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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망디 상륙작전 닮은 하이에나 무리 사자 공격

사자의 후구(後軀)가 찢어지고 피가 흥건하게 흐르다

  • 이강원 동물칼럼니스트 powerranger7@hanmail.net

노르망디 상륙작전 닮은 하이에나 무리 사자 공격

  • [동물萬事⑱]
    ● 사자의 라이벌은 호랑이 아닌 하이에나
    ● 알리의 명성을 완성시킨 천재 복서들
    ● 사마의, 조진을 제치고 제갈량 라이벌 되다
    ● 동아시아에서 호랑이 라이벌은 용
[Amazing channel 유튜브 화면 캡쳐]

[Amazing channel 유튜브 화면 캡쳐]

사자는 다른 동물과 격이 다르다. 만물의 영장(靈長)인 사람으로부터 백수(百獸)의 제왕(帝王)이라는 예우까지 받을 정도다. 실체가 있는 왕위는 아니지만 사람에게 이런 극진한 대우를 받는 동물은 드물다. 

인간이 만든 상상의 나라 ‘동물의 왕국’에서 왕족 자격을 가진 종은 둘밖에 없다. 멋진 갈기(mane)를 가진 사자와 화려한 무늬의 소유자 호랑이다. 현재 왕위는 사자의 차지지만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산군(山君) 호랑이의 전투력이 무섭기 때문이다. 


무하마드 알리의 명성을 함께 완성시킨 천재 복서들

제갈량. [위키피디아]

제갈량. [위키피디아]

누구나 챔피언(champion)이 되길 원한다. 성공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정상의 자리, 지존의 위치는 제대로 된 경쟁자를 물리쳐야 성취감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무임승차하면 이겨도 찜찜할 뿐이다. 그래서 훌륭한 챔피언에게는 좋은 라이벌(rival)이 있다. 

헤비급(Heavyweight)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Muhammad Ali)는 전설이 된 복서다. 2016년 작고했지만 팬들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건재하다. 그의 명성은 온전히 자신의 주먹만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챔피언 타이틀을 놓고 경쟁한 조지 포먼(George Foreman), 조 프레이저(Joe Frazier) 같은 천재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알리는 그런 천재 복서들을 꺾은 더 위대한 복서로 기억되면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삼국지연의’에도 알리 같은 스타가 있다. 촉(蜀)의 승상 제갈량(諸葛亮)은 청년 시절에는 오(吳)를 대표하는 멋쟁이 도독 주유(周瑜)와 공방을 펼치고, 중장년 시절에는 위(魏)의 노련한 사마의(司馬懿)와 지략 대결을 펼친다. 제갈량의 명성이 빛나는 것은 라이벌이던 주유와 사마의의 공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제갈량의 활약은 유비(劉備) 사후 북벌(北伐)을 통해 절정에 이르지만 이 위대한 전략가도 위와 촉의 현격한 국력 차이를 극복하지는 못한다. 그런데 연의는 촉의 북벌을 막은 위의 수훈갑으로 초지일관 사마의만 거론한다. 하지만 이는 진실과 다소 거리가 있다. 

228년 제갈량의 제1차 북벌을 저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조조(曹操)의 조카 조진(曹眞)이다. 조운(趙雲)의 별동대를 격파하며 촉군의 후퇴를 이끌어낸다. 제2차 북벌도 마찬가지다. 조진은 부족한 병력에도 진창성에서 고군분투하던 부장(副將) 학소(郝昭)를 구원하기 위해 낙양에서 구원병을 급파하며 위를 위기에서 구한다. 229년 제3차 북벌을 저지한 공은 조진과 사마의가 나눠야 하며 231년 제4차, 234년 제5차 북벌 저지의 공은 사마의의 차지다. 

하지만 연의에서는 조진의 공적은 대부분 삭제되고 제갈량 대 사마의 구도만 남는다. 사마의는 당대 최고의 군사적 재능을 가진 장수다. 비록 제갈량이 그에게 져도 이상할 게 없는 인재였다. 더구나 사마의는 후일 삼국을 통일하는 진(晉)의 초대 황제 사마염(司馬炎)의 조부면서 진의 창업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제갈량 대 사마의 경쟁 구도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평범한 장수인 조진의 몫은 사라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할 수 있다. 조진은 당대에는 제갈량의 라이벌이었지만 후대 사람들은 그를 제갈량의 라이벌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백수의 제왕 사자와 준비된 도전자 호랑이

아무르호랑이. [GettyImage]

아무르호랑이. [GettyImage]

가상의 동물왕국에서 사자와 왕위를 다투는 호랑이는 제갈량과 자웅을 겨룬 사마의 같은 능력자다. 사자 대신 왕위에 올라도 손색이 없다. 당당한 체구, 화려한 외모, 목소리의 울림인 성량(聲量)도 멋있다.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다. 

