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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용산역, 불광동, 삼성동에 반값아파트 짓자”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오세훈 “용산역, 불광동, 삼성동에 반값아파트 짓자”

  • ●文부동산 정책 몽둥이로 시장 이기려는 좌파 DNA
    ●이재명은 호도의 달인…국민 속이고 있다
    ●‘하후상박 안심소득’이 이재명 ‘기본소득’보다 우월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7월 8일 서울 마포대로 한복판. 그가 화려하게 부활했더라면 기자는 마포대교로 직진해 여의도로 향했을 터다. 방향을 돌려 강변북로에 들어선 지 어림잡아 40여 분. 어느덧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가닿는다. 대로 인근 건물에 ‘오세훈 법률사무소’라는 글자가 아스라이 보인다. 붉은색으로 아로새겨진 그의 이름이 금방 전투를 끝냈다는 인장(印章)처럼 느껴진다. 보수의 풍운아(風雲兒)는 이곳에서 와신상담(臥薪嘗膽)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오세훈(59) 전 서울시장은 “패배의 충격을 추스르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4·15 총선에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석패했다. 그가 기록한 5만1464표(47.8%)는 광진을에서 보수정당이 기록한 최다 득표다. 그는 “요즘 분발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오 전 시장은 반값 아파트, 핵개발 검토론, 안심소득 등 휘발성 강한 정책을 연이어 쏟아냈다. 하나하나 차기 대선 화두로 떠오를 만한 이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를 화제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김종인 비대위의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박한 점수를 주고 싶지는 않습니다. 변화의 바람을 내부 동력으로 일으켰으면 더 좋았겠죠. 비대위는 외부 전문가를 통해 어려운 일을 해치우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하고, 저도 동참해 변화하는 당의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그 기회가 비대위 체제 출범으로 원천 봉쇄됐죠. 그런 본질적인 한계가 있습니다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속담도 있듯이 제가 생각했던 방향으로 김종인 비대위라는 통로를 통해 가고 있어요. 후한 평가를 하지 않을 수 없죠.”

“김종인, 전반적으로는 잘하지만…”


-통합당이 당명과 당 색깔을 바꾼다고 합니다. 이름·색깔 때문에 패배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건 뭐 바꿔도 되고, 안 바꿔도 됩니다. 음식이 맛있어야 길게 볼 때 식당 장사가 잘됩니다. 간판과 인테리어의 디자인이 훌륭해도 그 효과는 음식 맛이 없으면 한 달을 못 가죠. 정당도 마찬가지죠.” 



-김 위원장의 존재감이 상당한데요. 반면 원내에서는 수세에 몰리는 모습입니다. 

“의석수 분포가 103석 대 180석입니다. 저항조차 힘에 겨운 수준의 수적 열세입니다. 다만 걱정스러운 점은 있었어요. 법사위원장이 절대적인 수적 열세에 있는 야당으로서는 압도적인 다수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유효 적절한 수단인 건 분명합니다. 그렇더라도 협상에서 원하는 바를 관철하지 못했다고 반항하듯 다른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아버린 건 길게 보면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에요. 그 과정에서 김종인 위원장이 이게 결과적으로 다음 대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씀하셨어요. 그분이 전반적으로 잘하시지만, 경륜에 비추어 볼 때 조금 경솔한 실수가 아닌가 싶어 우려스러웠어요.” 

-잘못이 있으면 여당 책임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취지였을 텐데요. 

“좋게 해석하면 그런 생각이겠죠. 그래서 걱정하는 겁니다. 정치공학적이죠. 정부·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국민이 준 힘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마음가짐이 더 바람직하지 않겠습니까?” 

이와 관련해 오 전 시장은 7월 7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강연에서 “통합당이 다음 대선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다고 한 근거가 무엇인가요. 

“문재인 정부 들어 상위 20%와 하위 20% 간 소득격차가 커졌습니다. 집 갖고 있는 사람의 재산은 훨씬 늘었고, 부동산 가격이 앙등하는 바람에 집 갖지 못한 사람들은 큰 박탈감에 빠져 있어요. 대북 정책이나 탈원전 정책을 잘했다고 볼 수도 없죠. 그럼에도 통합당은 못 미덥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야당이 빈사 상태에 빠졌어요. 무능하고 오만한 정부가 압도적 힘을 갖게 됐다는 사실을 국민이 지켜보기 시작했어요. 무능과 오만을 유능과 겸손으로 대체하지 못하면 다음 선거에서 국민은 여당을 향해 회초리를 들 겁니다. 단, 우리가 대체재로서의 능력을 입증해야겠죠.” 

