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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 삼표 레미콘 공장 이전 곳곳 ‘잡음’

“이제 와서 나가라니 싸울 수밖에”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서울숲 삼표 레미콘 공장 이전 곳곳 ‘잡음’

  • ●서울시 서울숲 주차장 용도변경 후 매각해 공장부지 매입
    ●주차장엔 고층 건물 들어설 예정…“주차‧교통난 심각”
    ●A 교수 “市가 성형시켜서 땅 장사하는 격”
    ●입주민·건설사 “개발 기준도, 일관성도 없다”
    ●성동구 “궁여지책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레미콘 근로자들 “차량 대부분 할부…거리 나앉을 판”
    ●‘고용대책 마련’한다던 市 “민간 일자리를 왜 우리가…”
    ●“토지공개념 핵심은 생존권…박 시장 票 의식하나”
    ●서울시는 밀어붙이기, 근로자들은 투쟁 준비
    ●시의회 역할 주목, 올해 말까지 변경 고시
    ●근로자 고용 문제, 주차‧교통난 해결부터 ‘목소리’
2017년 10월 당시 서울숲 및 삼표산업 성수공장 위치도. [서울시 제공]

2017년 10월 당시 서울숲 및 삼표산업 성수공장 위치도. [서울시 제공]

조선 태종이 ‘왕자의 난’으로 왕위에 오르자 격노한 태조는 함흥에서 2년 간 머무르다 한양으로 돌아왔다. 태조는 뚝섬에서 자신을 맞을 차비를 하던 태종에게 분노의 활을 겨눴다. 그 화살이 기둥에 꽂혔다고 해서 뚝섬은 ‘살곶이벌’로 불렸다. 

뚝섬은 서울 성수동, 자양동, 구의동 일대 한강 북안(北岸) 저지대를 일컫는다. 지하철 2호선 한양대역과 성수역 사이에 뚝섬역이 있다. 한강과 중랑천에 둘러싸여 섬처럼 보여 둑도, 혹은 독도라며 섬 대접을 받았다. 한자로 둑(纛)은 배달국 14대 왕인 치우 천황을 상징한다. 조선시대 뚝섬은 군대사열을 하는 군사시설이었으니, 이곳에 군신(軍神)인 치우 천황 사당이 있었던 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한때는 경마장과 눈썰매장이 있었고, 오늘날에는 한강공원과 서울숲이 조성돼 시민 공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 곳에서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성동구는 지난 3월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 안’ 열람공고를 내고, 구의회 의견 청취와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을 거쳐 5월 6일 서울시에 변경 결정을 요청했다. 알짜 부지인 현재의 서울숲 주차장 부지(1만9600㎡, 소형 117면, 대현 12면 주차가능)를 민간에 팔아 생긴 돈으로 인근 ㈜삼표산업 성수공장(레미콘 공장, 2만8804㎡)을 매입해 문화공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이 뼈대다. 서울시는 시의회 의견청취와 관련부서 협의, 도식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올해 말까지 도시관리계획 변경 결정을 할 예정이다.

‘용도변경’ 해 재원 마련한다는 서울시

서울숲 주차장 부지와 삼표산업 성수공장. 서울시는 주차장 부지를 용도변경한 후 민간에 매각하고, 성수공장 부지를 구입할 계획이다. [서울시 제공, 지호영 기자]

서울숲 주차장 부지와 삼표산업 성수공장. 서울시는 주차장 부지를 용도변경한 후 민간에 매각하고, 성수공장 부지를 구입할 계획이다. [서울시 제공, 지호영 기자]

