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호

사회 초년생은 ‘실속형’ 어린이보험이 딱

[금융 인사이드] 2030세대가 알아둘 보험테크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입력2022-04-04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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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인 가구는 ‘차세대 종신보험’

    • 기혼자는 ‘계약자배당 생명보험’

    • 청년은 실손의료보험부터

    • ‘보험다모아’에서 비교해 보자

    전문가들은 2030세대가 보험 상품 하나만 가입한다면 실손보험부터 챙겨둘 것을 추천한다. [Gettyimage]

    전문가들은 2030세대가 보험 상품 하나만 가입한다면 실손보험부터 챙겨둘 것을 추천한다. [Gettyimage]

    올해 초 취업에 성공한 새내기 직장인 한진규(26) 씨는 3년 전 가입한 먼지 쌓인 보험증서를 최근 꺼냈다. 다음 달부터 월급이 나오면 지금까지 부모가 대신 내주던 보험료를 직접 납입하기 위해서다. 월 보험료는 25만 원 수준. 한씨는 “질병이나 사고에 대비해 보험을 드는 건 좋지만, 매달 지불하는 보험료가 월급의 10%에 달하는 금액이라서 계약을 계속 유지할지, 아니면 하루빨리 해지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청년 시기에는 당장은 건강하고 별일 없으니 보험 가입을 차일피일 미루기 쉽다. 더욱이 사회 초년생은 소득이 적을뿐더러 주거비용에 생활비, 결혼자금까지 걱정해야 하니 보험료를 내기가 부담스럽다. 그렇다면 2030세대는 어떤 보험상품에 가입해야 할까. 보험료 부담을 줄이는 방법은 뭘까.

    1인가구 겨냥한 건강 보장 강화 ‘차세대 종신보험’

    보험업계에 따르면 인구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소비자의 사망보험 니즈가 줄고 있다. 최근 생명보험사들이 기존 사망 보장 중심에서 건강 보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차세대 종신보험을 줄줄이 선보이는 것은 이러한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김헌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요즘에 나오는 종신보험은 남은 가족의 삶을 보장한다는 본질만 강조하던 예전과 달리 2030세대 특성을 고려해 개인 맞춤형으로 가입할 수 있다”며 “1인 가구가 많은 2030세대는 차세대 종신보험 가입을 고려하거나 연금보험처럼 살아 있는 동안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주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만약 배우자와 자녀를 둔 2030세대라면 생명보험의 계약자배당금 지급 제도를 활용해 미래를 설계해볼 만하다. 계약자배당은 생명보험에서 예정된 기초율과 함께 실적에 따라 발생한 이익을 가입자에게 추가로 돌려주는 제도다. 고금리 시대에 예정이율 보장형 상품에 가입했다면 지금처럼 초저금리 시대에도 높은 금리가 반영되는 특전을 누릴 수 있다. 생명보험사들이 축적한 보험료 적립금 중 상당 부분에 5% 이상의 금리가 적용된다.

    저금리 시대에 생명보험에 가입하면 실제로 적용되는 금리 측면에서 혜택을 볼 수 있을까. 한국보험학회장을 지낸 김두철 상명대 명예교수는 이에 대해 “생명보험의 예정이율은 시중금리보다 높게 책정돼 이자율 측면에서 경쟁우위를 가진다. 다시 고금리 시대가 오거나 예정이율이 고정돼 있더라도 더 많은 계약자배당금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높아진 금리의 혜택을 가입자에게 되돌려준다”고 설명했다. 계약자배당금을 지급하는 생명보험을 통해 자산 형성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보험다모아’ 통해 한눈에 비교·가입

    어린이보험은 3대 중대 질병을 비롯해 성인용 보험에 들어 있는 대다수 보장을 최장 100세까지 받을 수 있는 데다 보험료가 성인용 상품보다 20%가량 저렴해 지갑이 얇은 만 30세 이하 청년에게 유익하다. [Gettyimage]

    어린이보험은 3대 중대 질병을 비롯해 성인용 보험에 들어 있는 대다수 보장을 최장 100세까지 받을 수 있는 데다 보험료가 성인용 상품보다 20%가량 저렴해 지갑이 얇은 만 30세 이하 청년에게 유익하다. [Gettyimage]