동물의 왕국을 디자인한 사람들이 본 호랑이의 가장 큰 매력은 체구다. 아무르호랑이(Amur tiger)는 현존하는 호랑이 아종(subspecies, 亞種) 중 가장 크다. 아무르호랑이는 100여 년 전까지 한반도 야생을 지배한 최고 포식자 백두산호랑이와 종이 같다. 성체 수컷 평균 215㎏에 달하는 아무르호랑이는 백수의 제왕인 사자를 포함한 전체 고양잇과 동물 중 가장 크다. 

사람들은 왕이라면 멋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호랑이는 갈기 무성한 수사자가 가진 아름다움에 뒤지지 않는다. 호랑이의 화려하고 멋진 줄무늬는 보는 이의 눈을 호강시킬 정도다. 

하지만 사자와 호랑이에게 아름다움은 축복이 아닌 저주와도 같은 면모다. 그들이 가진 아름다움은 자신만의 거실에 이들의 얼굴이나 가죽을 걸어두고 싶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트로피 사냥(Trophy hunting)의 대상 동물이 된 것이다. 

또한 사자와 호랑이의 라이벌 구도는 어색하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라이벌이라면 같은 목표를 쟁취하기 위해 부딪치고 경쟁해야 한다. 하지만 두 동물은 그러지 않는다. 사는 곳이 달라 서로 얼굴 볼 기회도 없다. 

사자에게는 호랑이가 아닌 자연이 만들어준 라이벌이 존재한다. 사자가 지근(至近) 거리에서 보는 동물이다. 하이에나(Hyena)는 운명이 맺어준 사자의 경쟁자다. 서식지도 겹치고 먹잇감도 같다. 두 동물 사이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사자와 하이에나는 제법 큰 규모의 무리를 이룬다. 사자 무리의 명칭은 자존심이라는 뜻을 가진 프라이드(pride)다. 멋이 뚝뚝 떨어지는 이름이다. 반면 하이에나 무리는 멋보다 사실적 면이 강조되는 이름인 클랜(clan)이다. 같은 조상에서 출발한 씨족공동체라는 뜻이다. 


사람이 판단한 하이에나의 한계

하이에나 무리와 사자. [GettyImage]

하이에나 무리와 사자. [GettyImage]

사람들은 하이에나는 왕재(王才)를 갖추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왕이 되려면 체구도 크고, 외모도 출중하고, 목소리도 멋있어야 하지만 하이에나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하이에나를 사자의 라이벌 동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하이에나의 체구는 왕이 되기에 부족함이 있다. 사자와 대립하는 점박이하이에나(Spotted hyena)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암컷이 수컷보다 크고 대장 역할을 한다. 성체 암컷은 60㎏ 정도로 수사자의 3분의 1, 암사자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둘째, 하이에나의 외모는 사자, 호랑이와 현격한 차이가 있다. 물론 미모가 다른 동물과의 싸움에서 우위를 제공하지는 못하지만 사람들은 동물의 왕이라면 사자와 호랑이처럼 멋있고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셋째, 하이에나의 목소리는 대단히 독특하고 이상하다. 사람들은 동물의 왕 노릇을 하려면 굵고 낮으면서 멋있는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이에나는 그런 면에서 실격이다. 

사자나 호랑이는 생태계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성향이 있다. 그래서 산천초목도 벌벌 떨게 하는 포효(咆哮·roar)를 부정기적으로 한다. 포효는 사방 수㎞까지 도달한다. 하지만 하이에나는 그저 낑낑거리며 의사소통을 한다. 듣기도 싫고 거북스럽다.

사자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법을 아는 하이에나

하이에나는 영리한 동물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다른 해결책을 찾는다. 하이에나가 인정하는 것은 사자와 개인 기량에서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그래서 하이에나는 대안을 마련했다. 일대일 싸움 대신 무리에서 떨어져 있거나 홀로 사는 사자를 집단 공격하는 것이다. 단순한 전술이다. 하지만 막상 사자가 그런 상황에 빠지면 생명이 위험하다. 그런 싸움의 구도는 하이에나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하이에나는 적을 무시하지 않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인다. 교만하지 않은 하이에나는 혼자 있는 사자라도 그 사자가 엄청난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래서 비록 숫자가 우세해도 바로 윽박지르지 않는다. 차분히 그리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사자를 공격한다. 

