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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학 석학’ 서진영 “核무장 협박이 북핵 해결 지름길”

“냉철한 실용주의…美中 신뢰 바탕 ‘복덕방 외교’ 펼쳐야”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중국학 석학’ 서진영 “核무장 협박이 북핵 해결 지름길”

  • ● 美中 핵심이익 따져 흥정 붙이는 ‘복덕방 중개외교’
    ● 경제로 얽힌 G2가 결별? 정치인들 레토릭(수사)일 뿐
    ● 文 균형외교? 19세기 영국처럼 우리가 판세 바꿀 수 있는가
    ● 中은 전쟁으로 문제 해결하는 데 익숙한 나라
    ● 북한은 이제 중국의 핵심이익…朴 ‘망루외교’ 반대한 이유
    ● 美日 협력으로 만들어진 韓, 한미동맹 유지하고 中은 동반자
    ● 韓中 관계 유지 필요하지만 中 품속으로 들어가면 자멸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발효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 논란, 화웨이 등 중국 기업 규제 등으로 미중(美中)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중국이 7월 1일 남중국해에서 군사훈련을 진행하자, 미국은 해군 7함대 2개 항공모함 타격단을 급파해 인근에서 합동 작전훈련을 실시하는 등 군사적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양국 핵심 인사들의 설전도 점입가경이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7월 7일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세계 유일 초강국이 되려고 하는 중국이 미국의 최대 장기적 위협”이라고 주장했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틀 뒤 “현재 미국의 대중(對中) 정책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잘못된 전략을 기반으로 하면서 반중 정서와 매카시적(반공주의) 편견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맞받았다. 우리 정부 역시 미·중 갈등에 따른 안보·경제 불확실성에 대응해 학계·경제계 인사들과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는 등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서진영(77) 고려대 명예교수(사회과학원장)는 “미·중 충돌은 구조적 측면에선 필연적 사건이며, 우리는 두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자 역할을 할 수가 없다”며 “냉정한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두 강대국의 신뢰를 얻는 ‘복덕방 외교’가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서 교수는 국내 중국학 개척자이자 국내 최고 중국 전문가로 꼽힌다. 미국 워싱턴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김영삼(YS) 정부에서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이명박 정부에선 한중전문가공동연구위원회 한국 측 위원장을 맡았다. 고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이 이끌던 사회과학원 원장도 맡고 있다. 

현재의 슈퍼파워 미국과 미래의 슈퍼파워 중국의 격돌은 역사적 권력 이동 과정일까. 두 고래싸움에 낀 대한민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7월 9일 서 교수와 서울 충정로 신동아 인터뷰 룸에서 마주 앉았다.

“‘中 협력=美 이익’ 시대 끝났다”

- 일시적으로 봉합된 듯 보이던 미·중 갈등이 홍콩보안법 발효와 대만 문제 등으로 2라운드에 돌입하는 듯하다. 미·중 갈등의 핵심은 무엇인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에 대한 감정과 인식이 달라졌다. 미국의 주요 정책 결정자들뿐 아니라 여론도 바뀌었다. 물론 전임 오바마 정부 때에도 중국을 향한 경계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중국과 함께 가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그 조류가 바뀌고 있는 거다. 과거보다 대립적이고 상호 충돌위험까지 포함하는 위험 상황으로 가고 있다.” 



-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때문인가. 

“공화당 정권 차원의 문제라기보다는 미국의 국가이익 차원에서 봐야 한다. 중국의 부상으로 미국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국을 경쟁자, 심지어 적대 세력으로 보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을 잠재적 경쟁자에서 실질적 경쟁자로 인식하고, 심하게는 중국과 관계를 단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는 중국과의 협력이 미국의 국가이익이라고 보는 시대는 끝났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미·중뿐 아니라 세계의 질서 변화를 촉발하고, 우리의 국가이익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철저한 분석과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 

-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 

“구조적 측면에선 필연적이다.” 

- 필연적이다? 