-김 위원장이 “당 밖에 꿈틀거리는 대선주자가 있다”고 해서 화제가 됐는데요. 

“그분의 탁월한 능력입니다. 보수진영 주자들이 지금 도토리 키 재기식 지지율을 얻고 있습니다. 올망졸망하다는 표현이 맞겠죠. 이 와중에 김 위원장의 ‘말의 정치’ 덕분에 우파진영의 대선주자가 누구냐를 놓고 끊임없이 설왕설래가 이어져 주목이 이쪽으로 왔어요.” 

언론에서는 김 위원장이 염두에 둔 후보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윤석열 검찰총장, 홍정욱 올가니카 회장 등을 꼽았다. 

-김 위원장이 “당 밖”이라고 규정하니 서운하진 않았나요. 

“지금 제가 서운해야 할 계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언급되는 주자들이 다 무대 위에 등장했으면 좋겠어요.”

“윤석열은 진정한 의미의 칼잡이”


-통합당의 대선 경선판에 말인가요. 

“통합당의 경선판이면 더 좋겠지만, 그분들이 불편하시면 우리가 모시러 나가야죠.” 

-당 울타리를 허물고 경쟁할 수 있다는…. 

“그렇죠. 울타리를 허물고 열린 무대에서 한판 축제와 같은 경쟁의 장을 펼쳐보자는 겁니다. 그렇게 탄생하는 주자라야 지금까지 압도적 지지를 확보하고 있는 여당 주자와 해볼 만한 상황이 되지 않겠나 싶어요.” 

-윤석열 총장이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3위를 한 결과가 나왔는데요. 

“그분은 누구건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칼끝을 겨눌 수 있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칼잡이’라고 할까요. 검사다운 검사라는 점에서 국민이 높은 점수를 주고 계신 거죠. 또 탄압받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가고 있잖아요. 탄압받는 약자에게 마음이 가는 게 인지상정이죠.” 

이 대목에서 오 전 시장은 “아직 정치인으로서의 지지도는 아니라고 표현해야 정확할 것”이라면서 이렇게 부연했다. 

“윤 총장이 정치인으로서 훌륭한 자질을 갖고 있을 수도 있어요. 다만 그동안 김황식 전 총리, 반기문 전 사무총장, 안철수 대표, 황교안 전 대표 등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갑자기 정치권에 등장한 분들이 계시잖아요. 그분들의 등장과 소멸의 역사를 국민이 염두에 두고 계십니다. 그런 학습효과가 앞으로 어떻게 작동할지가 관전 포인트죠.” 

-장외 주자를 ‘모시러 나갈 수 있다’고 했는데, 윤 총장도 대상이 될 수 있겠네요. 

“저는 굉장히 훌륭한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이 클라이맥스로 향하고 있습니다. 

“제가 오늘 안치환 씨에 대해 페이스북에 글을 하나 썼습니다.(*7월 7일 안 씨는 진보 권력 내 기회주의 인사들을 비판한 신곡 ‘아이러니’를 발표했다.) 마지막을 이렇게 마무리했습니다. ‘좌파진영이 부럽다. 안치환이 있어서, 진중권이 있어서.’ 문재인 정권은 윤석열이 있어서 고마운 거 아닌가요? 추 장관과 문 대통령은 그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아요.” 

-김종인 위원장은 윤 총장이 문 대통령에게 가장 충성스러운 사람이라 하더군요. 

“저와 보는 시각이 같겠죠. 안치환, 진중권 같은 분들이 단단히 소금 노릇을 하니 좌파진영이 도매금으로 외면받는 일이 지연되는 거예요. 좌파진영에 ‘대깨문’(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자)만 있으면 정말 빠른 속도로 허물어질 겁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윤 총장은 문 대통령에게 충신 중의 충신이죠.”

