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호

재건축 사업에서 90% 이익 환수? 사업 말란 얘기

‘13만+α’ 공급? 헛구호·헛발질

  •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changmoo@hanyang.ac.kr

    입력2020-08-1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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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쪽선 개발이익 90% 환수, 또 한쪽선 ‘임대벨트’

    • 부동산114 “내년 서울 입주 물량 2만5000호”

    • 서울 그린벨트 보호 위해 경기·인천 녹지 개발해 온 前史

    • 훼손된 그린벨트 개발해 외곽 택지 개발 줄여야

    • 미래세대 위해 보존? 現청년세대는 서울 선호↑

    • 재건축 사업에서 90% 이익 환수? 사업 말란 얘기

    • 공공임대주택, 지자체와 갈등 해소 쉽지 않아

    • 서울 중심지 ‘똘똘한 한 채’ 욕구 인정해야

    8 · 4 대책 주요 신규 택지
대상지인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전영한 동아일보 기자]

    8 · 4 대책 주요 신규 택지 대상지인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전영한 동아일보 기자]

    최근 발표된 ‘8·4 공급대책’이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난맥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도 실효성이 퇴색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공재건축 용적률 상향에 따른 기대수익률 90% 이상을 환수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는 공공재건축에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다. 경기 과천시와 서울 마포구는 ‘임대벨트’가 되기 싫다고 반대의사를 표했다. 어디서부터 단추를 잘못 꿴 것일까.

    내년 서울 입주 물량 2만5000호 그칠 것

    8월 8일 경기 과천시 중앙공원에서 과천시민광장 사수 대책위원회가 ‘청사유휴부지 주택건설 반대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뉴스1]

    8월 8일 경기 과천시 중앙공원에서 과천시민광장 사수 대책위원회가 ‘청사유휴부지 주택건설 반대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뉴스1]

    사실 문재인 정부는 수도권 등에서 공급과잉 논란이 빚어질 때 주택시장을 인계받았다. 박근혜 정부 시기 주택 시장이 회복하면서 건설사들은 인구축소기 이전 마지막 기회로 판단하고 저마다 분양 물량을 쏟아냈다. 2014년 이전 15만 호 미만이던 수도권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이듬해 27만 호로 급증했다. 비(非)아파트 거주단위 물량을 포함하면 43만 호로 유사 이래 수도권에 쏟아진 가장 많은 인허가 물량이었다. 이후에도 20만 호 이상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이어졌다. 수도권을 두고 ‘공급 부족’이라고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됐다. 

    범위를 서울시로 좁혀보자. 노무현 정부 시절 5만~6만 호 수준을 유지하던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세계금융위기 이후에는 3만~4만 호 수준을 유지했다. 여기에는 도시재생에 방점을 찍은 박원순 전 시장의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아파트 25만 호 건립이 가능하던 393개 재개발구역을 해제했다. 과도한 다이어트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재건축 규제가 강화됐다. 2017년 말 재건축부담금 유예기간 종료를 앞두고 재건축 인허가가 몰렸다. 7만5000호의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반짝’ 쏟아졌다. 어찌 됐든 서울시의 경우 2013년 이후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충분히 증가하지 못했다는 점이 수도권 전반의 상황과 다른 점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입주 물량은 2만5000호에 그칠 전망이다. 

    한편 주택 멸실 물량은 2만 호 수준을 유지하다 2016~2017년부터 급격히 늘어 4만 호 수준을 넘어섰다. 이어 2018~2019년 3만 호 남짓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 중 아파트 멸실 물량도 1만 호 내외를 유지했다. 따라서 수요자의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의 경우 연간 2만~3만 호의 순증이 발생했을 뿐이다(*평균 인허가 물량 3만~4만 호에서 평균 멸실 물량 1만 호를 제외한 수치). 세간의 예상보다는 아파트 재고 증가가 많지 않았다는 게 현실이다. 



