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호

인천공항 보안시스템 설계 소대섭 교수 “보안검색요원 직고용 안돼…공항보안공사 따로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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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0-07-09 10: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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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안검색 요원 직고용 법적 근거 없어

    • 청원경찰로 고용하면 감독권 일부 경찰로 넘어가

    • 보안검색 업무 애초에 공항 소관 아니었다!

    • 직고용은 공항, 보안검색 요원 모두에게 손해

    • 미국 캐나다는 보안검색 전문 공사 만들어

    • 대부분 나라는 정부가 관리…자회사 만든 경우 거의 없어

    • 직고용하면 다른 공항에서도 똑같은 일 벌어질 것

    소대섭 한서대 항공보안시스템학과 교수. [지호영 기자]

    소대섭 한서대 항공보안시스템학과 교수. [지호영 기자]

    “공항 보안을 위해서라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보안검색 요원을 직접 고용해서는 안 된다.” 

    소대섭 한서대 항공보안시스템학과 교수는 단호하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간부였다. 1991년 한국공항공사에 입사한 후 1998년에는 인천공항 보안검색시스템을 설계했고 그 이후에는 보안검색 시스템 운영을 담당해왔다. 인천공항의 특수경비원 제도를 도입하고 보안검색 요원 교육 및 자격취득 시스템을 만든 것도 그다. 소 교수는 2017년 보안검색요원의 정규직화 논의가 시작될 때도 “이 과정을 직접 지켜봤다”고 밝혔다. 

    소 교수는 “보안검색 요원을 고용하는 곳은 자회사도 인천국제공항도 아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 교수가 내놓은 대안은 새로운 공사를 만드는 방식이다. 미국의 TSA(Transportation Security Administration-교통안전국)처럼 공항 안전을 책임지는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을 설립해 보안검색 요원은 물론 공항 특수 경비직종까지 모두 통합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직접 고용은 불합리

    미국 공항 및 교통시설의 보안검색 및 경비 업무를 하는 TSA(Transportation Security Administration-교통안전국). [뉴시스]

    미국 공항 및 교통시설의 보안검색 및 경비 업무를 하는 TSA(Transportation Security Administration-교통안전국). [뉴시스]

    - 인천공항공사가 보안검색요원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나섰다. 보안검색 요원은 공항이 직접 고용해야 할 정도로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직군인가? 

    “그렇다. 정규직화는 필요하지만 (인천공항공사가 이들을) 직접 고용을 하는 일은 다른 문제다. 물론 보안검색은 공항에 꼭 필요한 일이다. 보안검색은 항공테러를 막는 최전선 방어기지다. 당연히 검색 요원의 전문성도 필요하다. 움직이는 CT, X-ray 화면을 보며 작은 폭발물, 칼날까지 찾아내야 하는 일이다. 교육은 물론, 장기간의 업무 적응기간을 거쳐야 비로소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정규직화를 통해 이들의 전문성을 보존하는 일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들의 업무가 공항 운영진과 부딪힐 공산이 크다. 공항공사가 보안검색요원을 직접 고용하게 되면 득보다 실이 많다.”

    - 자세히 설명해 달라. 

    “공항 운영의 핵심은 승객 편의성이다. 보안검색 등 입출국 절차는 빠를수록 좋다. 하지만 보안검색 요원의 처지는 다르다. 안전을 위해서는 최대한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공항 운영진과의 마찰을 피하려면 공항이 아닌 외부 기관에서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편이 낫다.”



    - 외부기관이라면? 

    “미국의 TSA처럼 한국에도 보안검색 및 교통 시설 경비를 담당하는 공사를 만들어야 한다.(이하 한국형 TSA) 독립 공사이니 공항 운영의 입김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게다가 인천공항공사는 이들을 직접 고용할 법적 근거가 없다. 보안검색 요원들은 현재 특수 경비직으로 분류된다. 공항공사 주요 업무가 항공산업과 부동산 임대업이라 현행법상 무기를 소지할 수 있는 특수 경비원을 고용할 수 없다.”

    - 그래서 공항공사는 청원경찰로 보안검색 요원들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법적 문제는 해결된 것이 아닌가? 

    “청원경찰 제도를 이용해 고용해도 문제는 남는다. 보안검색 요원 감독권의 일부가 공항에서 경찰로 넘어간다. 청원경찰법에 따르면 경찰은 필요한 경우 청원주(공항공사)에게 지도를 할 수 있다. 공항공사의 보안검색에 관해 경찰이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는 이야기다.”

    - 경찰의 개입이 문제가 되나? 

    “과거 경찰이 검색을 강화해 공항이 마비된 사건이 있었다. 1997년 10월 김포공항 검색대가 큰 망신을 당했다. 승객의 가방에 수류탄이 들어있었는데 이를 보안검색에서 잡아내지 못했다. 캐나다 벤쿠버 공항에서 이 승객이 잡히긴 했으나, 국내 공항 보안검색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다음 달인 1997년 11월 경찰은 보안검색을 강화했다. 이 결과 해외로 나가는 항공기 33편의 운항이 지연되는 등 공항 업무가 마비되는 일이 있었다. 보안검색이 공항의 입김에 너무 휘둘리는 것도 문제지만, 공항의 사정을 아예 고려하지 못하면 승객의 불편만 커진다.”

    자회사는 전문성 떨어질 위험

    1997년 10월 보안검색 강화로 마비된 김포국제공항. [MBC 화면 캡처]

    1997년 10월 보안검색 강화로 마비된 김포국제공항. [MBC 화면 캡처]

    - 보안검색 전문 공사는 공항의 눈치를 볼 공산이 없나? 