‘이명박·오세훈 시절’의 반값 아파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부동산 값을 잡기 위해 서울에 반값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고 했다. [조영철 기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부동산 값을 잡기 위해 서울에 반값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고 했다. [조영철 기자]

화제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돌릴 때다. 오 전 시장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다. 그는 “부동산 정책을 펼쳐본 전직 서울시장의 경험을 담아 정부에 충언하고 싶다”고도 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서울 집값이 계속 오르자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은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후분양제 등 파격적인 ‘3종 세트’를 내놓은 바 있다. 

-최근 반값 아파트 공급을 주장했던데요. 

“이명박 정부 때 토지임대부 분양을 통해 이미 한 번 공급이 됐어요. 땅의 소유권은 LH공사를 통해 정부에 남겨두고 건물만 판 겁니다. 강남 한복판에 주변 시세의 3분의 1 가격으로 공급했어요. 또 하나 가능한 반값 아파트는 토지까지 다 분양한 형태입니다. 제가 시장 시절 했던 방법이에요. SH공사를 통해 최대한 원가를 절감한 겁니다. LH나 SH는 땅을 수용할 권한을 갖고 있어 부지를 싼값에 매입합니다. 집을 지어 싸게 공급하라고 그런 권한을 준 겁니다. 그런데 매입한 땅을 대형 건설사에 매각해 왔어요. 

거기서부터 문제가 생깁니다. 주변에 비싼 아파트가 있다고 그에 육박하는 값으로 대형 건설사에 팔면 아파트 원가가 높아지죠. 건설사는 또 이익을 붙일 텐데, 아파트값이 싸질 리가 있겠습니까. 제가 역발상을 했습니다. 수용한 땅을 대형 건설사에 팔지 말고 직접 시공하든지, 집 짓는 것만 건설사에 맡겨 원가를 최대한 줄여보라고 지시했어요. 거기다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니 주변 시세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공급이 가능했죠.” 

예나 지금이나 집값 폭등의 진원지는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이다. 오 전 시장이 소개한 반값아파트 대상 지역은 강남구 세곡동과 서초구 우면동이었다. 이와 관련해 진보 성향 시민단체인 경실련의 김헌동 부동산건설개혁 본부장은 지난해 12월 30일 유튜브 채널 ‘오세훈TV’에 나와 “오 전 시장은 택지를 싸게 공급해 싸게 분양할 수밖에 없도록 해 서울 집값을 안정시켰다”고 호평했다. 오 전 시장이 말을 이었다. 

“3.3㎡당 3000만 원대의 가격이 형성돼 있는 지역 바로 옆에 3.3㎡당 1000~1500만 원 정도 분양가로 공급할 수 있다는 게 입증된 겁니다. 그렇게 분양된 아파트가 장지지구와 발산지구에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오세훈 시장 시절 아파트값이 전혀 오르지 않았어요. 제 임기 때는 외려 약간 떨어졌어요.” 

이에 대해 김헌동 본부장은 7월 13일 ‘조선비즈’ 인터뷰에서 “송파구 장지지구에 지은 아파트 원가는 780만 원이었다. 분양가는 1020만 원이었고, 당시 주변 시세는 2500만 원이었다. 발산지구의 분양가는 650만 원이었는데 원가는 580만 원이었다. 서울시가 계속 아파트를 싼값으로 공급하니 민간 아파트의 분양 가격도 같이 떨어졌다”고 했다. 

오 전 시장은 “반값 아파트를 서울에 공급해야 효과가 난다”며 몇 군데 예시를 제시했다.

“인간 욕망 부정하는 헛발질 정책”

오세훈 전 시장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을 놓고 “헛발질”이라고 표현했다. 사진은 6월 23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동, 대치동 전경.  [뉴스1]

오세훈 전 시장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을 놓고 “헛발질”이라고 표현했다. 사진은 6월 23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동, 대치동 전경. [뉴스1]

-서울 용산역 정비창, 불광동 질병관리본부, 삼성동 서울의료원 부지를 꼽았던데요. 

“용산에 2만 가구, 용적률을 높이면 3만 가구까지 들어갈 수 있어요. 저는 절반 이상은 공원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용산역 부지를 공원으로요? 

