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호

네이버 ‘우회로’로 금융업 침투, 은행·카드·보험社 벌벌 떤다

‘빅테크’의 금융 공습, 反네이버 연합군 뜨나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입력2020-07-1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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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이버통장’ 명칭 포기한 네이버

    • 금융권 “은행 통장 아닌데 왜 통장이라고 하나”

    • 네이버통장은 원금 보장 안 되는 투자 상품

    • 카카오는 면허 취득 정공법, 네이버는 사업 제휴

    • “IT 기업에 금융규제 적용 안 돼” 의견도

    • 금융권 “네이버가 혁신? ‘규제 사각지대’ 활용했을 뿐”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가 7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디지털경제 혁신연구포럼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가 7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디지털경제 혁신연구포럼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금융을 잘 모르는 일반 소비자에게 ‘통장’이란 무엇일까. 필요할 때마다 돈을 넣거나 뺄 수 있고, 입금된 금액에 대해 이자를 지급받는 계좌. 이 정도면 웬만한 소비자는 이를 편하게 통장이라고 생각하고 쓸 수 있을 터다. 

    최근 금융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네이버통장’은 어떤가. 자유롭게 입·출금을 할 수 있고, 입금액에 대해 최고 연 3%의 이자를 준다.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1%가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력적인 이자율이다. 기본적인 기능 외에 네이버에서 온라인 쇼핑을 하면 포인트를 주는 등 추가 기능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통장으로 쓰기에 불편함이 없다. 

    하지만 네이버가 ‘네이버통장’이라는 이름으로 이 상품을 내놓자 금융권은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은행 통장이 아닌데 은행 통장으로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다며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금융 당국까지 나서서 네이버에 상품명을 바꾸라고 권고했고, 결국 네이버는 통장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네이버통장은 흔히 생각하는 은행 통장과 어떻게 다르기에 이런 소란이 벌어진 것일까. 


    네이버가 직접 만든 것도 아닌데…

    [미래에셋대우 제공]

    [미래에셋대우 제공]

    네이버통장이라는 상품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흔히 말하는 은행 통장과는 엄연히 다른 게 사실이다. 정확하게는 ‘CMA(종합자산관리계좌)-RP(환매조건부채권)형’ 계좌다. 미래에셋대우라는 증권사가 만들어서 네이버파이낸셜이 판매하는 상품이다. 소비자가 계좌에 돈을 넣으면 미래에셋대우가 이를 굴려 얻은 수익금을 이자로 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은행 통장의 경우 법으로 5000만 원까지 원금을 보장해 주는데, CMA는 그렇지 않다. 네이버통장 역시 안정적인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구조 덕분에 원금 손실 가능성은 극히 작지만, 법으로 원금을 보장해 주는 은행 통장과는 다르다. 



    일각에서는 이런 지적도 나왔다. 이 상품은 네이버가 직접 만든 것도 아닌데 네이버통장이라는 이름을 써서 마치 ‘네이버 은행’이 만든 상품이라는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말이다. 네이버의 경쟁사인 카카오가 ‘카카오뱅크’를 통해 은행을 운영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평소 금융 관련 기사를 꼼꼼히 찾아보지 않는 소비자의 경우 오해할 여지는 있어 보인다. 

    소비자 처지에서는 시중은행 통장이나 네이버통장이나 비슷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지만, 엄밀하게 따져보면 전혀 다른 상품이다. 사태는 네이버와 미래에셋대우가 계좌의 명칭을 바꾸기로 하면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 금융권에서는 다양한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네이버의 정체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네이버는 카카오와 함께 국내 대표적인 ‘IT(정보기술) 공룡’ 기업으로 꼽힌다. 두 업체는 공히 금융권으로 점차 발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가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받거나 증권사를 인수하는 등 면허 취득을 통한 ‘정공법’을 쓰고 있다면, 네이버는 직접적인 진출보다는 사업 제휴를 통한 우회로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금융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이런 전략으로 기존 금융권 규제를 피해가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이번 ‘네이버통장’ 명칭 논란 이후 금융 당국은 네이버파이낸셜이 정식 금융투자중개업자로 인가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검토하기 시작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현재 전자금융업자로만 등록돼 있다. 금융투자중개업자로 인가받으면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각종 장치를 마련하거나 불완전 판매가 발생하면 일정 부분 책임을 지도록 하는 등의 규제를 받게 되는데, 네이버의 경우 이런 규제에서 벗어나 있던 셈이다. 

    금융 당국은 이번 네이버통장 운영 등을 보면 네이버파이낸셜이 하는 사업 형태가 자본시장법상 중개업자로 볼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 사안은 쉽게 결정을 내릴 만한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사실 자본시장법에서 금융투자업이란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매매·중개·자문·일임 등의 업무를 하는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네이버는 수수료를 안 받는 구조로 상품을 판매하고 있어 영리 행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 당국 역시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6월 3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네이버파이낸셜이) 본격적으로 영업하면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아야 하지만 사업 모델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여신사업 허용”

    기존 금융사들의 긴장감도 읽힌다. 이에 네이버를 비롯한 이른바 빅테크(Bigtech·대형 기술기업)에 대한 기존 금융사들의 견제가 거세질 전망이다. 

