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核미사일 쏘는 北전략잠수함은 한반도 ‘게임 체인저’

  •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核미사일 쏘는 北전략잠수함은 한반도 ‘게임 체인저’

  • ●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사실상 무력화
    ● 북한이 꿈꿔온 핵무장 종착점
    ● 동·서·남해 공히 대잠(對潛) 작전 까다로워
    ● 미국도 믿을 수 없어…‘해상 킬 체인’ 구축해야
    ● 북한 잠수함의 요람 ‘봉대보이라공장’
북한이 보유한 로미오급 잠수함

북한이 보유한 로미오급 잠수함

신포조선소는 한미 양국 감시정찰 자산이 최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북한 군사시설 중 하나다. 함경남도 신포시 연로동에 소재한 이 조선소는 ‘봉대보이라공장’이라는 위장 명칭으로 운용돼 왔다. 최근 대대적 확장 공사를 거치며 잠수함 건조 기지로 탈바꿈했다. 

북한은 물량 면에서 세계적 규모의 수중함대를 갖추고 있다. 또한 잠수함 건조 능력을 보유한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80척에 달하는 잠수함·정을 보유해 2014년 미국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세계 1위 잠수함 대국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북한은 비대칭 무기로서 잠수함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인식하고 1960년대 초반부터 수중 전력 건설에 나섰다. 북한이 처음으로 손에 넣은 잠수함은 110t급 소형 잠수정이다. ‘유고급’으로 일컬어진다. 이 잠수정은 침투용으로 수중 배수량이 110t에 불과하다. 북한은 이 잠수정에 406㎜ 어뢰발사관을 장착해 침투뿐 아니라 공격용으로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50여 척을 건조해 요긴하게 사용했다. 1998년 한국 어선의 꽁치잡이 그물에 걸리면서 유명세를 탔다. 

북한은 신포 앞바다 마양도에 지은 시설에서 유고급 잠수함을 건조하면서 기술적 바탕을 쌓았다. 1970년대 초에는 공격용 잠수함 획득을 위해 중국과 접촉했다. 그 결과물이 1973년부터 7척이 수입된 033형(型) 무한(武漢)급 잠수함이다. 

무한급은 로미오(Romeo)급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옛 소련의 로미오급 잠수함을 복제한 것이 무한급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 잠수함을 중국으로부터 직도입하는 동시에 부품을 들여와 15척을 자체 건조하면서 중형급 잠수함 건조를 위한 기술적 토대를 쌓았다. 



북한은 마양도 해군기지의 잠수함 건조 시설에서 1976년부터 1995년까지 1.5년에 1척꼴로 무한급 잠수함을 건조했다. 20여 년에 걸친 무한급 잠수함 건조 과정에서 설계는 물론 압력선체 제조 기술을 확보하고 주요 부품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북한은 이렇게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1980년대 중반 유고슬라비아 헤로즈(Heroj)급의 도면을 들여와 개량한 상어급 잠수함을 건조했다. 1990년대에는 유고급 후속 모델인 연어급 등을 자체 개발하며 소형 잠수정으로 구성된 대규모 수중 전력을 구축했다. 

북한은 20여 척에 달하는 무한급 잠수함을 지속적으로 개량하면서 주력으로 운용한다. 40여 척의 상어급과 20여 척의 유고급, 10여 척의 연어급이 무한급을 보조한다.

천안함 폭침에서 드러났듯 효과적 비대칭 전력

2010년 4월 24일 백령도 앞바다에서 그해 3월 26일 침몰한 천안함의 함수 인양 작업이 실시됐다. [김재명 동아일보 기자]

2010년 4월 24일 백령도 앞바다에서 그해 3월 26일 침몰한 천안함의 함수 인양 작업이 실시됐다. [김재명 동아일보 기자]

배수량만 보면 굉장히 작고 보잘것없지만, 천안함 폭침 도발에서 입증된 것처럼 소형 잠수함 전력은 대단히 위협적이다. 북한 처지에서 효과적인 비대칭 전력인 것이다. 다만 소형 잠수함은 바다에서만 유용할 뿐 한반도 전략 환경에서 ‘판’ 그 자체를 바꾸는 데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은 1980년대 후반부터 소형 잠수함의 한계를 극복하고 수중 전력만으로도 한반도 문제의 판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수단을 얻고자 했다. 미국과 소련 등 강대국들이 상호확증파괴(MAD)의 핵심 수단으로 보유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 전략잠수함을 확보하는 게 그것이다. 

