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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살벌한’ 5성급 호텔 빙수大戰

애플망고빙수는 신라호텔, 수박빙수는 조선호텔이 ‘국룰’ [기업언박싱]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달콤 살벌한’ 5성급 호텔 빙수大戰

  • ● 13년째 여름마다 선보인 신라호텔 ‘애플망고빙수’
    ● 팥 빼고 애플망고 넣는 방식으로 빙수 통념 탈피
    ● 2년간 개발한 웨스틴조선호텔 야심작 ‘수박빙수’
    ● 수박 과즙으로 만든 얼음, 분홍빛깔 강조한 비주얼
제주산 애플망고 본연의 맛을 살린 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
[서울신라호텔 제공]

제주산 애플망고 본연의 맛을 살린 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 [서울신라호텔 제공]

요즘 인스타그램에 자주 올라오는 빙수 관련 게시물에는 공통 키워드가 있다. ‘호텔 빙수’가 그것이다. 고급 디저트 탐방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면서 5성급 호텔에서 내놓는 빙수가 연일 화제를 모은다. 호텔에서 빙수를 먹어보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유튜브 동영상으로 후기를 남기는 일 자체가 일상이 됐다. 누리꾼들은 “애플망고빙수는 신라호텔에서 먹고, 수박빙수는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먹는 게 국룰”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룰은 국민의 룰(rule·규칙), 즉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규칙을 뜻하는 신조어다.

팥 빼고 애플망고 넣어…기존 빙수 통념 깬 빙수

이런 트렌드를 타고 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와 웨스틴조선호텔의 ‘수박빙수’의 달콤 살벌한 대전(大戰)이 주목받고 있다. 호텔의 메뉴는 하나하나가 전략 상품인 까닭에 빙수 개발에도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자존심을 건 맛과 아이디어의 대결이다. 한 그릇에 수만 원짜리 고급 디저트이지만, 이 빙수를 먹겠다고 전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마니아들이 몰려온다. 유명 빵집을 찾아다니는 ‘빵지순례’처럼 ‘호텔빙수순례단’까지 생겨났다.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 1층 라운지 ‘라이브러리’. 평일 저녁 이곳에 오면 애플망고빙수를 먹기 위해 입구 앞에 길게 늘어선 대기 줄을 볼 수 있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최소 1~2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5만9000원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평일 기준으로 하루 평균 200~250그릇이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올해 출시 초기 판매 성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0% 더 좋다. 온라인 대형 커뮤니티나 SNS, 유튜브에선 “올해도 애망빙(애플망고빙수의 줄임말) 먹었습니다”라는 고백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도대체 어떤 빙수이기에 이토록 반응이 뜨거울까. 우선 빙수의 비주얼이 오감을 만족시킨다. 켜켜이 쌓은 부드러운 눈꽃 우유 얼음 위로 큼지막하게 깍둑썰기 한 애플망고가 잔뜩 올라와 있다. 스푼으로 애플망고 한 조각을 떠 입으로 가져가면 두 번 놀란다. 아삭한 식감에 혀가 놀라고 새콤달콤한 애플망고 향에 눈이 번쩍 뜨인다. 바닥까지 싹 비우고 나면 머리끝이 짜릿해지며 ‘맛있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애플망고빙수는 신라호텔이 13년 동안 매해 여름 시즌마다 선보인 장수 디저트 메뉴다. 2008년 여름 제주신라호텔에서 첫선을 보였다. 당시만 해도 빙수는 간 얼음 위에 삶은 팥을 올린 후 떡·과일·플레이크 등 각종 토핑으로 마무리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제주신라호텔 요리사들은 열대과일, 그것도 애플망고라는 생소한 과일로 만든 빙수를 내놓았다. 눈꽃 우유 얼음을 수북이 쌓은 다음 샛노란 애플망고를 듬뿍 올리고 그 위에 하얀 우유 빙수를 얹은 것이다. 팥이 들어간 빙수에 익숙한 고객의 입맛과 취향을 배려해 수제 팥과 애플망고 셔벗(아이스크림)은 작은 그릇에 따로 담아 제공했다.



