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2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왼쪽)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오른쪽)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동아DB]
조 원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이제 검사로서의 소임을 다한 것으로 생각돼 조용히 여러분 곁을 떠난다”며 “검사 생활을 하며 항상 가슴 속에 품었던 생각은 법이 가는 길에 왼쪽이나 오른쪽이 따로 있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썼다. 이어 “오직 법리와 증거에 따라 정의와 공정을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야 하는 것이 검찰의 존재 이유이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지름길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족불욕, 지지불태(知足不辱, 知止不殆·족함을 알면 욕됨이 없고, 그칠 줄을 알면 위태롭지 않다)의 마음으로 작별 인사를 대신한다”고 밝혔다.
전북 남원시 출신인 조 원장은 전주고‧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34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95년 부산지검 검사로 임관했다.
한 때 ‘노무현의 사람’, 이른바 ‘친(親)여권인사’로 꼽혔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 특별감찰반장(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산하 사정비서관실 소속)을 지냈다. 당시 민정수석비서관,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대통령과도 2년간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2009년 5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주변의 만류에도 봉하마을을 찾아 조문했다. 당시 이프로스에 “아내가 ‘지금 같은 비상시기에 현직 검사가 그곳에 왜 내려가느냐’고 만류했다. 그래도 노 전 대통령 빈소에 가서 조문하는 것이 인간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성남‧안양‧순천지청에서 일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승진가도를 달렸다. 2017년 국가정보원 감찰실장 및 적폐청산TF 팀장으로 임명돼 ‘국정원 개혁’에 앞장섰다. 2018년 검찰 복귀 후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과학수사부장, 이듬해 서울동부지검장에 임명됐다. 2020년 1월엔 법무부 검찰국장에 임명돼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보좌했다. 8월엔 고검장급으로 승진해 대검 차장검사가 됐다. 검찰 내 2인자로 해석되는 자리다. 당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꼽혔다.
2020년 11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격화하자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기조에 이견을 드러냈다. 2020년 11월 30일 이프로스에 “총장의 임기가 보장되지 않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이 무너진다면 검찰개혁의 꿈은 무산되고, 오히려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만드는 중대한 우(愚)를 범할 수 있다. 검찰 개혁의 대의를 위해 한 발 물러나 달라”며 추 장관에게 윤 총장 직무정지 및 징계 철회를 요구했다.
지난해 3월 17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관련 모해위증 의혹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자 이를 수용하면서도 간접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현했다. 같은 해 5월 11일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방해 혐의와 관련해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기소를 승인했다. 6월 4일 법무연수원장으로 ‘좌천’ 됐다. 법무연수원장 취임식에서 “검찰개혁은 정치적 중립이라는 가치와 함께 추진돼야 성공할 수 있다. 권력 앞에서 비굴하지 말라”면서 소신을 드러냈다.
윤석열 정부 검찰총장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혔다. 그의 용퇴를 두고 검찰 고위급들의 사퇴를 우회적으로 촉구하는 것이라거나 새 정부 검찰 인사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함이라는 등 여러 해석이 분분하다. 조 원장은 사퇴 당일 언론을 통해 “정치적 함의는 없다. 글을 있는 그대로 봐 달라”며 확대 해석을 일축했다.
조 원장의 검찰 후배 출신 A 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조 원장은 공명정대하기로 검찰 내 이름이 높다. 정파적 이해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다. 검사로서의 본분에 충실한 사람이다. 평소에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종종 말했다. 자신의 글에 정치적 함의가 없다는 말에 거짓은 없을 것이다.”
조남관 법무연수원장. [동아DB]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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