“인류 역사를 보면 강대국의 흥망성쇠는 주기적이었다. 중국이든 독일이든 신흥 강대국은 나타나게 돼 있다. 문제는 그 과정이 얼마나 치열하고 격렬한가, 그리고 파워시프트(power shift·권력이동)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이건 사회과학자들의 영원한 고민이다. 미국이 유일한 ‘슈퍼파워’로 존재하던 시대는 사실 1989년 (동구권 붕괴) 전후 10여 년이었다. 그게 오히려 비정상적이었다. 해가 뜨면 지는 것처럼 초강대국의 지위는 시간이 지날수록 약화될 수밖에 없다. 파워시프트 자체를 없앨 수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미·중 갈등은 중국의 경제 발전으로 인한 국제사회 ‘재등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미국은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경제이익을 얻었고, 그게 미국의 국가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중국의 개혁개방을 지원했다. 결국 중국은 고도성장을 이뤘고, 이제 강대국의 바탕을 되찾았다. 강대국이 된 중국이 자국의 국제적 지위와 역할을 과거처럼 미국에 복종하고 이익에 순응하는 데서 찾을 리 만무하다.”

‘밴드왜건’과 ‘균형외교론’

북한을 국빈 방문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6월 20일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을 국빈 방문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6월 20일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 그렇다면 우리의 선택지는 뭐가 있을까. 

“미·중 갈등 상황에서 한국뿐 아니라 주변 국가들이 어떻게 ‘포지셔닝’을 하느냐가 중요한데, 사실 우리나라는 굉장히 취약한 처지다. 이론적으론 몇 가지 선택지가 있다. 가장 선명한 것은 소위 ‘밴드왜건’(유행에 따라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 현상. 편승효과)이다. 둘 중 ‘위너’라고 생각하는 쪽에 착 달라붙어 ‘올인’하는 거다.” 

지난 6월 3일 특파원 간담회에서 이수혁 주미 한국대사는 “우리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서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이제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국가라는 자부심을 갖는다”고 했다. 이 대사의 발언 3일 뒤 미 국무부는 “한국은 수십 년 전 권위주의를 버리고 민주주의를 받아들였을 때 이미 어느 편에 설지 선택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 이 대사 말처럼 우리가 선택할 수도 있는 문제인가. 

“이 대사의 말은 일종의 ‘밸런싱(균형)’ 선택지인데, 우리가 양측의 중재자나 균형자,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거다. 이는 어느 한쪽에 ‘올인’하지 않고, 이슈나 상황에 따라 한 나라를 지원할 수 있다는 균형외교론인데, 문제는 우리가 균형자가 될 수 없다는 게 함정이다. 균형자가 되려면 19세기 영국처럼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이 한국을 자신의 세력으로 끌어들임으로써 판세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미·중 경쟁 속에서 세력균형의 밸런서(balancer·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는가? 따라서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범위는 무척 협소하지만 선택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 선택 가능성은 뭔가. 

“현재 미·중 관계를 일부에선 신(新)냉전이라고 하고, 냉전처럼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하지만 나는 다르게 본다. 앞으로 전개될 미·중 패권 경쟁은 과거 냉전처럼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시대도 아니고, 그런 시대가 될 수도 없다. 이 지점에서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미·중은 패권적 경쟁을 하면서 적대적 감정을 노출하고, 심지어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미·중 관계의 디커플링(결별)이 필요하다는 강경론자도 있다. 그러나 가능하지 않다. 미소(美蘇)·미중 패권 경쟁은 결정적으로 다르다. 미소는 서로 다른 체제로, 정치·경제·이념적으로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소련이 망해도 미국이 피해 볼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미·중은 다르다. 경제 측면에서 보면 떼어낼 수 없는 상호의존적이다. (7월 1일) 홍콩보안법 발효로 미국은 홍콩에 부여하던 관세 혜택 등 특별지위를 박탈하겠다고 압박했지만 중국은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이다. 미국의 홍콩 포기로 미국도 엄청난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홍콩 한 곳도 그러한데 미국은 중국 경제, 세계경제와 맞물려 있다. 그런데도 미국이 중국을 떼어낸다? 떼어낼 수는 있지만 그러면 미국은 죽는다. 이런 관계를 무시하고 미·중이 완전히 결별할 수 있다는 것은 정치인들의 레토릭(수사)이다. 특히 미국은 선거 때나 사안이 생기면 중국을 몰아붙이고, 그러면서도 실질적으로 자국 이익과 관련해서는 중국에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실질적 국가이익 측면에서 미국은 중국과 대결하는 상황을 계속 견지하거나 적대시하지 못한다. 그 지점에서 우리가 중개자 역할을 할 여지가 있다. 미·중 사이의 ‘복덕방 외교’ 말이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는 ‘복덕방 외교’

- 복덕방 외교? 

