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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에스타 품은 J리그, 기성용 걷어찬 K리그

  • 서호정 축구칼럼니스트 goalgoalsong@naver.com

이니에스타 품은 J리그, 기성용 걷어찬 K리그

  • ● 이니에스타 앞세운 마케팅에 J리그 흥행 대박
    ● 비셀 고베 모기업 라쿠텐, 엄청난 광고 효과
    ● 위약금 분쟁 휘말린 기성용, K리그 리턴 포기
    ● 울산현대 입단 이청용도 FC서울과 분쟁 가능성
    ● “우리 팀 말고 안 돼” 스타 마케팅 걷어찬 이기주의
K리그 복귀가 무산된 기성용. [동아DB]

K리그 복귀가 무산된 기성용. [동아DB]

2월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은 아직 가시지 않은 추위에도 관중의 열기로 뜨거웠다. 수원 삼성과 일본의 비셀 고베가 맞붙은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G조 1차전을 관전하기 위해 1만7372명이라는 구름 관중이 몰렸다. 주중 경기로서는 이례적인 수치였다. 수원의 챔피언스리그 홈경기 최다 관중 신기록이기도 했다. 정부가 감염병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기 전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도 확산되던 상황이었다. 

지난 시즌 수원의 홈경기 평균 관중은 8841명이었다. 수원은 주중 경기 관중 감소세가 두드러지는 특징을 갖고 있다. 가장 근래인 2018년 수원이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해 치른 홈 6경기 평균 관중이 5671명이었다. 2월 19일 수원경기장에 그 3배가 넘는 인원이 몰려 관중 대박을 기록한 요인은 뭘까.


수원월드컵경기장의 ‘이니에스타 효과’

수원의 시즌 첫 경기였던 만큼 많은 홈 팬이 경기장을 찾기도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상대 팀 고베에 미드필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니에스타는 21세기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하나로 평가받는 선수다. 그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명문 FC바르셀로나와 ‘무적함대’ 스페인 대표팀의 황금기를 이끈 주역이다. 이니에스타는 러시아 월드컵이 끝난 2018년 여름, 대표팀 은퇴와 동시에 바르셀로나에서 고베로 이적하며 아시아 무대로 왔다. 

그는 만 36세의 베테랑이지만 여전히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다. 이날 이니에스타를 직접 보기 위해 몰린 관중은 1만 명 이상으로 분석됐다. 경기를 약 2주 앞두고 입장권을 판매하기 시작한 수원 구단은 평소의 5배가 넘는 예매율에 스스로 놀랄 정도였다. 결국 경기 홍보 포스터에도 상대 팀 선수인 이니에스타를 수원 소속인 염기훈, 김민우와 함께 전면에 내세웠다. 경기 하루 전 수원 구단은 2만 명 내외의 관중을 예상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일부 예매 취소를 감안하면 예측에 근접한 결과가 나왔다. 

관중은 이니에스타의 플레이를 눈앞에서 직접 봤다는 데 만족한 분위기였다. 지난해 여름 유벤투스와 K리그 올스타 간 친선 경기 당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예고와 달리 결장하며 실망감과 분노를 자아낸 것과 비교됐다. 이니에스타는 중요한 실전 경기인 만큼 추위 속에도 선발 출전해 경기 종료 시점까지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였다. 결승골의 시발점이 되는 결정적 패스도 구사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수원의 챔피언스리그 경기 대박으로 국내에서 체감한 ‘이니에스타 효과’는 상당했다. 그와 두 시즌을 함께한 J리그는 이를 능가하는 엄청난 효과를 누리고 있다. 지난 시즌 J리그는 사상 최초로 경기당 평균 관중 2만 명을 돌파했다. 1부 리그인 J리그1의 총 관중은 634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런 기념비적인 시즌을 만든 1등 공신은 비셀 고베, 그리고 이니에스타로 분석된다. 고베의 홈경기뿐만 아니라 이니에스타가 원정을 온다는 소식에 고베와 맞붙는 상대 팀의 홈경기 관중 수가 급증했다. 실제로 각 팀의 2019시즌 관중 입장 1위 혹은 2위 경기가 대(對)고베전이었다.