    한국은 인구축소기를 앞두고 있다. 전체 인구의 절반이 거주하는 수도권의 주택 수요는 향후 어느 정도 수준일까. 통상 주택 수요라고 하면 새로 지을 필요가 있는 주택의 양인 연간 신규주택수요를 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연간 필요한 주택수의 증가량에 멸실되는 주택수와 적정 공가율(空家率·전체 집 중 빈집의 비율)을 가산해 산정된다. 

    주택 수요를 추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그중 가장 직접적인 정보는 장래 가구수 변화다. 인구통계학의 관점에서 가구란 독립적인 주거공간을 공유하는 집단이다. 주택시장에서는 가구수가 늘어나는 만큼 주택 재고 증가가 요구된다. 지난해 통계청의 특별 장래가구추계 자료와 이 장래가구추계에 반영되지 않은 외국인 가구를 반영하면 수도권의 연간 가구수 증가분은 2020년 16만 가구에서 2030년 8만 가구로 감소세를 보일 전망이다. 

    반면 주택 멸실량은 2020년 6만 호에서 2030년 7만 호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공가율 5%를 반영한 신규주택수요는 2020~2030년 23만~15만 호 수준(시간 순)을 유지할 전망이다. 이렇듯 수도권 전체의 수급 상황을 고려하면 과거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고 주택 공급이 부족하리라고 볼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서울 아파트값 독주 체제의 원인

    그런데 왜 2016년 이후 서울의 아파트값 독주가 시작됐을까. 서울 아파트의 가격변동이 경기도와 차별화하기 시작한 2016년을 기점으로 몇 가지 정책 변화가 있었다. 우선 2015년 9·2 주거안정대책의 일환으로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가 완화됐다. 이어 2016년 8월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분양가 통제가 시작됐다. 뜨거워진 분양시장을 통제하기 위한 규제 강화가 골자인 11·3대책이 발표됐다. 여기까지가 박근혜 정부 시기 일련의 정책 변화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급등세로 전환했다. 같은 해 8·2 대책에는 시장이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런데 2018년 1월 1일 재건축부담금 유예 중지를 앞두고 급등세로 전환했다. 같은 해 9·13 대책까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6개월 동안 서울 아파트값이 무려 30% 급등했다. 안타깝게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포함한 8·2 대책은 서울이 아닌 경기도와 지방광역시의 집값 안정세를 유도했다. 

    8·2 대책 뒤 종합부동산세 강화 및 강력한 다주택자 대출규제를 도입한 9·13 대책이 등장했다. 당시 대책은 6개월에 걸쳐 가격 하락세를 촉발했다. 그러나 이후 다시 급등세로 전환했는데, 문제는 풍선효과 탓에 서울만이 아닌 경기도와 지방광역시가 함께 상승세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그 뒤 도입된 12·16 대책을 비롯해 현시점까지 숨 가쁘게 추가된 일련의 대책 역시 시장에서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이는 서울의 고용 중심지에 인접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도 상승과 신규 아파트 공급 위축에 대한 우려 혹은 기대가 결합해 만들어진 현상이다. 그 과정에서 비공식적인 형태로 이뤄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와 재건축 규제 강화도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 결과 문재인 정부 4년차가 된 지금 시점에서는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감소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전·월세 시장에 대한 불안이 또 다른 심각한 부작용을 빚고 있다. 

    고용 중심지 주변에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안이 있을까. 이명박 정부 당시 장기간 서울 아파트 시장의 안정을 이끌어낸 동력은 고용 중심지 인근 훼손된 그린벨트를 활용한 정책이었다. 불행히도 7월 20일 문 대통령은 “그린벨트를 미래세대를 위해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존해 나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그린벨트와 관련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런데 대안으로 제시된 태릉골프장이 결국 또 그린벨트였다. 

