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호

“박근혜 비판만으론 선거 못 이긴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민주정책연구원장

  • 구자홍 기자 | jhkoo@donga.com

    입력2014-11-19 15: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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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 대통령, 국민 절반 갈라 통치한다
    • 우파 어젠다에 끌려가면 중도층 지지 못 받아
    • 원래 싫어하기보다 선거 자꾸 지니 더 싫어해
    “박근혜 비판만으론 선거 못 이긴다”
    그들은 어떻게 ‘카카오톡’을 ‘카더라톡’으로 변질시켰나

    ‘박근혜 정치’를 넘어서

    진보의 길을 다시 묻다. 제3의 길 그 후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연)의 싱크탱크 민주정책연구원에서 최근 펴내 눈길을 끈 정책 보고서들의 제목이다. ‘옛날 일 분석하는 거 하나는 참 잘한다’는 비아냥거림이 없지 않지만 ‘원인을 제대로 진단해야 그에 맞는 처방이 가능하듯, 무엇이 문제인지 이제야 제대로 파악하기 시작했다’는 긍정적인 여론도 많다.

    새정연의 재도약을 위한 성찰의 결과물을 쏟아내는 민주정책연구원은 재선의 민병두 의원이 이끈다. 최근 연구원 보고서가 잇달아 호응을 이끌어낸 배경에는 ‘문화일보’ 정치부장 출신의 민병두 원장의 아이템 선정 감각이 톡톡히 한몫했다는 평가다. 11월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그를 만났다.



    ▼ 최근 연구원에서 펴낸 일련의 보고서들이 호평을 받았다.

    “당 안팎에서 (연구 보고서를) 읽어보겠다는 사람이 많아 보람을 느낀다. 더 많은 국민이 우리 당의 정책과 비전에 관심을 갖고 공감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더 열심히 하겠다.”

    관리의 정치, 국면 전환의 정치

    ▼ 특히 ‘박근혜 정치를 넘어서’라는 보고서가 당 안팎에서 화제가 됐다. ‘박근혜 정치’의 요체가 무엇이라고 보나.

    “박근혜 정치는 대선 이전과 이후가 분절돼 있다. 대선까지는 100% 국민대통합을 얘기하면서 보수는 물론 진보진영도 넘나들었지만, 집권 후 자신의 약속을 철회하고 철저하게 지지세력 중심으로 정치를 한다. 마치 두 개의 국가, 두 개의 국민으로 편을 갈라 정치를 하려는 듯하다. 그렇게 (정치를) 할 수 있는 것은 한국 사회가 보수 우위라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40%대 지지율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은 보수뿐 아니라 중도로 외연을 확장했기에 가능한 것 아닐까.

    “과거 이회창 총재 시절 30% 수준에 머물던 새누리당 지지율이 40%대로 올라선 것은 보수 우위를 기반으로 하되 중도보수화한 면이 분명히 있다. 그런 점에서 새누리당을 꼴통보수정당으로 규정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그런데 지지 폭은 조금 넓어졌지만 박근혜 정치는 ‘국민통합의 정치’와 여전히 거리가 멀다. ‘관리의 정치’ ‘국면 전환의 정치’ 수준에 머무른다. 새로운 이슈를 제기하지 않는 ‘관리의 정치’를 하다가 위기에 봉착하면 통일대박론이나 규제완화와 같은 새로운 어젠다를 던져 국면 전환을 시도한다.

    박 대통령이 국민을 둘로 나눠 정치를 하면 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대통령으로서 국가를 한 단계 끌어올리지 못한다. 대통령이라면 우리 사회가 안은 문제가 무엇인지 솔직하게 터놓고 얘기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 함께 가려 노력해야 한다. 뭔가를 숨기려 하고, 잘돼가는 것처럼 얘기하고, 내 공약 네 공약 따져서는 곤란하다.”

    민 원장은 “박 대통령이 좀 더 솔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정부 재정이 한계에 이르렀다. 돈 쓸 곳은 많은데 재원 마련에 애를 먹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재정이 부족하다. 어디서 재원을 더 끌어낼지 함께 고민하자’고 얘기해야 한다. 법인세 인상이 합리적인지, 소득세를 올리는 것이 나은지, 그것도 아니면 30년 동안 못 올린 부가세를 올릴 것인지, 일괄적으로 부가세를 인상하기 어렵다면 둘로 나눠 고급 소비품에 한해 부가세를 올리든지…함께 고민하고 토론해서 재원을 마련할 방법을 찾아야 지속가능한 복지정책을 펼 수 있다.

