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허브·버섯·씨앗·콩 먹으면 몸이 바뀐다

[김민경 맛 이야기]

  •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입력2022-04-1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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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명의 이기가 빠르게 진화한다. 속도를 따라가기 쉽지 않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혁신 한가운데서 우리 몸도 외친다,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고. 건강하게 거듭나기 혹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아무런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매일 습관처럼 먹는 식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변화해 보자.
    세상에 건강에 이로운 식재료는 많다. 그 가운데서도 올해는 허브·버섯·씨앗·콩에 특별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왜 하필 이 녀석들인지는 간단히 짚고 넘어갈 수 없다.

    ‘드루와드루와’ 허브·향신료 품속으로

    바질이 들어간 페스토. 바질은 향신료처럼 쓰이는 허브다. [Gettyimage]

    바질이 들어간 페스토. 바질은 향신료처럼 쓰이는 허브다. [Gettyimage]

    부모님이 한 번도 식탁에 올려주신 적 없는 낯선 향신료를 만나는 일은 언제나 설렌다. 방앗잎과는 친해지지 못했지만, 산초와 제피는 익숙해졌다. 커민(cumin)은 입이 배릿할 때 생각나고, 펜넬(fennel)과는 사랑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빨간 통후추의 사이다 같은 매운맛, 레몬그라스(lemongrass)의 질기도록 오래가는 향은 무척 반갑고, 별처럼 생긴 팔각(staranise)의 강건함은 여전히 버겁지만 작은 못처럼 생긴 정향(clove)의 따뜻한 풍미는 두 팔 벌려 환영한다.

    이렇게 향신료를 하나씩 알 때마다 지구 반대편, 평생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할, 만나보지 못할 이들의 식탁에 초대받은 영광을 누리는 기분이다. 물론 알지 못하는 누군가는 우리의 고춧가루, 마늘, 생강, 양파, 깻잎. 미나리, 갓 등의 놀라운 활용법을 즐기며 나 같은 기쁨을 누릴 것이다. 유럽 사람들이 ‘감칠맛(umami)’에 빠져 미소와 고추장, 피시 소스를 집 주방에 가져다 놓고 있다. 우리도 로즈메리, 이탤리언 파슬리, 민트, 바질, 고수, 후추, 강황, 커리, 시나몬, 고추냉이, 페페론치노, 마라 같은 것에는 이미 익숙하다.

    향기로운 펜넬은 한국에서도 재배된다. 구근은 잘게 썰어 산뜻하게 샐러드로 즐기고, 잎은 허브로 쓰며, 씨앗 역시 풍미 재료로 요리에 넣으면 된다. 정향은 달콤한 향이 아주 좋기에 후식이나 차에 활용하기 알맞다. 알코올과도 무척 잘 어울려 따뜻하게 데워 먹는 술이나 독주에 넣고 우려 향을 즐기기 좋다.

    통째로 씹어 먹어도 맵지 않은 빨간 후추는 구운 고기나 생선에 몇 알 뿌리면 보석처럼 예쁘고 입도 즐거워진다. 순하고 둥근 매운맛과 무색의 향이 필요할 땐 흰 후추를 갈아 써보길 바란다. 감자나 콩으로 만든 수프나 아이들과 함께 먹을 달걀이나 고기 요리 등에 사용하기 좋다. 양겨자로 불리는 머스터드의 폭도 넓혀보면 좋겠다. 겨자 알이 톡톡 터지는 홀그레인 머스터드는 새콤함부터 알싸함까지 모두 갖고 있어 육류부터 해물까지 두루 곁들이기 좋다. 생굴에 홀그레인 머스터드를 조금 얹고 레몬즙을 살짝 뿌려 먹으면 전혀 새로운 굴맛을 만날 수 있다. 디종 머스터드는 빵에 듬뿍 바르는 것만으로도 늘 먹는 샌드위치 맛을 바꿔준다. 외국에서 수입한 머스터드는 맛이 센 것, 부드러운 것, 달콤한 것 등으로 여러 가지가 있으니 다양하게 경험해 보면 좋겠다.



