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호

대장동·지방선거 ‘지뢰밭’… “與野 허니문 없다”

3·9 대선 표심 분석 & 정국 전망

  • 김성곤 이데일리 정치부 기자

    skzero@edaily.co.kr

    입력2022-03-1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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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힘, 보수 궤멸 딛고 정권교체

    • 민주, 부동산·내로남불에 惜敗

    • 정책 경쟁 대신 네거티브 난타전

    • 지역·이념·세대 양분 유권자 지형

    • 이재명 조기 등판 시 대선 연장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승리가 확정된 3월 10일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승리가 확정된 3월 10일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1639만4815표(48.56%)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vs 1614만7738표(47.8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막을 내렸다. 진흙탕 선거전의 승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다. 검찰총장 출신의 ‘정치 신인’인 윤 당선인의 대선 승리로 1987년 체제 이후 첫 ‘0선’ 대통령이 등장했다. 서울대 법대 필패론, 10년 주기 집권설 등 수많은 대선 징크스도 깨졌다.

    국민의힘은 2016년 국정농단·탄핵 사태에서 시작된 기나긴 암흑기에서 벗어나 5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하며 집권여당으로 우뚝 섰다. 촛불정부를 자처하며 20년 장기집권을 내걸었던 더불어민주당은 민심의 회초리에 정권을 잃었다. 부동산 폭등과 조국 사태로 상징되는 ‘내로남불’이 결정타였다.

    중도 포기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파격적인 단일화 카드로 정권교체의 일등공신이 됐다. 심상정 후보를 내세운 정의당은 득표율 2.37%라는 저조한 성적표로 존폐 위기에 내몰렸다.

    이번 대선은 역대급 초박빙이었다. 윤 당선인과 이 후보의 격차는 고작 24만7077표(0.73%포인트)에 불과했다. 민심은 매서웠다. 정권교체를 택했지만 전폭적 지지가 아니었다. 윤 당선인조차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무서운 결과다. 대선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준엄한 경고를 내린 셈이다.



    특히 “대한민국이 둘로 쪼개졌다”는 분석이 나올 만큼 지역·세대·성별 유권자 지형은 극단적이다. 대선 결과는 여야 정치권에 통합과 협치를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지만 향후 전망은 불투명하다. 민주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장악한 극단적 여소야대 구도는 물론 6월 지방선거가 실시되기 때문이다.

    무효표 30만여 표보다 적은 격차

    20대 대선에서 정책·비전 경쟁은 아예 실종됐다. 빈자리를 메운 것은 네거티브 난타전이었다. 오죽하면 “대장동에서 시작해서 대장동으로 끝났다”는 평가마저 나올 정도였다. 윤 당선인과 이 후보는 서로를 ‘대장동 몸통’으로 몰아세웠다. 다만 역대급 비호감 대선에도 윤 당선인과 이 후보 모두 각 진영 사상 ‘최다 득표’라는 역설적 결과가 나타났다.

    윤 당선인은 1639만여 표를 얻었다. 이는 2012년 18대 대선 당시 과반 득표(51.55%)에 성공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얻은 1577만3128표보다 많은 수치다. 검찰총장 퇴임 이후 햇병아리 정치인이라는 오명에 시달리며 1년 만에 이룩한 전인미답의 성과다.

    다만 지역·세대·성별로 극단적 갈등이 노출된 유권자 지형은 윤 당선인에게 적잖은 숙제를 안겼다. 윤 당선인은 3월 10일 당선 인사에서 “정치적 유불리가 아닌 국민의 이익과 국익이 국정의 기준이 되면 우리 앞에 진보와 보수의 대한민국도, 영호남도 따로 없을 것”이라면서 “오직 국민만 믿고 오직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에 따른 공동정부 구성과 지방선거 국면에서 이준석 대표와의 힘겨루기도 난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 후보 역시 역대 민주당 대선후보 중 가장 많은 1614만여 표를 얻었다.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가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지고도 지지 않은 선거도 있는 법”이라고 평가했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국민적 기대가 있고 아직 (젊은) 나이도 있다”며 지방선거 역할론을 띄웠다. 이러한 긍정 평가는 잠행 모드에 들어간 이 후보가 정치활동을 재개할 경우 소중한 자산이 될 전망이다.

