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A. 스톡맨 지음, 한다해 옮김, 한스미디어, 332쪽, 2만2000원
책 ‘만들어진 붕괴’의 저자 데이비드 A. 스톡맨은 지금의 금융위기는 1987년 앨런 그린스펀이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으로 취임한 이후부터 잉태됐다고 주장한다. 옐런 그린스펀 뒤를 이어 연준을 이끈 벤 버냉키와 재닛 엘런, 그리고 현 연준 의장 제롬 파월까지 그린스펀 기조를 이어받아 시장에 무분별하게 달러를 공급한 탓에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야기됐고, 그에 따른 청구서가 날아들고 있다는 것이다. 2007년 미국 주택시장이 붕괴하기 직전 공공과 개인 부채 합산액은 국내총생산(GDP)의 358%인 52조6000억 달러였다. 코로나19 이후 2021년 9월 총부채가 GDP의 370%인 85조9000억 달러에 이르렀다.
스톡맨은 미시간주 연방 하원의원을 거쳐 레이건 행정부에서 예산관리실 국장을 지냈다. 공직에서 물러난 후에는 월가로 자리를 옮겨 대형 사모펀드 회사와 투자은행 리더로 활동했다. 미국 정·재계 심장부에서 일해 온 그의 경고를 허투루 흘려보낼 수 없는 이유다.
저자는 예고된 금융위기의 원인을 부풀려진 주식시장과 과열된 부동산시장, 그리고 여전히 실체가 불분명한 가상화폐 시장에서 찾는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핫한 투자처로 떠오른 가상화폐 시장의 경우 금융시스템의 현실과 괴리가 커 붕괴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암호화폐 세계는 새로운 화폐가 태어나는 금융 산부인과가 아니다”라며 “역사적 투기 광풍으로 기록된 1630년대 네덜란드 튤립 파동부터 지금까지 발생한 모든 투기 열풍을 하찮게 보이게 할 만큼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현시점에 돈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지금은 연준이 초래한 자산 인플레이션이 워낙 파괴적인 시기인 만큼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려 하기보다 지출과 빚을 줄여 당분간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우리는 왜 숫자에 속을까
게르트 기거렌처 외 지음, 구소영 옮김, 온워드, 280쪽, 1만6800원
우리는 뉴스를 통해 수많은 숫자를 접한다. 그 숫자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기보다는 그 숫자 자체를 현실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만약 숫자가 도출된 과정을 이해하지 않고 결괏값만 받아들인다면 누군가의 의도에 이용당하기 쉽다. 이 책은 통계의 오류를 발굴, 독자의 합리적 판단을 돕기 위한 ‘이달의 잘못된 통계’ 프로젝트에서 비롯됐다. 저자들은 ‘숫자맹’에서 벗어나려면 무엇보다 통계적 사고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떤 정보가 만들어지는 데 누가 어떻게 작용했는지 알아내려는 노력만으로도 그 숫자에 담긴 의미를 정확히 해석해 낼 수 있다. 숫자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약빨
곽경훈 지음, 마르코폴로, 260쪽, 1만6700원
중년이 되면 이른바 ‘성인병 3종 세트’라고 하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관련 약을 복용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병 치료뿐 아니라 관련 증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해 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경우도 있다. 새빨간 표지가 눈길을 잡아끄는 책 ‘약빨’은 현직 응급의사인 저자가 약의 탄생 배경에서부터 쓰임새. 그리고 효과와 부작용에 이르기까지 ‘약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약은 잘 쓰면 건강과 생명 연장에 기여하지만 오남용하게 되면 오히려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비타민C’ 과도 복용 논란 등 약발을 가장한 제약사들의 상술을 통찰력 있게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