제주산 애플망고 본연의 맛 살리기가 핵심

누리꾼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애플망고빙수 사진들. [인스타그램 캡처]

누리꾼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애플망고빙수 사진들. [인스타그램 캡처]

이는 빙수의 기존 통념을 깨버리겠다는 의미와 제주 지역 농가에서 재배한 식재료를 활용한 신메뉴 개발이라는 뜻이 있는 시도였다. 실제로 이 전략은 잘 맞아떨어졌다. 제주에서 애플망고빙수를 맛본 고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졌고, 3년 후인 2011년 서울신라호텔에서도 같은 메뉴를 출시하게 됐다. 애플망고빙수는 현재 제주신라호텔과 서울신라호텔 두 곳에서 맛볼 수 있다. 

김정식 서울신라호텔 홍보팀 대리는 “당시만 해도 애플망고가 워낙 생소한 과일이라 내부에서도 고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를 두고 반신반의했지만, 빙수를 출시해 보니 결과적으로 이전에 없던 신메뉴 개발이 제대로 먹혔고, 기존 팥빙수와 차별화에도 성공했다”고 말했다. 

출시 초기에는 빙수를 팔수록 손해였으나 메뉴를 꾸준히 내면서 효자 상품이 됐다. 빙수 메뉴를 통해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제주신라호텔은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신라호텔은 비즈니스 출장객이 즐겨 찾았는데, 애플망고빙수가 인기를 얻은 덕분에 친구·연인·선후배 등 젊은 층 고객부터 가족 단위 고객까지 찾아오게 됐다. 나중에는 빙수뿐만 아니라 애플망고가 들어간 케이크·빵·음료 등 모든 디저트 메뉴까지 화제를 모았다. 애플망고빙수의 인기가 모객 효과를 내는 것은 물론 신라호텔 내 디저트 매장의 매출까지 견인하는 셈이다. 

애플망고빙수가 오랜 기간 인기를 유지한 비결은 ‘제주산 애플망고 본연의 맛 살리기’다. 빙수 한 그릇에는 애플망고 2개가 들어가는데, 오로지 제주산만 사용한다. 껍질이 빨간 애플망고는 일반적인 노란 망고에 비해 씨가 작고 과즙이 풍부하다. 제주산 애플망고는 특히 과육이 많고 당도가 높으며 향이 진하다. 반쯤 익으면 수확해 운송하는 수입산과 달리 충분히 익은 상태에서 수확해 운송하기 때문에 신선도가 뛰어나다. 태국 등 외국에서 수입해 오는 애플망고 가격이 훨씬 저렴한데도 제주산을 고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제주산이라도 당도가 높은 애플망고를 사용하는 것이 관건이다. 신라호텔이 고수하는 최적의 당도는 13브릭스(brix·당도 측정 단위)다. 수확 시기에 따라 당도가 달라지는데, 기준치를 밑돌면 곧바로 빙수 판매를 중단한다. 지난해의 경우 서울신라호텔은 8월 31일까지 빙수를 판매할 계획이었으나 당도가 기준치보다 떨어지자 그보다 일주일 앞선 8월 24일까지만 선보였다.

수박 과즙으로 만든 얼음이 맛의 비결

신라호텔은 애플망고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기 위해 다른 식재료의 사용을 최소화했다. 우유 눈꽃 빙수와 수제 팥은 단맛이 강하지 않게 만들고 있다. 또한 우유 눈꽃 빙수와 수제 팥, 망고 셔벗은 매일 아침 당일 판매할 양만큼만 만들어 신선함을 유지한다. 

신라호텔은 13년째 한 가지 빙수 메뉴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처음에는 내부에서도 “다른 빙수를 내놓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자 자연스럽게 애플망고빙수가 신라호텔의 대표 디저트로서 가장 사랑받는 메뉴로 등극했다. 김정식 대리는 “최고의 제주산 애플망고 맛을 보여주고 싶어 마진을 많이 남기지 않는 것이 고객을 많이 확보한 비결”이라며 “자부심을 갖고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망고빙수만큼 인기를 얻고 있는 메뉴가 바로 수박빙수다. 수박빙수는 이미 많은 호텔에서 선보이고 있으나 ‘수박’ 또는 ‘빙수’ 하면 웨스틴조선호텔의 수박빙수를 제일 먼저 떠올리는 마니아가 많다. 출시 당시부터 기존 수박빙수와 차별화된 맛과 비주얼로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올해 7월 한 달간 하루 평균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5%나 증가했다. 

