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호

모하비·K5 내수 대박, 카니발 신차…기아車 하반기 실적 회복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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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0-08-03 1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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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5 모하비 신차 효과로 코로나19 ‘선방’

    • 상반기 판매량 모하비 679.8%↑ K5 136.3%↑

    • 7월 출시 ‘풀 체인지’ 카니발 사전예약 신기록

    • 국내외 신차 효과로 불황 돌파할 듯

    기아자동차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신형 K5 [기아차 제공]

    기아자동차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신형 K5 [기아차 제공]

    코로나19로 전 세계 차량 시장이 울상이지만 국내 시장에서만큼은 기아자동차가 웃고 있다. 모하비와 K5가 올해 상반기 전년 대비 각각 7.8배, 2.4배 넘는 판매량을 올렸다. 

    기아차 K5에는 ‘과학’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자동차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를 들여다본 적이 있다면 ‘K5는 과학’이라는 문구를 알고 있을 확률이 높다. ‘K5는 과학’은 일종의 약어다. 원래 문장은 ‘K5 운전자는 난폭 운전을 하거나 운전이 서투른 사람이라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도로 위 K5가 기피 대상이라는 뜻이다. 

    K5를 비난하는 표현처럼 보이지만 그만큼 인기가 많아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K5는 올해 상반기 국내 생산 세단 판매량 1위다. 도로 위를 돌아다니는 K5가 많으니 그만큼 난폭하게 운전하는 K5 운전자도 많은 셈이다. 코로나19에도 K5의 인기는 흔들리지 않았다. 

    마니아층이 탄탄한 ‘사골’ 모하비도 상반기 깜짝 실적을 냈다. ‘사골’은 2008년 출시 이후 외형이 거의 바뀌지 않아 생긴 별명이다. 모하비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판매량이 7.8배 늘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차량 판매는 줄었으나 국내에서는 두 인기 차량을 필두로 기아차 판매량이 외려 늘었다. 

    ‘과학’과 ‘사골’의 판매 급증으로 ‘코로나 불황’을 버텨낸 기아차가 하반기에는 신차를 발판 삼아 회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4분기 영업이익이 7000억 원에 달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반기 국내 판매 실적에는 이미 청신호가 켜졌다. K5와 같은 이유로 ‘과학’이라는 별명을 공유하는 카니발이 그 주인공. 출시 첫날인 7월 28일에만 사전 예약으로 2만3006대가 팔렸다. 미니밴으로는 최단시간, 최단판매 신기록이다.



    모하비 K5 판매 급증으로 국내 시장 선방

    2019년 페이스 리프트를 한 기아차 모하비 [기아차 제공]

    2019년 페이스 리프트를 한 기아차 모하비 [기아차 제공]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은 자동차 시장의 악재다. 소득이 줄어들면 자동차 구매자도 줄게 마련이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인도의 경우 4월 한 달간 기아차와 현대차가 한 대도 팔리지 않았다. 이보성 현대차 글로벌경영연구소장은 7월 10일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세미나에서 “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7000만대 초반 규모로 2019년 대비 20%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아차도 불황을 피하지 못했다. 2분기(4~6월) 영업이익이 145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1조37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6% 줄었다. 기아차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이 본격화 돼 모든 시장에서 수요가 급감하는 등 경영 여건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자동차 수요가 감소했지만 국내 시장은 타격을 덜 받았다. 상반기 특히 판매량이 많이 늘어난 차는 기아차 모하비와 K5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8배(1413대⟶1만1019대·679.8% 증가), 2.4배(2만265대⟶4만7881대·136.3% 증가) 판매량이 늘었다. 그 덕분에 기아차 전체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0.4% 늘었다. 기아차 관계자는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자동차 개별소비세가 70% 인하된 덕분에 국내 차량 판매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인 현대자동차의 상반기 국내 자동차 판매량이 16.6%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좋은 성과다.

