

    LG전자도 보쉬와 유사한 셔틀형 차량을 전시했다. 보쉬보다 돋보인 부분은 사용자 편의다. 차량 내부에 냉장고, 의류 관리기 등을 설치했다. LG전자는 자사 디스플레이의 우수성도 간접적으로 보여줬다. 차량 측면 유리에 롤러블 디스플레이(Rollable Display)를 탑재했다. 롤러블 디스플레이는 돌돌 말거나 펼 수 있다. 사용자가 바깥을 구경하다가 영상 콘텐츠를 즐기고 싶으면 디스플레이를 펴서 측면 유리에 띄울 수 있다. 

    LG전자는 차량이 탑승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할 때 필요한 운영체제(OS)도 선보였다. ‘웹OS 오토’가 그것이다. 이 OS를 통해 인터넷, 게임, 문서 작성 프로그램, 메신저 등을 구동할 수 있다. ICT 기업이 자동차 제조 영역까지 넘보는 이유는 전기차의 등장으로 제작 난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핵심 영역으로 엔진을 담당하는 파워트레인(Powertrain) 제작도 쉬워졌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기존 내연 기관차의 파워트레인은 자동차 전면부 공간도 많이 차지하고 부품 수도 많았다. 전기차는 파워트레인이 하부 공간만 차지하게 함으로써 자동차 공간을 넓게 했다. 또한 파워트레인에 들어가는 부품 수도 80%가량 줄었다. 전기차용 파워트레인을 판매하는 기업마저 등장해 자동차 제조 난도가 더 낮아지고 있다. 전기차 제조를 원하는 기업이 파워트레인을 구입해 자동차를 만들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파워트레인 전문 기업으로는 CES에서 전기차용 제품을 전시한 아틸리아의 이쇼크(E-Shock)가 대표적이다. 

    자동차에 탑재되는 ICT 시스템 제작도 쉬워질 전망이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Open Source)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오토모티브 그레이드 리눅스(Automotive Grade Linux)는 자율주행차 시대에 필요한 오픈소스를 일반에 공개했다. 퀄컴은 자율주행 플랫폼 스냅드래곤 라이드(Snapdragon Ride)를 CES에서 선보였다. 스냅드래곤 라이드에는 자율주행 구현에 필요한 시스템과 하드웨어를 제공한다. 퀄컴은 2023년까지 해당 플랫폼을 탑재한 자동차를 공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무인 플라잉 카(Flying Car)

    현대차가 구상한 이동 수단 생태계.

    현대차가 구상한 이동 수단 생태계.

    이렇듯 ICT 기업은 차량 안에서 즐기는 인포테인먼트를 넘어 자동차 제조 영역까지 진출하려 한다. 자동차 제조 기업이 가만히 앉아 당할 수는 없는 노릇. 자동차 기업들도 앞다퉈 새로운 시장을 찾고 있다. 

    현대차는 이동수단 자체를 공유 형태로 제공하는 생태계를 구상한다.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Urban Air Mobility),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Purpose Built Vehicle), 모빌리티 환승 거점(Hub)이 그것이다. 

    현대차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무인 플라잉 카(Flying Car)’ 시대를 준비한다. 무인 플라잉 카는 사람의 조작 없이 스스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이동 수단이다. 도심은 인구밀도가 높아 교통 혼잡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이동 경로를 지상에서 하늘로 넓히는 것이다. 현대차는 항공 전문 인력을 영입했으며 프로토타입 모델을 CES에 전시했다. 이 모델은 도심에서 자유롭게 이착륙이 가능한 프로펠러 기반 이동 수단이다. 

    현대차의 PBV는 자율주행 셔틀을 가리키는 말이다. 목적지까지 지상으로 이동하는데 특징은 군집 운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사람 수에 따라 기차처럼 PBV를 연결할 수 있다. 환승 거점은 하늘로 이동하는 UAM과 땅으로 이동하는 PBV를 이어주는 거점이다. 환승 거점 옥상에는 UAM이 자유롭게 이착륙할 공간을 설계했고, 측면에는 PBV가 지나다닐 수 있도록 터널을 설치했다. 

    도요타가 내놓은 구상은 현대차와 비슷하나 방점이 다르다. 현대차가 이동수단의 관점에서 도로를 공중으로 확장했다면 도요타는 도시의 관점에서 이동 수단 생태계를 그린다. 도요타는 CES에서 스마트시티에 방점을 찍은 우븐시티(Wooven City)를 선보였다. 우븐시티는 도요타의 이동 수단 생태계가 탑재된 스마트시티 모델이다. 

    미래 도시를 우븐시티로 명명한 이유는 첫째, 도요타가 방직 회사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우븐(Wooven)은 옷감을 짜다(Weave)의 과거분사로 ‘짜인’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공간이 서로 엮여 있기 때문이다. Weave는 ‘엮는다’ 뜻도 가졌다.

    벤츠의 AVRT

    벤츠의 비전AVRT.

    벤츠의 비전AVRT.

    도요타는 사업 영역을 도시 전체로 확장해 도로를 세 구간으로 나누려고 한다. 첫 번째 도로는 전기자율주행차, 두 번째 도로는 단거리 이동형 로봇, 세 번째 도로는 사람이 이동한다. 후지산 주변 지역에서 ‘실증’에 나설 계획이다. 실증 작업이 이뤄질 면적은 71만㎡에 달한다. 

    벤츠는 현대차, 도요타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업 확장을 구상하고 있다. 이동 수단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기보다는 제조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이다. CES에서는 프로토타입 자동차 ‘비전AVRT’를 선보였다. AVRT는 영화 ‘아바타(Avartar)’의 약어다. 프로토타입 자동차를 AVRT로 명명한 이유는 자동차 디자인이 아바타를 연상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자동차 내부에 조종 장치가 아예 없는 게 AVRT의 특징이다. AVRT는 차세대 소재로 불리는 그래핀(Grephene)을 배터리에 사용하고 있다. 

    자동차 판매 구조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 보쉬의 IoT 셔틀처럼 개인이 필요할 때 이용하는 ‘자율주행택시’가 대세가 될 수도 있다. 이 같은 비즈니스는 구글의 자회사 웨이모(Waymo)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자동차 공유 서비스 사업 모델이 확장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미국 자동차협회 교통안전재단(AAA Foundation for Traffic Safety)에 따르면 미국인 1인 기준 연간 자동차 운전 시간이 293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하루에 1시간도 이용하지 않는 자동차를 구매할 이유는 없다. 

    자동차 내에서 즐기는 인포테인먼트도 활성화할 것이다. 운전이 불필요해지면 오락거리 수요가 늘어난다. 아우디는 자동차에서 증강현실(VR) 서비스를 즐길 수 있도록 했으며 자율주행 시대에도 운전하는 재미를 즐길 수 있도록 자율주행 모드를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까지 8개로 나눈 자동차도 선보였다. 

    애플은 휴대전화 시장에 스마트폰을 들고 뒤늦게 진출해 산업 생태계 자체를 바꿔버렸다. 변화하는 자동차 산업에서 애플 같은 혁신 기업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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