    병에 든 것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케이퍼는 대체로 연어에만 곁들이는데, 토마토소스 파스타에 넣으면 산뜻함과 짭조름함을 선사하고, 샐러드에 넣으면 식초 같은 새콤한 역할을 하며, 치즈와 먹으면 유제품의 고소함을 살려준다. 꽃봉오리 절임인 케이퍼가 마음에 들었다면 그 열매인 오동통한 케이퍼 베리도 좋아할 것이다. 기름진 요리를 먹을 때 피클처럼 케이퍼 베리를 곁들여 먹으면 된다. 새콤하면서도 녹진한 맛이 나므로 반으로 잘라 내면 먹기에 더 좋다. 무엇보다 견과류와 함께 가벼운 술안주로 내면 케이퍼 베리의 매력적인 제맛을 보기에 더없이 좋다.

    고기 대신 버섯? 고기보다 버섯!

    영지버섯은 약으로 쓰인다. [Gettyimage]

    영지버섯은 약으로 쓰인다. [Gettyimage]

    동물성 식품을 사용하지 않는 식단에서 버섯은 고기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풍부한 단백질에서 감칠맛이 나고, 은근한 향을 주며, 색도 내준다. 게다가 그 쫄깃한 맛이 어느 고기보다 못할까. 대체육 시장에서 버섯이 중요한 재료가 된 건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그러나 그저 고기 대용품으로 보기에 버섯은 너무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다.

    표고버섯은 생생한 것을 쪽쪽 가늘게 찢어 참기름에 찍어 먹기만 해도 하나의 샐러드이자 찬이 된다. 국물에 넣으면 고기와는 다르지만 진한 감칠맛과 은은한 색감을 선사하며, 맛을 우려낸 뒤의 버섯도 버리지 않고 모두 먹는다. 표고버섯 중에 백화고, 흑화고라는 것이 있다. 백화고는 봄에 수확하는 귀하고 값비싼 버섯이다. 겨우내 움츠렸다가 날이 풀리면 쑥쑥 자라는데 봄의 건조함 덕에 갓 표면이 쩍 갈라지며 흰 속살이 불거진다. 갓 표면에 팝콘처럼 흰 부분이 불룩불룩 올라와 있는데, 잘게 많이 터질수록 상품으로 친다. 흑화고는 봄, 가을에 수확하는 표고로 백화고가 되지 못한, 갓이 덜 터진 것을 말한다. 그래도 보통의 표고보다 몇 수 위에 있다.

    보통 표고는 가을이 제철이지만 겨울이 지나 수확하는 ‘동고’도 있다. 흑화고나 백화고처럼 갓이 터지지 않고 피어나 갈색의 매끈한 표면 그대로 영근 것이다. 겨울을 이겨낸 표고는 그 자체가 요리와 같다. 밥을 안칠 때 표고를 섞어 넣고 향과 맛을 음미하거나, 불에 슬쩍 구워 쫄깃하게 즐기기도 한다. 국물을 내더라도 버섯이 주인공이 될 수 있게 다른 향신 재료는 적게 쓴다.

    송이 시리즈가 있다. 소나무 자생지에서 채취하는 귀하디귀한 송이버섯이 유명하지만 우리 식탁에는 양송이나 새송이가 흔히 오른다. 몸통이 통통하고 듬직해 먹을 게 많은데 값은 저렴한 새송이는 도화지처럼 순한 버섯이다. 어느 요리에 넣어도 잘 어우러져 조리하기도 정말 쉽다. 제일 좋아하는 방법은 통째로 굽기다. 큰 기둥을 어슷하게 2~3등분해 불에 천천히 굽는다. 새송이 표면이 촉촉해지고 말랑해지는 게 보이면 불에서 들어내 충분히 식혔다가 한입에 먹는다. 스펀지랑 닮은 식감은 사라지고 쫄깃한 통통함에서 구수한 버섯 물이 줄줄 나온다. 새송이랑 똑같이 생겼지만 손가락 한 마디만 한, 앙증맞은 미니새송이도 있다. 양송이는 은은하더라도 자신만의 풍미를 확실하게 지녔다. 열십자로 썰어 큼직하게 볶아 먹으면 씹는 맛이 좋다.

