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7일 전남 여천석유화학단지 롯데케미컬 여수공장에서 실시한 유독성 화학물질 누출사고에 대비한 훈련.
그런데 이 독성화학물질들은 노동자에게 직업병을 일으킬 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피해를 준다. 가습기살균제와 석면이 함유된 베이비파우더 사건이 대표 사례다. 잘 드러나지 않으면서 인체에 피해를 가져다주는 물질은 훨씬 많다. 집안 먼지에도 환경호르몬과 발암물질이 1% 정도 포함됐는데, 이것들은 장판과 벽지, 전자제품과 화장품, 그리고 보디케어용품 같은 데서 나온 것이다.
환경호르몬 노출이 일상화하면서 암환자와 불임 부부가 날로 늘어나고 아이들의 생식기 기형이 증가한다. 이뿐 아니다. 화학물질로 인한 폭발, 화재, 누출 사고 문제도 심각하다. 구미 불산 누출사고와 같은 각종 화학 사고가 노동자와 마을을 위협한다.
기업에서는 고독성 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안전한 화학물질을 선택하는 것을 비용 문제로 인식한다. 폐수처리 시설이나 대기오염방지 시설을 설치하고 유지 관리하는 것도 비용의 문제로 인식한다. 폭발·누출 사고를 예방하는 시설을 갖추고 점검을 강화하는 것도 비용이며, 직업병 예방 노력도 비용이다. 감시하고 견제하는 사람이 없으면 기업은 이 비용을 지출하려 하지 않는다. 결국 위험은 노동자와 주민과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그러니 기업의 화학물질을 얼마나 잘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야말로 매우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다.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이런 일을 정부가 해줄 줄 알았지만, 우리는 더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게 됐다. 화학물질 감시를 스스로 하지 않고 위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충분히 깨달았다. 노동자는 노동자대로, 주민은 주민대로,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감시자로서의 역할이 있다(표).
그리고 노동자, 주민, 소비자가 만나야 한다. 소비자운동이 공장의 화학물질을 향하면서 노동자의 직업성 암에 주목할 때 생활용품 속의 발암물질이 줄게 된다. 노동자는 기업의 화학물질 정보를 주민과 공유하면서 주민이 잘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주민이 기업의 사고예방 노력을 더 잘 이끌어낼 수 있고, 그럴 때 노동자의 생명이 보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