북한이 보유한 건조 기술로는 이러한 잠수함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했다. 소형 잠수정과 달리 대형 잠수함의 건조 난도는 대단히 높다. 얕은 수심에서 움직이는 소형 잠수함은 압력선체 지름이 2~3m면 충분해 일반 강철로도 선체를 만들 수 있지만, 탄도미사일을 싣는 대형 잠수함은 압력선체 지름이 최소 10m가 넘어야 한다. 작전 심도도 상당하기에 물속으로 들어갔을 때 선체 외벽에 가해지는 엄청난 수압을 견디는 높은 인장 강도를 가진 고장력강(High Yield Strength steel)을 만들 수 있는 고도의 철강 기술이 요구된다. 또한 대형 선체에 충분한 동력을 공급하기 위한 고성능 배터리와 모터 기술도 필요하다. 

북한이 보유한 무한급 잠수함 생산 기술로는 SLBM 탑재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무한급은 6.7m급의 압력선체를 가지고 있어 여기에 탄도 미사일을 싣는 것은 불가능했고, 대형 선체를 효과적으로 움직이기 위한 배터리나 모터 역시 북한 기술로는 어림도 없었다. 이 때문에 북한은 관련 기술과 부품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했다. 

북한은 소련의 재래식 동력 탄도미사일 잠수함인 골프(Golf)급, 그 골프급을 모방해 확대 개량한 중국의 칭(淸)급 잠수함 획득을 추진했다. 골프급은 소련의 전략원자력잠수함 전력화에 따라 구식화돼 도태되고 있었는데, 북한은 이 도태 잠수함을 판매 또는 공여해 줄 것을 소련에 요청했지만, 소련이 이런 전략무기를 북한에 넘겨줄 리 없었다. 북한은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소련 붕괴 후 조총련 통해 골프II급 잠수함 입수

소련과 중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탑재 가능 잠수함 제공 요청을 완강하게 거부했다. 1991년 소련의 붕괴와 함께 북한에 기회가 찾아왔다. 붕괴 직후 대혼란에 빠진 소련 각지에서는 무기 밀매가 일상처럼 벌어졌고, 고위급 장교들은 생계를 위해 전략무기까지 팔아치웠다. 북한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소련의 탄도미사일 탑재 잠수함 골프II급을 조총련계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입수했다. 

이 잠수함은 노동 미사일의 원형인 R-11 미사일을 3발이나 탑재하는 3500t급이었다. 소련이 30년 넘게 운용할 만큼 신뢰성이 입증된 잠수함이다. 중국도 칭(淸)급이라는 이름으로 이 잠수함을 복제 생산해 운용한 바 있다. 

북한은 1993년 12월 골프 II급 잠수함 1척을 청진항으로 가져왔는데, 이 잠수함은 청진항에 계류돼 있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행방이 묘연해졌다. 길이 99m, 폭 8.2m로 어지간한 상업용 위성에도 충분히 찍힐 만한 덩치의 대형 잠수함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면서 북한이 이 잠수함을 수리 및 개조해 다시 취역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실제로 북한은 1998년부터 2003년까지 러시아와 중국, 동유럽 각지에서 6000만 달러의 각종 무기를 밀수했는데, 당시 밀수한 품목 목록에는 러시아가 폐기하거나 고철로 매각한 골프II급 잠수함 부품이 포함돼 있었다. 따라서 2000년대 이후에도 북한이 어디에선가 골프II급 잠수함을 개조해 재취역시키려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고, 각국 전문가들은 북한 각 지역의 위성사진을 이 잡듯 뒤지며 이 잠수함을 찾았다. 

그러나 북한이 처음 골프II급 잠수함을 손에 넣은 그 시점부터 3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 북한이 이 잠수함을 재취역시켰다는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은 신포급으로 불리는 전혀 다른 설계의 실험용 잠수함을 건조해 취역시켰고, 신포C급으로 알려진 새로운 전략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 

2019년 7월 22일 북한 관영매체가 보도한 사진 속에 등장하는 신포C급은 골프II와는 전혀 다른 형상이다. 북한은 모자이크 처리를 통해 이 잠수함의 정확한 형상과 SLBM 발사관 숫자를 은폐했지만,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서 이 잠수함의 정체와 기술적 특성을 유추할 만한 중요한 단서가 발견됐다.

무한급 잠수함 선체 개조 후 대형 함교 이어 붙여

2016년 8월 함경남도 신포 앞바다에서 SLBM ‘북극성’ 수중시험발사를 한 신포급 잠수함. [SBS 화면 캡쳐]

2016년 8월 함경남도 신포 앞바다에서 SLBM ‘북극성’ 수중시험발사를 한 신포급 잠수함. [SBS 화면 캡쳐]

북한은 골프II급 잠수함을 개장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설계의 잠수함을 신규로 건조하는 대신, 기존의 무한급 잠수함의 선체를 확장해 SLBM 발사관을 설치하는 방법을 택했다. 