“고상한 말로 ‘중개외교’다(웃음).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는 말처럼, 복덕방으로 성공하려면 매수자나 매도자 모두의 눈높이를 맞춰야 하고, 신뢰를 쌓아야 계속 거래할 수 있다. 앞서 지적했지만 이때에도 제일 중요한 것은 프래그머티즘(pragmatism), 실용주의다. 내가 세계 역사를 주도하는 게 아니라면 나의 호불호를 너무 드러내지 않으면서 냉정한 현실적인 안목으로 미국과 중국의 이익을 따져야 한다. 그리고 두 번째 중요한 것은 집을 여러 채를 계속해서 거래해야 한다는 거다. 그러려면 매도·매수자 모두의 믿음이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결정적으로 중요한 포인트다. 냉정한 실용주의와 두 강대국으로부터의 신뢰.” 

- ‘복덕방 외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하나. 

“정직하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집을 파는 사람이든 사는 사람이든 양쪽에 전하는 말이 다르면 나중에 다 드러난다. 한 번 ‘딜’이 돼도 두 번은 안 된다. 내가 불리한 것도 솔직하게 얘기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과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가 불거졌을 때, 우리는 미·중 양측의 눈치를 보다가 모두 신뢰가 흔들린 경험이 있다. 당시 중국에는 왜 사드가 필요한지 솔직하게 얘기하고, 중국이 반대해도 우리 생존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중국에 최대한 피해 안 가도록 배치하겠다고 해야 했다. 나는 (2009년 한·중전문가공동연구위원회) 한국 측 위원장을 할 때 중국 인사들에게 ‘한미동맹, 한미관계에 중국이 영향력을 미치려고 하지 말라’고 했다. 한미동맹은 중국이 개입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솔직하고 분명하게 말했다.” 

- 중국 측 반응은 어땠나. 

“중국 측은 ‘그럼 중국과 북한의 관계도 이해해 달라’고 했다. 그래서 서로 인정했다. 우리는 북한 문제로, 중국은 미국 문제로 서로 공격하지 않았다. 만약 중국이 한국을 잘 꼬드기면 한국이 미국의 품속에서 뛰어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한국에 대한 속내가 굉장히 복잡해진다. 반대로 우리가 중국이 말만 잘하면 북한이 세계 무대로 나올 거라고 생각하면 중국에 대한 환상이 커진다. 상대방 핵심이익에 대해선 솔직하고 정직한 인식이 중요하다. 양측이 한국을 믿고 거래할 수 있는 외교가 중요하다.” 

- 남중국해를 둘러싼 주변국과의 문제나 최근 인도군과의 충돌을 보면 중국의 행동은 무척 거칠다. 주변국들이 반중(反中)으로 돌아서면 오히려 중국의 핵심이익을 해치는 게 아닐까. 

“그렇다. 거친 측면이 있고, 중국의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하다. 중국은 국력에 걸맞은 대외 행동을 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몸집은 커졌는데 어릴 때의 작은 옷을 입은 격이다. 다만 우리도 중국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가 있다. 중국은 평화주의 국가라는 거다. 중국학자나 외교관들은 중국이 전쟁을 벌인 일은 없다며 평화주의자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분쟁사례에 대한 강대국의 개입 빈도에 관한 여러 연구를 보면 1950~70년대 국가 간 분쟁에 개입한 사례가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이고 두 번째는 중국이었다. 미국은 슈퍼 파워이자 세계경찰을 자처하니 여러 분쟁 지역에 개입했다, 그런데 중국이 개입한 분쟁의 3분의 2는 자국의 영유권 분쟁 때문이었다. 캐나다, 멕시코가 이웃인 미국과 달리 중국은 14개 국가와 국경선을 맞대고 있다. 그리고 중국은 수천 년간 1년에 한두 건의 전쟁을 벌였다는 통계도 있다. 늘 전쟁을 치르고, 문제가 있으면 전쟁으로 푸는 데 익숙한 나라라는 걸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중국의 북한에 대한 두 가지 시선

- 서 교수 말대로, 6·25전쟁(1950), 중·소 국경분쟁(1969), 중·월(베트남)전쟁(1979) 등 중국의 주변국에 대한 패권적 행태는 상당히 거친 모습이었다. 

