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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은 어떻게 ‘실패한 취준생’에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나

“어떻게 살아도 완벽할 수는 없다”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김수현은 어떻게 ‘실패한 취준생’에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나

  • [사바나]
    ● 인간관계 처방전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 밀리언셀러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이후 3년 반 만의 신작
    ● 2억3000만 원 선인세 받고 일본 수출
    ● 20대 후반 대기업 입사 실패 뒤 열린 새로운 기회
    ● 최선을 다하고도 실패한 경험 덕에 작가 될 수 있었다
    ● 모두에게 정중하되, 누구에게도 쩔쩔매지 말고 살자
사바나 초원처럼 탁 트인 2030 놀이터. 밀레니얼 플레이풀 플랫폼.

[사진·이창주]

[사진·이창주]

10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책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의 저자 김수현(33) 씨가 새로운 그림 에세이집으로 돌아왔다.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라는 제목의 이 책은 여러 면에서 전작과 닮았다. 책장을 펼치면 진솔한 글과 촌철살인 일러스트가 어우러진다. 양쪽 다 김 작가 솜씨다. 저자가 자기 경험과 성찰을 바탕으로 독자에게 다정한 조언을 건네는 방식 또한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를 연상시킨다. 

단, 주제가 새롭다. 전작이 ‘자기 존중’에 대해 다뤘다면 이번 책의 열쇠 말은 ‘관계’다. 김 작가에 따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조금만 방심하면 훅 하고 나를 위협해 오는 인간’으로 가득 차 있다.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는 사람이 많다. 소중한 이와의 관계 맺음 또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사람과 상처를 주고받고 뒤돌아 후회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김 작가 역시 그랬다. 그런 나날을 살아가다 문득 이런 질문을 품게 됐다고 한다. 

“왜 우리는 서로 아끼고 보듬어줘도 모자란 사람들 가슴을 후벼 파고, 정작 단호해야 할 사람에겐 아무 말도 못 할까. 어떻게 해야 나답게, 편안하게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 있을까.” 


김수현 작가의 신간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김수현 작가의 신간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이 고민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에 담겨 있다. 저자의 따뜻한 글과 그림은 비슷한 어려움을 겪어온 많은 이의 마음을 움직인 듯하다. 이 책은 5월 출간 후 줄곧 국내 주요 베스트셀러 차트 상위권에 머물고 있다. 6월 중순 한 일본 출판사가 선인세 2100만 엔(약 2억3000만 원)을 지불하고 해외 판권을 사가기도 했다. 김 작가에게 소감을 묻자 “오랜만에 책을 내는데다 전작이 사랑을 많이 받아서 출간 전 긴장했다. 긍정적인 피드백 덕분에 이제 좀 마음이 놓인다”고 답했다. “이 책이 관계에 지친 분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도 밝혔다. 



“책이 가진 힘의 절반은 작가, 나머지 절반은 독자의 상황이 만든다고 생각한다. 같은 문장도 읽는 이가 처한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가 평소 집 안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다가 관계가 벅찬 날, 삶이 피곤한 날, 사랑이 사라진 날 상비약처럼 쓰이길 바란다. 그런 용도로 쓴 책이라, 독자에게 위안이 된다면 기쁠 것 같다.” 

“책이 가진 힘의 절반은 독자 상황이 만든다”는 김 작가 이야기는 그의 전작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가 베스트셀러가 된 과정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 책 출간 당시 김 작가는 무명의 프리랜서 디자이너였다. 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 취업을 준비했으나 실패한 20대 후반 청년. 이게 당시 김 작가 모습이었다. 그는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에 이렇게 썼다. 

“우리는 모두 슈퍼 히어로를 꿈꿨다. 그리고 지금은 세상이 아니라 나를 구하는 것이 먼저인 어른이 되었다. 애매한 나이, 애매한 경력, 애매한 실력, 애매한 어른으로 자란 우리는 모두 어른을 연기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당시 김 작가의 고민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이 질문을 붙든 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그 결과물을 엮어 펴낸 에세이집 곳곳에는 ‘세상이 우리를 어떻게 대하든, 우리는 우리 자신을 존중하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어쩌면 이것은 그 시절 김 작가가 스스로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였는지 모른다.

