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호

IT기업의 별 카카오, 지배구조는 중소기업 수준

[거버넌스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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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2-04-0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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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카오 지분 1위는 김범수 의장

    • 2위는 가족기업 케이큐브홀딩스

    • 국세청·공정위 카카오 조사 중

    • 계열사 대표진도 대부분 지인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판교 오피스. [동아DB]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판교 오피스. [동아DB]

    ‘카카오’는 대한민국에서 스마트폰을 쓴다면 모를 수 없는 이름이다. ‘국민 메신저’라는 별명의 카카오톡을 시작으로 지금은 쇼핑, 택시, 문화 콘텐츠 등 다양한 산업에 진출해 있다. 한국에 살면서 카카오 관련 서비스를 한 번도 이용해 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이 카카오가 드디어 공식적으로 대기업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월 3일 공개한 ‘2021년 11월∼2022년 1월 대규모기업집단 소속회사 변동 현황’에 카카오가 올해 처음 대기업집단에 포함됐다. 2010년 카카오톡을 내놓고 서비스 4년 만에 다음을 인수하고 상장, 다시 8년 뒤에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이름을 올린 셈이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수대에 걸쳐 대기업 위치에 오른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카카오가 대기업이 됐지만 창업자이자 총수인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마냥 웃을 수 없다. 대기업이 되면 지분 및 관계사 지배구조를 반드시 공시해야 한다. 문제는 카카오와 그 계열사를 지배하는 지분 구조다. 주요 지분 대부분이 김 의장과 그의 친족, 혹은 창업부터 알고 지낸 지인들이 보유하고 있다.

    지주회사 책임 피하고, 이득만 취해

    카카오가 지난해 5월 공시한 내용을 보면 김 의장이 가진 지분은 14.38%로 현재 최대주주다. 점유율 2위는 ‘(주)케이큐브홀딩스’로 카카오 지분 10.59%를 보유하고 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김 의장이 지분을 100% 소유한 회사다.

    두 지분을 합하면 김 의장이 카카오 지분의 25%가량을 확보한 셈이다. 여기에 김 의장이 가족과 친지에게 양도한 주식과 기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하면 27% 수준이다. 이들을 제외하고 지분율이 5%가 넘는 주주는 국민연금공단(8.53%), 텐센트(6.72%) 정도다. 나머지는 전부 소액주주이니 사실상 김 의장이 카카오를 지배하고 있다.



    지분 구조를 보면 케이큐브홀딩스가 카카오의 지주회사 구실을 하고 있지만 법률상 지주회사는 아니다. 지주회사가 되려면 모기업의 최대주주여야 한다. 현재 카카오의 최대주주는 케이큐브홀딩스가 아닌 김 의장이다. 김 의장도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케이큐브홀딩스는 카카오의 지주회사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케이큐브홀딩스가 지주회사가 되면 안 되는 이유도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없다. 카카오뱅크나 카카오페이를 자회사로 둘 수 없다는 의미다. 이들을 자회사로 두려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해야 하는데, 다른 자회사들의 지분을 100% 소유해야 하고,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규제의 폭이 커진다.

    “중견기업도 안 할 허술한 승계”

    케이큐브홀딩스는 투자, 금융 등을 이용해 돈을 버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의 실적을 보면 돈을 벌지는 못하고 있다. 케이큐브홀딩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한 해 매출은 4억 원이지만 영업적자는 25억 원, 당기순손실은 3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당기순손실 59억 원을 기록하며 지속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

    이 회사의 이사는 총 4명. 김 의장과 그의 부인 형미선 씨는 비상무이사로 이사진에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는 현재 대표이사인 김탁흥 씨와 카카오인베스트 감사를 겸직하고 있는 강성 씨가 있다. 지난해까지는 김 의장의 친 동생 김화영 씨가 2013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아왔으나 12월 31일 퇴직금 13억9637만 원을 받으며 퇴사했다. 이어 대표이사직을 맡은 김 대표는 김화영 씨가 대표이던 개인기업 오닉스케이의 이사다. 오닉스케이는 김 의장이 소유한 케이큐브타워 빌딩의 위탁관리를 맡고 있다.

    적자만 보는 회사에 카카오 창업주 가족이 몰려 있는 데다 거액의 퇴직금까지 지급하자 케이큐브홀딩스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특히 지난해 1월에는 김 의장의 자녀 두 명이 이 회사에 재직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해 2월에는 김 의장이 카카오 주식 33만 주(약 312억 원, 3월 4일 종가 기준)를 가족과 친인척에게 증여했다. 이 중 아내와 20대 자녀 둘에게 각각 6만 주(약 56억 원)씩 총 18만 주(168억 원)를 지급했다.

