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호

4곳 ‘음식점 외’에 1억2700만원 지출 민족문제연구소 [NGO 회계검증①]

“너무한다…하나로 퉁 쳐 쓰면 동의 못해”〈전문가〉 “국세청 공시제도, 시민단체에 적용 무리”〈민문연〉

  • 고재석 기자 김우정 기자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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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2020-06-22 1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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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他NGO 반면교사 위해 전문가 자문 공개

    • 민족문제연구소, ‘정의연 논란’ 이후 6년치 결산 두 차례 재공시

    • 민문연, 식당 대표 지급처로 7337만원, 5222만원 지출 기재

    • 전문가 “정의연 ‘옥토버훼스트’ 논란과 똑같아”

    • 민문연 “회계 실무자 판단으로 지출 횟수 빈번한 업체 기입”

    • 전문가 “연구소라면, 연구하는 데 돈 어디 썼는지 기입해야”

    • 민문연 “국세청 공시제도, 시민단체에 적용하기에는 무리”

    • 전문가 “NGO 탓만은 못해…홈택스 양식 실효성 고민해야”

    4월 9일 서울 용산구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아베규탄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제21대 총선, 친일정치인 낙선’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4월 9일 서울 용산구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아베규탄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제21대 총선, 친일정치인 낙선’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논란을 계기로 NGO(Non-Governmental Organization)들의 회계 작성 실태를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단순 실수나 착오에서 비롯된 부실 회계가 궁극에는 NGO의 위기로 이어지리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6월 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정부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기부금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기부금 또는 후원금 모금 활동의 투명성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 시민단체들도 함께 노력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공익법인 전문 회계사에게 묻다

    ‘신동아’는 총 4개 단체의 회계 작성 실태를 분석했다. 이중 민족문제연구소(민문연)는 정의연 회계부실 논란이 한창이던 5월 19일 국세청 홈택스에 ‘2019 공익 법인 결산 서류’를 재공시했다. 최초 공시 일자는 4월 29일이었다. 6월 2일 민문연은 또 한 차례 재공시 했다. 민문연은 사업년도 2019년 결산 뿐 아니라, 사업년도 2014~2018년 결산까지 모조리 재공시했다. 재공시를 하면 이전 공시자료는 국세청 홈택스에서 사라진다. ‘신동아’는 현재 삭제된 민문연의 2019년 사업년도 1차 재공시 자료를 입수해 2차 재공시 자료와 비교‧검증했다. 

    ‘신동아’는 NGO 결산 서류를 분석한 뒤 공익법인 감사 전문인 최호윤 삼화회계법인 공인회계사와 배원기 홍익대 경영대학원 세무학과 교수(공인회계사)에게 자문(諮問)했다. 자문 내용은 추후 다른 NGO가 회계를 작성할 때 반면교사로 참고할 대목이 많아 비교적 상세히 전한다. 또 각 NGO의 반론 및 해명도 충실히 소개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공익법인은 국세청 홈택스에 결산서류를 의무 공시해야 한다. 공익법인이 상속세·증여세 비과세 혜택을 누리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결산 내용을 검토해 오류를 발견하면 7월부터 1개월 여간 재공시하도록 한다. 그전에 공익법인 스스로 문제점을 인지하면 언제든지 수정공시를 할 수 있다. 

    미묘하게 다른 두 가지 명세서는 구분해 봐야 한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지출 명세서’(지출 명세서)는 공익법인의 한 해 기부금 수입과 지출을 나타낸다. 지출액(현금·물품 포함)을 어느 곳에 무슨 목적으로 사용했고 그 혜택을 몇 명이 누렸는지(수혜인원) 밝혀야 한다. 정의연과 관련한 보도에 주로 거론되는 회계 논란은 대체로 부실하게 작성된 지출 명세서에 기인한다.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명세서’(활용실적 명세서)는 지정기부금단체가 기부금을 공제받기 위해 법인세법에 따라 국세청 홈택스에 공시하는 양식이다. 기획재정부는 공익성이 높은 비영리법인 중 주무관청의 추천을 받은 곳을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한다. 지정기부금 단체에 기부하는 법인이나 개인은 법인세상 세제 혜택을 누린다. 법인은 법인소득의 10%까지 비용 처리할 수 있다. 개인은 소득의 30% 선에서 기부금 15%를 공제받는다. 활용실적 명세서 역시 기부금 수입·지출액을 나타내지만, 지출 명세서와 달리 수혜인원 대신 지급건수를 기재한다. 