    지역주의 여전… 이대남·이대녀 엇갈린 표심

    3월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대선 개표상황실에서 당 지도부가 지상파 3사의 공동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3월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대선 개표상황실에서 당 지도부가 지상파 3사의 공동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민주당에서 이재명 후보의 대선 득표력을 무시할 수 없다”며 “민주당의 지방선거 공천 과정과 결과를 보면 이 후보가 세력 확장과 정치적 재기에 나섰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1·2위 후보 간 격차는 24만7077표(0.73%포인트)로 무효표 30만7000여 표보다 더 적었다. 1987년 이후 역대 대선 최소 표차 기록이던 1997년 15대 대선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40.27%)과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38.74%) 간 1.53%포인트(39만557표)의 절반 수준이다. 치열했던 2002년 16대 대선 역시 노무현 전 대통령(48.91%)과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46.58%)의 격차는 2.33%포인트(57만980표차)였다. 역대급 박빙 승부는 대선 막판 여야 모두 지지층 총결집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선 개표 과정에서는 사상 초유의 접전과 역전 드라마가 이어졌다. ‘윤석열 당선 확정’ 보도는 대선 다음 날인 3월 10일 새벽 개표율 98% 시점에야 나올 수 있었다.

    20대 대선에서 나타난 표심은 복잡다단했다. 한국 사회의 전통적 갈등 구도인 지역주의와 이념 대립에 이어 세대별·성별 갈등까지 극단적으로 나타났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대선 표심에서 가장 특징적인 점은 20대의 투표 성향이다. 대선 과정에서 젠더 이슈가 급부상하면서 성별로 총결집했다”며 “지난 대선에서 남녀 구분 없이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20대 대선의 경우 이대남은 윤 당선인, 이대녀는 이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다”고 밝혔다. 또 “지역주의는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사실상 양강 구도로 치러지면서 오히려 복원됐다”며 “다자 구도였던 2017년 대선보다는 양강 구도에 가까웠던 2012년 대선과 유사한 구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나라를 동서로 나눈 영호남 지역주의는 여전했다. 윤 당선인은 전국 17개 시도 중 최대 승부처인 서울을 포함해 강원·경남·경북·대구·부산 등 총 7곳에서 승리했다. 반면 이 후보는 경기·인천·전남·전북·광주·세종·제주 등 10곳에서 승리했다. 여야 모두 지역주의 타파를 외쳤지만 영호남의 장벽은 굳건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윤 당선인은 TK(대구·경북) 지역에서 70% 이상, 이 후보는 호남(광주·전남·전북)에서 80% 이상의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했다. 윤 당선인은 PK(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도 여유 있게 과반을 얻었다. 반면 윤 당선인은 서진정책을 내걸고 보수정당 최초로 호남 득표율 20%를 기대했지만 실패했다. 민주당 최초의 TK(경북·안동) 출신 후보라는 점을 내세운 이 후보도 30% 득표를 기대하며 동진정책에 나섰지만 기대 이하였다.

    최대 승부처 서울도 주목할 만하다. 윤 당선인은 서울에서 50.56%의 득표율로 45.73%에 그친 이 후보를 앞섰다. 두 후보 간 격차는 31만여 표였는데 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강남3구의 득표율 격차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윤 당선인은 강남3구에서 60% 안팎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경기에서는 도지사를 지낸 이 후보가 50.94%로 45.62%를 얻은 윤 당선인을 앞섰다. 충청에서는 윤 당선인이 세종을 제외한 대전·충남·충북에서 과반 안팎을 얻었다. 충청 민심이 대선 캐스팅보터라는 속설을 재확인했다.

