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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구글·아마존 + IMF가 주목한 회사, 스트라이크!

[잇츠미쿡]

  •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前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페이스북·구글·아마존 + IMF가 주목한 회사, 스트라이크!

  • ● ‘자산’ 아닌 ‘네트워크’로서 비트코인 주목
    ● 빠르고 안전한 저비용 거래
    ● 암호화폐 반대하는 IMF도 관심
    ● 결제 시스템에 부는 새 바람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낮은 거래 수수료가 장점이다. 스트라이크 앱을 활용하면 다른 수단보다 비트코인 거래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다. [잭 맬러스 트위터 캡처]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낮은 거래 수수료가 장점이다. 스트라이크 앱을 활용하면 다른 수단보다 비트코인 거래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다. [잭 맬러스 트위터 캡처]

1월 중순 어느 날 저녁 샌프란시스코의 한 음식점에 페이스북, 구글, 대형 금융투자사의 임원들이 모였다. 실리콘밸리 핀테크 회사 자포은행(Xapo Bank)의 웬시스 카사레스(Wences Casares) CEO가 주선한 이 모임은 잭 맬러스 스트라이크(Strike) CEO의 프레젠테이션을 듣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

스트라이크는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이용해 수수료 없는 해외 송금,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최근 실리콘밸리의 대표 기업들부터 국제통화기금(IMF)에 이르기까지 많은 기업과 기관의 주목을 받고 있다.

CEO 겸 창업자인 잭 맬러스는 경제지 ‘포브스’가 꼽은 ‘2021년 금융 분야 30세 이하 리더 30명’에 이름을 올린 청년 기업가다. 지난해 엘살바도르가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도입할 때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을 도와 해당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대학 입학 석 달 만에 중퇴한 후 코딩을 공부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됐다. 금융 사업을 하는 아버지를 통해 2013년 고등학생 때 비트코인을 접한 인연으로 비트코인 지불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트라이크를 창업했다. 이날 프레젠테이션 주제는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이용해 수수료 없이 빠르고 안전하게 돈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었다.

거래 수수료 ‘제로’에 도전한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낮은 거래 수수료가 장점이다. 스트라이크 앱을 활용하면 다른 수단보다 비트코인 거래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다. [잭 맬러스 트위터 캡처]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낮은 거래 수수료가 장점이다. 스트라이크 앱을 활용하면 다른 수단보다 비트코인 거래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다. [잭 맬러스 트위터 캡처]

라이트닝 네트워크 이전에 먼저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비트코인 거래 때마다 거래 기록을 담은 장부 전체를 통째로 업데이트하는 시스템이다.

비유를 하자면 이렇다. 한 마을에서 A와 B가 돈거래를 한다고 치자. 이때 거래 기록(장부)은 두 사람이 각각 한 부씩 보관한다. 이 경우 둘 중 누군가가 장부를 조작해 거짓말을 하면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 A가 B한테 돈을 받고도 안 받았다고 하거나, B가 돈을 주지도 않고 줬다고 우길 수도 있다. 둘 다 각자 갖고 있는 장부를 보여주며 자신의 말이 옳다고 주장할 것이다.



만일 A와 B가 거래하면서 마을의 모든 사람에게 장부를 한 부씩 나눠줬다면? 마을 사람들 과반수를 끌어들이지 않는 이상 장부를 조작해서 우길 수 없다. 비트코인은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장부를 업데이트하는 방식이다. 개인과 개인이 비트코인을 거래할 때 기록 조작이 불가능한 설계다.

제3자가 개입하지 않고도 거래의 신용을 담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점은 비효율성이라는 그림자를 갖는다. 소액의 비트코인 거래에도 그때마다 전체 네트워크 데이터를 통째로 업데이트하기 때문이다. 수수료와 거래 시간(비트코인을 한 지갑에서 다른 지갑으로 보낼 때 걸리는 시간)에 비효율이 발생한다.

비트코인 거래엔 평균 10분이 소요된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활용한 스트라이크 앱은 거래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다. [잭 맬러스 트위터 캡처]

비트코인 거래엔 평균 10분이 소요된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활용한 스트라이크 앱은 거래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다. [잭 맬러스 트위터 캡처]

사실 거액의 비트코인 거래에 수수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소액 거래엔 문제가 될 수 있다. 2달러어치 거래를 하는데 수수료가 2달러 이상 나올 수 있는 것. 또 갑작스럽게 거래가 폭주해 수수료가 치솟아도 문제다. 예컨대 60달러어치 비트코인을 보내기 위해 60달러의 수수료를 내야 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거래에 드는 시간도 마찬가지.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마켓캡(CoinMarketCap)에 따르면, 비트코인 거래에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10분 정도다. 커피 한 잔 사기 위해 10분을 기다려야 한다면 제법 난감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를 해결하고자 비트코인 개발자들이 만든 게 라이트닝 네트워크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와는 별도로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하나 더 설치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비트코인 소액 결제를 쉽게, 수수료 없이, 즉각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