    한편 공익법인의 공시가 부실하거나 수정공시 명령을 어기면 법인 총자산의 0.5%를 가산세로 물게 된다. 이와 별개로 국세청은 출연 받은 재산을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기준에 못 미친 공익법인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연구소 인근 식당서 7337만원?

    민족문제연구소가 5월 19일 국세청 홈택스에 공시한 ‘2019 공익 법인 결산 서류’(1차 재공시). 지난해 기준 기부금 수입이 14억7654만 원이라고 기재돼 있다. [국세청]

    민족문제연구소가 5월 19일 국세청 홈택스에 공시한 ‘2019 공익 법인 결산 서류’(1차 재공시). 지난해 기준 기부금 수입이 14억7654만 원이라고 기재돼 있다. [국세청]

    1991년 반민족문제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민문연은 국내 대표적인 친일문제 연구 단체다. 문학평론가 임헌영 씨가 2003년부터 연구소장을, 진보진영 원로인 함세웅 신부가 2013년부터 이사장을 맡고 있다. 

    민문연이 국세청 홈택스에 공시한 2016~2019년 지출 명세서에 따르면 기부금 수입은 2016년 15억2209만 원, 2017년 15억8941만 원, 2018년 15억3867만 원, 2019년 14억7654만 원 등이었다. 정의연의 경우 국세청에 같은 기간 기부금 수입이 2016년 12억8806만 원, 2017년 15억7554만 원, 2018년 12억2696만 원, 2019년 8억2550만 원이라고 신고했다. 기부금 규모만 놓고 보면 민문연은 정의연보다 더 큰 단체다. 

    1, 2차 재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민문연이 전기에서 이월 받은 잔액은 4억2975만원이었다. 같은 해 연간 기부금 수입과 합하면 총 19억603만원이다. 이중 민문연은 지난해 15억4413만원을 지출했다고 신고했다. 

    현재 국세청 홈택스에 공시돼 있는 2차 재공시 지출 명세서에 따르면 인건비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돈이 쓰인 항목은 ‘㈜에이디캡스 외’(6328만원),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외’(5865만원), ‘교보문고 외’(5401만원) 순이다. 지출 목적은 각각 ‘일반관리비’, ‘역사인식 정립 연구, 실천 활동’, ‘학술연구사업(자료수집 등)’이었다. 수혜인원은 179명, 314명, 464명 등 구체적으로 기재됐다. 

    지금은 삭제돼 있는 1차 재공시 지출 명세서 내용은 많이 다르다. ‘근로소득자 외’, ‘사업소득자 외’, ‘국민연금공단 외’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돈이 쓰인 항목은 ‘알파문구 외’(1억2969만원), ‘바보네 외’(7337만원), ‘더함 외’(5222만원)였다. 셋 다 지출 목적은 ‘고유목적사업수행’으로, 수혜인원은 99명으로 썼다. ‘바보네’는 서울 용산구 청파로 숙명여대 인근에 있는 음식점이다. ‘더함’ 역시 청파로에 있는 음식점이다. 청파로는 민문연의 소재지다. 포털사이트 지도에 따르면 두 음식점은 공히 민문연에서 걸어서 2~3분 거리에 있다. 

    ‘더함’에서 일하는 매니저 A씨는 ‘신동아’에 “민문연에서 약 1주일에 한 번 꼴로 식당을 찾는다. 그때마다 다르지만 8~10명 씩 온다. (관련 매출이) 5000만원은 안 될 것 같다. 저희 한 달 매출이 5000만원이 안 되니까”라고 했다. 이어 “(보통 민문연에서 오면) 한 사람당 1만원에서 1만5000원 정도 (지출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항목별 지출 회수가 빈번한 업체 ‘대표 지급처’로”