    가입 목적에 맞는 보험상품을 정한 뒤 가장 먼저 할 일은 가입하려는 보험의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다. 청년층은 스스로 가입하기보다 부모나 지인의 권유로 보험을 드는 경우가 많다 보니, 가입 당시 판매인에게 상품 안내를 받았다고 해도 어떤 보상과 보장을 해주는지 기억조차 희미하다. 이럴 때 손해보험협회·생명보험협회가 운영하는 ‘내 보험 찾아줌’ 사이트에 접속하면 내가 가입한 모든 보험 계약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중복 가입으로 일부 보장을 받지 못하는 낭패를 미리 막을 수 있고, 보험료 낭비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

    모바일 시대이니만큼 보험 가입도 모바일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 토스, 카카오페이 등을 이용하면 빠르고 간편하게 보험을 들 수 있다. 하지만 모바일 플랫폼은 보험상품을 내놓은 지 오래되지 않은 데다 제공하는 상품 대부분이 보장 항목이 적고 보장 금액이 낮은 ‘미니 보험’이다. 이보다 좀 더 장기적 관점에서 실효성 높은 보험상품에 가입하고자 한다면 손품을 팔아야 한다.

    보험상품을 비교하는 수고를 덜 유용한 방법은 금융위원회가 운영하는 ‘보험다모아’ 사이트를 활용하는 것이다. 보험다모아는 실손의료보험·자동차보험·어린이보험·여행자보험·연급보험·보장성보험·저축성보험 등에 대해 보험료와 보장 내용 등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 비교해 주는 온라인 사이트다. 가입자가 다양한 보험사의 보험상품을 쉽게 비교해 본 뒤 해당 보험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직접 가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장점. 다만 모든 보험상품 정보가 보험다모아 사이트에 있는 것은 아니니 생명보험협회나 손해보험협회 홈페이지 공시실에서 어떤 상품이 가입자에게 맞는지 다시 한번 살피는 것이 좋다. 보험의 세부 내용은 온라인 공시나 해당 보험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실손보험은 가입자가 실제 부담한 의료비를 보장해 주는 건강보험이다. 병원에 입원하거나 통원치료를 할 때 소요되는 치료비를 보상해 준다. 어릴 때 가입하면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저렴할 뿐만 아니라 실손보험의 높은 손해율(보험사의 보험료 수입에서 보험금 지급액 등 손해액이 차지하는 비율) 때문에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정기적으로 인상할 가능성이 있어 가입을 서두르는 게 이익이다.
    실손보험료를 줄이려면 가입하기 전 해당 보험사의 손해율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손해율이 높은 상품은 갱신 때 보험료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 반면 손해율이 낮으면 손해율이 높은 보험사보다 보험료가 저렴하다. 통상 손해율이 100% 이하일 때 손해율이 낮은 것으로 간주한다. 손해보험협회나 생명보험협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보험료 인상률 및 손해율 공시에서 최근 3년치를 확인할 수 있다.

    ‘4세대 실손보험 할인·할증’ 제도로 보험료 절약

    이미 실손보험을 들었다면 ‘4세대 실손보험 할인·할증’ 제도를 이용해 보험료를 아낄 수 있다. 2021년 6월 이전에 1~3세대 실손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4세대 상품으로 계약을 전환하면 보험료를 50% 깎아준다. 4세대 실손보험은 과잉 진료를 억제하고 가입자 간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2021년 7월 출시된 상품이다. 보장 범위와 한도는 기존 상품과 비슷하지만 보험료가 훨씬 싸다. 2009년 9월까지 판매된 1세대 구(舊)실손보험과 비교하면 보험료가 75%가량 싸고, 2세대 표준화 실손보험(2009~2017년 3월 판매)과 3세대 신(新)실손보험(2017년 4월~2021년 6월 판매)보다는 각각 60%, 20% 저렴하다. 그 대신 진료비 자기부담비율이 20~30%로 높고, 보험료 할인·할증제가 적용돼 비싼 비급여 진료를 많이 받으면 보험료가 최대 300% 할증된다.