방식은 이렇다. 자주 거래하는 특정인 간의 거래인 경우 매번 비트코인 네트워크 장부에 올리지 않는다. 여러 번 거래한 이후 한꺼번에 정산해 마지막 한 번만 장부에 올린다. 예컨대 A와 B 사이에 비트코인 거래를 100번 한다고 치자. 라이트닝 네트워크에서 100번의 거래가 이뤄지도록 한 다음, 최종 정산해 둘이 얼마를 거래했는지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전송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메인 네트워크에서 장부를 업데이트할 때 발생하는 수수료를 한 번만 내면 된다. 둘 사이에 수백 차례 거래해도 사실상 수수료 없이 거래할 수 있게 되는 것. 메인 네트워크에 주는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속도도 ‘라이트닝’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번개처럼 빠르다.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문제는 네트워크야!”

스트라이크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잭 맬러스. [잭 맬러스 트위터 캡처]

스트라이크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잭 맬러스. [잭 맬러스 트위터 캡처]

위의 내용은 맬러스가 2월 1일 비트코인 팟캐스트 ‘What Bitcoin Did’에 출연해 1월 중순 샌프란시스코 프레젠테이션에서 설명한 내용을 밝힌 것이다. 당시 그는 비트코인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이용한 해외 송금, 지불결제 서비스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고 한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은행 계좌 없이도 누구나 수수료 없이 해외 송금을 할 수 있고, 신용카드 거래 수수료를 내지 않고도 빠르고 안전한 지불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 그는 누구의 소유도 아니지만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더해 이러한 서비스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맬러스는 어마어마한 이용자를 갖고 있는 페이스북, 구글 같은 기업이 이런 송금 결제 서비스를 도입하면 당장이라도 세계 최대의 지불 서비스 회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때 누군가 페이스북이 그동안 추진해 온 암호화폐 디엠(Diem) 프로젝트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이렇게 답변했다.

“페이스북, 당신들은 잘못된 방식으로 하고 있는 겁니다. 왜 중앙은행과 경쟁하죠? 페이스북을 국가에 비유하면 약 40억 명의 시민이 있잖아요. 마크 저커버그는 지금 중앙은행을 만들어서 화폐를 발행하겠다는 건데, 어느 나라 중앙은행이 그걸 허용하겠어요? 페이스북은 (세계 최대의 송금 결제 기업) 웨스턴유니온하고 경쟁해야죠. 당신들이 결정하면 당장 내일이라도 웨스턴유니온을 끝장 낼 수 있어요.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도입하고 (페이스북이 소유한) 왓츠앱 메시지로 전 세계 어디로든 송금할 수 있게 하면 말이죠.”

맬러스의 프레젠테이션이 있고 1주일쯤 뒤인 1월 26일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프로젝트를 접기로 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가 나왔다.

IMF도 관심 갖는 라이트닝 네트워크

지난해 말 맬러스는 IMF 요청으로 IMF 임직원에게 온라인 강연을 했다. IMF는 가격 변동성이 심하다는 점을 들어 엘살바도르가 지난해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도입하는 데 반대했다. 엘살바도르가 법정통화로 비트코인을 도입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그런 IMF가 요청해온 강연의 주제는 놀랍게도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이용한 해외 송금이었다.

맬러스는 지난해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개별 국가 최초로 법정통화로 도입하면서 국민들이 비트코인 지갑(월렛)을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엘살바도르 국민이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비트코인 지갑을 사용하게끔 해 해외 송금 수수료를 줄이는 게 프로젝트의 목적 중 하나였다.

2020년 기준 엘살바도르는 해외에서 본국의 가족에게 한 해 동안 달러로 송금하는 금액이 60억 달러에 이른다. 60억 달러는 엘살바도르 1년 GDP의 23%를 차지하는 금액. 엘살바도르는 전체 인구의 70%가 은행 계좌를 갖고 있지 않다. 해외에서 송금할 때 웨스턴유니온 같은 송금업체를 이용한다. 웨스턴유니온 같은 업체를 이용해 송금하는 게 수수료를 줄일 수 있어 은행 계좌 보유자도 이를 즐겨 쓴다.