삼표 성수공장은 1972년 공유수면매립을 통해 조성된 부지 위에 1977년 완공됐으며, 현재까지 수도권 레미콘 공급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공장 땅은 IMF 외환위기 등으로 인한 경영난으로 당시 인천제철(현대제철 전신)이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건물주’ 삼표산업은 ‘땅주인’ 현대제철에게서 지상권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이 일대가 신흥 부촌으로 개발되면서 43만㎡의 서울숲과 한강 조망은 이 지역 아파트 분양가를 평당(3.3㎡) 5000만 원대로 끌어올렸다. 분당선 서울숲역과 2호선 뚝섬역이 있는 초역세권이 됐다. 따라서 지역 국회의원과 구청장은 혐오시설로 인식된 성수공장 이전을 주요 선거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이전 압박은 점점 커졌다. 결국 2017년 10월 18일 서울시와 성동구, 삼표산업, 현대제철은 2022년 6월까지 삼표 성수공장을 이전하기로 협약을 했다. 서울시는 이 공장을 이전·철거하고 부지에 문화공원을 만들겠다는 구상인 것이다. 



2017년 협약 체결 당시 서울시의 설명은 이렇다. 

“성수동 삼표레미콘 부지 철거는 지역 최대 숙원사업이었다. 박원순 시장이 일자리대장정(2015년 10월)에서 처음 공장 이전을 약속했고, 이후 관계기관과 수차례 실무협의를 진행했지만 이해관계 등으로 난항을 거듭했다. 2년간 시의 오랜 설득과 지역구 의원들의 적극적인 협력, 또 올해(2017년) 1월부터는 현대제철과 삼표산업 측의 적극 협조가 더해져 성수동 공장 이전·철거에 최종 합의에 이르게 됐다…(중략)…2022년 6월까지 공장 철거가 완료되면 부지는 도시재생을 통해 공원으로 탈바꿈, 미완의 서울숲을 완성하게 된다.”(2017년 10월 19일 보도자료, “성수동 레미콘 공장 ‘22년 6월까지 철거 확정, ’공원화‘ 본격화”) 

도심 속 레미콘 공장 이전은 이 지역의 오랜 숙원사업이었고, 원만하게 협약을 맺어 이전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몇 가지 짚어야할 문제가 있다. 우선 자연녹지지역인 주차장 부지를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종상향)해 매각한 뒤 그 대금으로 삼표공장 부지를 매입한다는 점이다. 

업계는 이 부지가 대략 4000억 원 가량으로 추산한다. 부지가 민간에 매각되면 신축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가 공원으로 조성하려는 부지 중 국·공유지를 제외한 현대제철 부지(2만2777㎡) 감정가는 약 3500~4000억 원 가량. 매입가는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공원 공사비와 부대설비 등 수백억 원이 더 투입된다. 5000억 원 이상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보니 시민들이 이용하는 주차장을 용도 변경해 비싸게 팔겠다는 것이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초 이 주차장 부지는 현대제철 땅(삼표공장 부지)과 대토(代土) 방식을 추진했으나 현대제철 측이 개발 여력이 없다고 해 궁여지책으로 민간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며 “매각한 주차장 부지에는 30층(고도 110m) 정도의 건물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서울시는 “주차장 부지를 용도변경하지 않으면 땅 가치가 확연히 떨어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작은 주차장 이용 편의와 상대적으로 넓은 면적의 성수공장 공원화라는 가치 중에 공원화가 더 가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서울숲인가 성수동숲인가”

6월 2일 서울숲 주차장은 평일에도 이중주차를 해야 할 정도로 차량이 많았다. [지호영 기자]

6월 2일 서울숲 주차장은 평일에도 이중주차를 해야 할 정도로 차량이 많았다. [지호영 기자]