하이에나는 소비자선택이론(theory of consumer choice)의 합리적인 소비자와 닮았다. 합리적 소비자는 한정된 소득에서 최대의 만족을 얻기 위해 소비한다. 하이에나 무리는 사자를 공격하면서도 무리가 지불할 희생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하이에나는 물론 경제학을 배우지 않는다. 하지만 그 어느 소비자보다 합리적이다. 희생을 줄이기 위해 하이에나들은 사자의 신체 부위 중 전투력이 가장 약한 부분을 찾는다. 그리고 그곳에 그들이 사용 가능한 화력을 쏟아붓는다. 사자의 가장 취약한 부위는 별다른 방어 수단이 없는 신체 뒷부분의 후구(後軀·뒷다리를 포함한 몸의 뒷부분)다. 바로 그곳을 하이에나들은 공격한다. 

사자의 무기 대부분은 전면에 집중돼 있다. 특히 많은 무기가 장착된 얼굴은 치명적이다. 날카로운 이빨과 강한 턱은 공포의 대상이다. 단검같이 날카롭고 위력적인 발톱이 있는 강력한 사자의 앞발 공격도 하이에나에게는 치명적 피해를 준다.

하이에나 공격 전술과 군사 전술 공통점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 [미국국립문서기록관리청]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 [미국국립문서기록관리청]

고립된 사자에게 쏟아지는 하이에나들의 공격은 방어력이 취약한 후구에 집중된다. 상대의 강점을 피하며 약점을 파고드는 것은 군사 전략가들의 전술과 일맥상통한다. 나폴레옹(Napole′on Bonaparte)도 이와 유사한 전술을 전장에서 구사했다. 

1805년 아우스터리츠 전투(Battle of Austerlitz) 당시 나폴레옹은 오스트리아-러시아 연합군의 중앙 진영이 약하다는 점을 간파하고 과감하게 공격한다. 평소 신임하던 달마시 공작 장드디외 술트(Jean-de-Dieu Soult)에게 그곳을 돌파하라고 명령한다. 프랑스군의 급습으로 적진의 중앙은 무너지고 전세는 단번에 프랑스의 편이 된다. 

신중한 하이에나들은 후구를 공격하기에 앞서 사자의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기만전술(欺瞞戰術)을 펼친다. 하이에나들은 사자의 앞과 뒤에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정신없이 뛰어다닌다. 이런 행동이 반복되면 사자의 시선과 주의력은 흐트러지게 마련이다. 

1944년 6월 6일 연합군은 나치독일 치하의 프랑스를 해방하고자 7개 사단의 병력을 동원해 노르망디 상륙작전(Normandy Invasion)을 펼친다. 그런데 노르망디에 상륙하기에 앞서 연합군은 셰르부르(Cherbourg)를 먼저 공격한다. 그런데 이것은 적의 관심을 분산하기 위한 기만전술이었다. 독일군은 연합군의 기만전술에 속아 군의 진영을 변경했으며 연합군은 그 결과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하이에나의 기만전술은 고립된 사자의 혼을 빼놓는다. 사자는 하이에나가 어디서 공격할지 전혀 알 수 없는 공황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때 하이에나는 공격을 개시한다. 사자의 후구는 찢어지고, 대지에는 사자의 피가 흥건하게 흐른다. 

하이에나는 치악력(齒握力)이 매우 강한 맹수다. 이런 맹수의 후구 공격이 지속되면 아무리 사자라도 큰 부상을 피하기 어렵다. 야생에서 당한 부상은 죽음으로 가는 고속열차다.

유럽인에게 용기의 상징은 사자

오랜 기간 유럽의 신화나 역사에서 사자는 힘과 용기의 상징이었다. 사자에 대한 유럽인의 긍정적 인식은 아이러니하게도 고대 유럽에서 사자가 절멸된 것과 관련이 있다. 야생에서 사자가 사라졌으니 사자로 인한 피해가 없었고 반감도 생기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리스의 최고 신 제우스(Zeus)는 바람둥이였다. 그래서 여신 헤라(Hera)를 부인으로 두고도 인간 여성과 바람을 피워서 아들을 낳게 된다. 그래서 태어난 아들이 헤라클레스(Heracles)다. 헤라는 그 사실을 알고 헤라클레스에게 미치도록 저주를 퍼붓는다. 그리고 저주에 빠진 헤라클레스는 부인과 아들들을 모두 죽이는 만행을 저지른다. 이후 헤라클레스는 자신의 죄를 용서받기 위해 12가지 어려운 과업을 수행하게 된다. 