프리랜서 디자이너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김수현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김수현

이 책에 담긴 ‘내게 친절하지 않은 사람에게 친절하지 않을 것’이라는 제목의 글을 보자. 저자는 자신이 대기업 입사를 준비하며 인턴으로 일하던 시절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모든 행동이 평가 대상이던 그때, 김 작가는 자기를 함부로 대하는 이들에게 ‘꿈틀’ 정도의 저항조차 못했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자신을 정말 괴롭게 만드는 건 ‘선배’라고 불리는 이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이 아니라는 것. 그런 대우를 받으면서 표정 한번 구기지 못하는 ‘나 자신’이라는 걸 말이다. 이 경험을 떠올리며 김 작가는 이렇게 썼다.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 이에게 친절하려 애쓰지 말자. 상황을 바꿀 수 없을지라도 적어도 그들에게 비굴해지지는 말자.’ 그는 이런 태도에 ‘저열한 인간들로부터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저항’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에세이 말미에는 김 작가가 그린 일러스트도 한 컷 배치돼 있다. ‘갑질이란, 최소한의 인격적 대우조차 갖추지 않은 천박한 갑과 최소한의 인격적 대우조차 요구하지 않는 무력한 을의 합작품’이라는 글을 배경으로 원피스를 입은 여성 한 명이 서 있는 그림이다. 이 여인이 세상을 향해 내뱉는 말이 짜릿하다. “너나 잘하세요. ㅅㅂ.”

이런 감성이 독자 마음을 움직였다. 김 작가와 다를 바 없는 현실을 살아가던 많은 청년이 그의 책에 ‘힘’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출간 초기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입소문을 타며 국내 판매부수 100만 부를 돌파했고, 세계 8개국에 판권이 수출됐다. 일본에서 한때 에세이 부문 1위에 오르며 25만 부 이상 팔렸을 만큼 해외 반응도 좋다. 

김 작가는 “책에서 열등감, 초라함, 주위 시선의 압박 등에 대해 이야기 했다. 이런 감정을 우리 사회의 서열 문화, 경쟁주의 등과 더불어 검토하며 사회적인 차원에서 다룬 데 공감한 분이 많았던 것 같다. 책에 담긴 자기 존중의 메시지를 보며 힘을 얻었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한 20대 여성이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게 괴로워 죽어야 되나 생각하다 이 책을 읽고 살아갈 용기를 냈다’고 말씀하신 게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이런 책을 쓸 수 있었을까. 이 질문에 김 작가는 “최선을 다하고도 실패했던 경험 덕분”이라고 답했다. 

그가 책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 건 어린 시절부터라고 한다. 고3 때 버킷리스트를 만들며 ‘내 이름으로 책 내보기’라는 항목을 써넣었다. 대학 졸업 무렵인 2009년, 첫 그림 에세이 ‘100% 스무 살’을 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책 쓰기’를 직업으로 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당시 주위 친구들은 모두 취업을 목표로 달려가는 참이었다. 그 또한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었다. 만약 이 꿈을 이뤘다면 김 작가는 지금 ‘남들 같은’ 직장인으로 살고 있었을지 모른다.
 
“언젠가 어린 시절 꿈을 떠올리며 책을 썼다 해도 ‘최선을 다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 같은 내용을 담았을 것이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것 같은 책은 쓸 수 없었을 것 같다.” 

그래서 김 작가는 “이제와 돌아보면 그때 취업에 실패한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물론 당시 감정은 전혀 달랐다. 대기업 입사를 ‘정말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이다. 중견기업에서 일하다 그만두고 큰 회사 인턴에 다시 도전한 참이었다. 최종 합격을 목표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했다. 그 결말이 ‘불합격’으로 끝나자 마음이 무너졌다. 앞날이 막막했고,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김 작가는 자기가 정말 원한 건 그 회사에서 하게 될 일이 아니라 번듯한 명함, ‘대기업 합격’ 타이틀이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비로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어린 시절부터 꿈꿨던, 책을 통해 사람들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잠시 몸담았던 작은 회사를 그만둔 건 이때 일이다. 이후 그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생계를 꾸리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김 작가는 그 시절을 돌아보며 “미래가 불투명했지만 불안하지는 않았다. 클라이언트가 작업을 의뢰하면 돈을 벌 수 있어 좋고, 일이 들어오지 않을 때는 ‘내 일’을 할 수 있어 좋았다. 당시 ‘나만큼 열심히 에세이를 준비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진지하고 성실하게 책을 썼다”고 말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이다.