서울의 한 대학 도시공학과 A 교수는 ‘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주차장 부지를 용도변경해 민간에 매각한다는 것은 땅에 화장을 하는 게 아니라 아예 성형을 시켜 팔겠다는 편의주의적 발상으로 보인다. 용도변경으로 미래 고층 건물이 들어설 테니 그 비용을 받겠다는 거 아닌가. 도시계획시설 입안·결정, 사업실시계획인가는 공익과 사익 이익형량(충돌하는 기본권의 법익을 비교·판단해 결정하는 것)을 해야 하고, 행정주체(행정청)는 반드시 이익형량을 고려해야만 한다. 지나치게 한쪽으로 이익이 쏠리면 안 된다. 예를 들어 주차장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공익, 주차장에 고층 건물을 지었을 때 인근 주거단지 주민들의 이익과 서울숲을 찾는 이용객들의 주차 이익 등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 고층 건물이 들어섰을 때 바로 옆에 세워지는 고층 건물 입주민들의 조망권 침해 정도와 공익적 측면 등 다각도로 확인해야 한다. 또한 서울숲은 이름 그대로 ‘성수동숲’이 아니라 서울시민 전체가 이용하는 공원이다. 서울시민에게 불편함을 주는 식으로의 도시계획은 일반적이지도 않다. 대법원 판례도 마찬가지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6. 4.28 선고 2003두 11056 판결 등)에 따르면, 행정주체가 도시관리계획을 입안·결정할 때 이익형량을 전혀 하지 않거나 이익형량 고려 대상에 마땅히 포함시켜야할 사항을 누락한 경우, 또는 이익형량을 했으나 정당성·객관성이 결여된 경우에는 설치계획 결정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본다. 

한 가지 더 짚어야할 문제는 교통‧주차난이다. 이곳은 주말이면 서울숲 이용객들로 인근 강변북로 진출로와 용비교가 통제될 정도로 교통 혼잡이 극심하다. 주차를 하려면 1~2시간은 대기해야할 정도로 주차난도 심각한다. 실제 기자가 찾은 6월 2일에는 평일임에도 주차장에 이중 주차를 해야 할 정도로 이용객들로 붐볐다. 여기에 인근 갤러리아 포레와 서울숲 트리마제, 올해 말 입주를 앞둔 대림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건설 중인 부영호텔 등 초고층 건물이 들어섰거나 속속 지어지고 있는데다, 인근에 성수전략정비구역 개발에 맞춰 아파트 재개발 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주차장 부지에 30층 건물이 들어설 경우 교통난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市 “삼표-현대제철이 풀어야할 문제”

6월 2일 서울숲 전경. [지호영 기자]

6월 2일 서울숲 전경. [지호영 기자]

성동구도 이 일대교통·주차난 탓에 172억 원을 들여 서울숲 북쪽 성수동 1가 685-63 일원에 유수지 복개공사를 통해 1만3395㎡의‘뚝섬유수지 공영주차장 건설사업’(425면 규모)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주차장은 서울숲 북쪽 끝에 위치한 탓에 주거지와 상가 등을 지나야 공원 접근이 가능하고, 숲 중심지인 공원관리사무소를 기준으로 도보 15~20분이 소요된다. 현재 주차장은 서울숲 공원 대부분을 5분 내외로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좋다. 주차장을 팔아 공장 부지를 공원으로 만들고 다시 주차장을 짓는 ‘돌려막기’를 하는 셈이다. 서울시는 향후 서울숲 동서남북 네 곳에 지하주차장을 만들어 차량을 분산 재배치 한다는 설명이지만, 이 지역 입주민들과 건설사들의 행정 불신은 팽배하다. 

“이 지역을 개발할 때에 이미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교통량을 예상하고 인허가를 내줬는데 이제 와서 재원을 마련한다고 주차장 부지를 판다니 황당할 따름이다. 주차장 부지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기존 입주자들의 교통 불편과 조망권 침해는 누가 책임지는가. 개발 기준도, 일관성도 없다.” 

