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호

‘디지털 과외선생님’ 윤정원의 ‘디지택트 시대’ 생존법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MUST’ 아닌 ‘WHY’가 핵심”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20-07-30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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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혁신 추진 기업 70%가 실패한다

    • CEO가 공부해야 조직이 변한다

    • WHY 없는 MUST로 조직 망치는 리더들

    • 코딩 공부보다 중요한 건 디지털 이해력

    • 큰돈 투자 안 하고 성공하는 ‘가성비’ 디지털 혁신 노하우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위협이 아니라 기회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는 생각보다 큰 돈이 들지 않을 수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서 중요한 건 기술보다 사람이다. 

    윤정원(52) 이노핏파트너스 대표와의 인터뷰 핵심을 정리하면 이렇다. 그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전문가로, 최근 ‘기업들의 디지털 선생님’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육사업본부장, 한양대 경영교육원 FIT(Future, Innovation & Transformation) 센터장 등을 지낸 윤 대표는 DT가 업계 화두로 떠오르기 전부터 이를 주제로 한 컨설팅 및 기업 교육을 이끌어왔다. 

    윤 대표를 만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재계의 화두로 떠오른 DT가 뭔지, DT를 제대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들었다. 또 각 기업이 DT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조직 구성원이 새로운 기회를 찾을 방법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코로나19가 야기한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

    코로나19 유행 이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GettyImage]

    코로나19 유행 이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GettyImage]

    - 요즘 DT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DT가 과연 뭔가. 

    “사용하는 사람마다 의미가 다소 다르다. 내가 생각하는 DT는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비즈니스 운영·관리 프로세스, 비즈니스 모델, 비즈니스 생태계 등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바꾸는 ‘디지타이제이션(Digitization)’이나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비즈니스 운영 방식을 바꾸는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보다 좀 더 근본적인 개념이다.” 

    -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할 수 있나. 

    “스타벅스를 보자. 스타벅스는 원래 오프라인 매장 기반 커피 판매업체였다. 그런데 모바일 주문 시스템을 추가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열었다. 매장 운영을 효율화했을 뿐 아니라 고객 구매 이력과 날씨, 시간 등을 바탕으로 다양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게 됐다. 이 데이터가 DT에서 핵심 구실을 한다. 



    과거에는 엄청난 하드웨어 기술을 가진 기업이 세상을 이끌었다. 이제는 다르다. 데이터 확보와 활용 역량이 기업 미래를 좌우한다. 고객 데이터를 쌓고, 그것을 활용해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객이 불편하게 느끼는 것은 무엇인지 파악해 고객별 ‘취향 저격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 성공한다. 스타벅스를 비롯해 요즘 앞서가는 기업은 모두 이런 역량을 갖고 있다. DT가 디지타이제이션이나 디지털라이제이션과 다르며,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비즈니스 생태계까지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 요즘 기업의 생존 전략으로 DT를 제시하는 사람이 많다. 

    “나는 매일 아침 DT를 키워드로 기사를 검색해 본다. 날마다 새로운 기사가 수십 개씩 나온다. 사람들이 이 주제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보여주는 지표다. 그 배경에 코로나19가 있다고 본다. 코로나19 유행으로 비접촉 트렌드가 확산했다고들 하는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비접촉’이 아니라 ‘디지털 접촉’이다. 기업과 고객이 ‘디지털’을 통해 만나는 세상이 됐고, 그 영향으로 기업 비즈니스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이제 DT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인식이 커지는 상황이다. 앞서가는 기업들은 일찌감치 이 변화를 내다봤다. 세계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15년 ‘골드만삭스는 이제 금융회사가 아니라 정보기술(IT)회사’라고 선언했다.” 

    - 스타벅스나 골드만삭스처럼 규모가 크지 않은 보통 기업도 DT를 할 수 있나. 

    “물론이다. DT는 대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막대한 돈을 들여 최첨단 장비를 들여놓아야만 가능한 것도 아니다. 몇 년 전 KAIST 석사 출신 청년이 한 공공기관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을 이행하며 해당 기관의 데이터 관리 방식을 혁신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간단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일반 직원이 6개월에 걸쳐 하던 일을 하루 만에 끝낸 것이다. 이런 사례는 매우 많다. 우리나라 골프공 제조업체 가운데 한 곳은 비거리 인식 센서를 부착한 골프공을 개발해 히트를 쳤다. 현대사회에서 데이터 관리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골프공에 비거리 인식 센서를 부착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관련 기술은 이미 상당 부분 개발돼 있다. 관건은 최첨단 기술 가운데 우리 회사에 필요한 것을 찾아내고, 제대로 적용하며, 그것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과 운영·관리 프로세스를 변화시킬 수 있느냐다. 이것만 할 수 있다면 DT는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 회사에 맞고 ‘가성비’ 좋은 DT

    - 하지만 상당수 기업이 DT에 실패하지 않나. 