    최근 금융권에서 네이버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에 대한 논란이 벌어진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금융 당국은 간편결제 서비스 업체에 대해 신용카드와 같은 후불 결제 기능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네이버 역시 카드사처럼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특히 후불 결제 한도를 최대 100만 원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카드업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1인당 월평균 신용카드 사용액이 60만 원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00만 원 후불 결제 허용은 사실상 여신사업을 허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이렇게 되면 간편결제 업체들도 카드사에 준하는 건전성 규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 당국이 추진해 올해 8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마이데이터 사업’(본인신용정보관리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논란이 있었다. 마이데이터란 각 금융사에 있는 개인정보를 모아서 맞춤형 상품 추천 등 새로운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사업을 지칭한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은행과 카드사 등 기존 금융회사는 물론 네이버 등 IT 기업, 핀테크 기업 등 120여 개사가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권은 금융 당국이 네이버 등 IT기업에 혜택을 주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IT 기업의 경우 기존 금융회사 데이터를 활용하는 게 유용하겠지만, 기존 금융회사는 추가로 얻는 정보가 많지 않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네이버는 금융권이 보유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되지만, 정작 네이버는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의’의 정보만 내놓으면 된다. 네이버 본사가 보유한 검색 및 쇼핑 기록 등 알짜 정보는 신용정보가 아니기 때문에 금융사와 공유하지 않아도 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은 금융사와 IT 기업이 각각 보유한 데이터를 공유해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추진되고 있는데, 이런 식이라면 기존 금융사는 IT 기업에 데이터만 제공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권의 불만 vs IT 기업 가둬서야

    네이버파이낸셜은 곧 보험업으로 발을 넓힐 계획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최근 ‘엔에프(NF)보험서비스’라는 상호로 보험 전문법인 등록을 마쳤다. NF보험서비스는 보험사와 계약을 맺고 보험 판매를 전문적으로 하는 법인보험대리점(GA) 형태 사업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 하반기 관련 서비스가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네이버가 보험 영역에서 어떤 행보를 계획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금융권에서는 벌써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네이버가 보험 중개 판매를 할 경우 일부 보험사의 상품을 밀어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 각 은행은 자사가 속한 금융그룹 계열사의 보험 상품 밀어주기 방지 차원에서 1개 보험사 상품의 판매액이 전체 판매액의 25%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를 받고 있다. 네이버도 같은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고 해서 금융 당국이 네이버나 카카오 등 IT 기업을 기존 방식대로 규제하는 게 정답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의 틀 안에 가두기 시작하면 앞으로 금융권에서 혁신이 이뤄지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금융 당국 역시 아직은 네이버나 카카오를 규제하기보다 일단 금융권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모양새다. 

    금융위는 지난 6월 네이버파이낸셜을 지정대리인으로 선정한 바 있다. 지정대리인이란 예금·대출심사 등 금융회사의 핵심 업무를 대신해 주는 회사를 말한다. 이에 따라 네이버는 미래에셋캐피탈과 손잡고 네이버페이로 확보한 판매 현황이나 품목, 반품률, 쇼핑등급 등을 분석해 개인,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신용평가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IT 기업의 금융권 진출과 이를 통한 시장의 혁신은 세계적 흐름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중국의 알리바바가 꼽힌다. 알리바바는 알리페이를 시작으로 금융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고, 이후 소액대출과 자산관리 서비스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알리바바는 중국 금융시장 혁신의 대명사로 꼽힌다. 네이버 역시 알리바바의 모델과 비슷한 사업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금융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새로운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IT 업체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은산(銀産)분리 규제에 묶여 첫걸음을 내딛기조차 쉽지 않았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기존 규제 속에서는 금융의 새로운 영역을 창출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전 세계적으로도 금융권에 새로운 기술이 속속 도입되고 있는 만큼 현실에 맞는 법 개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네이버가 잘하는 게 아니라…”

    특히 네이버는 이번 네이버통장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기존 금융사들과 정면 대결을 하기보다는 우회로를 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새로운 룰이 요구된다. 

    다만 네이버의 영향력이 커질 때를 고려해 향후 만약의 사고를 방지할 대책은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지난 2014년 벌어진 카드사 정보 유출 사태처럼 한번 사고가 나면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그간 혁신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로 기존 금융사들의 게으름을 꼽기도 하지만 사실 대형 금융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규제가 촘촘하게 짜여 있어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려웠다는 점도 있다”며 “이런 면에서 보면 네이버와 같은 IT 기업이 혁신을 잘하는 게 아니라 ‘규제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7월 7일 “빅테크를 통한 혁신은 장려하되 부작용은 최소화해야 한다. 빅테크가 금융산업에 본격 진출할 것에 대비해 금융 안전, 소비자 보호, 공정 경쟁 등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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