    기아차 먹여 살리는 ‘효자’ K5, 마니아층 확실한 ‘사골’ 모하비

    K5는 기아차를 먹여 살리는 효자다. 2010년 출시 첫 해 현대차 소나타를 제치고 중형차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2020년 상반기에도 K5는 중형차 판매량 1위를 달성했다(4만7881대). 해외에서도 K5는 성능을 인정받은 바 있다. 2017년 글로벌 소비자 전문지 컨슈머리포트가 선정한 ‘2017년 차급별 최고 차량’에서 중형세단 부문 최고 차량에 선정됐다. 

    모하비는 마니아층이 확실하다. 2015년, 2019년 두 번 디자인 변경(페이스 리프트)이 있었으나 특유의 각진 골격은 그대로다. 외형 변경이 적은 게 마니아층에게 매력이 됐다. 기아차 측은 “모하비는 원래 매달 평균 1000대가량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라고 설명했다. 

    디자인 변경이 제한적인 이유는 형태 때문이다. 모하비는 ‘프레임 바디’ 방식으로 만든 차다. 이 방식은 차량의 뼈대가 되는 프레임 위에 엔진과 서스펜션 등 구동계(동력을 전달해 기계가 움직이는 데 관여하는 부분)를 올린다. 모터로 움직이는 모형 자동차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차량 하부 구조물과 구동계만으로 자동차가 움직일 수 있다. 외형을 구성하는 외피는 장식 역할만 한다. 뼈대가 정해져 있으니 골격을 바꾸기가 어렵다. 

    프레임 바디는 견고하지만 무거워 SUV나 오프로드 차량에 주로 쓰인다. 모하비는 쌍용자동차의 렉스턴과 함께 국내에서 생산되는 유이한 프레임 바디 차량이다. 세단이나 도심형SUV는 모노코크 바디로 차량을 생산한다. 이 형태는 골격이 가벼워 연비가 좋고 통째로 외형을 바꾸기에도 유리하다. 국내 차급 분류에 따르면 렉스턴은 준대형, 모하비는 대형이다. 국산 대형 프레임 바디 차량을 찾는다면 선택지는 모하비뿐이다.

    신차 효과로 판매량↑

    K5와 함께 ‘과학’이라는 별명을 가진 카니발 [기아차 제공]

    K5와 함께 ‘과학’이라는 별명을 가진 카니발 [기아차 제공]

    두 차량이 상반기 판매량이 늘어난 비결은 ‘성형수술’이다. 모하비는 지난해 9월 3년 만에 페이스 리프트를 했다. 외형은 물론 아쉬운 점으로 꼽히던 내부를 고급스럽게 바꿨다. K5는 아예 새로운 모델(풀 체인지)을 내놨다. 기아차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K5의 판매량이 적었다. 경쟁 차종인 쏘나타가 2019년 3월 풀 체인지 신차를 내놓으며 수요가 쏠렸지만 지난해 말 K5 신차가 출시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고 설명했다. 

    모하비에 대해서는 “지난해 상반기 1000대 남짓으로 판매가 저조했던 것은 2016년 첫 출시한 구형 차량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2018년 말 현대차가 준대형 SUV 팰리세이드를 출시해 수요를 일부 가져갔다. 올해는 반대로 모하비가 신차인데다 대형 프레임 SUV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대거 지갑을 열었다. 개별소비세를 70% 인하해 주는 정책의 혜택도 봤다. 준대형을 원하던 차주들도 6월 안에 차량을 받아야 개별소비세 할인을 받을 수 있어 6월 내 출고가 가능한 모하비를 선택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증권가에서는 기아차가 하반기에는 신차 효과로 실적을 회복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임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7월 30일 발표한 리포트에서 “2분기 실적을 보고 기아차에 우려를 보내는 시선이 있었다. 그렇지만 카니발의 사전예약 대수가 2만3006대를 기록하며 이 우려가 해소됐다. 하반기에는 국내외로 신차 출시가 계속되니 4분기(9월~12월)에는 영업이익이 7000억 원대로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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