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전남 여수 남영호 침몰로 326명이 목숨을 잃었고, 대연각 호텔 화재(1971)로 163명, 서해 페리호 침몰(1993)로 292명, 성수대교 붕괴(1994)로 32명, 대구 가스폭발(1995)로 101명, 삼풍백화점 붕괴(1995)라는 초유의 사태로 무려 502명,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2003)으로 192명이 죽었습니다.
그리고 2014년 4월 16일, 말로 다할 수 없는 참혹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10월 17일 판교 테크노밸리 공연 중 환풍구 덮개가 무너지면서 시민 16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과연 사건공화국 대한민국에 미래는 있는 것일까요! 사건사고가 터지면 흥분하고 책임 전가하고 대책을 남발하지만, 곧 잊어버리고 새로운 사고가 이전 것을 덮어버리는 되풀이 과정이 지금까지의 수습방식이었습니다.
세월호 사건은 우연의 산물이 아닙니다. 낡고 일그러진 사회구조 문제로부터 곪아터져 나온 결과물이지요. 시스템의 혁신에 대해 말할 수는 있지만 누가 언제부터 어떻게 이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낼 것인지, 과연 그때까지 기다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인지는 미지수입니다. 또한 현대사회는 정부가 모든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다단합니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 공동체의 미래에 책임감을 갖는 시민의식과 실행이 필요한 때에 살고 있습니다.
환경재단은 세월호 참사로 빚어진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고 생명을 존중하는 안전사회를 만들어 나아가기 위해 6월 25일 각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생명을 살리는 안전사회포럼’을 발족했습니다.
이 포럼을 통해 우리 사회의 안전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개인의 이중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에 의견을 모았으며, 그 첫 실행안으로 우리 시대 오피니언 리더들이 정독하는 시사월간지 ‘신동아’와 함께 특별부록 ‘위기의 순간, 내 가족을 지켜라! 생존의 기술 50’을 발간하게 됐습니다.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위험에 빠뜨리는 일은 결코 어느 특정 분야에서만 일어나지 않습니다. 건설과 제조 현장은 물론이고 공장 주변, 건물, 시장, 공연장, 사우나탕 같은 생활공간, 학교와 직장 사무실, 자동차와 지하철, 기차·선박·항공기와 같은 교통수단, 원자력발전소를 비롯한 에너지시설 등 모든 공간과 지역에서 예상치 못한 끔찍한 사고와 사건들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식품과 생활용품, 의약·화장품, 각종 기기와 기구, 공기와 물, 토양 등 환경과 늘 쓰는 생활필수품도 우리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수단과 매체가 되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의 위험과 재난이 지닌 이런 특성을 생각해볼 때 안전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누구나 다양한 분야 전문지식을 알고 일상 생활의 위험 요소에 대비하고 대응하는 방법을 쉽게 익힐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불행히도 아직 우리가 이런 생활수칙을 접할 수 있는 곳은 흔치 않습니다.
‘생존의 기술 50’은 우리 모두가 접하는 생활 속의 안전문제부터 사회 안전, 그리고 기후변화를 포함한 생태안전까지 총망라했습니다. 특히 이 책의 미덕은 어렵고 추상적일 수 있는 주제들을 누구나 경험하는 생활 장면에 대입해 마치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듯이 쉽게 따라할 수 있게 했다는 것입니다. 첫 출간이라 조심스럽고 아직 충분치 않습니다.
아무쪼록 이 작은 책자가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해 국가와 시민 모두의 생각과 행동이 변화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생명을 살리는 안전사회를 위해 지면을 허락한 ‘신동아’에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가족을 구성하는 어른, 학생, 어린이 등 모든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뜻있는 사람들의 지혜를 모아 개정판이 이어지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생명안전포럼 회원을 대신하여
최열 환경재단 대표 박재갑 국립암센터 초대 원장 김재옥 소비자시민의 모임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