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호

“윤석열은 文대통령에게 충신…안치환·진중권 있어 좌파 부럽다”[오세훈 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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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0-07-1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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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기 대선, 통합당 이길 가능성 높아

    • 김동연, 윤석열, 홍정욱 등 장외 주자에 黨 울타리 허물어야

    • ‘진정한 칼잡이’ 윤석열, 文대통령에게 충신 중의 충신

    • 몽둥이 휘둘러 부동산 시장 이기려는 좌파 DNA

    •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토론하고 싶다

    • 용산역, 불광동, 삼성동에 반값아파트 지어야



    7월 8일 서울 마포대로 한복판. 그가 화려하게 부활했더라면 기자는 마포대교로 직진해 여의도로 향했을 터다. 방향을 돌려 강변북로에 들어선지 어림잡아 40여분. 어느덧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가닿는다. 대로 인근 건물에 ‘오세훈 법률사무소’라는 글자가 아스라이 보인다. 붉은색으로 아로새겨진 그의 이름이 금방 전투를 끝냈다는 인장(印章)처럼 느껴진다. 보수의 풍운아(風雲兒)는 이곳에서 와신상담(臥薪嘗膽)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오세훈(59) 전 서울시장은 “패배의 충격을 추스르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4‧15 총선에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석패했다. 그가 기록한 5만1464표(47.8%)는 광진을에서 보수정당이 기록한 최다 득표다. 그는 “요즘 분발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오 전 시장은 반값아파트, 핵개발 검토론, 안심소득 등 휘발성 강한 정책을 연이어 쏟아냈다. 하나하나 차기 대선 화두로 떠오를 만한 이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를 화제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조영철 기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조영철 기자]

    “김종인, 전반적으로는 잘 하지만…”

    -김종인 비대위의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박한 점수를 주고 싶지는 않습니다. 변화의 바람을 내부 동력으로 일으켰으면 더 좋았겠죠. 비대위는 외부전문가를 통해 어려운 일을 해치우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하고, 저도 동참해 변화하는 당의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그 기회가 비대위 체제 출범으로 원천봉쇄 됐죠. 그런 본질적인 한계가 있습니다만,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된다’는 속담도 있듯이 제가 생각했던 방향으로 김종인 비대위라는 통로를 통해 가고 있어요. 후한 평가를 하지 않을 수 없죠.” 

    -통합당이 당명과 당 색깔을 바꾼다고 합니다. 이름‧색깔 때문에 패배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건 뭐 바꿔도 되고, 안 바꿔도 됩니다. 음식이 맛있어야 길게 볼 때 식당 장사가 잘 됩니다. 간판과 인테리어의 디자인이 훌륭해도 그 효과는 음식 맛이 없으면 한 달을 못가죠. 정당도 마찬가지죠.” 



    -김종인 위원장의 존재감이 상당한데요. 반면 원내에서는 수세로 몰리는 모습입니다. 

    “의석수 분포가 103석 대 180석입니다. 저항조차 힘에 겨운 수준의 수적 열세입니다. 다만 걱정스러운 점은 있었어요. 법사위원장이 절대적인 수적 열세에 있는 야당으로서는 압도적인 다수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유효적절한 수단인 건 분명합니다. 그렇더라도 협상에서 원하는 바를 관철시키지 못했다고 반항하듯 다른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아버린 건 길게 보면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에요. 그 과정에서 김종인 위원장이 이게 결과적으로 다음 대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씀하셨어요. 그 분이 전반적으로 잘 하시지만, 경륜에 비추어볼 때 조금 경솔한 실수가 아닌가 싶어 우려스러웠어요.” 

    -야당 탓을 못할 테고, 잘못이 있으면 여당 책임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취지였을 텐데요. 

    “좋게 해석하면 그런 생각이겠죠. 그래서 걱정하는 겁니다. 정치공학적이죠. 정부‧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국민이 준 힘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마음가짐이 더 바람직하지 않겠습니까?” 