“그렇다. 중국이 ‘피스 러빙 컨트리(Peace-loving country·평화를 사랑하는 나라)’라는 신화는 중국 스스로 만든 신화다. 그런 면에서 보면 중국이 대외적으로 거친 모습을 보이는 건 이상한 게 아니다. 그렇다고 미국은 늘 ‘젠틀’한가? 사실 이러한 거친 외교는 강대국의 일반적 행태다. 그런 중국을 믿을 수도 없지만 무턱대고 비난할 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강대국들이 늘 하는 대외 행동인데 중국이 한동안 조용했던 것은 약소국이었기 때문이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7년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사실상 중국의 일부였다(Korea actually used to be a part of China)”라고 한 사실이 알려졌고, 6·25전쟁에 대해서도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했다. 2016년 사드 배치 결정 후에는 한국 단체 관광을 제한하는 등 보복조치를 취했다. 아무리 강대국의 패권적 외교라고 해도 이웃 나라에 대한 이러한 인식과 언행은 중국이 과연 한국에 친구인지, 적인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그렇다. 2002년부터 시작한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이 결정적이었다. 중국이 한반도의 역사를 무시하고 한반도 역사를 자기네 역사로 편입시키려고 하는 걸 보고 한국민에게 ‘중국은 믿을 수 없구나’ 하는 인식을 심어줬다. 어떻게 보면 동북공정은 중국에 대한 환상을 깨준 측면도 있다. 중국의 시진핑은 중화민족주의라는, 미국 트럼프는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라는 포퓰리스트 내셔널리즘(대중영합적 민족주의)을 추구한다. 한국 정치도 비슷하게 이러한 위험한 단계로 가고 있다.” 

- 그럼에도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국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중국에서 북한에 대한 인식이나 태도는 다양하다. 그중 북한은 중국과 특수 관계여서 북한을 지지해야 한다는 전통 우호 라인이 있다. 또 북한이 중국의 개혁개방이나 발전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중국을 난처하게 한다고 보는 국제파의 시선도 있다. 이들은 북한을 껴안을 게 아니라 정상국가로 만들어 국가 대 국가로 가자고 한다. 국제파는 중국이 북한을 ‘합리적으로 관리’한다고 하고, 더 나아가 중국이 한반도 통일을 대비해 한국과 함께 동아시아 질서 재편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2013년 주석에 오른 시진핑 집권 전반기만 해도 북한보다는 한국과의 관계가 좋았다. 그런데 북핵 문제가 제기되고,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등장하면서 곤혹스러워졌다. ‘차이나 패싱’이 일어난 거다. 중국 시각으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직접 상대하려고 하고, 남북한은 자기들끼리 교류하니 숟가락 얹을 곳이 없었다. 게다가 사드 처리 과정에서 남북한 모두와 관계가 나빠지니 중국 지도부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 전통 우호 라인의 목소리가 커진 건가.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팍 뛴 거다. 북한은 경제적 동반자 나라가 아니라 전략적 동맹국이어서 포기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니 (2019년 6월) 시진핑이 중국 최고 지도자로서 (1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하고, 북·중은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북한이 중국의 핵심이익이 됐으니 북한을 포기하라고 하는 건 이제 헛된 꿈이다. (2015년 10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우방국들 반대를 무릅쓰고 중국 인민해방군 열병식에 참석해 천안문광장 망루에 오르게 한 동인(動因)도 중국이 남북한 문제나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서달라는 거였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가 내게 ‘망루외교’에 관해 자문하기에 굉장히 반대했다.” 

- ‘망루외교’에 나서더라도 중국은 북핵 해결에 나서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나. 실제 2016년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중국의 적극적 개입을 기대했으나 중국 시 주석은 박 대통령과의 핫라인 전화 통화를 거부했는데. 

“그렇다. 중국은 우리의 기대대로 해줄 수 없으니까. 결국 망루에 오른 호의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없었다. 한일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2년 8월) 독도를 방문한 뒤 한일관계는 급랭했다. 감정적으로 외교를 처리하는 건 위험하다.”