    잘못된 가설 2가지

    지출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도 마찬가지다. 여야 논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누리과정 예산 문제로 정부와 시도교육감이 갈등을 빚는데, 무상급식이냐 무상보육이냐를 놓고 전쟁하듯 접근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무엇이 더 중요한지 토론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민 원장은 30년 전만 해도 모래 위에 지어진 작은 도시에 지나지 않던 아랍에미리트가 30년도 안 돼 두바이라는 세계적인 도시를 건설하고, 중국이 개혁개방 25년 만에 G2국가로 부상한 것을 예로 들며 국가지도자의 비전과 리더십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국가지도자가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는지에 따라 그 나라의 미래가 크게 달라진다. 지금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으로 치닫는다. 국가지도자라면 우리나라의 10년 뒤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비전과 솔루션(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 ‘박근혜 정치’에 대한 분석 못지않게 새정치민주연합이 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했는지 그 원인과 이유를 더 철저하게 분석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 당에는 그동안 두 가지 잘못된 가설이 퍼져 있었다. 하나는 ‘새누리당은 꼴통보수다. 40% 지지를 받는 것은 허구다. 몇 가지 네거티브 공격을 하면 금방 무너진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당에는 30% 초중반의 지지층이 있다. 평상시 지지층이 이완돼 20% 초중반에 머물러 있지만 선거 때가 되면 자동으로 30%대로 회귀한다’는 것이다. 이런 잘못된 가설로는 우리 당이 정국 주도권을 쥐기 어렵다. 우파를 공격하거나 우파 어젠다에 끌려가서는 중도층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없다.”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 당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려면 야당으로서 고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수권 정당으로서 각종 현안에 국민이 수긍할 만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먼저다. 유권자는 이념이 아니라 정당의 태도와 문화, 결정의 공고성, 신속성, 일관성을 모두 본다. 거기에 우리 당이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강력한 원내정당으로 제 몫을 해내야 한다. 원내에서 여당보다 더 많은 이슈와 정책으로 국민의 시선을 붙잡아야 한다. 그동안 그러질 못했다. 처음엔 무관심하더라도 (연구원에서) 의미 있는 보고서를 지속적으로 발표하면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처럼, 우리 당은 국민이 인정할 만한 비전과 정책을 꾸준히 제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연구원이 축적한 성과를 적절한 시점에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해서 우리 당의 자산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리더의 몫이다. 그런 점에서 역량 있는 리더를 세우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다.”

    갈등재냐, 보완재냐

    ▼ 곧 차기 지도부를 선출할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다. 누가 적임자라고 보나.

    “누구든 (당 대표에) 출마하려는 분은 ‘나는 이렇게 준비돼 있다. 앞으로 당을 이렇게 이끌어 성공하겠다’는 확실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민 원장은 차기 새정연 당 대표로 누가 적임자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다. 다만 ‘성장과 복지, 남북관계 등 대한민국이 당면한 여러 문제에 대해 명쾌하게 자신만의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이 차기 당 대표감이라고 강조했다.

    ▼ 새정연은 늘 계파 갈등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우리 당 안에는 다양한 생각과 노선, 정파가 공존한다. 심지어 ‘진보’ ‘중도진보’ ‘중도’라고 자신의 정파를 등록하자는 얘기까지 나왔다. 한 정당 안에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는 것은 정당이 민주적이고 근대화했다는 방증일 수 있다. 새누리당 안에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원희룡, 남경필 같은 소장파도 있고, 극우적 언행을 보이는 이도 있다.

    그런데 국민은 새누리당의 스펙트럼이 다양한 것은 갈등재로 보지 않고 보완재로 본다. 적절한 시점에 다양한 목소리가 정리돼서 하나로 가니까. 그런데 우리는 정리를 잘 못하다보니 (국민이) 보완재로 보지 않고 늘 갈등재로 인식한다.”

    ▼ 원인을 알면 그에 맞는 처방을 할 수 있을 텐데.

    “강경파든 온건파든 다양한 당내 목소리를 하나로 끌고 갈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둘째로는 (당의) 문화를 바꿔야 한다. 집단지성의 힘으로 의견을 모으는 의총은 필요하다. 하지만 ‘의총 만능론’에 빠지면 곤란하다. 과거와 달리 지금 우리 당 의총에서는 상대방(새누리당)이 아니라 내부를 향해 포를 쏘는 경우가 많다. 과거 의총에서는 상대 진영을 향한 얘기를 주로 하고, 내부적으로 할 얘기가 있으면 당 지도부를 찾아가거나 전략 단위 회의 혹은 소규모 간담회에서 소화했다. 그런데 지금은 의총에서 모든 것을 퍼붓는다.”

    ▼ 내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또다시 친노 등 특정 계파가 주도권을 잡는 것 아니냐는 당 안팎의 우려가 있다.

    “어느 계파에 무슨 한계가 있다고 얘기하면 지금까지 내가 극복하자고 한 당의 내부 갈등이 재연되고 만다. 지금은 우리 당 전체가 어떻게 국민 신뢰를 회복할 것이냐를 놓고 고민할 때다. 어떤 집단을 싫어하는 이유가, 원래부터 그 집단이 싫어서일 수도 있겠지만, 자꾸 패배하니까 더 싫어하게 된 것일 수도 있다. ‘누구 싫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성공할 준비는 돼 있나. 어떻게 성공할 거냐’를 묻고 따져본 뒤 판단해도 늦지 않다.”

    ▼ ‘박근혜 정치’를 넘어서려면 새정연은 앞으로 어떤 정치를 해야 할까.

    “박 대통령이 국민의 절반을 갈라 지지율을 관리하는 정치가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정치가 아닌 것처럼, 우리 당도 박근혜 정치를 비판해서 지지율을 끌어올리려 해서는 선거에 이길 수 없다. 우리의 목소리를 내고 국민으로부터 우리의 비전과 정책을 인정받아야 성공할 수 있다. 2017년 대선에서 우리 당이 집권할 수 있도록 연구원에서는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과 비전을 차곡차곡 만들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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