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호

DeFi, NFT, DAO 포괄 Web3, 폭발적 성장 가능성

[박원익의 유익한 IT] 블록체인이 만들 미래, ‘웹3’ 보러 3만 명 모여

  • 박원익 더밀크 뉴욕플래닛장

    wonick@themilk.com

    입력2022-04-1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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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최대 ‘웹3’ 축제 ‘ETH덴버2022’

    • 정보 교류 활발… 젊은 세대·도구 솔루션 급증

    • “향후 10년, 이 분야 큰 기회 있을 것”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이 2022년 2월 18일 미국 콜로라도 주 덴버에서 열린 ‘ETH덴버2022’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ETH덴버 트위터]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이 2022년 2월 18일 미국 콜로라도 주 덴버에서 열린 ‘ETH덴버2022’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ETH덴버 트위터]

    “블록체인 기반 기관·조직(institution)은 과거의 양상과 완전히 다를 것입니다. ‘틀(same box)’은 같은데 기능만 나아지는 게 아닙니다. 자동차와 말(horse)을 예로 들어볼까요? 지금 우리는 자동차를 이동수단으로 사용하지만, 자동차와 말은 완전히 다릅니다. 물론 자동차가 말을 완전히 대체한 건 아니죠. 중요한 건 새로운 창조는 ‘우리가 해결하려는 근본 문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점입니다.”

    2월 18일(현지 시각) 오후 8시 40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수천 명의 군중이 가득 들어찬 강당 무대에 깡마른 남자가 등장했다. 민무늬 회색 티셔츠에 핑크색 잠옷 바지,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시선 처리와 손짓의 조합. ‘도대체 이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할까’ 하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괴짜,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이었다.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와 정반대로 그는 글로벌 암호화폐·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중요한 인물 중 하나로 평가된다. 2015년 이더리움(Ethereum, 약칭 ETH)을 발명, DeFi(탈중앙화금융), NFT(대체불가능토큰), DAO(탈중앙화자율조직)에 이르는 ‘웹3(Web3)’ 물결의 토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2세대 블록체인으로 불리는 이더리움은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자동으로 거래가 체결되는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 기능을 가지고 있다. 스마트 계약은 다양한 웹3 프로젝트의 토대 기술로 활용되고 있으며 현재의 풍부한 이더리움 생태계를 가능케 한 주인공이다.

    부테린은 이날 ‘ETH덴버’ 행사에서 ‘디지털 국가를 향한 여정(Steps to the Digital State)’이라는 주제로 연설했다. 이더리움의 특성, 문제 해결 능력을 강조하며 블록체인 기반 조직인 DAO를 활용하면 과거와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기업, 기관, 국가가 가능하다고 설파한 것이다.



    DAO는 블록체인이 적용된 컴퓨터 암호화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해 주요 의제를 논의한다. 그 결과, 소수의 관리자가 아니라 모든 참여자가 의사 결정권과 조직 통제력을 갖게 된다. 실제로 미국 와이오밍주는 지난해 3월 최초로 DAO법을 제정, 7월부터 법을 시행하고 있다. 와이오밍주의 DAO는 미국의 유한책임회사(Limited Liability Company)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 기업처럼 법인이 될 수 있지만, 법인세는 내지 않고 각 구성원이 직접 소득세를 내는 것도 가능한 비교적 자유로운 기업 형태다. ‘아메리칸 크립토페드(American CryptoFed) DAO LLC’라는 DAO는 이 법을 통해 최초로 법적 인정을 받은 DAO가 됐다.

    ETH덴버, 세계 최대 웹3 축제

    ETH덴버2022 행사 중에는 여성 발표자들이 주도한 세션도 있다. [박원익]

    ETH덴버2022 행사 중에는 여성 발표자들이 주도한 세션도 있다. [박원익]

    ETH덴버는 매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열리는 대형 블록체인 페스티벌이다. 이 행사는 2018년 이더리움 해커톤(Hackathon·프로그래머들이 팀을 이뤄 주어진 시간 동안 결과물을 완성하는 대회)으로 시작됐다. 부테린은 2019년 이후 매해 덴버를 찾을 정도로 이 행사에 애정을 쏟고 있다. 특히 올해 행사는 역대 최대 규모의 참가자들이 몰리며 ‘세계 최대 웹3 이벤트’라는 타이틀까지 붙었다.