실패가 선물한 새로운 인생

김 작가 SNS에는 그가 취업 문턱에서 좌절하고 진로를 고민하던 시절, 용하다고 소문난 ‘철학관 아주머니’를 찾아갔던 날의 이야기가 적혀 있다. 그 아주머니는 “회사를 다니지 않고 책을 쓰며 살고 싶은데 괜찮을까요”라고 묻는 김 작자에게 “절대 잘될 리 없다. 포기하라”고 답했다고 한다. 

“(내게는) 그럴 운도, 재능도 없다고. 굶어 죽지 않으려면 회사를 다니라고. 점쟁이뿐이랴. 많은 사람이 글 쓰는 걸로는 먹고살 수 없을 거라 했다. 하지만 나는 쓰고 싶은 글이 있었고, 안 될 것 같아서 안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책을 썼고, 사람들 예상과는 다르게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지난 후에야 깨달은 건, 용하다는 점쟁이도 점괘도, 세상 물정 안다는 사람들 말도, 언제나 진실인 건 아니었다는 것.” 

김 작가가 SNS에 올린 글의 일부다. 지금도 적잖은 사람이 주위의 이런 평가와 충고 때문에 자기가 원하는 일을 포기하고 있을지 모른다. 김 작가는 그들에게 이 말을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내게 ‘그 나이 먹도록 뭐 했느냐’고 했다. 지금은 ‘젊은 나이에 많은 걸 이뤘다’고들 한다. 진실은 어디에도 없다. 주변의 비난과 칭찬은 중요하지 않다.” 

그렇다면 세상이 정한 기준에서 벗어나 자기 뜻대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이에게 중요한 건 뭘까. 김 작가는 먼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다른 사람이 내게 무엇을 원하는지만 살피다 보면, 내가 뭘 원하는지에 대해서는 무뎌진다. 그래서 ‘그냥’이라는 감각이 소중하다. 누구의 욕망도 아닌, 온전한 나의 욕망이기에 우리는 ‘그냥’이라는 감각에 귀 기울이며 그냥 해보고 싶은 일을 그냥 해봐야 한다.”

“삶은 계속된다”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김수현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김수현

김 작가 자신이 바로 이 과정을 통해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이렇게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결심하면, 다음에 할 일은 현실의 벽에 막혀 꿈을 쉬이 포기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생계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라고 한다. 그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크면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없게 된다. 무턱대고 꿈에 뛰어들기보다는 돈을 좀 모아놓거나 돈 벌 장치를 만든 뒤 도전할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이후에는 성실하고 꾸준하게 노력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모두 꿈을 이루는 건 아닐 것이다.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이든 ‘제대로’ 해봐야 포기도 할 수 있다는 김 작가 생각이다. 그는 “최선을 다해본 경험을 통해 ‘이 길이 내 길이 아니구나’라는 걸 깨닫는다면 그 또한 의미 있는 일”이라고 했다. 이런 성찰을 담아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의 한 대목을 썼다. “한 가지 꿈에 장렬히 전사할 필요는 없다. 삶은 계속되어야 하고, 퇴로는 열려 있다.” 

이 에세이와 어우러져 있는 일러스트에는 여성 두 명이 등장한다. 머리 긴 여성이 “열심히 해도 안 되면 어떡해?”하고 질문하자 단발머리 여성이 “열심히 해도 안 된다는 걸 알게 되겠지”라고 답하는 내용이다. 

책장을 넘기다 문득 김 작가의 전작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에서 본 그림 하나가 떠올랐다. 그 작품에도 여성 두 명이 등장했다. 긴 머리 여성이 “1년을 낭비한 걸까?”라고 묻자 단발머리 여성이 답한다. “괜찮아. 1년 더 살면 돼”라고. 김 작가는 이들의 대화 아래 “낭비한 시간은 무병장수로 메워보자”고 써놓았다. 재치 있으면서 계속 메시지를 곱씹게 하는 ‘묵직한 한 방’도 있다. 