    코미디 같은 이야기지만 이번 사태로 우리가 그린벨트라고 뭉뚱그려 이야기하는 땅이 얼마나 다양한 면모를 갖고 있는지 오롯이 드러났다. 그 안에는 인위적으로 그어진 선인 개발제한구역이라는 기준이 없어도 보전될 산지가 대부분이다. 지형상 개발이 가능한 땅의 상당수는 비닐하우스가 차지하고 있다. 그 외에는 군사 용도 땅이 많다. 학교도 있고, 공공기관도 있다. 논란이 되는 태릉골프장의 경우 양호한 녹지로 잘 관리되고 있는 편이다. 주민에게 어메너티(amenity·쾌적함을 주는 장소)를 제공하는 곳으로 판단하면 녹지보다 훨씬 가치가 높다. 그럼에도 지금 필자에게 강남 주변의 훼손된 그린벨트를 개발하겠느냐, 태릉의 골프장을 개발하겠느냐고 물으면 여전히 강남의 훼손된 그린벨트를 택할 것이다.

    수도 그린벨트 지키는 대신 경기·인천 녹지 개발

    7월 16일 서울 서초구 개발제한구역 내에서 본 내곡동 보금자리 주택단지. [홍진환 동아일보 기자]

    7월 16일 서울 서초구 개발제한구역 내에서 본 내곡동 보금자리 주택단지. [홍진환 동아일보 기자]

    그린벨트의 목적은 도시 난개발 확산을 방지하고 도시 주변 자연환경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그린벨트가 서울 대도시권의 비지적(飛地的) 현상(도심 외곽으로 도시 성장이 확산하는 현상)을 방지한 게 아니라 외려 비지적 현상을 초래한 원인이 됐다. 결국 경기나 인천의 양호한 ‘허파’인 녹지와 농지를 활용하는 것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경기와 인천의 양호한 녹지와 농지가 서울의 고용 중심지 주변 훼손된 ‘허파’를 지키는 대가로 개발됐다. 

    이번에도 그린벨트는 미래세대를 위해 남겨둬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었다. 그러나 기다려온 그 미래세대가 인구축소기에 접어들고 있다. 그들은 과거 세대에 비해 맞벌이 부부일 가능성이 높다. 즉 육아와 일의 병행으로 직장과의 접근성이 더욱 절실해진 당사자가 현재와 향후의 청년세대다. 앞으로 서울 대도시권도 일본 도쿄에서 겪고 있는 현상처럼 도시축소기를 조만간 겪게 될 것이다. 

    더는 늦출 때가 아니다. 도심 근처에 비록 훼손됐지만 개발에 적합한 그린벨트를 활용해 도시 외곽 택지 개발을 조금이라도 줄여야 한다. 이를 통해 많은 사람이 짧은 거리를 출퇴근하게 해야 한다. 도시축소기에는 외곽 택지개발지구들이 공동화 현상에 빠지게 돼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 있다. 그린벨트 활용은 이 같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유효한 대안이기도 하다. 

    강남 그린벨트 개발과 관련한 또 하나의 논란이 있다. 로또 분양으로 투기 광풍이 불 것이라는 우려다. 하지만 로또 분양은 그린벨트 개발로 인한 결과가 아니라 분양가 통제 탓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공급 초기 분양시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공급 확대를 만들어내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다.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공급대책이 초기부터 시장가격 안정에 명확한 효과를 발휘한 전례가 있다. 이명박 정부 시기 강남권 그린벨트를 해제해 진행한 보금자리주택 공급이다. 보금자리주택의 가장 큰 특징은 공공분양을 포함해 분양 비중이 이전 공공사업들에 비해 높았다는 점이다. 당시 보금자리주택은 2008년부터 논의가 시작돼 2009년 중반 사전청약, 2011년 초반 본 분양, 2012년 입주 등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전체 보금자리주택 계획물량 중 강남권 물량은 2만5000호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 시장 효과는 명확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상승세로 전환된 서울시 및 강남4구 아파트 가격이 2009년 후반을 정점으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지수 기준). 그런데 그 뒤 지방의 아파트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는 2009년 이후 서울의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거시적 요인이 아니라 국지적인 수급 요인에 의해 발생했다는 점을 방증한다.