북한의 신형 전략잠수함이 기존 무한급을 개조한 것이라는 증거는 북한이 공개한 사진 속 잠수함 압력선체 외벽의 찌그러진 흔적이다. 이것은 잠수함이 장기간 운용되면서 수압에 노출돼 발생한 것으로 이 잠수함이 신품이 아님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다. 또한 북한이 공개한 사진 속에 일부 노출된 어뢰발사관 배열이나 잠항타 형상 모두 북한이 기존에 보유한 무한급 잠수함 형상과 일치하는 것도 북한의 신형 잠수함이 기존 무한급 잠수함의 개조형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북한이 기존의 잠수함을 개조해 전략 잠수함을 만든 이유는 기술 부족과 부품 수급 문제에 있을 것이다. 전략 잠수함의 통상 작전 심도인 수중 200m 안팎까지 잠항하려면 고품질의 고장력강이 필요하다. 그러나 북한의 공업 환경에서는 이러한 고장력강 생산이 어렵고, 이를 잠수함을 만들 수 있을 만큼 대량으로 수입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잠수함 신규 건조 대신 기존 잠수함을 개조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북한 관영매체에서 공개한 사진을 보면, 신포C급 잠수함은 기존 무한급 잠수함의 함교를 떼어내고 그곳에 SLBM 발사가 가능한 새로운 함교를 설치하는 형태로 제작된 것을 볼 수 있다. 이 새로운 함교는 북한이 손에 넣었던 골프II급 잠수함의 설계를 모방한 것으로 북한은 기존 함교보다 훨씬 커진 함교를 무한급 선체에 붙이기 위해 잠수함 압력선체 상단을 확장하는 대대적인 개조를 가했다. 

북한은 이러한 개조 과정에서 골프II급에서 얻은 D-4 수중발사시스템 기술 및 부품을 대거 활용하고, 복제한 SLBM 수중 발사 기술의 실증용으로 신포급 잠수함을 건조해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 잠수함의 선체를 개조해 대형 함교를 이어 붙이는 형태의 설계는 비효율과 위험천만함 그 자체다. 무게와 저항이 크게 증가해 항속거리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캐비테이션(Cavitation)으로 인한 소음도 커져 생존성도 크게 나빠진다.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이 잠수함은 물속에 들어가 미사일을 쏘는 기본적인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을 뿐, 무기체계로서의 전술적 가치는 크게 떨어진다. 그러나 북한은 사활을 걸고 이 잠수함 개발에 매달렸고, 드디어 진수를 목전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대잠(對潛) 작전 까다로운 한반도 바다

북한이 오랜 기간 다양한 잠수함을 개발해 대량으로 배치했으며 현재는 전략잠수함을 손에 넣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한반도 전장 환경에서 잠수함이 그만큼 위력적인 무기이기 때문이다. 

흔히 북한의 수중 전력을 논하면서 ‘바닷속의 경운기’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농촌에서는 경운기만큼 유용한 농기계가 없지만, 일반적으로 경운기는 초라하거나 낡아빠진 자동차를 비하할 때 종종 사용되는 표현이다. 그만큼 북한 잠수함이 낡고 소음도 심한 ‘고철 덩어리’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러나 한반도 주변 해역은 전 세계적으로도 대잠(對潛) 작전이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곳이다. 동해와 서해, 남해가 모두 다른 수중 환경을 가지고 있으며, 각기 다른 수중 환경 특성이 공교롭게도 모두 잠수함의 은닉과 활동에 최적화돼 있어 미국 해군도 손사래를 치는 곳이다. 

천안함 폭침 도발이 일어난 서해는 수심이 얕고 물이 탁해 잠수함이 활동하기 어렵다고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중국 전략잠수함의 주요 활동 무대다. 서해는 한반도와 중국에 접한 수십 개의 하천에서 엄청난 양의 담수(淡水)와 더불어 각종 오염 물질과 부유물이 유입된다. 

물은 온도와 염도 등 성분에 따라 비슷한 성질끼리 뭉치는 특성이 있는데, 바닷속에도 성질이 유사한 물이 뭉쳐 수괴(水塊)가 형성된다. 수중 물체를 찾는 데 쓰이는 음파는 각각 다른 성질을 가진 수괴를 통과하면서 왜곡 또는 소실되는데 수괴가 다양하게 발달할수록 물속의 잠수함을 찾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다.

