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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염증 억제 약물이 코로나 치료제라고?

‘덱사메타손’은 스테로이드 약물일 뿐…“부작용 있어 신중히 투여”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팩트체크] 염증 억제 약물이 코로나 치료제라고?

  • 7월 9일은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 3차 임상시험을 시작하기로 한 날이다. 그러나 2일(현지 시간) 돌연 ‘임상 연기’ 소식이 전해졌다. 언제 3차 임상을 시작할지는 발표되지 않았다. 심지어 임상 연기 이유조차 불분명하다. 모더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현재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이 순탄치 않다. 인류는 조만간 코로나19를 ‘정복’할 수 있을까.
3월 16일 미국 시애틀에서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에 참여한 한 여성이 주사를 맞고 있다. [AP=뉴시스]

3월 16일 미국 시애틀에서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에 참여한 한 여성이 주사를 맞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월 4일 워싱턴DC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행사 연설에서 “우리는 연말이 되기 훨씬 전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류가 당초 생각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코로나19의 위협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 전망이다. 

한때 코로나19를 정복할 ‘게임 체인저’로 불렸던 말라리아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클로로퀸)은 환자 대상 임상에서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의료 현장에서 사실상 퇴출된 상태다. 에이즈치료제 칼레트라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7월 4일 관련 임상을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클로로퀸과 칼레트라는 모두 실험실에서는 코로나19 병원체 활성 억제 효과를 보여줬다. 반면 사람 대상 시험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 WHO는 “39개국 55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시험에서 클로로퀸과 칼레트라가 코로나19 치료에 큰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유행 초기엔 기존 약물 가운데서 코로나19 치료에 효과를 보이는 것을 곧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지금은 약물재창출이 복권 당첨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모더나 임상 연기되고, 클로로퀸•칼레트라는 퇴출됐다

중증 코로나19 환자 치료 효과가 확인된 렘데시비르.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중증 코로나19 환자 치료 효과가 확인된 렘데시비르.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현재 의료계에서 그나마 효과를 인정받는 약물은 에볼라치료제 렘데시비르 정도다. 단, 이 약은 처방 대상이 제한적이다. 5월 22일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임상시험 결과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 기간을 15일에서 11일로 31% 가량 단축했다고 밝혔다.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 EU 집행위원회 등이 중증 코로나19 환자 치료용으로 렘데시비르 사용을 허가했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로 폐렴이 발생하고 산소치료가 필요한 중증환자에게 렘데시비르를 투약하고 있다. 

현재 세계 각국은 렘데시비르 물량 확보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가장 빨리 움직인 건 미국이다. 미국 정부는 렘데시비르 생산업체인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와 7~9월 생산 물량 거의 전부를 구매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6월 30일 보도에 따르면,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미국에 렘데시비르 7월 생산량 전부와 8, 9월 생산량의 90%를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계약 가격은 미국 공공보험 가입자의 경우 한 병에 390달러(약 47만원), 민간보험 가입자는 520달러(약 62만원)다. EU 또한 현재 물량 확보를 위해 길리어드 사이언스와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약사는 이에 대해 “치료기간 나흘 단축에 수백만 원이 들어가는 약을 사겠다고 여러 나라 정부가 각축을 벌이는 것”이라며 혀를 찼다. 그는 “렘데시비르는 에볼라치료제로 개발되던 당시 미국 정부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다. 사실상 공공연구를 통해 개발된 약물에 이렇게 높은 약가를 매긴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코로나19 치명률이 높은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 약에 대한 기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의료 여건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우리나라에서는 효용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집계한 7월 1일 현재 주요 국가 코로나19 치명률 현황을 보면 프랑스(18.11%), 벨기에(15.87%), 이탈리아(14.45%), 영국(13.99%) 등이 세계 평균(4.91%)보다 훨씬 높다. 미국 코로나19 치명률은 4.84%, 우리나라는 그 절반 이하인 2.19%다.

덱사메타손은 코로나19 치료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최근 주목받은 덱사메타손은 어떨까. 6월 16일 영국 BBC는 옥스퍼드대 과학자를 중심으로 구성된 합동 연구팀이 임상시험을 통해 덱사메타손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 2000명에게 이 약물을 투여한 결과, 장기간 산소호흡기가 필요한 중증 환자의 사망 위험이 28∼40% 감소했다는 내용이다. 가벼운 산소 치료를 받는 환자의 사망 위험도 줄고, 자가격리 상태의 코로나19 확진자 상태 또한 호전됐다고 전했다. 

이 연구 결과가 여러 언론에 소개되면서 덱사메타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졌다. 관련 뉴스 댓글 창에 “우리나라에서도 하루 빨리 이 약을 쓸 수 있게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적은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덱사메타손은 국내 의료 현장에서 이미 널리 사용하는 스테로이드 약물이다. 덱사메타손을 주성분으로 하는 제품도 110개 있다. 코로나19 치료 과정에서 덱사메타손을 사용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덱사메타손은 염증을 억제한다. 의료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코로나19 환자에게 처방하기도 한다. 하지만 부작용이 있어 신중하게 사용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덱사메타손은 코로나19 자체를 치료하는 약이라기보다 관련 증상을 완화할 목적으로 쓰이는 수단인 만큼 이 약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갖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최 교수 의견이다.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수집•분석해 의료기관에 제공하는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도 6월 22일 “덱사메타손 처방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백신 후보물질 17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현재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어디까지 왔을까. WHO가 6월 29일(현지시간) 발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백신 후보물질은 세계적으로 17개다. 이 가운데 3상에 돌입한 게 하나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하고 있는 백신 후보물질로, 5월 말 수천 명의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백신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내년 7월 임상 종료가 목표다. 

이 외에 임상 2상에 들어간 후보물질이 2개, 1상과 2상을 동시에 실시하는 후보물질이 5개, 1상 진행 상태인 후보물질이 9개인 것으로 확인됐다. 임상 2상 상태의 후보물질 가운데 하나는 최근 3상 연기를 발표한 모더나와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가 공동 개발하는 백신 후보물질이다. 다른 하나는 중국 베이징생명공학연구소와 중국 바이오기업 캔시노가 공동 개발하는 백신이다. 두 후보물질 모두 1상에서 코로나19 병원체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 형성이 확인된 상태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미국 최고 감염병 전문가로 통하는 앤서니 파우치 NIAID 소장은 7월 2일 미국의사협회지(JAMA) 인터뷰에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일부 백신이 임상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희망 섞인 전망이 현실이 될까. ‘올해 말’로 향하는 시계는 계속 흘러가고 있다.



신동아 2020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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