    이슬송이는 기둥을 뗀 큼직한 양송이 같다. 기둥이 짧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향은 양송이보다 진하며, 갓은 갈색이 돌고, 단단해 씹는 맛이 꽤 살아 있다. 바닷가의 소나무 군락지에서 자라는 해송이도 있다. 느타리처럼 생겼지만 갓이 동그랗고 흐릿한 갈색을 띤다. 전느타리의 유형인 백만송이버섯은 몇 덩어리로 나눠 구운 다음 소금, 후추만 조금 뿌려 먹어도 아주 맛있다. 느타리와 참타리는 잡채부터 불고기, 나물부터 샐러드까지 어디에나 두어 줌씩 집어넣기에 부담이 없는 버섯이다. 색도, 맛도, 씹는 맛도 모난 데가 없이 무난하다.

    해조류처럼 생긴 목이버섯은 검은 것과 흰 것이 있다. 흰 것(은이버섯)이 비싸고, 귀하지만 영양은 검은 것이 더 많고 값은 싸다. 주로 마른 상태로 유통돼 물에 불려 요리한다. 최근에는 생목이버섯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데 보관이 쉽지 않아 바로바로 조리해 먹는 게 좋다. 목이버섯은 미끈하면서도 탱글탱글 씹는 맛이 독특하다.

    이뿐이랴. 토실토실 노루궁뎅이버섯, 탐스러운 수국 모양의 꽃송이버섯, 송이보다 한 수 위에 있다는 능이버섯, 약이 되는 동충하초와 차가버섯, 영지버섯, 상황버섯, 값으로 치면 천장이 없는 송로버섯과 향이 좋은 포르치니, 맛이 좋은 포토벨로까지 이름만 불러도 끝이 없는 게 버섯의 계보다.

    생명력만큼 무한 가능성 지닌 ‘씨앗’

    치아시드 요거트. 치아시드는 다양한 식재료와 잘 어울려 요리에 널리 쓰인다. [Gettyimage]

    치아시드 요거트. 치아시드는 다양한 식재료와 잘 어울려 요리에 널리 쓰인다. [Gettyimage]

    식물의 종자 즉, 씨앗은 대체로 아주 작지만 우리에게 이로운 영양소와 섬유소를 가득 가지고 있다. 물론 너무 작아서 한 개씩 먹어서는 몸에 별 영향을 미칠 일이 없다. 씨앗은 날것으로 먹으면 떫지만 가볍게 열을 가해 볶으면 맛도 좋아지고, 고소하며, 톡톡 씹히고, 특유의 향도 좋다. 요리의 주인공이 되기보다는 간식이나 토핑, 향유로 많이 쓰인다. 흔하게는 들깨, 참깨부터 호박씨, 해바라기씨, 헴프시드(대마씨), 치아시드와 회향(펜넬)의 씨 등으로 다양하다. 포도씨, 카놀라씨, 홍화씨, 아마씨처럼 기름을 얻는 씨앗도 꽤 있다. 기회가 된다면 호박씨 기름은 꼭 한번 맛보라 권하고 싶다. 올리브유보다 더 진한 녹색을 띠며, 풋풋하면서도 고소한 향이다. 떫다고 느껴질 정도로 쌉싸래한데 소금과 만나면 ‘단짠’보다 훨씬 매력적인 ‘쓴짠’의 조화를 이뤄낸다. 올리브유의 쌉싸래한 맛을 좋아하는 이라면 호박씨 기름 한입에 바로 반할 것이다. 아삭한 잎채소 샐러드에 뿌려 식초와 소금만으로 간을 하고, 사워도우처럼 맛이 또렷한 빵을 찍어 먹고, 짭짤한 수프나 스튜에 두어 줄 뿌리면 아주 잘 어울린다.

    씹는 맛이 유난히 좋은 해바라기씨로는 감쪽같이 페이크 치즈를 만들 수도 있다. 해바라기씨를 물에 담가 푹 불린 다음 엿기름, 레몬즙, 소금을 넣고 곱게 간다. 얇게 누룽지처럼 펼쳐서 식품건조기에 하루 이상 바싹 말리면 된다. 바삭한 치즈 칩과 같아 그대로 먹어도 맛있고, 요리에 활용할 수도 있다. 이런 풍미와 질감이 가능한 것은 식물성 단백질을 엄청나게 품고 있는 해바라기씨의 특징 덕이다. 씨앗 중에 가장 먼저 ‘우유’가 된 것도 해바라기씨다. 아몬드와 귀리 다음으로 비건 밀크의 뒤를 잇고 있다.