“그게 바람직한데, 이 정부가 이미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으니 반값 아파트를 하라는 뜻이에요. 서울의료원 부지에도 최다 3000가구까지 공급이 가능합니다. 질병관리본부 자리는 지금 서울시가 시민단체에 임대 주고 있어요. 은평구도 아파트 지어 공급하기를 바랍니다. 1만 가구 정도 공급할 수 있어요. 마음만 먹으면 서초구 롯데칠성 부지도 사들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부지가 사라지면 정말로 땅이 없어요. 이 기회를 놓치고 또 대형 건설사에 땅을 팔면 공급하는 효과가 없어요.” 

그는 “지금 1~2인 가구가 60%에 육박하는데, 재건축·재개발을 막아놓으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7월 7일 국토부 장관과 통화 한 번 하고 싶다고 말해서 화제가 됐던데요. 

“토론이라고 했는데, 자꾸 통화라고 기사가 나서…(웃음).” 

-어쨌든 연락이 왔습니까. 

“그럴 리가 없죠. 이미 국토부 공무원들이 대안을 제시했을 겁니다. 워낙 서슬 퍼런 정권이니 완곡하게 눈치 보며 이야기했을 수는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제안했을 겁니다. 그런데 고집 때문이건 정치적 목적 때문이건 거절했을 거예요. 하도 답답해서 ‘저 사람들 자존심 때문에 저런다’고 표현한 거예요.” 

-문 대통령은 김현미 장관을 불러 “종합부동산세 인상, 투기성 주택 보유자의 부담 강화” 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헛발질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인간은 욕망의 존재입니다. 경제적 판단을 하는 국민은 1원이라도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1원이라도 손해가 나면 안 합니다. 그런 마음을 읽고 물꼬를 터주는 게 현명한 정책입니다. 몽둥이와 회초리를 갖고 시장을 이길 수 없습니다. 스물한 번의 부동산 대책을 관통하는 원칙이 뭡니까. 계속해서 세금을 올리고 규제를 강화하는 겁니다. 실패하고도 본질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

“北으로부터 조롱에 가까운 반응 올 것”


-보유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올리는 게 효과가 없을 거라는 주장도 있죠. 

“상식을 갖고 판단해 보십시오. 효과가 있을지. 갑자기 증여가 늘고 있다고 하잖아요. ‘양도세 낼 바에 증여하지’라는 게 경제주체의 판단입니다. 그런 판단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을 수 있죠. 경제주체에 몽둥이와 회초리를 휘둘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게 좌파 정부의 DNA 같아요.” 

-북핵 ‘스몰딜’ 가능성이 거론되는데요. 하노이 회담 때 미국이 북한에 요구한 ‘영변+알파’를 유지하면서 북한이 낮은 수준의 조치를 수용하면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는 겁니다. 

“스몰딜 가능성을 높다고 보지도 않지만, 그걸 해서는 된다 안 된다 논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렇죠. 

“북한 김정은의 입장은 분명합니다. 국제사회를 향해 우리가 핵을 가졌다는 사실을 인정하라고 부르짖고 있는 겁니다. 스몰딜은 우리에게 재앙과도 같습니다. 미국이 스몰딜을 할 리도 없습니다. 저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그 카드가 도움 되리라고 생각지 않아요. 미국 국민이 북한과 스몰딜 했다고 주지 않을 표를 줄까요? 희망 섞인 예측이고 분석이죠.” 

-박지원 전 의원의 국정원장 내정, 이인영 의원의 통일부 장관 내정을 두고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시그널’이라는 해석이 많은데요. 

“문재인 정부의 정말 애절하고도 처절한 메시지 전달이죠. 그러나 임기 끝날 때까지 효과를 내기 어려울 거예요. 북한은 지금 미국 대선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국정원장, 통일부 장관 바꾸고 화해의 손길을 내민다고 한들 돌아오는 건 아마 차갑고 무관심한, 어쩌면 조롱에 가까운 반응일 겁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박 전 의원의 원장 내정을 두고 국정원을 망치는 길이라고 말했던데요. 

“대통령은 지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겁니다. 임기 중 남북관계가 일보라도 진전했다는 평가를 역사로부터 받고 싶겠죠. 그러나 첫 단추를 잘못 끼웠어요.” 

-첫 단추라 하면…. 