    김 의장은 카카오 창사 이래 지속적으로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줄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식 증여와 자녀들의 입사 사실이 알려지자 편법 승계 의혹이 불거졌다. 통상 대기업의 경영 세습이 10년 이상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만큼, 김 의장이 20대 후반에 접어든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기 위해 사전 작업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 의장 측은 “자녀들의 사회 경험을 쌓게 해주고자 일을 시켰을 뿐, 승계와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세무 및 회계업계도 편법 승계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세무사는 “경영권 승계 작업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노골적”이라며 “법적 문제는 없지만 본격적 승계 과정에서 세금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승계를 받은 자녀들이 회사의 성장에 기여한 사실을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견기업 정도의 규모만 되어도 이 같은 방식의 승계는 피한다”고 밝혔다. 회계사들의 의견도 마찬가지다. 한 회계사는 “공정위의 감시 밖에 있는 중소기업이라면 모를까, 카카오 정도 규모의 기업에서 허술하게 승계 준비를 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국세청·공정위, 케이큐브홀딩스 조사 나서

    편법 승계 의혹의 불길은 탈세 의혹으로 옮겨 붙었다. 지난해 6월 국세청은 케이큐브홀딩스를 대상으로 심층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업계에서는 세무조사의 배경으로 탈세 의혹을 꼽았다. 김 의장이 케이큐브홀딩스의 적자를 이용해 탈세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적자만 내고 있는 결손 기업이라 소득이 없으므로 법인세를 내지 않는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케이큐브홀딩스가) 카카오의 지분을 다량 보유한 만큼 배당이 주 수입원”이라며 “배당에는 40% 세율로 세금이 붙지만 (김 의장이) 결손기업인 케이큐브홀딩스를 통해 배당을 받는다면 배당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9월에는 공정위도 케이큐브홀딩스 조사에 나섰다. 공정위는 카카오가 최근 5년간 제출한 공시대상 기업집단 관련 지정자료에서 케이큐브홀딩스와 관련된 자료가 누락되거나 허위로 보고된 정황이 있다고 판단해 직권조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공시 대상 기업집단 지정자료는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총수)으로부터 받는 계열회사, 친족, 주주 등의 현황 자료를 말한다.

    사회적기업? 제재 피하려는 수단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지난해 9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지난해 9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9월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김 의장에게 “주식 증여세 및 배당 세금을 피하기 위해 케이큐브홀딩스의 손해를 유지하는 것 아니냐”고 질의했다. 당시 김 의장은 “탈세 등의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가 아니다”라며 “케이큐브홀딩스는 더 이상 논란이 없도록 가족 형태 회사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회사로 전환하는 작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같은 달 14일 케이큐브홀딩스에서 김 의장의 자녀들이 퇴사했다.같은 날 김 의장은 “케이큐브홀딩스의 정관에서 ‘금융업’과 ‘투자업’을 빼고 앞으로는 미래 교육, 인재 양성과 같은 사회적 가치 창출에 집중하는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케이큐브홀딩스가 사회적기업으로 변모하는 이유를 두고도 의혹이 불거졌다. 금융업체로 분류된 케이큐브홀딩스가 카카오 지분을 이용해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김 의장이 케이큐브홀딩스의 기업 분류를 바꾸려 한다는 것.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케이큐브홀딩스의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규정 위반 여부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25조에 따르면 금융회사나 보험회사 및 공익법인의 경우 주식 의결권이 제한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2억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케이큐브홀딩스의 2020년 12월 감사보고서에는 “당사는 2007년 1월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을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당기 중 투자업을 주된 사업으로 정관에 추가하였습니다”라는 내용이 있다. 이후 지난해 5월 감사보고서에는 주된 사업 목적이 ‘그 외 기타 금융업’으로 공시돼 있다. 카카오측에 따르면 사업 목적을 수정한 이후로는 케이큐브홀딩스가 카카오 주식 의결권을 행사한 적은 없다.

    공정위는 2019년부터 케이큐브홀딩스가 금융업에 종사했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 측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케이큐브홀딩스의 매출에서 금융업 비중은 95% 수준. 회사의 주 업무를 구분하는 기준은 통계청의 한국표준산업분류인데, 이 기준에 따르면 회사가 창출한 부가가치가 가장 큰 사업을 기준으로 회사의 주 업무를 구분한다. 공정위가 케이큐브홀딩스가 2019년부터 금융사라고 판단한다면 카카오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될 수 있다.