    ‘여성가족부 폐지’로 상징되는 젠더 이슈 부상에 20대 남녀 표심은 극단적으로 엇갈렸다. 30대도 남녀 투표 성향이 엇갈렸지만 20대만큼 큰 격차는 아니었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20대 이하 남성에게 58.7%의 지지도를, 이 후보는 20대 이하 여성에게 58.0%의 지지도를 각각 얻었다. 이는 다자 구도였던 19대 대선에서 문 대통령이 남녀 구분 없이 20·30대에게 과반 안팎의 지지를 얻은 것과 대비된다. ‘세대포위론 프레임’으로 이대남을 적극 공략했던 국민의힘에 위기감을 느낀 이대녀가 대선 막판 이 후보 지지로 돌아선 결과로 보인다.

    이밖에 40·50세대는 과반이 이 후보를 지지했다. 반면 60대 이상에서는 윤 당선인 지지율이 70%에 육박했다.

    이재명 비대위원장論

    대선 이후 여야의 갈 길은 멀다. 집권여당으로 올라선 국민의힘의 책임은 막중하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위기 극복은 물론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신냉전이라는 국제질서 속에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좌표를 찾아야 한다. 극단적 여소야대 지형도 부담이다. 민주당은 격랑의 소용돌이 속으로 접어들었다. 지도부 총사퇴에 이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서두르고 있지만 대선 패배 책임 공방이 한창이다. 8월 전당대회까지는 힘의 공백이 불가피하다.

    새 정부 출범 초기 여야의 허니문을 대체로 유지된다. 여당은 대선 과정의 갈등 치유와 국민통합을 실천하기 위해 애쓴다. 야당 또한 발목잡기 프레임에 따른 역풍을 겪지 않기 위해 대승적 협조에 나서는 경향이 짙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개점휴업 상황이던 검찰의 대장동 수사도 변수다. 수사 결과에 따라 윤 당선인 또는 이 후보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아울러 5년 만의 정권교체로 대통령직인수위 기간 중 여야 간 충돌에 따른 정국 급랭도 우려된다. 외교안보 분야를 시작으로 윤 당선인이 문재인표 정책 뒤집기를 본격화할 경우 민주당은 의회 다수 의석을 무기로 국무총리 인준을 거부할 수 있다.

    대선 종료와 동시에 지방선거 국면이 이어진다는 점도 변수다. 대선 승리에 이어 지방 권력 장악을 노리는 국민의힘과 대선 패배를 수습하고 반등 계기를 마련하려는 민주당의 입장이 첨예하기 때문이다. 여야의 도전과 수성도 관전 포인트다. 국민의힘은 2018년 6월 제7회 지방선거에서 전국 17개 시도지사 중 텃밭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대패한 만큼 반드시 설욕하겠다는 각오다.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새 정부 견제 심리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총력전을 예고한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과 대선 패배로 구심점을 잃은 여권 내부에서 이 후보의 조기등판론이 불거질 경우 ‘윤석열 vs 이재명’이라는 20대 대선 연장전이 펼쳐질 수도 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이와 관련, “이재명 후보가 비대위원장을 맡아 민주당을 혁신하고 지방선거를 지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혜원 전 열린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의 민주당 대표 추대 및 서울시장 후보 차출을 주장하기도 했다.

    “尹에게 긁어 부스럼 될 수도”

    신율 명지대 교수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곧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야 간 허니문은 사실상 존재하기 어렵다”면서도 “총리 인준이나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이 지나친 발목잡기에 나설 경우 여론의 역풍이 불 수도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민주당은 신중하게 전략적 고려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검찰의 대장동 수사 여부와 관련해서는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문제로 정치적 곤란에 처하지는 않을 것이다. 6월 지방선거 이전까지는 검찰의 수사 결과가 나오기 불가능한 구조”라면서 “윤 당선인 측으로서는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다. 민주당 역시 ‘정치보복’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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