    민족문제연구소가 5월 19일 국세청 홈택스에 공시한 ‘2019 공익 법인 결산 서류’(1차 재공시). 붉은색으로 표기한 대목이 식당 및 문구 관련 대표 지급처. [국세청]

    민족문제연구소가 5월 19일 국세청 홈택스에 공시한 ‘2019 공익 법인 결산 서류’(1차 재공시). 붉은색으로 표기한 대목이 식당 및 문구 관련 대표 지급처. [국세청]

    민문연은 이외에도 지출 명세서에 ‘종로김밥 외’에 191만원, ‘오복식당 외’에 41만원을 지출했다고 기재했다. 수혜 인원은 각각 15명이라고 썼다. 청파로 인근 종로김밥의 사장 B씨도 “기본 김밥이 3000원이고, 1만 원 이상 넘어가는 메뉴가 없다. 보통 5000~6000원대”라면서 “100만원이 넘을 리는 없다”고 말했다. 

    앞선 2곳을 포함해 4곳의 ‘음식점 외’ 지출을 합하면 1억2793만2350원에 달한다. 지난해 기부금 수입의 약 8.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임의의 숫자인 ‘99명’을 자주 쓰고, ‘외’라는 단어를 반복해 쓴 것으로 보아 대표 지급처를 적어둔 것으로 보인다. 대표 지급처로 쓴 게 맞다면 지출 성격이 비슷한 음식점 4곳을 굳이 따로 기재한 점은 의아한 대목이다. 

    국세청의 ‘공익법인 결산서류 공시 작성 안내’에는 한 해 지원한 금액이 100만원 미만인 개인이나 단체를 합산해 적을 때만 대표 지급처를 쓰도록 돼있다. 사용액이 100만원이 넘은 개별 수혜자와 수혜단체에 지출할 경우 각기 별도로 작성해야 한다. 음식점이 대표 지급처로 들어간 항목의 지출 총합이 1억2793만원이니, 지급처는 최소 127~8군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민문연이 공개하지 않는 한 상세한 검증은 불가능하다. 

    최호윤 삼화회계법인 회계사는 “정의연의 ‘옥토버훼스트’ 논란과 똑같은 문제다. 너무 성의가 없다”면서 “‘더함 외’로 돼있는데, 식당에서 지출했다는 5200만원을 (수혜 인원인) 99명으로 나누면 한 사람당 약 50만원 안팎이 된다. 그렇다면 ‘무슨 50만 원 짜리 식사를 먹느냐’ 그런 오해가 나올 수 있는 사항”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의연은 2018년 지출 명세서에 맥줏집 ‘옥토버훼스트’를 운영하는 디오브루잉주식회사에 2018년 3339만 8305원을 지출했다고 썼다. 같은 해 11월 18일 정의연은 서울 종로구 옥토버훼스트 종로점에서 28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논란이 일자 정의연은 “3300만 원은 50개 지급처에 지급된 모금사업비 지출 총액이고 사업비 지출액이 가장 큰 후원의 밤 지급처인 디오브루잉주식회사를 대표 지급처로 적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민문연의 2차 재공시 지출 명세서에는 음식점 이름이 모두 삭제됐다. 이에 대해 민문연 측은 “회계 실무자의 판단으로 항목별 지출 회수가 빈번한 업체를 대표 지급처로 기입한 것일 뿐 특별한 의미는 없다. 지난 공시에서도 유사하게 표기해왔으나 국세청의 시정 지시를 받은 바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그러나 가급적 액수가 높고 해당 항목의 성격을 잘 나타내는 지급처를 명기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판단해 재공시에서는 수정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오락가락 기준

    민문연은 1차 재공시 지출 명세서에 총 58개 항목의 지출목적을 모두 ‘고유목적사업’이라고 적었다. 인건비 지출로 풀이되는 ‘근로소득자 외’ 항목에도 지출목적은 ‘고유목적사업’이라고 적혀있다. 배원기 홍익대 세무학과 교수는 “고유목적사업으로 일괄 표기한 방식은 문제”라면서 “연구소라면 연구사업이 목적사업이다. 인건비는 일반관리비인데, 이것을 고유목적사업으로 기재한 것은 (언론이) 따질 수 있다”고 했다. 