북한의 안정과 비핵화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 중국은 (1993년) 1차 북핵 위기 이후 한반도 평화와 안정, 비핵화, 대화와 협상 3원칙을 줄곧 강조했고, 2016년 공식적으로 쌍중단(북핵 미사일 실험 중단과 한미 군사훈련 중단),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논의 동시 추진)을 강조했다. 동시에 중국은 시 주석 표현대로 ‘힘이 닿는 한’ 북한을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실제 식량과 의료 물자도 지원했다. 중국은 북핵 폐기, 북한 체제 변화를 원치 않는 거 아닌가. 

“과거 중국의 핵심 목표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북한의 안정이다. 북한이 붕괴하거나 한미 영향력 아래로 편입되는 것을 막는 것이고 두 번째가 비핵화였다. 논리적으로 보면 한미중 3국은 비핵화를 통한 북한 체제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공통된 인식이 있었고, 이는 6자회담 기본 틀이었다. 여기에 북한이 순응했으면 문제는 풀렸을 거다. 그런데 북한 핵심부의 주장은 정반대였다. 비핵화는 북한 체제 안정이 아니라 불안정화를 가져왔고, 핵이 안정이라고 인식했다. 모든 게 틀어졌다. 6자회담이나 북·미 정상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중국은 북핵 동결로 북한 체제가 안정된다고 보는 거 같다. 이는 북한과의 접합점이고, 문재인 정부도 원하는 바이지만 문제는 미국이 이를 받느냐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3차 북·미 정상회담은 트럼프가 이를 받아들인다는 사인이 나오면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 우리도 핵 무장을 해야 하는가. 

“북핵 해결의 지름길 중 하나는 우리가 핵무장한다고 ‘협박’하는 거다. 이렇게 되면 미국과 중국이 북핵을 묵일할 수 없다. 한국이 핵무장에 나서면 일본, 대만이 달려들 거고, 그렇게 되면 가장 큰 손해는 중국이 당한다. 중국의 국가이익에 위협이 생기는 거다. 그렇다고 중국이 앞장서서 북한의 비핵화를 만들어낼 수도 없다. 그런데 북핵 동결 선에서 마무리된다면 이는 북한 외교의 대승리가 된다.” 

-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미국이 1990년대 초에 북한과 수교를 해줬으면 한반도 냉전 구조가 해체됐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을 만들어놓은 것은 미국의 핵정책”이라고 주장했는데. 북핵은 결국 미국 탓이라는 인식이다. 

“형식 논리로는 미국이 북한을 위협하니 북한은 체제 보존을 위해 핵을 보유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 부의장은 현실적으로 북핵을 인정하고 그대로 살자는 얘기인지 속내를 모르겠다. 중요한 건 북한이 핵을 갖든 안 갖든 21세기 파워시프트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어떻게 관계를 설정해 나가느냐다. 앞으로 50년 동안 미국과 관계를 단절하고 중국의 품속으로 들어간다면 한국의 국가이익에 부합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50년 뒤 중국이 슈퍼파워로서 미국을 대체하지는 못한다고 본다. 따라서 중국과의 관계를 잘 풀어야지만, 그렇다고 중국적 질서 속으로 들어가는 건 자멸이다.” 

-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우리 사회구조가 미국과 일본의 협력관계에서 만들어졌다. 깊은 정을 나눌 만한 동지 관계로 가기에는 중국이 변하든지 우리가 변하든지 해야 한다. 따라서 미국과 동맹 관계는 상당 기간 견지하면서 중국과는 동반자 외교로 나아가야 한다. 실제 중국 사람들도 미국이 우리 뒤에 있어서 중국이 한국을 만만하게 대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과거 이명박 정부 때 한중위원회에서 느닷없이 중국 측이 우리 국방부와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한·중 관계에서 군사적 이슈는 굉장히 민감해 서로 얘기하기를 꺼린다. 어떤 의도로 군부와 접촉하려는지 알아봤더니 중국이 군부 개혁을 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작전계획과 편제를 개편하는데 미국 군부의 편제나 작전계획을 알고 싶어 했다. 한국이 미국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 거다. 한국을 통해 미국의 작전계획을 알고 싶었던 거다. 미국과 일본은 우리가 가진 패(牌)이자 중국의 과도한 영향력을 견제하는 카드였다. 문재인 정부가 일본을 소외시킨 것은 가장 어리석은 외교였다.”



신동아 2020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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