    이와 관련해 오 전 시장은 7월 7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강연에서 “통합당이 다음 대선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다고 한 근거가 무엇인가요. 

    “문재인 정부 들어 상위 20%와 하위 20% 간 소득격차가 커졌습니다. 집 갖고 있는 사람의 재산은 훨씬 늘었고 부동산 가격이 앙등하는 바람에 집 갖지 못한 사람들은 큰 박탈감에 빠져있어요. 대북정책이나 탈원전 정책을 잘했다고 볼 수도 없죠. 그럼에도 통합당은 못 미덥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야당이 빈사 상태에 빠졌어요. 무능하고 오만한 정부가 압도적 힘을 갖게 됐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지켜보기 시작했어요. 무능과 오만을 유능과 겸손으로 대체하지 못하면 다음 선거에서 국민들은 여당을 향해 회초리를 들 겁니다. 단, 우리가 대체재로서의 능력을 입증해야겠죠.” 

    -김 위원장이 “당 밖에 꿈틀거리는 대선주자가 있다”고 해서 화제가 됐는데요. 

    “그 분의 탁월한 능력입니다. 보수진영 주자들이 지금 도토리 키 재기 식 지지율을 얻고 있습니다. 올망졸망하다는 표현이 맞겠죠. 이 와중에 김 위원장의 ‘말의 정치’ 덕분에 우파진영의 대선주자가 누구냐를 놓고 끊임없이 설왕설래가 이어져 주목이 이쪽으로 왔어요.” 

    언론에서는 김 위원장이 염두에 둔 후보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윤석열 검찰총장, 홍정욱 올가니카 회장 등을 꼽았다. 

    -김 위원장이 “당 밖”이라고 규정하니 서운하진 않았나요. 

    “지금 제가 서운해야 할 계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언급되는 주자들이 다 무대 위에 등장했으면 좋겠어요.”

    “윤석열은 진정한 의미의 칼잡이”

    -통합당의 대선 경선판에 말인가요.

    “통합당의 경선판이면 더 좋겠지만, 그분들이 불편하시면 우리가 모시러 나가야죠.”

    -당 울타리를 허물고 경쟁할 수 있다는….

    “그렇죠. 울타리를 허물고 열린 무대에서 한판 축제와 같은 경쟁의 장을 펼쳐보자는 겁니다. 그렇게 탄생하는 주자라야 지금까지 압도적 지지를 확보하고 있는 여당 주자와 해볼 만한 상황이 되지 않겠나 싶어요.”

    -윤석열 총장이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3위를 한 결과가 나왔는데요.

    “그분은 누구건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칼끝을 겨눌 수 있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칼잡이’라고 할까요. 검사다운 검사라는 점에서 국민들이 높은 점수를 주고 계신 거죠. 또 탄압받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가고 있잖아요. 탄압받는 약자에 마음이 가는 게 인지상정이죠.”

    이 대목에서 오 전 시장은 “아직 정치인으로서의 지지도는 아니라고 표현해야 정확할 것”이라면서 이렇게 부연했다. 

    “윤 총장이 정치인으로서 훌륭한 자질을 갖고 있을 수도 있어요. 다만 그동안 김황식 전 총리, 반기문 전 사무총장, 안철수 대표, 황교안 전 대표 등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갑자기 정치권에 등장했던 분들이 계시잖아요. 그 분들의 등장과 소멸의 역사를 국민이 염두에 두고 계십니다. 그런 학습효과가 앞으로 어떻게 작동할 지가 관전 포인트죠.”

    -장외 주자를 ‘모시러 나갈 수 있다’고 했는데, 윤 총장도 대상이 될 수 있겠네요.

    “저는 굉장히 훌륭한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이 클라이맥스로 향하고 있습니다. 