김 작가 책 곳곳에 등장하는 이 단발머리 여성 캐릭터는 작가 자신을 표현한 것이다. 김 작가는 “책을 쓰며 독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단발머리 페르소나 입을 통해 전달한다”고 말했다. 미대 재학 시절 첫 책을 쓸 때는 그림을 잘 그리는 데 시간을 많이 들였다고 한다. 그런데 점점 책에서 더 중요한 건 메시지라는 생각을 하게 돼, 이제는 일러스트 자체보다 그 안에 담을 메시지에 좀 더 신경을 쓴다고도 했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가 큰 성공을 거둔 뒤 후속작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를 준비할 때는 특히 이 메시지를 갈고닦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새 책이 나오기까지 꼬박 3년 반이 걸린 이유다. 그는 “전작의 동어반복을 피하고자 노력했다”며 “‘어떤 이야기를 쓰면 좋을까’ 고민한 시간만 1년쯤 된다”고 밝혔다.
‘관계’에 대한 책을 쓰기로 마음먹고부터는 책을 읽고 사람들 얘기를 듣고 이런저런 관찰을 하며 집필을 준비했다. 본격적으로 글·그림 작업을 한 시간은 1년 정도라고 한다. “돌아보면 나라는 사람이 조금은 성장하고 변화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는 게 김 작가 얘기다. 

이런 노력을 거쳐 출간된 책에는 ‘어떻게 하면 인간관계를 완벽하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지 않다. 오히려 ‘인간관계는 어떻게 해도 완벽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자’는 작가의 뜻이 곳곳에서 읽힌다. 그는 “한동안 관계와 화법에 대한 책을 두루 읽다가 숨이 막히는 듯한 기분을 느낀 적이 있다. 인간관계에서 실수하면 안 된다는 압박감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내가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으려면 이렇게 해야 합니다’ 같은 책을 쓰면 독자를 괴롭히는 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계기로 책의 방향을 정했다”고 밝혔다. 

스스로도 이때부터 관계맺음에서 적당히 포기하고, 덜 애쓰며, 편안한 마음을 갖고자 노력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노력을 통해 김 작가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건 “모두에게 정중하되, 누구에게도 쩔쩔매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이후 그는 또 어떤 책을 준비하고 있을까. “현재로서는 어떤 계획도 구체적으로 세우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몇 년간 책을 써야 한다는 생각에 다른 일은 엄두도 못 냈다. 마치 수능을 앞둔 수험생처럼 ‘이 책을 마감하고 나면 할 일’에 대한 생각만 숱하게 했다”는 것이다. “책 쓰는 일에서 벗어나 웹툰을 한번 그려볼까, 친구랑 같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볼까 등등의 생각을 해봤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다소 들뜬 듯했다.

행복한 사람이 되는 훈련

[사진·이창주]

[사진·이창주]

김 작가는 “전과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책을 쓸 수도 있다. 요즘 불교 서적을 많이 보고 있으니 ‘마음 공부’에 대한 책을 쓰게 될지 모른다. 아니면 아이를 낳아 육아서를 쓸 수도 있다. 시덥지 않은, 어찌 보면 시시껄렁하다고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지금은 아무 기약이 없고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나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같은 스타일의 그림 에세이를 또 내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일을 빼고 얘기하면 명상을 좀 길게 하고, 좀 더 행복한 사람이 되는 훈련을 하려고 한다. 행복에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 행복해져서 언젠가 그 방법을 사람들과 같이 나눌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최근 명상이나 종교철학, 영성에 관한 책을 많이 읽고 있으며, 특히 김사업 박사의 ‘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불교수업’이라는 책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의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물었다. 김 작가의 목소리를 그대로 옮긴다. 

“이번에 제가 낸 책 제목 앞에는 괄호가 하나 있는데요. ‘(노력하되)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완벽한 관계라든지, 완벽한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조금 더 편안하게 바라봐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물론 저도 그게 잘 안 될 때가 많아요. 자책이 몰려오기도 하고, 관계에 쩔쩔매기도 하고, 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도 들죠. 그때마다 우리, 조금은 덜 애쓰고, 조금은 더 편안하게, 스스로와 곁에 있는 이를 사랑해 주면 좋겠어요. 코로나19로 다들 많이 지치셨을 텐데, 건강하시고, 모쪼록 행복하세요. 꼭.”



신동아 2020년 8월호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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