송금은 한 번에 최대 5000달러까지 가능하다. 큰 금액을 보낼수록 유리하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일하는 엘살바도르 사람이 웨스턴유니온을 통해 은행 계좌가 없는 엘살바도르 가족에게 100달러를 송금할 때 내는 수수료가 8달러다. 10달러를 보내면 수수료는 5달러다. 엘살바도르는 월 최저임금이 365달러 수준인 국가다. 소액 송금이 많을 수밖에 없다.

엘살바도르 정부에 따르면 타국에서 일하며 본국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하는 엘살바도르인이 웨스턴유니온 등 업체에 지불하는 송금 수수료는 연간 4억 달러 수준이다.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도입하고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이용한 지갑을 이용하도록 해 당장 줄일 수 있는 비용이 4억 달러라는 것. 엘살바도르에 들어오는 돈도 그만큼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것이 맬러스가 IMF 강연에서 설명한 내용이다.

아마존, 도입 시 14조 원 절약

비트코인은 ‘자산’을 넘어 ‘네트워크’로서 가치를 지닌다. [Gettyimage]

비트코인은 ‘자산’을 넘어 ‘네트워크’로서 가치를 지닌다. [Gettyimage]

맬러스가 팟캐스트 방송에서 밝힌 내용 중엔 아마존과 관련된 것도 있다. 1월 샌프란시스코 저녁 모임에 참여했던 금융투자사 임원을 통해 더 큰 규모의 금융투자사 임원을 소개받았고, 다시 그 임원의 주선으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연결됐다고 했다. 베이조스의 연락을 받고 그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했느냐는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아마존은 이미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맬러스가 베이조스의 초청으로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통한 지불결제 서비스를 설명했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아마존은 지난해 7월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전략, 관련 상품 개발을 이끌 책임자를 찾는다는 공고를 냈다. 당시 공고에는 채용될 경우 아마존의 지불결제 부서에서 일하게 된다는 설명이 쓰여 있었다.

만약 아마존이 온라인 거래에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이용한 지불결제 서비스를 도입한다면 암호화폐 생태계와 지불결제 서비스업계에 미칠 영향은 막대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아마존의 1년 매출은 4698억 달러(약 567조 7500억 원)다. 이 중 신용카드 수수료가 매출의 2.5%라고 한다면 그 액수만 117억 달러(약 14조 1400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수수료를 0% 수준으로 줄이는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다면? 아마존이 거부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맬러스의 목표 중 하나는 아마존 같은 거대 기업이 신용카드 대신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이용해 달러 결제를 하게 하는 것이다. 그가 바라는 결제 과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고객은 스트라이크 앱을 이용해 물건값을 달러로 지불한다. 둘째, 스트라이크는 고객이 지불한 달러만큼의 비트코인을 구매해 아마존 스트라이크 계좌로 보낸다. 셋째, 스트라이크는 이 비트코인을 달러로 바꿔 아마존 계좌에 입금한다.

결과적으로 고객은 달러로 대금을 지불하고 아마존도 달러로 대금을 받는다. 이 과정은 기존 신용카드 결제가 이뤄지듯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난다. 카드사와 은행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발생하지 않는다(서비스를 제공한 스트라이크는 0.1% 이하 수준의 수수료를 아마존에서 받겠지만).

혁신은 이미 시작됐다

화폐로서의 약점으로 꼽히는 암호화폐의 변동성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불결제 과정에서 고객과 아마존은 비트코인으로 거래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고객이 지급한 달러를 비트코인으로 바꿔 아마존 측으로 보내고, 다시 달러로 바꿔서 최종적으로 아마존에 지급하는 모든 작업은 스트라이크가 담당한다. 비자와 은행 네트워크가 담당하던 지불결제 시스템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오픈 네트워크, 라이트닝 네트워크가 대체하는 방식이다.

이미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도입한 대기업도 있다. 트위터는 지난해 5월 트위터 계정을 가진 사용자들끼리 현금을 보내주는 후원 기능을 도입한 데 이어 같은 해 9월 수수료 없이 비트코인을 보낼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이용해 비트코인을 보내는 맬러스의 스트라이크 앱을 연동시킨 것. 올해 2월 말 기준 미국과 엘살바도르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상태지만 계속해서 서비스 국가를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의 카카오페이와 유사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캐시앱(Cash App)도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도입했다. 2월부터 수수료 없이 비트코인을 즉시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비트코인 지갑을 갖고 있는 사람은 세계 어디로든 수수료 없이 비트코인을 보내줄 수 있다.
‘화폐’로서의 비트코인이 아니라, ‘거래 네트워크’로서의 비트코인은 지불결제 서비스를 얼마나 혁신할 수 있을까. 미래는 알 수 없으나 이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혁신은 이미 시작됐다는 것.



신동아 2022년 4월호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前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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