서해는 수괴가 다양하게 발달하고, 곳곳에 바위와 돌출 지형이 음파를 산란·왜곡시킨다. 자기장 변화를 감지해 수중의 금속 물체를 탐지하는 자기변화탐지장비(MAD) 역시 곳곳에 널린 부유물과 수중 쓰레기 때문에 별다른 효과를 보기 어렵다. 따라서 서해는 대잠 작전 환경이 최악인 곳 중 하나로 평가된다. 

남해는 비교적 낮은 수심과 양식장 등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인공 구조물이 잠수함에 천혜의 은닉처를 제공한다. 수중에서 엄청난 소음을 내는 딱총새우(Pistol shirimp)의 세계 최대 서식지이기도 하다. 이 새우들은 사냥할 때마다 190~210dB의 소음을 일으키는데, 일반적인 디젤 잠수함의 소음이 120dB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소음이 큰지 알 수 있다. 

북한 잠수함이 주로 활동하는 동해는 수심이 깊고 다양하게 발달한 해류 때문에 곳곳에 수괴가 형성돼 있다. 동해에는 구로시오 난류나 리만 난류, 동한 한류 등 각기 다른 성질을 가진 해수가 유입돼 곳곳에 거대한 수괴를 형성한다. 

수심도 깊어 200m 깊이까지는 수온약층이 형성되는데, 해수면 근처에서 구축함이나 호위함이 쏜 음파는 수온약층을 통과하면서 완전히 왜곡된다. 무한급 잠수함의 파괴 심도가 250~300m 수준이므로 북한 잠수함이 200m 아래로만 숨으면 수상함의 소나로 찾는 것이 매우 어려워진다.

보복 타격(Second strike) 능력 확보

실제로 해군이 비교적 최신 소나인 SQS-240K를 장착한 한국형 호위함을 동원해 일정 구역을 정해놓고 북한의 무한급 잠수함과 모의 교전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탐지 및 격침률이 25%를 밑돌며 우리 해군 호위함도 큰 피해를 당하는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그만큼 한반도 주변의 수중 환경은 잠수함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조성돼 있다. 

이러한 사실은 북한도 당연히 알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지난 수십 년간 수중 전력 확보에 공을 들인 것이고, 북한 잠수함과 잠수정이 동·서·남해 곳곳을 제 집 앞마당 드나들 듯 오갔던 것이다. 

북한이 수십 년간 동·서·남해에 내려보낸 잠수함에는 한반도 전략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한 방’이 실려 있지 못했다. 기껏해야 무장공비나 간첩 몇 명 정도로는 대한민국의 체제를 뒤흔들고 위협할 만한 파괴력을 발휘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잠수함에 실린 ‘물건’이 공작원이 아니라 탄도미사일이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북한이 전략잠수함을 실전에 배치하면 이 잠수함은 언제든 물속에 숨어 해류를 타고 넘어와 한국 해군의 대잠 방어선을 뚫고 포항이나 울산, 부산 앞바다의 수중에서 SLBM을 쏠 수 있다. 즉 한미연합군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모두 북쪽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뒤통수’를 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의 사거리를 연장하고 해류를 잘 이용하기만 하면 일본 전역은 물론 괌, 알래스카까지 노려볼 수 있다. 동해 바다 깊숙한 곳에 숨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곳에서 기습적으로 핵미사일 공격을 가할 수 있는, 말 그대로 보복 타격(Second strike) 능력을 갖게 된다. 

이러한 능력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시작한 이후 항상 꿈꿔온 핵무장의 종착점이다. 이를 위해 북한은 지금까지 핵과 미사일, 그리고 잠수함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SLBM 탑재 전략잠수함은 말 그대로 ‘한방’

노동신문은 2019년 10월 3일 “동해 원산만 수역에서 새형의 잠수함탄도탄(SLBM) ‘북극성-3’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캡쳐]

노동신문은 2019년 10월 3일 “동해 원산만 수역에서 새형의 잠수함탄도탄(SLBM) ‘북극성-3’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캡쳐]