    피라미드 구조로 135개 계열사 지배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9월 카카오의 지주회사 격인 케이큐브홀딩스를 직권조사했다. [동아DB]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9월 카카오의 지주회사 격인 케이큐브홀딩스를 직권조사했다. [동아DB]

    최양오 삼평삼민연구소장(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은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면서 카카오가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조사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며 “카카오도 대기업 그룹사와 같은 지배구조 리스크가 드리워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카카오 측은 “케이큐브홀딩스를 사회적 기업으로 바꾸는 일은 공정위 조사와는 무관하다”며 “(케이큐브홀딩스는) 현재 다양한 방향으로 사회공헌활동을 벌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2월 17일 IT업계를 중심으로 카카오가 공정위 출신 전관을 영입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공정위 인사를 영입해 이 인사는 공정위 4급 서기관 출신으로 최근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통과하고 3월부터 출근한다고 전해졌다.

    공직자윤리법에서 퇴직 공직자는 업무관련성이 인정되는 업체에 재취업이 허용되지 않는다. 해당자 역시 심사 과정에서 공정위와 카카오 간 업무관련성이 인정됐다. 다만 공직자윤리위원회는 그가 공정위에서 직접 맡은 업무가 카카오와 밀접한 관련성이 없어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 취업승인을 해줬다.

    케이큐브홀딩스를 두고 국세청은 물론 공정위 조사까지 이어지는 이유는 카카오와 그 계열사의 지배구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카카오의 계열사는 총 135개. 이 중 해외 계열사가 28개, 국내 계열사는 97개에 달한다. 이 중 현재 휴·폐업 청산 진행 상태인 회사 4곳을 제외하면 실제 운영되는 회사는 93개. 해외 계열사는 카카오가 대부분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반면 국내 계열사 중에는 카카오가 아예 지분을 갖지 않은 곳도 있다.

    카카오는 지분이 없는 계열사도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이는 피라미드형 출자 구조 때문이다. 카카오가 몇 개의 회사의 지분 중 과반을 가지고 있고, 이 회사들이 다시 다른 회사의 지분을 과반 가지고 지배하는 방식이다.

    일례로 카카오의 계열사 중 하나인 가승개발을 살펴보자. 지난해 9월 카카오 대규모기업집단 공시에 따르면 가승개발의 대주주는 지분의 55.00%를 가지고 있는 카카오VX. 카카오VX의 대주주는 카카오게임즈(지분 85.19%)다. 카카오는 이 카카오게임즈의 지분을 45.16% 보유하고 있다.

    93개 계열사 중 카카오가 최대주주인 계열사는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를 포함해 총 16개사. 이 회사들이 다른 계열사의 최대주주가 돼 해당 회사를 지배하고, 다시 그 회사들이 다른 계열사의 최대주주를 맡고 있다. 이를 통해 카카오의 지분 24%를 가진 김 의장이 전 계열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카카오 측은 “김 의장이 계열사에 직접적 지배를 하는 상황은 아니다. 각 계열사 대표이사가 책임을 갖고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수평적 구조다”라고 설명했다.

    계열사 대표 대부분 金 의장과 오랜 인연

    카카오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된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 겸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월 24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메타버스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신사업 계획을 공개했다. [카카오]

    카카오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된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 겸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월 24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메타버스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신사업 계획을 공개했다. [카카오]

    전사에 미치는 창업주의 영향력 때문일까. 주요 자회사 사장단은 대부분 김 의장의 지인이나 과거 동료다. 올해 3월까지 카카오의 공동대표직을 맡았던 여민수, 조수용 전 대표는 NHN에서 김 의장과 함께 일했다. 여 전 대표는 김 의장이 NHN 대표직을 맡던 시절 네이버의 검색광고 사업을 이끌었다. 조 전 대표는 네이버의 초록 검색창을 만든 브랜드 전문가다. 김 의장과는 NHN에서 4년간 함께 일했다.

    이들의 뒤를 이어 4월부터 카카오의 수장 자리에 앉은 남궁훈 대표는 김 의장과 인연이 더욱 깊다. 남 대표는 1997년 삼성SDS에서 김 의장을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은 이후 삼성SDS에서 나와 서울 한양대 앞에 PC방을 차리고 1999년 한게임 창업까지 함께 했다. 이후 2015년 남 대표는 카카오에 합류, 카카오게임즈 대표직에 올랐다가 현재 카카오 대표직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문태식 카카오VX 대표도 남 대표와 마찬가지로 삼성SDS, 한게임, NHN까지 함께한 김 의장의 오랜 동료다. 이외에도 이진수 카카오페이지 대표, 홍은택 카카오커머스 대표는 NHN에서 김 의장과 한솥밥을 먹은 이력이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지금이야 대기업이 됐지만 창업일자만 따져보면 10년이 겨우 넘은 회사다. 당연히 주변의 유능한 인물들을 영입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기업의 규모가 커진 만큼 사회적 책임을 실감하고 차츰 지배구조나 인선 문제를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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