    1차 재공시 지출 명세서에서 민문연은 13개 항목 대표 지급처로 우정사업본부를 썼다. 수혜 인원은 각 1명이다. 지출액은 적게는 282만원에서 많게는 342만원이었다. 여기에는 음식점 관련 지출과 달리 ‘외’를 붙이지 않았다. 최호윤 회계사는 “이건 너무하다”면서 상세히 부연했다. 다른 NGO가 참조할 대목이 적잖다. 

    “원장(ledger‧회계상 거래발생 내용을 계정과목별로 정리해 놓은 장부)에서 지급거래처를 뽑아 그냥 그대로 (홈택스에) 긁어 올린 거다. 대충했다는 얘기다. 여기서는 100만원도 구분했는데, (음식점 관련 지출의 경우) 5200만원을 하나의 항목으로 썼다. 말이 안 된다. 연간 100만원이 넘는 개별 수혜자 및 수혜단체에 대해선 따로 작성해야한다. 우정사업본부가 수혜자는 아니지 않나. 민족문제연구소라면 연구하는데 돈 어디다 썼는지, 왜 썼는지 등을 기재해야 했는데 하나로 퉁 쳐서 ‘고유목적사업수행’이라고만 쓰면 아무도 동의 못 한다.” 

    민문연은 2차 재공시 지출 명세서에서 우정사업본부 관련 지출을 하나로 합치고, 총 지출액은 3895만원이라고 수정 기재했다. 지출목적은 학술연구사업(자료집 발송)이라고 적었다. 수혜인원은 8891명이라고 쓰여 있다. 1차 재공시 지출명세서에 쓰인 총 수혜인원 13명에서 수백 배 급증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민문연 측은 “5월 19일 공시자료(1차 재공시)의 수혜인원 13명은 1년간 발간된 회보의 발송비를 우정사업본부에 지급한 총 횟수이며, 6월 2일 공시자료(2차 재공시)의 수혜인원 8891명은 연간 회보 구독자 수의 평균치를 기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혜자가 지급처가 될 수도 있고 실제 혜택을 보는 회원이 될 수도 있는 등 모호한 부분이 있지만 의미 있는 숫자로 최대한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수정했다”고 했다. 

    직원의 3배에 달하는 사람에게 인건비를 지급한 것처럼 읽히는 대목도 있다. 민문연은 1‧2차 재공시에 공히 고용직원수가 32명이라고 신고했다. 그런데 1차 재공시 지출 명세서에 따르면 ‘근로소득자 외’를 대표 지급처로 8억7853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돼있다. 수혜인원은 ‘99명’이다. 배원기 교수는 “여기에는 32명이라고 (고용직원 숫자를) 기재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민문연은 2차 재공시 지출 명세서에는 ‘근로소득자 외’로 적혀있던 대표 지급처를 ‘인건비 외’로, 지출 목적은 학술연구사업(연구자, 활동가 인건비)으로 바꿨다. 수혜인원은 31명으로 대폭 줄었다. 지출액은 8억8577만원으로 소폭 올랐다.

    “인건비 수혜자, 연구자인지 후원회원인지 특정 못해”

    이에 대해 민문연 측은 “인건비의 수혜자가 연구자와 활동가인지, 시민과 후원회원인지 특정할 수 없어 첫 공시 때는 99명으로 표기했다. 연구소는 연구비를 지원하는 단체가 아니라 직접 수행하고 있고, 상근자는 수혜자라기보다 임금노동자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세청 공시자료 첫 장의 ‘고용직원 수’는 연평균 상시근로자 수를 적는 란이다. 정규직‧비정규직 인원을 합산해 적도록 돼있다.(정규직 28명+비정규직 4명=32명) 반면 지출 명세서 항목의 ‘인건비’에는 이 중 근로소득자를 따로 분류해 급여, 퇴직연금, 4대보험 법인부담금 등 인건비성 지출을 합산해 기입했다. 수혜인원은 4대보험 가입자 29명(퇴사자 1명을 포함한 2019년 정규직 총인원)+퇴직연금 납부 금융기관 1+국민건강보험 1을 더해 31로 수정 입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근자 중 감독청인 서울시교육청이 정수 승인한 회계담당자 1인의 4대보험 법인부담금과 퇴직연금 등이 일반관리비 계정에 포함돼 있던 것을 인건비로 합산해 재공시한 것으로, 그 증가액이 724만3000원”이라고 덧붙였다. 