“전략적 모호성을 무기로 협상에 임해야 했어요. 북핵을 폐기하지 않으면 우리도 핵 카드를 쓸 수도 있다고요. 핵을 개발하겠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좌파진영에서 자꾸 제 의견을 왜곡하는데요. 우리가 미국과 협의해 전술핵을 재배치할 수도 있고, 혹은 나토식 핵 공유 프로그램을 가동할 수도 있죠. 곧 B61-12가 실전 배치됩니다.” 

오 전 시장이 언급한 B61-12는 미국이 핵무기 현대화 계획의 일환으로 양산을 추진 중인 개량형 저위력 전술핵폭탄이다. 지하 깊은 곳에 있는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어 ‘핵벙커버스터’라고도 불린다. 

“북한의 중요한 작전 지휘소는 전부 지하에 있어요. 벙커버스터가 전술 핵 중 가장 실효성 있는 무기예요. 그걸 우리 전투기에 달고 와서 목표 지점에 투하할 수 있는 협약을 체결하는 것이 나토식 핵 공유 프로그램입니다. 이런 대안이 있는데, 임기 초에 너무 쉽게 핵개발도 안 할 것이고, 전술핵 재배치도 안 할 것이라고 했어요. 전략적 모호성을 미리 포기한, 어떻게 보면 협상이라고는 평생 해보지 못한 사람처럼 협상에 임했어요.” 

이어 오 전 시장은 “이런 이야기를 하니 ‘호전적이다’ ‘미국과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자는 것이냐’는 식의 반응이 돌아왔다. 박지원 내정자는 ‘오세훈의 얘기는 바보 같은 소리’라고까지 말했다”고 했다. 

-박 내정자가 라디오 인터뷰에 나와서 그렇게 말했죠. 

“대한민국 정보기관 수장이라면 속을 알 수 없어야죠. 그분이 지나치게 한쪽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겁니다.” 

-박 전 의원을 통해 북한과 막후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 아닐까요. 

“많은 국민이 돈거래까지 의심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과거 그분이 대북송금 사건 때문에 고초를 치르셨는데, 그 이미지를 연상하지 않는다면 이상하죠. 인재풀이 바닥난 게 아니라면 더 이해할 수 없는 인사죠.” 

-이인영 의원은 “대북제재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그것을 통해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한 것은 한반도 평화”라고 강조했는데요. 

“이 의원한테 이렇게 묻고 싶어요. 당신이 말하는 평화가 북핵을 머리에 이고 있는 상태에서의 평화냐, 아니면 핵을 폐기시킨 진짜배기 평화냐고요.”

“국민 속이고 있는 이재명”


최근 오 전 시장은 ‘기본소득’을 주제로 이재명 경기지사와 방송 토론을 했다. 이 지사는 ‘신동아’ 7월호에서 “연 기본소득 20만 원에서 시작해 횟수를 늘려 단기 목표로 연 50만 원을 지급한 뒤 점차 늘려가자”고 했다. 이 지사가 제시한 기본소득의 최종 목표는 “월 50만 원”이다. 

-이 지사는 월 50만 원으로 기본소득을 차츰 늘려가자 합니다. 

“이 지사가 기본소득과 관련해 다종다양한 토론을 수십·수백 회 하다 보니까 아주 호도의 달인이 됐어요. 연 20만 원에 넘어가면 안 돼요. 월 1만6000원입니다. 웃음이 나오지 않으세요? 국민을 속이고 있죠. 장기적으로는 월 50만 원을 준다고 해요. 그러려면 300조 원이 필요합니다. 장기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서 불가능한 것을 호도하고 있죠. 참 솔직하지 못한 정치인입니다. 의미 없거나 불가능한 얘기를 정말 재주 좋게 하고 있어요.” 

대신 오 전 시장은 안심소득을 주창하고 있다. 골자는 기준소득(ex: 4인 가구 기준 연소득 6000만 원)을 정하고 그 이하 계층에 일정액을 차등 지급하는 것이다. 가령 연소득이 1500만 원일 경우, 기준 6000만 원과의 차액인 4500만 원의 절반(2250만 원)을 보전해 주는 방식이다. 같은 기준으로 연소득 4000만 원인 가구는 1000만원을 보전받는다. 가난한 계층일수록 더 많은 지원을 받는 구조다. ‘우파 버전 기본소득’으로 불린다. 오 전 시장이 말했다. 