    “컨설팅업체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DT에 도전하는 기업 가운데 약 70%가 실패한다. 그 이유를 간단히 정리하면 첫째 최고경영자(CEO)가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지 못하고, 둘째 조직 구성원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들 다 한다니까 우리도 해보자’ 하면서 ‘으쌰으쌰’ 하는 것만으로는 DT에 성공하기 어렵다. CEO가 DT에 대해 공부하고, 그 의미와 필요성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이후 조직의 비전을 세우고 구성원들과 공유해야 변화가 시작된다.” 

    - 방금 ‘공부’에 대해 말씀했다. DT를 하려면 CEO가 공부를 해야 하나. 

    “그렇다. 단, CEO가 코딩을 익혀 직접 프로그램을 짜라는 의미는 아니다. 내가 종종 기업체 임원 분들에게 던지는 농담이 있다. ‘사모님이 언제 페이스북 체크하실지 모르니 로그 기록 잘 관리하셔야 합니다.’ 농담 반 진담 반 이런 말씀을 드려보면,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시는 분이 있다. 디지털화에 대한 기본 개념이 없는 거다. 그럴 때는 ‘페이스북은 이용자가 뭘 검색했는지, 누구랑 채팅했는지 데이터를 다 갖고 있습니다’라고 다시 말씀드리곤 한다. 

    이 시대에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라면 디지털 시대에는 사람의 모든 행동이 디지털 기록으로 남고, 그것이 비즈니스의 유용한 도구가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 회사 고객 데이터가 지금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우리에게 유용한 데이터를 축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등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다. 이것이 DT의 출발점이다.” 

    - 현재 DT를 고민하는 기업 CEO나 임원에게 구체적으로 조언할 게 있나. 

    “세 가지 말씀을 드리겠다. 첫째,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비즈니스 인사이트(통찰력)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책을 쓴 조지 웨스터먼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다수 기업이 DT를 기술 문제로 접근한다. 해당 기업 경영진은 DT가 임원실이 아니라 IT부서에서 시작된다는 사고의 함정에 빠져 있다.’ 현장에서 나도 이런 모습을 많이 본다. 하지만 DT는 IT부서원한테 맡길 게 아니라 CEO가 직접 챙겨야 하는 문제다. CEO가 먼저 디지털 시대에 맞는 여러 비즈니스 영역에 대해 공부할 것을 권한다. 


    CEO가 공부해야 조직이 변한다

    둘째, 테크 지식을 쌓아야 한다. 현재 세상을 움직이는 신기술 용어와 기본 개념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의미다. 누가 ‘AWS’라는 말을 하면 그게 ‘아마존웹서비스’의 약자라는 정도는 알아야 한다. 나아가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에는 AWS 외에도 애저(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서비스), GCP(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NCP(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 등이 있고, 각각의 지원 기능 및 특성에 차이가 있다는 것까지 파악하면 좋다. 그래야 ‘우리도 클라우드 뭐 그런 거 해야지? 그거 얼마야?’ 하는 식으로 의사 결정을 하지 않게 된다. 

    여전히 상당수 CEO가 테크에 대해 무지하고, 자사 데이터 관리를 전적으로 외부업체에 맡긴다. DT가 필요하다고 하면 비싼 돈 주고 외부에 컨설팅을 맡기거나 비싼 장비를 구매한다. 그래서는 ‘우리 회사’에 최적화된 DT를 하기 어렵다. 나는 개별 기업에 최적화된, 핏(FIT)한 DT를 하려면 내부 구성원의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CEO가 방향을 잡고, 필요한 부분만 외부 전문가 도움을 받으면 ‘가성비 있는’ DT가 가능하다. 앞서 설명한 스타벅스, 공공기관, 골프공업체 등의 DT 사례를 보라. 각자 자기 여건에 최적화된 방법을 찾았기 때문에 DT에 성공한 것이다.” 

    - CEO에게 필요한 건 디지털 비즈니스에 대한 통찰력과 기술 관련 지식이라는 것까지 말씀했다. 그 외에 또 한 가지 필요한 건 뭔가. 

    “자기 점검이다. 스스로 ‘이 정도면 충분히 공부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디지털 비즈니스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거나, 여러 기술에 대해 겉핥기식으로만 알고 있을 수 있다. 그런 상태에서 의사 결정을 하면 기업 DT가 바른 방향으로 진행되기 어렵다. 개인의 디지털 역량을 진단하는 서비스 등을 활용해 현재 자기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보충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CEO, MUST 말고 WHY를 말하라

    윤정원 이노핏파트너스 대표는 “기업 경영자와 구성원이 디지털 역량을 기르면 ‘가성비 있는 DT’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호영 기자]

    윤정원 이노핏파트너스 대표는 “기업 경영자와 구성원이 디지털 역량을 기르면 ‘가성비 있는 DT’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호영 기자]

    - CEO가 DT에 대해 공부한 뒤엔 어떤 단계를 거쳐야 하나. 