    홍양희 생명보험협회 상품혁신부 팀장은 “실손보험 적자가 누적되면서 1~3세대 실손보험의 보험료 인상이 계속되는 상황”이라며 “병원을 찾는 일이 적고 보험료 인상이 부담된다면 4세대로 전환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다만 비급여 진료를 계속 이용해야 하는 가입자라면 1~3세대 상품을 유지하는 편이 낫다. 계약 전환은 별도 심사 없이 보험사 고객센터나 담당 보험설계사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어린이보험도 보험료 절약에 유리한 상품이다. 보험사마다 다르지만, 미성년자로 한정했던 어린이보험 가입 연령을 3년 전부터 만 30세 안팎까지 높였다. 원래 어린이보험은 자녀의 질병, 상해 등 의료비와 일상생활 중 각종 배상책임에 대비하는 상품이다. 3대 중대 질병(암·뇌혈관질환·심혈관질환)을 비롯해 성인용 보험에 들어 있는 대다수 보장을 최장 100세까지 받을 수 있다. 그러면서 보험료는 성인용 상품보다 20%가량 저렴해 일부 30세 이하 청년 사이에서 실속있다는 입소문이 퍼졌다. 한국보험학회장을 지낸 김두철 상명대 명예교수는 “3대 중대 질병 진단비를 우선 구성한 뒤 필요에 따라 수술비 담보 등을 추가하는 것이 좋다”며 “기존에 가입한 보험이 있다면 보장 내용을 분석하고 부족한 부분을 어린이보험에서 보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보장성 보험 적정 보험료 소득 10% 수준

    어린이보험이라고 하더라도 최대 보장을 목표로 특약을 잔뜩 넣다 보면 보험료가 올라가 성인용 상품과 별 차이가 없어질 수 있다. 어린이보험에는 사망보험금같이 나이가 들수록 꼭 필요해지는 일부 보장이 빠져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노년층이 많이 걸리는 질병에 대한 보장도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다. 이럴 땐 일정 연령을 넘어선 이후 다른 상품으로 전환하거나 부족한 보장을 채워줄 상품을 골라 추가 가입하는 게 좋다. 과거 어린이보험의 만기는 20∼30세였지만 최근에는 80세, 100세까지 보장되는 상품도 출시되고 있다. 질병, 상해 등에 대한 동일한 보장을 받기 위해 다시 가입하기가 번거로울 수 있으니 최대한 오래 보장해 주는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유익하다.

    2030세대에게는 매달 어느 정도 보험료가 적정한 수준일까. 김헌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보장성 보험이라면 소득의 10% 정도가 적정하다”고 말했다. 보험 가입 시 가장 중요한 건 보험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보험 계약을 중도에 해지할 것 같다면 애초에 들지 않는 것이 낫다. 다만 보험기간이 끝나더라도 돌려받을 보험금(만기환급금) 등이 없는 자동차보험 같은 소멸성 보험은 예외다.

    최근 목돈 마련과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2030세대를 대상으로 종신보험을 저축성 보험으로 속여 파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0년 7월부터 12월까지 접수된 전체 불완전판매 관련 보험 민원(4695건) 중 종신보험 관련 민원 비율이 3255건(69.3%)으로 비중이 가장 높다. 눈여겨볼 점은 젊은 종신보험 민원인이 압도적이라는 것. 전체 민원인 중 10~20대가 1201건(36.9%)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10~20대 민원인 대부분이 종신보험을 저축성 보험으로 설명을 듣고 가입했다며 이미 낸 보험료의 환급을 요구했다.

    종신보험은 사회 초년생 목돈 마련에 적합지 않아

    청년층에서 종신보험 민원이 빈발하자 지난해 6월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종신보험은 사회 초년생의 목돈 마련에 적합하지 않다”며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보장성 보험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보험자에게 약속된 보험금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저축성 보험은 보장성 보험을 제외한 보험으로, 보장성 보험에 비해 보험료 부담이 큰 대신 만기에 이자까지 얹어 보험금을 받는다. 서수양 금감원 금융상품분석국 조사역은 “부양가족이 없는 청년이라면 저축성 보험 가입은 잠시 접어두는 게 좋다. 종신보험을 저축성 보험상품으로 잘못 알고 가입했다가 비싼 보험료를 감당하지 못해 해지 시 납부한 보험료를 돌려받지 못하고 억울해하는 젊은이가 적지 않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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