    “제가 오늘 안치환 씨에 대해 페이스북에 글을 하나 썼습니다.(*7월 7일 안 씨는 진보 권력 내 기회주의 인사들을 비판한 신곡 ‘아이러니’를 발표했다.) 마지막을 이렇게 마무리했습니다. ‘좌파진영이 부럽다. 안치환이 있어서, 진중권이 있어서.’ 문재인 정권은 윤석열이 있어서 고마운 거 아닌가요? 추 장관과 문 대통령은 그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아요.”

    -김종인 위원장은 윤 총장이 문 대통령에게 가장 충성스러운 사람이라 하더군요.

    “저와 보는 시각이 같은 거겠죠. 안치환, 진중권 같은 분들이 안에서 단단히 소금 노릇을 하니 좌파진영이 도매금으로 외면 받는 일이 지연되고 있는 거예요. 좌파진영에 ‘대깨문’(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자)만 있으면 정말 빠른 속도로 허물어질 겁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윤 총장은 문 대통령에게 충신 중의 충신이죠.”

    ‘이명박‧오세훈 시절’ 반값아파트

    화제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돌릴 때다. 오 전 시장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다. 그는 “부동산 정책을 펼쳐봤던 전직 서울시장의 경험을 담아 정부에 충언을 하고 싶다”고도 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서울 집값이 계속 오르자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은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후분양제 등 파격적인 ‘3종 세트’를 내놓은 바 있다. 

    -최근 반값 아파트 공급을 주장했던데요. 

    “이명박 정부 때 토지임대부 분양을 통해 이미 한번 공급이 됐어요. 땅의 소유권은 LH공사를 통해 정부에 남겨두고 건물만 판 겁니다. 강남 한복판에 주변 시세의 3분의 1 가격으로 공급했어요. 또 하나 가능한 반값 아파트는 토지까지 다 분양을 한 형태입니다. 제가 시장 시절 했던 방법이에요. SH공사를 통해 최대한 원가를 절감한 겁니다. LH나 SH는 땅을 수용할 권한을 갖고 있어 부지를 싼값에 매입합니다. 집을 지어 싸게 공급하라고 그런 권한을 준 겁니다. 그런데 매입한 땅을 대형 건설사에 매매해왔어요. 

    거기서부터 문제가 생깁니다. 주변에 비싼 아파트가 있다고 그에 육박하는 값으로 대형 건설사에 팔면 아파트 원가가 높아지죠. 건설사는 또 이익을 붙일 텐데, 아파트값이 싸질 리가 있겠습니까. 제가 역발상을 했습니다. 수용한 땅을 대형 건설사에 팔지 말고 직접 시공하든지, 집 짓는 것만 건설사에 맡겨 원가를 최대한 줄여보라고 지시했어요. 거기다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니 주변 시세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공급이 가능했죠.”

    예나 지금이나 집값 폭등의 진원지는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이다. 오 전 시장이 소개한 반값아파트 대상지역은 강남구 세곡동과 서초구 우면동이었다. 이와 관련해 진보성향 시민단체인 경실련의 김헌동 부동산건설개혁 본부장은 지난해 12월 30일 유튜브 채널 ‘오세훈TV’에 나와 “오 전 시장은 택지를 싸게 공급해 싸게 분양할 수밖에 없도록 해 서울집값을 안정시켰다”고 호평했다. 오 전 시장이 말을 이었다.

    “가령 3.3㎡당 3000만 원대의 가격이 형성돼 있는 지역 바로 옆에 3.3㎡당 1000~1500만 원 정도 분양가로 공급할 수 있다는 게 입증된 겁니다. 그렇게 분양된 아파트가 장지지구와 발산지구에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오세훈 시장 시절에 아파트값이 전혀 오르지 않았어요. 제 임기 때는 외려 약간 떨어졌어요.”