    해바라기씨처럼 흔히 먹지는 않지만 흥미로운 재료가 바로 치아시드다. 치아시드는 건강 관련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만큼 오메가3, 칼륨, 칼슘, 철분은 물론 식이섬유,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한 씨앗이다. 가장 특이한 점은 이 작은 씨앗이 제 몸의 10배에 달하는 점액질을 지니고 있다가 수분과 만나면 끈끈한 젤 형태로 배출한다는 것이다. 물 1컵에 치아시드를 1작은술 정도 넣고 15분 내외로 두면 금세 젤리처럼 끈기가 생긴다. 치아시드 자체에는 도드라지는 맛이 없으니 주스나 우유처럼 좋아하는 음료를 넣어 묽게 즐긴다. 물론 처음부터 우유나 주스에 불려도 된다. 불린 치아시드는 딸기나 망고 같은 과일과 플레인 요거트 등과 섞어 산뜻하게 즐겨도 맛있다. 불린 치아시드에 바나나, 꿀 또는 메이플 시럽, 소금을 조금 넣어 가벼운 식사로 즐길 수도 있다. 소화도 잘되며, 입안에서도 달콤 부드럽고, 다음 날 화장실에 가서도 즐거울 수 있다. 치아시드 푸딩이라고 하는 이 간단한 한 그릇은 어른아이 누구에게라도 좋을 건강식이다. 작게 썬 과일이나 잘게 부순 견과류를 불린 치아시드와 섞은 다음 달콤한 맛을 내거나, 짭짤한 맛을 강조하면 곁들임 요리로 활용할 수 있다. 그릇에 치아시드 푸딩을 펼쳐 깔고 신선한 샐러드나 구운 채소를 올려 낼 수 있다. 굽거나 튀겨서 조리한 고기나 해산물과도 아주 잘 어울린다. 물론 치아시드를 꼭 푹 불려서 먹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들은 가만 알갱이를 보고 환공포증을 떠올릴 수도 있고, 점액질이 불편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밥 지을 때 쌀 위에 솔솔 뿌려도 되고, 물에 5분 정도만 짧게 불려 참깨나 호박씨처럼 요리의 토핑으로 쓸 수 있다.

    콩콩 무슨 콩? 몸에 좋은 슈퍼 콩!

    렌틸콩은 각종 요리에 얹는 토핑 재료로 잘 어울린다. [Gettyimage]

    렌틸콩은 각종 요리에 얹는 토핑 재료로 잘 어울린다. [Gettyimage]

    항산화 성분이 많아 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이는 식품을 ‘슈퍼 푸드’라고 일컫는다. 슈퍼 푸드는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으며 매년 그 항목을 늘려가고 있다. 그중에는 당연히 ‘슈퍼 콩’도 있다. 렌틸콩과 병아리콩이다. 대부분의 콩은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지방이 적은데 그나마도 대체로 불포화지방산으로 구성돼 있다. 전분 성분은 거의 없으니 혈당, 콜레스테롤 등에 나쁜 영향을 미칠 일이 희박하고, 소화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글루텐에서도 자유롭다. 렌틸콩은 콩치고는 철분, 비타민B, 엽산 함량이 풍부하며 병아리콩은 식이섬유 함량이 매우 높다.

    렌틸콩은 아주 작은 렌즈처럼 생겨서 렌즈콩으로도 불리며 갈색, 노란색, 녹색, 주황색 등으로 다양하다. 우리가 흔히 구할 수 있는 렌즈콩은 갈색의 마른 콩이다. 바싹 말라 있어 아무 데나 두어도 전혀 상할 염려가 없는데 불리지 않고 요리해도 금방 익어 편리하다. 구수함 속에 은은하게 단맛이 배어 있고, 익히는 정도에 따라 다양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불리지 않고 쌀과 함께 안쳐 밥을 지으면 부드럽게 익어 그대로 먹기 좋다.