    웹3는 기존 웹2의 ‘읽기와 쓰기’를 넘어 ‘소유’ 기능이 추가된 차세대 웹을 말한다. 야후, 넷스케이프로 대표되는 웹1(Web1)은 읽기(Read-Only)만 가능했다. 사용자 대다수는 온라인에 올라와 있는 콘텐츠를 읽기만 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등장으로 2000년대 중반 시작된 웹2(Web2)는 사용자가 참여할 수 있는(Read-Write) 형태다. 이때부터 SNS나 유튜브 등 다양한 창구를 통해 사용자들이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소수 기업이 사용자 데이터와 콘텐츠를 독점하는 한계가 있었다. 웹3에서는 사용자가 자신이 생성한 콘텐츠, 데이터, 자산에 대한 소유권까지 갖는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웹3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작동하는 웹을 말하며 DeFi, NFT, DAO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부테린의 등장에 현장에 모인 청중이 크게 손뼉 치며 환호한 것은 실제로 그가 많은 새로운 프로젝트가 존재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더리움은 가장 먼저 스마트 계약을 고안, 오랜 기간 구축해 온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또 비교적 개발자들의 접근이 용이한 프로그래밍 언어 ‘솔리디티(Solidity)’를 사용한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누적된 노하우, 확장성, 접근성을 토대로 이더리움은 웹3 분야에서 가장 강력한 주도권을 확보하게 됐다.

    물론 이더리움이 웹3 물결의 전부는 아니다. 카르다노, 솔라나, 아발란체 등 메인넷(mainnet·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실제 출시해 운영하는 네트워크)을 가진 다른 블록체인 기반으로도 NFT, DeFi 구현이 가능하며 비트코인 역시 지난해 말 스마트 계약 기능 등을 포함한 업그레이드(Taproot)를 마친 상태다. 이들 역시 ETH덴버에 참여해 최신 정보와 지식, 트렌드를 공유했다.

    5회째를 맞은 올해 ETH덴버의 특징은 해커톤을 넘어 글로벌 블록체인 생태계 행사로 도약했다는 점이다. 6930만 달러(약 785억 원)에 팔린 예술가 ‘비플(Beeple)’의 NFT 작품 ‘매일:첫 5000일’, 미국 헌법 초판 인쇄본 입찰을 목적으로 단기간에 수백억을 모은 ‘컨스티튜션DAO(ConstitutionDAO)’ 등이 올해 행사 흥행에 한몫했다. NFT와 DAO가 큰 화제가 되면서 블록체인 개발자뿐 아니라 일반 대중도 웹3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이다.

    주최 측에 따르면 공식적으로 1만5000명 이상이 올해 행사장을 직접 방문했다. 온라인으로 참여한 인원은 3만 명 이상이다. 통상 2000~3000여 명 수준이던 걸 고려하면 다섯 배 이상 커진 역대 최대 규모다. 즉석에서 참여하거나 비공식(private) 모임에만 참석한 인원까지 합치면 실제 참여 인원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블록체인 투자업체 해시드의 김백겸 파트너는 “작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유행의 영향으로 온라인으로만 행사가 진행됐고, 재작년의 경우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행사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올해는 개발자 외에도 전문 투자자, 크리에이터, 학생, 일반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훨씬 많은 사람이 참여했다. 확실히 올해는 특별하다”고 했다.

    실제로 덴버 도심에 위치한 행사장 곳곳에서 엄청난 인파를 마주할 수 있었다. 흑인, 유러피언, 라틴계, 인도계, 아시안 등 각양각색의 인종에 여성 참가자의 비율도 다른 블록체인 콘퍼런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개성 넘치는 복장의 참가자들도 가득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 탈을 쓴 사람, 공주 옷차림을 한 남성, 마법사처럼 거대한 지팡이를 든 관람객 등이 눈길을 끌었다. 메인 행사장 구석에서 귀에 이어폰을 끼고 눈을 감은 채 명상에 잠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체스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오픈 마인드’ 정보 교류… “과제는 생태계 확대”

     ETH덴버2022의 주요 행사장 중 하나인 덴버 스포츠 캐슬 앞에 행사 참가자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박원익]

    ETH덴버2022의 주요 행사장 중 하나인 덴버 스포츠 캐슬 앞에 행사 참가자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박원익]

    흥미로운 건 행사 규모가 커졌음에도 ‘개발자가 주인공’이라는 DNA는 유지됐다는 점이다. 예컨대 개발자들은 ‘BUIDLer’라는 목에 거는 배지를 받고, 개발 업무 공간이 마련된 특별 행사장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었다. 반면 팔찌 형태의 손목 밴드를 받은 일반 행사 참가자는 그렇지 않았다. 일반 참가자가 입장 가능한 행사장에 들어가려고 해도 건물 밖에서 줄을 서서 40분~1시간을 대기해야 했고, 아예 입장할 수 없는 행사장도 있었다.

    함께 줄을 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니 일반 참가자 중에는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 관계자, 헬스케어 산업 종사자 등 다른 업계에서 방문한 참가자가 많았다. 새롭게 부상하는 블록체인, 웹3를 배우고 정보를 얻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자신이 속한 업계에서는 전문가일지라도 블록체인 개발자로 등록하지 않은 이상 줄을 서서 대기해야만 했다.