    논란 없이 공급될 수 있는 물량 손꼽아

    이후 약간의 상승세가 이뤄진 서울 아파트값은 본분양이 시작된 2011년 초 이후 하락세로 전환됐다. 그 뒤 2013년까지 15% 넘는 하락세를 유지했다. 당시 건설업계에서는 보금자리주택으로 민간 건설업체의 경쟁력이 훼손된다고 판단해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이렇듯 적잖은 논란이 있었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주택을 싸게 공급하는 정책의 효과는 서울 아파트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주효했다. 

    따라서 현재 팽배한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의 불안은 공급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 같은 현실을 인정한 후 내놓은 정책으로 간주된 것이 이번 8·4 공급대책이다. 그러나 8·4 대책이 발표되자마자 실망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13만 호+α라고 야심만만하게 내놓은 공급량 중 논란 없이 공급이 진행될 수 있는 물량은 손에 꼽을 정도다. 

    가장 큰 논란인 공공재건축과 공공재개발 물량뿐 아니라 신규택지 물량도 해당 지자체와의 갈등이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다. 정부는 신규택지 공급 물량 중 많은 비중을 할애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고자 한다. 어느 나라에서나 공공임대주택은 님비(NIMBY·지역 이기주의) 시설이다. 한국 사람들이 특별히 마음이 독해 반대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공공임대주택은 기왕의 주거지보다는 택지개발지구에서 건설이 많이 이뤄졌다. 공공임대주택은 하루아침에 우격다짐으로 지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충분한 시간과 설득 과정을 통해 주민들의 합의를 얻어내야 한다. 

    공공재건축도 홍남기 부총리의 ‘90% 개발이익 환수’ 공언으로 그 추진력을 잃었다. 그렇다면 공공이 합리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재건축 개발이익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정비사업 주체인 조합원의 관점에서는 어떤가. 

    이에 대한 답은 성공한 정비사업이 거둔 사후 수익률의 최소 수준일 것이다. 과거 이자율이 높던 시기 재개발의 경우, 연간수익률로 해석할 수 있는 내부수익률(*예측한 미래에 순수익을 실현하리라 가정했을 때, 일정 금액의 투자에 대한 수익률. 내부수익률이 이자율보다 높으면 투자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의 최소치가 20% 수준이었다. 2000년대 이후 정비사업의 경우 10% 수준이다. 4~5년간 진행되는 정비사업은 수익률이 적잖게 보장돼야 진행할 수 있다. 이런 재건축 사업에서 개발이익의 90%를 환수하겠다고 선언하면 하지 말라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

    왜곡된 시각

    8·4 대책 역시 시장을 다스리고 채찍질할 대상으로 보는 비틀린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 부동산 관련 입법 과정 및 공급대책 발표 과정에서 정책 결정자들의 왜곡된 시각이 유난히 많이 드러났다. 

    서울시내 정비사업의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점은 한 가닥 희망의 빛으로 여겨진다. 처음부터 정부가 정비사업 활성화로 정면 돌파했더라면 어땠을까. 끝없는 풍선효과와 계층 간 갈등의 확산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개발이익 환수에 대한 욕심을 조금 접고 공공이 앞장서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버려야 한다. 그렇게 정비사업이 진행돼야 정부가 원하는 공공임대주택 공급도 현실화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창무
    ● 1963년 출생
    ● 서울대 도시공학과 학·석사,미국 Univ. of Pennsylvania도시 및 지역계획학 박사
    ● 한국부동산분석학회 회장,국토교통부중앙도시계획위원회 위원
    ● 現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 저서 : ‘한국 주택시장의새로운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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