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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증가 아동학대 신고, 코로나 이후 첫 감소! 왜?

집밖 못 나가니 피해상황 몰라…교직원 신고 73.3% 감소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매년 증가 아동학대 신고, 코로나 이후 첫 감소! 왜?

  • ● 아동학대 사례 2016년 대비 2019년 61% 늘어
    ● 아동권리보장원 올 1분기 아동학대 신고 6.1% 줄어
    ● 올 1~5월 경찰 신고 건수도 전년 대비 8.4% 감소
    ● 전문가 “실제로는 피해 사례 늘어났을 수도”
    ● 신고의무자 교직원 신고 전년 대비 73.3% 감소
    ● 코로나發 스트레스 아동학대로 이어질 수도
    ● ‘사후약방문’ 아동학대 방지책…“선거에 도움 안 되니 만날 뒷전”
    ● 정부 아동학대 방지 예산 부족, 아동복지 이해 부족
[동아DB]

[동아DB]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5회에는 외과 레지던트가 아동학대범을 잡기 위해 필사의 추격전을 펼치는 장면이 나온다. 범인은 다름 아닌 친아버지. 이 의사는 응급실에 차례로 실려 온 두 쌍둥이의 몸에 난 상처를 보고, 친부의 상습적인 폭행을 알아채 경찰에 신고했다. 

아동학대는 집안에서 은밀하게 일어나는 특성 때문에 학대 사실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가해자가 부모 등 친권자라는 점에서 외부인의 신고나 피해 아동 스스로의 신고로 이어지기 힘들다. 

최근 전국을 들썩거리게 만든 경남 창녕 아동학대 사건도 아이 스스로 집안에서 탈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경찰 수사 결과 아홉 살 난 이 여자 아이는 7세 때인 2018년부터 계부와 친모에게 학대를 당했다. 이 부모는 불에 달궈진 쇠 젓가락으로 아이의 발등을 지지고 프라이팬으로 손에 화상을 입히는 등 온갖 학대를 저질렀다. 아이 목에 쇠사슬을 묶어 밥까지 굶기며 학대를 이어갔다. 

앞서 충남 천안에서는 계모가 아홉 살 아이를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사건도 있었다. 아이가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라는 게 계모의 진술이다. 해당 사건의 의료진은 아이가 가방 안에서 산소가 부족해 의식을 잃은 것으로 추정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폭력과 굶주림에 떨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례 건수는 2016년 1만8700건, 2017년 2만2367건 2018년 2만4604건, 2019년 3만70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아동학대 의무신고자들 신고 건수 줄어

그런데 올해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최근 몇 년 새 처음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유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대에 따른 변화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동권리보장원 자료에 따르면 올 1~3월 아동학대 신고 접수는 688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336건)보다 449건(6.1%) 줄었다. 

경찰 신고 건수도 지난해 비해 올해 오히려 줄었다. 올 1~5월 신고건수는 총 482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270건) 8.4% 줄었다. 학교나 유치원·어린이집에 가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아동학대 사각지대가 넓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동권리보장원 관계자는 “신고 건수가 줄었다고 해서 실제 아동 학대가 줄었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코로나 시국에서 아동학대 의무신고자인 교사나 보육기관 종사자들이 학대받는 아이들을 직접 만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신고 건수가 줄어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교직원에 의한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1분기 632건이었지만 올해는 162건으로 73.3%나 줄어들었다. 의료인의 경우도 75건에서 57건으로 줄었다.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아동학대를 알게 된 경우에는 아동보호전문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특히 교사나 의료인,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 24개 관련 직군은 아동학대를 인지하고도 신고하지 않을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 

실질적인 아동학대는 코로나 시국에서 더욱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부모와 아이가 가정에서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정 내 스트레스가 커지고 이는 아동학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동권리보장원 관계자는 “코로나로 실직을 하거나 임금이 밀려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가정이 늘어나면서 그 스트레스가 죄 없는 아이들에게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3세 이하 전수조사? 상시적 보호망 구축 절실

최근 발생한 경남 창녕, 충남 천안 아동학대 사건은 아동보호 관리시스템의 허술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천안 사망 아동의 경우 사망 전, 어린이날인 5월5일 이마가 찢어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당시 의료진은 손바닥, 손등, 엉덩이 등에서 멍자국을 발견하고 경찰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하지만 충남아동보호 전문기관은 계모와 아이를 분리하지 않은 채 가정방문 상담을 진행했고 ‘분리 불필요’ 결정을 내렸다. 결국 아이는 학대 끝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집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창녕 여아도 올 1월 이미 위기 아동으로 분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부터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행복e음’ 시스템에 위기 가구로 등록된 것. 이 시스템은 학교 출·결석 등 40여 개 정보를 분석해 학대 의심 가정을 사전에 구분해 지자체에 알려준다. 지자체 행복e음 시스템에 관련 정보가 등록되면 해당 읍·면·동사무소는 3개월 이내에 해당 가구를 방문해야 한다. 

하지만 창녕군은 해당 아동의 집을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격상돼 보건복지부로부터 방문 자제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정부는 최근 사건들로 아동학대가 사회적 이슈가 되자 황급히 방안책을 내놓고 있다. 먼저 정부는 6월 12일 가정에서 양육하는 만 3세 및 취학 연령 아동의 안전을 파악하기 위해 전수조사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상시적으로 아동 안전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보호망이 구축되지 않고서는 이 역시 일회성 대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아동 학대 예방과 개선을 위해 현실적인 매뉴얼과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황옥경 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는 “행복e음 시스템의 경우도 학대 아동 ‘징후’만 보이기 때문에 학대 흔적을 옷으로 가리면 학대 파악이 어렵고, 학대 의심 아동과 일대일 면담 등 학대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추가적인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동학대 방지 예산, 아동수당의 1.2% 불과

이를 위해선 적재적소에 예산이 투입돼야 하지만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올해 아동보호전문기관 운영에 투입되는 정부 예산은 약 285억 원으로, 이는 만 7세 미만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지급되는 보편적 수당인 아동수당 예산(2조2833억 원)의 1.2% 밖에 안 된다. 보건복지부 총 예산인 82조5269억 원과 비교하면 0.03% 수준이다. 

이에 대해 이순형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아동학대 예방 및 보호 정책은 선거에 바로 효과를 나타내지 않기 때문에 정책입안자들 사이에서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며 “기존 아동보호 전문기관 숫자도 너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가 지정해 위탁 운영하고 있는 학대피해 아동 쉼터는 전국에 72곳에 불과하다. 

정부의 아동복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교수는 “사회복지 중에서 가장 뒷전에 밀려 있는 것이 바로 아동복지다. 하지만 사회복지는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분야로 아동복지에는 맞지 않다. 그럼에도 청와대(김연명 수석)부터 보건복지부(박능후 장관)까지 다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장악하고 있는 상태에서 섬세한 아동 정책은 나오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보건복지부 내에 아동학대 관련 특수부를 지금이라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동아 2020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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