    이에 대해 김헌동 본부장은 7월 13일 ‘조선비즈’ 인터뷰에서 “송파구 장지지구에 지은 아파트 원가는 780만원이었다. 분양가는 1020만원이었고, 당시 주변 시세는 2500만원이었다. 발산지구의 분양가는 650만원이었는데 원가는 580만원이었다. 서울시가 계속 아파트를 싼 값으로 공급하니 민간 아파트의 분양 가격도 같이 떨어졌다”고 했다.

    “인간 욕망 부정하는 헛발질 정책”

    오세훈 전 시장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을 놓고 “헛발질”이라고 표현했다. 6월 23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동, 대치동 모습. [뉴스1]

    오세훈 전 시장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을 놓고 “헛발질”이라고 표현했다. 6월 23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동, 대치동 모습. [뉴스1]

    오 전 시장은 “반값아파트를 서울에 공급해야 효과가 난다”며 몇 군데 예시를 제시했다. 

    -서울 용산역 정비창, 불광동 질병관리본부, 삼성동 서울의료원 부지를 꼽았던데요.

    “용산에 2만 가구, 용적률을 높이면 3만 가구까지 들어갈 수 있어요. 저는 절반 이상은 공원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용산역 부지를 공원으로요?

    “그게 바람직한데, 이 정부가 이미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으니 반값아파트를 하라는 뜻이에요. 서울의료원 부지에도 최대 3000 가구까지 공급이 가능합니다. 질병관리본부 자리는 지금 서울시가 시민단체에 임대주고 있어요. 은평구도 아파트 지어 공급하기를 바랍니다. 1만 가구 정도 공급할 수 있어요. 마음만 먹으면 서초구 롯데칠성 부지도 사들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부지가 사라지면 정말로 땅이 없어요. 이 기회를 놓치고 또 대형 건설사에 땅을 팔면 공급하는 효과가 없어요.”

    그는 “지금 1~2인 가구가 60%에 육박하는데, 재건축‧재개발을 막아놓으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7월 7일 국토부 장관과 통화 한 번 하고 싶다고 말해서 화제가 했던데요.

    “토론이라고 했는데, 자꾸 통화라고 기사가 나서…(웃음).”

    -어쨌든 연락이 왔습니까. 

    “그럴 리가 없죠. 이미 국토부 공무원들이 대안을 제시했을 겁니다. 워낙 서슬 퍼런 정권이니 완곡하게 눈치 보며 이야기했을 수는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제안했을 겁니다. 그런데 고집 때문이건 정치적 목적 때문이건 거절했을 거예요. 하도 답답해서 ‘저 사람들 자존심 때문에 저런다’고 표현한 거예요.”

    -문 대통령은 김현미 장관을 불러 “종합부동산세 인상, 투기성 주택 보유자의 부담 강화” 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헛발질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인간은 욕망의 존재입니다. 경제적 판단을 하는 국민은 1원이라도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1원이라도 손해가 나면 안 합니다. 그런 마음을 읽고 물꼬를 터주는 게 현명한 정책입니다. 몽둥이와 회초리를 갖고 시장을 이길 수 없습니다. 스물 한 번의 부동산 대책을 관통하는 원칙이 뭡니까. 계속해서 세금을 올리고 규제를 강화하는 겁니다. 실패하고도 본질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

    -보유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올리는 게 효과가 없을 거라는 주장도 있죠.

    “상식을 갖고 판단해보십시오. 효과가 있을지. 갑자기 증여가 늘고 있다고 하잖아요. ‘양도세 낼 바에 증여하지’라는 게 경제주체의 판단입니다. 그런 판단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을 수 있죠. 경제주체에 몽둥이와 회초리를 휘둘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게 좌파정부의 DNA같아요.”

    *[오세훈 인터뷰②]는 7월 16일 오전 10시부터 신동아 홈페이지와 포털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고재석 기자

    고재석 기자

    1986년 제주 출생. 학부에서 역사학,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5년 하반기에 상아탑 바깥으로 나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통, 전자, 미디어업계와 재계를 취재하며 경제기자의 문법을 익혔습니다. 2018년 6월 동아일보에 입사해 신동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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