    1차 재공시 지출 명세서에는 눈에 띄는 대목이 또 있다. 민문연이 지난해 (재)내일을여는역사재단을 대표 지급처로 총 12번, 1584만원을 지출했다는 기록이다. 민문연과 내일을여는역사재단은 같은 빌딩에 소재지를 두고 있다. 대표자 역시 함세웅 신부로 같다. 

    정작 내일을여는역사재단이 국세청 홈택스에 공시한 결산 자료에는 ‘모금단체, 재단 등 다른 공익법인 등의 지원금품’ 항목에 수익이 0원으로 기재돼 있다. 배원기 교수는 “다른 공익법인에 출연(出捐)하려면 원칙상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게 돼있다. 민문연이 내일을여는역사재단과 돈거래 한 것도 출연”이라고 했다. 최호윤 회계사도 “정확하게는 ‘모금단체, 재단 등 다른 공익법인등의 지원금품’ 항목에 (해당 사항이) 기재돼야 한다”고 했다. 

    실마리는 2차 재공시 지출 명세서에서 일부 풀렸다. 민문연은 내일을여는역사재단과 관련한 12번의 지출 항목을 하나로 통합한 뒤 지출목적을 일반관리비(임차료)라고 썼다. 매달 132만원 씩 월세를 지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자와 소재지가 같은 단체 사이에 임대‧임차 관계가 형성된 모양새다. 

    민문연 측은 “연구소가 입주하고 있는 건물의 임대인은 내일을여는역사재단이다. 사단법인 민족문제연구소와 내일을여는역사재단은 다른 법인체이고 당연히 별도의 회계 구조 하에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소가 입주하고 있는 건물의 소유주인 내일을여는역사재단에 임차료를 지불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국세청 공시, 명확한 해석 어려워 혼선”

    한편 민문연은 “민문연은 공인회계사의 내부 감사와 외부 세무확인, 감독청인 서울시교육청의 실태조사 등 엄밀한 회계 검증을 거쳐 왔다. 이번 국세청 공시의 경우 명확한 해석이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아 다소의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 민문연은 공익법인 전문 회계사들의 자문과 국세청의 지도를 받아가며 현재의 공시제도 하에서라도 최대한 정확을 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했다. 

    재공시 이유에 대해서는 “국세청의 유권해석은 ‘결산공시 기한은 4월 30일이지만 이후에도 언제든지 수정은 가능하며 최종점검과 시정요구는 7월로 예정돼있다’는 것”이라면서 “국세청공시제도가 세부지침이 명확하지 않은데다 공익법인이 결산 시 작성하는 정보 이외의 사항을 추가로 요구해 시민단체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한 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정의연을 둘러싼 언론의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어, 최대한 실제 결산을 반영하고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사항을 수정하고 있다”고 했다.

    “NGO 탓만 할 순 없어”

    NGO 회계가 이처럼 부실 난맥상을 드러내는 원인은 무엇일까. NGO를 관리·감독하는 당국이 여러 곳인 점이 첫 번째 문제로 꼽힌다. NGO 성격에 따라 주무부처는 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환경부 등 제각각이다. 회계 공시 양식은 기획재정부가, 실제 공시는 국세청이 담당한다. 최호윤 회계사는 “부처 간 업무조정으로 NGO 회계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최 회계사는 “국세청 홈텍스의 회계자료 양식이 기부문화 활성화란 본래 취지에 맞는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말을 이었다. 

    “현행 제도는 NGO에겐 번거롭고 기부자에게 제대로 된 정보도 주지 못한다. 각 양식의 어휘·개념에 대한 규정이 명확치 않아 NGO 실무자가 혼란을 겪는다. 공시 자료의 오류를 두둔할 순 없지만, NGO 탓만 할 순 없다. 개별 단체의 잘못된 공시 내용에 대한 지적 뿐 아니라 투명한 기부문화 발전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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