또 하나의 문제는 삼표 성수공장 근로자 및 레미콘 차량 운전자 500여 명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2017년 체결한 이전협약서에는 ‘2018년 1월 31일까지 성수공장 이전에 대해 서울시 등 각 당사자들이 후속 협약을 체결’하기로 돼 있다. 그러나 이는 이행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업지역에서 대체 부지를 찾다보니 서울시에서는 부지 찾기가 어려워 수도권 인접 공업지역 20여 곳을 검토했는데 레미콘 공장이 혐오시설로 인식돼 마땅치 않았다”고 했다. 또한 “삼표와 (땅 소유자인) 현대제철이 협약을 맺어 이 문제를 해결해야지 서울시가 직장까지 알선해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2017년 10월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장 이전·철거를 2022년 6월 30일까지 유예한 것은 성수동 공장이 이전할 대체부지를 추가 검토하고, 공장 근로자 및 레미콘 차량 운전자 등에 대한 대책마련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삼표산업 성수공장 신강현 성수 레미콘 운송협동조합 이사장(성수공장 비대위원장)의 설명은 이렇다. 

“레미콘 공장은 관청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지자체에서) 인·허가를 안 내어 준다. 그래서 서울시에 상생(相生)하자는 의미로 선진국처럼 레미콘 공장을 지하화하자고 제안했는데 특혜라고 하더라. 대체부지를 찾지 못해 지상은 숲으로 하고, 공장을 지하화하자는 게 왜 특혜인가. 그런데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삼표산업 책임이라고 떠넘긴다. ‘너희 문제는 너희들이 풀어라’고 압박한다. 성동구도 구내에서 대체부지가 없다고 서울시와 얘기하라고 한다. 그러니 레미콘 운전자 200여 명을 포함해 500여 근로자들은 할 수 있는 게 없다. 

레미콘 차량 운전자들은 대부분 1억 2000~1억 3000만 원인 차량을 할부로 구입해 운행한다. 다른 레미콘 공장으로 가라고 하지만 다른 곳에도 이미 다른 근로자들 물량을 할당받고 있다. 이 곳 공장이 사라지면 모두 거리에 나앉을 판이다. 이전협약서에도 협약 당사자들(서울시, 성동구, 현대제철, 삼표산업)이 2018년 1월 31일까지 추가 협약을 체결하도록 돼 있는데 지금까지 이행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나가라고만 하면 우리로서는 싸울 수밖에 없다. 

평소 토지공개념을 강조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묻고 싶다. 공개념 핵심은 ‘토지가 생존권의 기반’이란 건데 성수공장 사례를 보면 앞뒤가 맞지 않다. 생존권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전·철거만 강조하는 건 표를 의식한 정략적 의도이자 모순의 극치다.”

공장 근로자 생존권 마련부터

그의 말처럼 협약서 4조(후속 협약 체결)는 “각 당사자는 2018년 1월 31일까지 성수공장의 이전‧철거 및 토지의 감정평가, 이행담보 등의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추가 협약을 체결한다. 또한, 현대제철과 삼표산업은 위 기간 내 성수공장의 이전‧철거에 따른 보상에 대해 별도 추가 협약을 체결한다”고 돼 있다. 이를 두고 서울시와 성동구는 두 회사가 먼저 이전 관련 협약을 마무리하면 행정 절차를 지원해준다는 의미이고, 근로자 생존권 문제는 회사가 책임져야할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삼표산업 관계자는 ‘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지자체마다 레미콘 시설을 ‘혐오시설’로 인식해 대체 부지를 마련할 수 없고, 직원들과 레미콘 운전자들의 생존권도 달려있어 이전을 할 수도, 철거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협약 체결과 후속약정 미체결에 대해서는 우리도 할 말은 많지만 다 말할 수 없는 처지”라고 했다. 

이제 이 문제는 서울시의회로 공이 넘어갔다. 서울시도 시의회 의견청취와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통해 이익형량 문제를 따져본다는 계획이다. A교수는 “용도변경을 해서 땅을 파는 문제에 대한 면밀한 법적 검토와 근로자들의 생존권, 주차·교통난과 인근 입주민들의 불만 등에 대해 시 의회 차원의 심도 있는 대책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두 회사(삼표산업, 현대제철)가 ‘죽어도 못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게 아닌 만큼 협약 당사자들이 대체부지 마련과 근로자 고용문제 등에 대해서도 숙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동아 2020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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