    “새 공사가 공항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우려면, 공항이 아닌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직접 해당 공사를 담당해야 한다. 경찰보다는 공항에 대해 잘 알지만, 그렇다고 공항의 직원도 아닌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 자회사를 만들어 보안검색 요원을 직접 고용하는 방식도 있다. 

    “공항의 자회사 설립보다도 ‘한국형 TSA’ 설립이 나은 대안이다. 보안검색 요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들의 일에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항공 보안의 첫 관문인 만큼 이들을 교육하고 관리하는 일은 국가가 맡는 편이 옳다.”

    - 공항공사가 자회사를 만들어 고용하는 방식에는 어떤 약점이 있나. 

    “공항공사가 만든 자회사인 만큼, 공항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교육에도 혼선이 생길 수 있다. 지금이야 공항공사와 국토부가 보안검색 요원 교육과 평가를 도맡고 있지만, 각 공사마다 자회사가 생긴다면, 교육을 따로 꾸려야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중심이 돼 보안검색 전문 공사를 만든다면, 그간 쌓인 교육 노하우가 있으니 지금의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다. 전국 보안검색 요원을 통합 관리하는 것에도 장점이 있다. 보안검색 요원들이 각 공항을 순환 근무하며, 다양한 보안검색 사례와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다양한 사태에 대처 가능한 보안검색 요원이 늘어나게 된다. 인천공항 뿐만 아니라 국내 모든 공항의 보안검색 업무가 상향평준화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 보안검색 업무를 계속 맡아온 공항공사가 가장 전문성 있는 기관이라 볼 수 있지 않나? 

    “원래 보안검색 업무는 공항의 소관이 아니었다. 과거에는 보안검색을 항공사와 정부기관에서 담당했다. 1961년 제정된 항공법 66조에 의거, 항공사가 보안검색 업무를 맡았다. 보안검색은 승객과 휴대물을 검사하는 일과, 위탁 수하물 검사로 나뉜다. 당시 승객 대상의 보안검색은 경찰이 감독을 해 왔다. 위탁 수하물검사는 1974년 문세광 사건(재일교포 2세인 문세광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권총을 쏜 사건)을 계기로 세관이 감독을 맡아왔다.”

    - 그렇다면 언제부터 공항공사가 보안검색을 담당했나? 

    “공항공사로 보안검색 업무가 넘어온 것은 2002년 8월 26일 ‘항공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현재의 항공보안법)이 시행된 이후부터다. 2001년 9월 11일 9.11 테러로 법 개정이 되며, 공항공사가 보안검색을 전담하게 됐다. 법은 개정됐지만 공항공사 내에 관련 인력이 없다보니 외주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외부 전문 업체가 인력을 대고 공항은 이를 감독하는 식의 구조가 이때부터 자리를 잡았다.”

    14개 공항 연쇄 노동쟁의 막으려면…

    - 미국 외에 다른 국가도 보안검색 전문 기관을 정부가 운영하는 사례가 있나? 

    “미국은 2001년 9.11 테러를 직접 겪은 국가다. 보안검색이 뚫려 생긴 비극이니, 세계에서 가장 보안검색에 신경 쓰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외에는 캐나다도 CATSA(Canadian Air Transport Security Authority-캐나다 항공 교통 보안 당국)이라는 보안검색 전문 공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 유럽 등 다른 국가에서는 유사한 기관을 만들어 운영하는 사례가 있나? 

    “정확히 들어맞는 사례는 없다. 하지만 공항공사의 자회사로 운영하는 경우도 드물다. 대부분 정부 기관이 직접 보안검색을 담당한다. 중국과 홍콩은 공항공사가 담당하지만, 공안(경찰)이 보안검색 업무에 개입하므로, 사실상 정부가 직접 관리한다고 보는 편이 맞다.”

    - 한국형 TSA를 운영하면 직접고용이나 자회사에 비해 비용이 더 드는 것은 아닌가? 

    “공항이용료를 조금 올리면 해결할 수 있다. 새 공사를 운영하는데 매해 약 2000억 원이 들 것으로 보인다. 국제선 승객에게 공항이용료를 2000원 더 받고, 국내선 이용객에게는 1000원씩만 더 받아도 이 돈을 마련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의 집계에 따르면 국제선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떠나는 인원은 약 4500만 명. 공항 이용료를 2000원 더 받는다면 800억 원을 마련할 수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이 귀국하고, 국내선 이용료도 오른다는 것을 상정하면, 매해 2200억 원 가량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용역업체에 내던 인건비를 그대로 새 공사에 지급한다면, 공항 이용료의 인상폭은 더 낮아진다.”

    - 예산이 적지 않게 드는데 보안검색 공사를 따로 만들어 운영해야 할 이유가 있나? 

    “보안검색 요원 직접 고용 논란은 인천국제공항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는 인천국제공항 외에도 김포, 김해, 제주, 대구, 청주, 무안, 양양 등 7개의 국제공항과 광주공항, 울산공항, 여수공항, 포항공항, 사천공항, 군산공항, 원주공항 등 7개의 국내공항이 있다. 각 공항마다 보안검색 요원들이 있다. 인천국제공항이 보안검색 요원들을 직접 고용한다면, 이들도 한국공항공사가 직접 고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 지난한 싸움이 반복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국형 TSA를 운영한다면 이 같은 문제를 미연에 막을 수 있다.”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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