수박빙수는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조리팀이 2년에 걸쳐 개발한 빙수 메뉴다. 10가지 넘는 과일을 재료로 삼아 얼음 크기나 크림 또는 우유 등 첨가물을 바꿔가며 최적의 맛을 찾았다고 한다. 10개 과일 중 당도 관리가 잘되는 수박이 주재료로 최종 낙점됐다. 유재덕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조리팀장은 “고객이 원하는 맛과 비주얼을 갖춘 빙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결과, 수박빙수가 웨스틴조선호텔의 대표 디저트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고 평했다. 

수박빙수의 매력은 물을 얼려서 만든 얼음을 쓰지 않는다는 데 있다. 빙수의 맛을 해치는 가장 큰 요인은 곱게 간 얼음이 녹아 밍밍해지는 것이다. 수박빙수는 수박의 달콤한 과즙을 얼음으로 얼려 곱게 갈아 만든 것이라 시간이 지나도 맛이 달라지지 않는다. 웨스틴조선호텔이 물이 아닌 수박 과즙으로 얼음을 만드는 방법을 고집하는 까닭이다. 누리꾼 사이에서는 수박빙수가 달고 시원하고 깔끔해 술 마신 다음 날 먹기 좋다며 ‘해장 빙수’로 불리기도 한다.

함안산 수박 통째로 갈아 넣은 순도 100% 수박빙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수박빙수 사진들(왼쪽). 함안산 수박을 통째로 갈아 넣은 웨스틴조선호텔의 수박빙수. [서울웨스틴조선호텔 제공, 인스타그램 캡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수박빙수 사진들(왼쪽). 함안산 수박을 통째로 갈아 넣은 웨스틴조선호텔의 수박빙수. [서울웨스틴조선호텔 제공, 인스타그램 캡처]

유재덕 조리팀장은 “물이나 우유 등을 더하지 않고 수박 과즙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빙수 레시피를 완성했다”며 “오직 순도 100% 과일만으로 만들어져 수박의 달콤한 맛을 그대로 몸에 흡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출시 2년 만에 수박빙수가 이토록 인기를 얻은 또 다른 비결로는 수박의 영롱한 분홍빛깔과 수박씨를 형상화한 초콜릿의 조화가 꼽힌다. 고객들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릴 수 있도록 푸짐하고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시각적 효과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여기에 방울토마토 크기 정도로 둥근 수박 조각을 함께 올려놓아 수박빙수의 비주얼을 극대화했다. 출시 초기에는 수박씨를 따로 표현하지 않았으나 품평회를 거치면서 초콜릿을 감은 해바라기 씨로 수박씨를 표현해 보자는 제안이 나와 지금의 모양이 됐다. 

웨스틴조선호텔은 수박빙수의 맛을 위해 수박 선정에 심혈을 기울였다. 수박빙수 특유의 개운함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수박을 찾기 위해 전국 수박 산지로 향했다. 국내에서 생산량이 가장 많고 품질이 뛰어난 경남 함안산 수박을 최종 선택했다. 함안산 수박 자체를 통째로 갈아 넣었기 때문에 얼음조각만 먹어도 달콤하고 시원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수박빙수 맛이 좋은 이유 중 하나가 원재료가 좋기 때문이다. 

빙수 메뉴의 가격이 비교적 합리적이라는 점도 젊은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가격은 1인 빙수 2만2000원, 2~3인용 빙수 3만6000원이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1인가구가 늘어나는 트렌드를 감안해 1인 빙수를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함태욱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식음팀장은 “1인 빙수는 개인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시대에 위생적으로도 안전하다”고 말했다. 웨스틴조선호텔은 8월 1일부터 빙수 포장 서비스도 시작했다.



신동아 2020년 9월호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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