한반도에서 군비 경쟁은 창과 방패의 싸움이었다. 북한이 창을 개발하면 한국이 방패를 만들고, 북한은 다시 그 방패의 틈을 파고들 새로운 창을 만들었다. 북한의 전략잠수함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실효적인 ‘전략적 억지력’을 갖기 위한 보복 타격 수단 확보이자, 한국군의 이른바 ‘3축 체계(선제 타격용 ‘킬 체인’, 북한이 쏜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탄도미사일을 대량으로 발사해 북한을 응징하는 대량응징보복·KMPR) 체계를 가리킨다)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북한이 한국의 미사일 방어체계 사각지대에서 기습적으로 미사일을 날릴 수단 확보를 목전에 두면서 그동안 한국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만들어온 MD(미사일 방어)체계는 사실상 무력화됐다. 유사시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을 출항시켜 동해 어딘가에 숨겨놓고 핵미사일을 발사하겠다고 위협하며 한국을 상대로 감당하기 어려운 압박을 가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전략잠수함이 원자력 추진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 잠항 능력이 짧으니 수면으로 부상했을 때 타격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광활한 동해 한복판에서 기껏해야 쇠파이프 몇 개 정도 크기의 스노클링 튜브를 찾아내는 것은 해운대 백사장에 떨어진 바늘을 찾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그렇다면 사실상의 게임 체인저인 북한의 전략잠수함을 저지할 방법은 없을까. 물론 있다. 그것도 아주 간단하다. 미국이 나서면 아주 간단하게 해결된다. 미국 해군은 반세기 넘게 소련 및 그 후신인 러시아와 중국의 전략원자력잠수함과 숨바꼭질을 해왔다. 지금도 미국 해군의 고성능 공격원자력잠수함들은 적성국 잠수함의 출항부터 귀항까지 모든 과정을 추적하며 만에 하나라도 발생할 수 있는 우발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이 신포 앞바다에 공격원자력잠수함 1척을 보내 근거리에서 마킹하면 북한 전략잠수함은 한국과 미국에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1996년 로버트 김 사건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1996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 당시 미국은 북한의 상어급 잠수함을 출항 당시부터 감시하고 있었지만, 한국군에 관련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다. 미국 해군 정보국에 근무하던 한국계 미국인 로버트 김(한국명 김채곤)은 이 사실을 인지하고 이를 주미 한국대사관 무관 백동일 대령에게 전달했다가 간첩 혐의로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돼 9년간 복역했다. 

미국은 한국과 모든 정보를 100% 공유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한국은 미국의 정보 공유와 협력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한미동맹 강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독자적 대응 수단을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현실로 다가온 北전략잠수함·SLBM 위협

우리 군은 오래전부터 북한의 전략잠수함과 SLBM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것이 효율적일지 다방면의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이론적 측면에서만 보면 한국군만큼 북한의 전략잠수함 위협의 실체와 대응 방안에 대해 체계적인 연구 실적을 가진 집단도 없을 것이다. 

필자는 군의 의뢰로 수상함 전력부터 한국형 핵잠수함에 이르기까지 수년간 수십 편의 연구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필자를 비롯해 다양한 전문가들이 분석하고 연구한 결과물에서 나타난 북한 전략잠수함과 SLBM 위협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응 수단은 ‘해군력’이었다. 

미국과 소련이 그랬던 것처럼 적의 전략잠수함을 상시 추적할 수 있는 원자력 추진 공격용 잠수함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대응 수단이다. 핵잠수함 보유가 어렵거나 시간이 오래 걸릴 경우 P-8A 포세이돈이나 MQ-4 트리톤과 같은 고성능 해상초계기를 다량 확보해 한반도 주변 해역에 대한 24시간 감시 체제를 갖춰 스노클링 잠수함을 발견 즉시 타격하는 ‘해상 킬 체인’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러한 감시망조차 뚫고 수중에서 탄도미사일이 발사됐을 때 어느 해역에서 쐈든 미사일의 상승 단계에서 곧바로 격추시킬 수 있는 MD 능력 보유 이지스 구축함을 동해와 서해에 상시 작전 상태로 둘 수 있도록 추가 건조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앞서 나열한 그 어떤 대응 수단도 이미 갖춰져 있거나 충분히 갖출 계획이 세워져 있지 않다. 현 정부 초기 언론에 대대적으로 소개된 한국형 핵잠수함은 ‘남북 화해 기류’라는 있지도 않은 환상에 덮여 유야무야됐고, 해상초계기는 정말 상징적인 숫자만 들여올 예정이다. 미사일 방어 능력을 갖는 이지스 구축함은 단 3척만 건조될 예정으로 해군의 삼직제(三職制·1개의 기동전단이 상시 작전에 투입 가능한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3개의 기동전단으로 구성된 기동함대가 필요하다)를 고려하면 동해나 서해 둘 중 한 곳에만 배치할 수 있고, 이마저 2020년대 후반에 가서야 가능한 일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장비들이 들어오더라도 해군의 심각한 병력 부족 때문에 이를 운용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제, ‘게임 체인저’라는 북한의 전략잠수함과 SLBM 위협은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그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430여 년 전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짓던 그 마음으로 해군력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해야 할 때다.



신동아 2020년 8월호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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