헤라클레스에게 주어진 첫 번째 과제는 네메아의 사나운 사자(Nemean lion)를 죽이는 것이었다. 칼이나 활로도 죽지 않는 사자를 자신의 강한 근육의 힘으로 교살(絞殺)하는 괴력을 보인다. 본의는 아니지만 이를 통해 헤라클레스는 그리스 최고의 장사임을 과시한다. 

고대 그리스를 통일한 마케도니아왕조는 사자를 죽인 헤라클레스의 후손임을 주장했다. 물론 진위는 불분명하지만 이런 주장으로 마케도니아왕조는 거대한 사자의 목을 졸라 죽인 용맹한 선조를 둔 가문이 된다. 왕국의 전성기는 페르시아, 이집트, 인도 등 3개 대륙을 정복한 유럽 최초의 정복군주 알렉산드로스 3세(Alexander III) 때 맞게 된다. 

그런데 정복왕 알렉산드로스에게는 사자와 관련된 출생의 비밀이 있었다. 부왕(父王) 필리포스 2세(Philip II)가 알렉산드로스의 친모인 올림피아스(Olympias)의 몸에 사자가 봉인되는 꿈을 꾸고 알렉산드로스가 태어났기 때문이다. 태몽에 사자가 등장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알렉산드로스는 사자왕이라는 타이틀을 얻는다. 

기독교와 이슬람 문명이 충돌한 십자군전쟁은 살라딘(Saladin)과 리처드 1세(RichardⅠ)라는 영웅들을 탄생시켰다. 살라딘에 맞설 유일한 기사는 리처드 1세뿐이었다. 그는 살라딘과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이며 사자의 심장을 가진 사자심왕(The Lionheart)으로 추앙받는다. 이후 문학작품 등을 통해 사자심왕은 의적 로빈 후드의 절친한 친구로도 변신한다.

동아시아에서 호랑이 라이벌은 용

용호도 도판. [청심김영기도화방 제공]

용호도 도판. [청심김영기도화방 제공]

동아시아에서 호랑이는 유럽에서 사자가 한 역할 일부를 수행했다, 호랑이는 경쟁자인 용과 그 역할을 분점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동아시아에서 호랑이로 인한 피해는 늘 일어나는 일상이었다. 호환(虎患)이 끊이지 않는데 인식이 긍정적일 수 없었다. 호랑이는 용기의 상징이나 존경의 대상이 아닌 거대한 공포의 대상이었다. 둘째, 동아시아 자연의 최고 포식자는 호랑이였으나 사람들은 숲에 사는 호랑이보다는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용을 더욱 강력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용이 호랑이와 함께 또는 호랑이보다 광범위하게 용맹함의 상징이 된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셋째, 용은 실존하는 동물이 아니어서 피해 발생은 있을 수 없었다. 그러니 용에 대한 거부감은 생길 수 없는 일이었다. 

동아시아의 많은 왕가(王家)는 스스로 하늘의 후손임을 자처했다. 천자(天子) 혹은 천손(天孫)인 임금은 땅의 제왕인 호랑이보다는 당연히 하늘의 권능을 상징하는 용을 선호했다. 그래서 임금의 얼굴은 용안(龍顔), 임금이 정무를 볼 때 사용하는 자리는 용상(龍床)이라고 했다. 또한 신하가 임금의 성격을 건드리면 용의 턱 밑 비늘을 거스른다는 뜻의 역린(逆鱗)이라고 표현했다. 

용은 음악, 미술 같은 분야에서도 활용됐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世宗)은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건국한 것이 하늘의 명령인 천명(天命)임을 알리는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를 제작하도록 했다. 이 노래의 주인공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용’이다. 용비어천가에는 목조(穆祖)에서 시작해 태종(太宗)에 이르는 세종의 직계 조상이 등장한다. 여섯 왕은 여섯 용을 의미한다. 세종은 그 여섯 용의 움직임으로 새로운 조선을 만들고 낡은 고려를 대체했다는 사실을 백성에게 알리고자 했다. 

왕은 곤룡포(袞龍袍)를 입고 정사를 보았다. 그런 왕은 하늘의 용이 지상에 나타난 현신으로 인식됐다. 그런 논리로 임금의 다스림에 복종하면 순천자(順天者)가 돼 흥하고, 거역하면 역천자(逆天者)가 돼 망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동아시아 왕국의 전통적 지배 철학이었다.




신동아 2020년 8월호

이강원 동물칼럼니스트 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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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Opinion Leader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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