    ETH덴버2022에는 곳곳에 개발자를 위한 휴게 공간이 마련돼 있다. 행사장 밖에는 푸드트럭이 있어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박원익]

    ETH덴버2022에는 곳곳에 개발자를 위한 휴게 공간이 마련돼 있다. 행사장 밖에는 푸드트럭이 있어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박원익]

    건물 내부 환경도 비슷했다. 주요 행사장 중 하나인 ‘덴버 스포츠 캐슬(Denver Sports Castle)’ 내부에만 총 세 곳의 대형 개발자 전용 플로어가 마련돼 있었다. 개발자들이 개발 작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책상과 의자가 빼곡히 들어차 있는 형태다. 음료수, 간식이 무료로 제공되며 곳곳에 소파, 빈백(beanbag)이 있어 틈틈이 몸을 뉘어 쉴 수도 있다. 지친 개발자들이 머리를 식힐 수 있도록 게임기가 가득 찬 공간, 수면 및 휴식을 위해 별도로 어둡게 꾸며놓은 공간도 있었다.

    행사장은 개발자들이 열심히 코딩하고, 서로 정보를 나누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실제로 개발자들은 각자 자신이 속한 프로젝트명이 적힌 티셔츠, 후드티를 입고 다니며 어디에서나 의견을 나눴다. 옷에 적힌 팀명, 프로젝트명을 보고 찾아와 궁금한 걸 물어보는 사람도 많았다. 행사에 참가한 센드버드 프로덕트 매니저 에릭 킴은 “마이애미에서 열린 NFT 행사의 경우 엔터테이너들이 훨씬 많았고, 더 상업화돼 있었다”며 “ETH덴버는 확실히 개발자 중심 행사”라고 했다.

    이처럼 개발자를 우대하는 데엔 다 이유가 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성공, 생태계 확대를 위해선 우수한 개발자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부테린은 물론 그와 함께 이더리움을 만든 조셉 루빈 같은 업계 유명 인사들도 이 행사에 참여하고 개발자들과 스스럼없이 인사하며 대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현장에서 만난 개발자 채용 담당자는 “실력 있는 머신러닝 개발자들이 많은 연봉을 받는데, 최근 웹3 분야에서도 큰돈을 제시하며 인력을 데려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 출신인 나카가와 에릭 ‘첼로(Cello)’ 개발자 관계 총괄(Head of Developer Relations) 역시 “좋은 개발자를 채용하는 건 정말 어렵다. 웹2에서 웹3로 넘어오고 싶어 하는 개발자들에게 관심이 많다”고 했다.

    거대한 웨이브 온다

    ETH덴버2022 해커톤 세션에 참가한 10대 개발자들이 아이디어를 칠판에 정리하고 있다. [박원익]

    ETH덴버2022 해커톤 세션에 참가한 10대 개발자들이 아이디어를 칠판에 정리하고 있다. [박원익]

    올해 ETH덴버의 다른 큰 특징은 젊은 세대의 참여 확대라고 할 수 있다. 장래가 촉망되는 인재들이 블록체인 분야를 장기적으로 바라보며 자신의 미래를 걸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10대 후반~20대 초반의 나이에 개발자 자격으로 행사를 찾은 많은 참가자를 만날 수 있었다. 부모와 함께 온 청소년, 고등학교 친구들끼리 팀 단위로 참여한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사촌지간인 16세, 18세 개발자 단둘이 덴버로 날아온 사례도 있었다.

    해시드에 따르면 최근 미국 대학 블록체인 동아리 회원 숫자 역시 급증하는 추세다. 예컨대 카네기멜론대(CMU)의 블록체인 클럽의 경우 20명에서 출발, 최근 250명으로 10배가량 불어났다. 덴버 현지에서는 해시드 주최로 하버드대, 펜실베이니아대, 버클리대, 듀크대 등 미국 명문대 블록체인 연구 학생들이 모여 정보를 교류하는 파티도 열렸다.

    월스트리트 IB(투자은행) 뱅커 등 안정적인 경력을 포기하고 블록체인 투자 분야로 경력을 전환한 사례도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월가 사모펀드 등을 거친 강진원 GCR(Global Coin Research) 리드투자자는 “더 큰 리스크를 지더라도 젊을 때 도전해 보고 싶었다”며 “수입 감소 등 희생이 있었지만, 미래를 볼 때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했다.

    웹3 관련 도구(Tools) 솔루션이 급증한 것도 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 중 하나다. DeFi, NFT, DAO 관련 프로젝트 수요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한리버(Han River) 파트너스의 허진호 파트너는 “부스 80%가 툴 솔루션 업체였다. 산업 발전 과정을 보면 먼저 도구 시장이 커졌는데 그런 의미에서 볼 때 긍정적 시그널”이라며 “골드러시 때 나온 곡괭이나 청바지, 인터넷 붐 때 나온 홈페이지 만들어주는 프로그램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금 나온 프로젝트 대부분은 사라지겠지만, 살아남으면 아마존, 구글 같은 회사가 될 수 있다”며 “향후 10년 동안은 웹3 분야에 큰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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