    “우리 회사가 추구할 DT가 뭔지,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집 리모델링 공사를 할 때는 목욕탕만 고칠지 집 전체를 다 뜯어 고칠지 미리 결정한다. DT도 마찬가지다. 생산 공정을 자동화할지, 기존 제품에 최신 기술을 적용할지, 아니면 비즈니스 모델을 바꿀 건지 등을 현재 기업 상황과 예산 등을 감안해 결정해야 한다. 이후 그 목표를 직원들과 공유하고, 다 함께 최적의 방법을 찾아나가는 게 중요하다. CEO가 앞장서 ‘DT를 해야 한다’고 외치기만 해서는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 DT의 핵심 키워드는 ‘MUST’가 아니라 ‘WHY’다. 회사 구성원이 DT의 필요성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변화에 참여하도록 해야 진정한 혁신이 가능하다.”
     
    -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중간 간부들이 일자리에 위협을 느낀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나도 주위에서 DT에 대해 두려움이나 거부감을 가진 분을 종종 본다. ‘내가 회사 다니는 동안만큼은 DT가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분도 있다. 그런데 DT는 사람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다. 2016년 기술 발달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한 세계경제포럼(WEF) 클라우스 슈밥 회장도 2018년엔 기술 발달로 오히려 일자리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디지털을 이해하고 활용 역량을 갖추는 건 기업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것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 나는 2017년부터 여러 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DT 관련 교육을 하며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 2017년은 아직 DT라는 말이 널리 쓰이기 전 아닌가. 

    “‘4차 산업혁명’이 막 세간의 관심사로 떠오르던 시절이다. 그 무렵 한 공기업에서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임직원 교육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아직 국내에 관련 개념조차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던 때라 각계 전문가를 만나 인터뷰하고 여러 자료를 분석해 가며 500시간 분량의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이때 DT의 의미와 중요성, 실천 방안 등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하게 됐다. 이 교육을 받은 기업은 이후 디지털 혁신 우수 사례로 좋은 평가를 받았고, 국내 여러 대기업에서 직원 대상 디지털 교육 요청이 이어졌다.” 

    - 최근 많은 기업이 DT 컨설팅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컨설팅과 교육은 어떤 점에서 다른가. 

    “일반적으로 DT 컨설팅은 외부 업체가 특정 기업 현황을 분석해 바람직한 DT 방향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반면 교육은 해당 기업 임직원이 스스로 DT 방향을 세워나가도록 돕는 것이다. 개별 기업에 따라 교육 프로그램 구성과 교육 시간이 다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일방적 지식 전달에 그치지 않고, 임직원이 배운 내용을 현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이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 금융기업의 경우, 해당 기업 핵심 인재를 대상으로 비즈니스 인사이트 및 최신 기술 관련 교육을 진행했다. 이후 IT부서원과 일반 부서원이 팀을 이뤄 디지털 혁신 과제를 고민하도록 했다. 

    금융사 업태에 대한 이해가 높은 일반 부서원과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가 높은 IT 부서원이 협업하자 시너지 효과가 나타났다. 금융 분야 DT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고, 그중 많은 것이 회사 운영에 실제로 도입됐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나는 ‘개별 기업에 맞는 DT 방법은 그 기업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때로 글로벌 컨설팅업체나 IT 전문가 도움을 받아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모든 걸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조직 내 역량 끌어올리는 게 DT 성공 첫걸음

    - 내가 몸담은 기업에서 디지털 교육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개인적으로 디지털 역량을 기를 방법이 있나. 

    “최근 DT를 다룬 책이나 공개 강의가 많이 나오고 있다. 내게 추천을 요청한다면, 미국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 바라트 아난드가 쓴 ‘콘텐츠의 미래’라는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나는 이 책 저자나 출판사와 아무 관련이 없다. 이 책을 읽고 세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을 뿐이다. DT가 무엇인지, DT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여러 통찰을 담고 있다.” 

    윤 대표는 인터뷰 내내 “디지털을 어렵게 여기거나 거부하지 말자. 디지털 문법을 이해하고 활용할 방법을 찾는 기업, 개인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고 강조했다. 

    “저는 종종 우리 회사의 경쟁자가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라고 말합니다. 예전엔 기업에서 평생 일하다 은퇴한 사람은 ‘치킨집 사장’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죠. 저는 그분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하버드대 도서관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디지털이 가져온 순기능이죠. 수많은 정보와 기술이 우리 주위에 열려 있습니다. 바로 지금 디지털 공부를 시작하세요. 그리고 새로운 기회를 찾기 바랍니다.” 

    윤 대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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