“(중위소득 이하에) 하후상박으로 드리기 때문에 기본소득 범주에 들어가는 게 아니고 일종의 복지정책이죠. 최하위 20%에는 지금도 많은 현금 지원이 이뤄지고 있어요. 그것을 더 두텁게 하되, 곤란한 상황에 처한 국민께 필요 이상의 조건을 갖추라는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나눠드릴 수 있는 제도예요. 빈부격차를 해소할 수 있고, 근로의욕도 떨어뜨리지 않습니다. 지금은 예컨대 기초생활수급자가 월 50만 원을 벌면 소득이 복지 기준을 초과해요.” 

-그러면 국가로부터 지원을 못 받죠. 

“그러니까 숨어서 일하거나 일을 안 해요. 그와 무관하게 일정액을 보장받게 되면 일할 기회가 있을 때 더 적극적으로 나서죠. 경제정책으로서의 기능도 있어요. 긴급재난지원금 사례에서 보듯이 어려운 분들은 지원금이 나오면 바로 씁니다. 거기다 공무원이 할 일이 많이 줄어요. 이것저것 묻지 않고 소득수준만 계산해 하후상박 원칙에 맞춰 현금 지원하니 국세청만 일을 하면 됩니다. 복지부 인력은 반감시킬 수 있습니다. 작은 정부가 가능해지죠.” 

-안심소득에도 수십조 원의 재원이 필요할 텐데요. 

“정확히는 2023년 기준 53조 원입니다. 다음 대선 이후에나 시행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2023년을 상정했어요. 그중 11조 원은 원래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주어지는 7가지 급여 중 3가지를 폐지해 그 예산을 전용해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42조 원이 남죠. 계산해 보니 지금도 매년 30조 원 이상 복지예산이 늘어나고 있어요. 2023년이 되면 90조 원이 늘게 돼 있어요. 이 중 절반도 안 되는 돈을 어려운 분들에게 쓰자는 거예요. 증세할 필요도 없어요.” 

-구도는 과거 ‘보편복지 vs 선별복지’와 비슷한 것 아닌가요. 

“보편은 선이고 선별은 악처럼 전제해서 비교하면 저쪽 프레임에 걸려 들어가죠. 복지는 원래 경쟁 대열에서 뒤처진 분들을 보듬기 위해 생겨난 겁니다.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안심소득을 주장하는데 또 똑같이 나눠주자 하면 그거야말로 바보스럽죠.” 

-안심소득을 채택했을 때는 2023년 이후에도 증세할 필요가 없나요. 

“자연증가분 정도로 해결할 수 있죠.” 

-김종인 위원장이 안심소득에 관심을 가졌다고 하던데요.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죠. 김 위원장은 제가 보기에 별 대책 없이 기본소득을 질렀어요. 정교하게 마련된 대안은 나중에 알고 보니까 없더라고요. 속마음을 들여다보니까 아마도 청년기본소득 정도를 하려던 게 아니었나 싶어요. 지금 어려움을 겪는 청년층에 집중적으로 기본소득을 준다면 정치적으로는 굉장히 효과가 있겠죠. 청년뿐 아니라 50대 부모님들 지지까지도 견인할 수 있으니까요.” 

-안심소득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4차 산업혁명에 따라 비정규직과 실업자가 급증할 겁니다. 여기다 팬데믹까지 와버렸어요. 안심소득이 아니면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올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게 마침 김종인 비대위의 ‘기본소득’ 논의와 맞아떨어진 거죠.”

“뼈가 아프다”


오 전 시장은 두 차례 총선에서 패했다. 정작 그의 대권 지지율은 별반 내려가지 않았다. 인물난을 겪는 보수진영에서 그의 상품성이 아직 주목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선 출마 여부를 묻자 오 전 시장이 이렇게 답했다. 

“노력하는 과정에 있다고밖에 답변을 못 드리겠어요. 국회에 들어갔으면 하고 싶은 일이 몇 가지 있어요. 오늘 말씀드린 내용이 대부분이죠. 차질이 빚어진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인적자원의 저변을 넓혀야 하고, 정책은 디테일에서도 허술함이 없도록 준비가 필요합니다.” 

너무 세(勢)가 없는 게 아니냐는 아픈 질문을 덧붙이자 그는 “원내 진출 못한 게 뼈가 아프다”고 말했다.



신동아 2020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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