    살캉살캉하게 삶아 샐러드로 만들면 한 끼 식사로 부족함이 없다. 커다란 그릇에 삶은 렌틸콩 그리고 그보다 조금 크게 썬 양파(적양파면 더 맛있다), 파프리카, 오이를 담고 오일 드레싱을 끼얹어 골고루 버무려 맛이 들게 잠깐 두었다가 먹는다. 탄수화물이 아쉽다면 감자, 고구마, 단호박을 굽거나 쪄서 한두 조각 곁들인다. 반대로 채소가 더 먹고 싶다면 가지, 애호박(주키니), 버섯 등을 구워서 곁들인다. 이외에도 당근, 셀러리, 찐 감자나 옥수수 알, 쿠스쿠스, 다른 종류의 콩을 삶아 같이 섞어도 잘 어울린다. 오일 드레싱은 오일, 소금, 식초로 간단하게 만들어도 되지만 식초는 조금, 오렌지즙을 넉넉히 섞으면 감칠맛과 향이 월등히 좋아진다.

    삶은 렌틸콩은 수프, 카레, 볶음 요리에 토핑으로 올려도 아주 잘 어울린다. 조금 더 색다르게 즐기고 싶다면 하룻밤 동안 물에 담가 불린 렌틸콩을 180℃ 오븐에 넣고 바삭바삭하도록 굽는다. 이것을 그대로 과자처럼 집어 먹어도 되며, 여러 요리에 뿌려 내면 바삭함과 고소함을 더할 수 있다. 마른 과일이나 견과류와 섞어 우유나 요거트에 타 먹으면 시리얼을 대신할 수 있다.

    ‘칙피’라고 불리는 병아리콩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콩이다. 병아리콩을 집에 들여 요리에 사용하기 시작한 건 불과 10년쯤 전이지만 여전히 제일 맛있다고 생각한다. 병아리 부리를 닮아 귀엽고, 동글동글 노르스름한 이 콩에는 다채로운 구수함이 숨어 있다. 마른 병아리콩은 돌처럼 단단하기 때문에 물에 담가 2시간 이상은 푹 불려야 한다. 물을 머금어 충분히 오동통해져야 비로소 요리할 수 있다. 콩 특유의 풋내가 없어 서걱거릴 정도로 덜 삶아도 구수하고 맛있으며 통통한 식감까지 즐길 수 있다.

    지중해 지역의 일상식인 ‘후무스’. 재료가 병아리콩이다. [Gettyimage]

    지중해 지역의 일상식인 ‘후무스’. 재료가 병아리콩이다. [Gettyimage]

    지중해 지역의 일상식인 ‘후무스’의 재료가 바로 병아리콩이다. 삶은 콩에 오일, 소금, 마늘, 허브, 향신 재료, 콩 삶은 물을 넣고 걸쭉하게 갈아 그 자체로 즐기거나 빵에 발라 먹는다. 우리나라 사람 입맛을 사로잡기에는 아쉬운 면이 있다. 후무스를 빼더라도 삶은 병아리콩을 맛있게 먹는 법은 수없이 많다. 통째로 카레에 넣으면 모양은 물론 식감을 좋게 하는데 짜장소스와도 무척 잘 어울린다. 짜장에 넣을 때는 국수보다는 밥에 곁들이자. 밥 양을 줄이는 데 아주 도움이 된다. 짭짤한 베이컨을 바삭하게 구운 다음, 삶은 병아리콩과 곁들여 먹으면 빵이 없어도 섭섭지 않은 한 끼가 된다. 이때 콩을 대강 으깨 베이컨과 한입에 넣고 씹는 맛도 꼭 즐겨보자. 대강 으깬 콩은 매시드 포테이토처럼 구운 생선이나 고기와도 잘 어울려 곁들임 요리로 쓰기에 유용하다. 아무 간을 하지 않아도 고소함이 좋으나 소금 살짝 혹은 버터 한 조각, 생크림 두어 큰술 넣고 부드럽게 맛을 내도 된다. 마지막으로 삶은 달걀, 으깬 병아리콩, 작게 썬 사과, 건포도(건크랜베리 등), 마요네즈 듬뿍, 머스터드 조금 넣어 샐러드를 만들면 고소하면서 산뜻한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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