비셀 고베, 수익 3배↑

J리그 비셀 고베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동아DB]

J리그 비셀 고베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동아DB]

J리그가 이니에스타를 그냥 품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고베의 모기업인 라쿠텐의 미키타니 히로시 회장은 “비셀 고베를 아시아의 바르셀로나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이니에스타에게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냈고, 결국 연봉만 30억 엔(약 340억 원)을 지불하며 그를 데려왔다. 이니에스타 한 명의 몸값이 K리그는 물론 J리그 구단 하나의 연간 전체 인건비를 능가한다. 라쿠텐은 현재 FC바르셀로나의 메인 스폰서기도 하다. 이를 통해 맺은 관계로 고베는 이니에스타를 비롯해 다비드 비야(은퇴), 토마스 베르마엘렌 같은 바르셀로나의 유명 선수를 잇달아 영입했다. 

고베의 팀 예산은 치솟았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라쿠텐은 바르셀로나와 이니에스타로 인해 국내외에서 엄청난 광고 효과를 봤다. 고베도 티켓 판매 및 스폰서 유치, 머천다이징(MD) 판매 수익이 기존 대비 3배 증가했다. 창단 후 단 한 번도 우승 트로피를 들지 못했던 고베는 이니에스타의 활약을 앞세워 일왕배(FA컵) 우승에 성공하며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나서게 됐다. 세계 어디에서나 알아볼 수 있는 슈퍼스타 이니에스타 덕에 챔피언스리그 원정 경기를 가도 환영받고 있다. 

‘이니에스타 효과’에는 J리그의 치밀한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다. J리그는 지난 2017년 글로벌스포츠미디어인 다즌(DAZN)과 10년간 총액 2조 원이 넘는 거액의 인터넷 스트리밍 중계권 계약을 맺었다. 거액의 중계권료를 투자한 다즌은 J리그의 시장성을 키워야 한다는 판단에 무라이 미쓰루 J리그 회장에게 매력적인 외국인 선수 영입을 요청했다. 처음 다즌이 영입을 주선한 선수는 독일 국가대표 스트라이커 루카스 포돌스키였다. 전자상거래를 기반으로 라쿠텐을 대기업으로 일군 젊은 재벌 미키타니 회장이 계획에 동참했고, 포돌스키는 2017년 고베에 합류하며 스타 마케팅의 포문을 열었다. 

중계권사, 리그, 대기업을 기반으로 한 구단이 힘을 모은 스타 마케팅의 하이라이트가 바로 이니에스타 영입이었다. 이니에스타의 일본행은 세계적 화제였다.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 슈퍼리그와 국제무대에서 잇달아 성적을 내는 K리그에 밀려 있던 J리그가 다시 한번 주도권을 잡는 계기가 됐다. 거물 중의 거물이 J리그로 오자 페르난도 토레스(사간 토스, 은퇴), 다비드 비야, 베르마엘렌(이상 고베)도 차례로 입성했다. 포돌스키와 토레스, 비야의 경우 현재는 J리그를 떠나거나 은퇴를 택했지만 스타 영입을 위한 꾸준한 도전과 일관된 마케팅 전략이 이니에스타 효과를 만들었다.


기성용 복귀 의지 꺾은 K리그

이니에스타를 통해 흥행의 힘을 직접 경험한 K리그는 확실한 시사점을 얻었다. 팬들이 슈퍼스타를 갈망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나 K리그는 이니에스타 같은 선수를 영입할 야망도, 그런 야망을 실행할 자금력도 없다. 300억 원이 넘는 연봉을 한 선수에게만 투자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하는 게 K리그의 일반적 사고다. 실력 면에서 수준이 떨어지는 아시아 무대로 슈퍼스타를 데려오려면 엄청난 연봉을 미끼로 내걸어야 하지만 K리그는 그런 비전과 전략이 없는 상태다. 

K리그에는 이동국·박주영·염기훈 등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는 있지만, 맹추위와 코로나19의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경기장을 채울 정도로 팬들의 열정을 끌어내진 못한다. 게다가 K리그는 스타가 등장해도 팬들이 그들의 전성기를 눈앞에서 볼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있다. 구단의 자생력이 취약하고, 최근 모기업의 투자마저 위축되면서 각 구단들은 ‘셀링 시스템(Selling System)’을 택하고 있다. 스타로 도약할 수 있는 특급 유망주를 거액의 이적료를 받고 유럽, 중동, 중국, 일본 리그 등으로 보내 부족한 재정을 메우는 것이다. 

이른 나이에 유럽으로 향한 손흥민, 이강인, 백승호, 이승우 등을 차치하더라도 황의조, 이재성, 황희찬, 김민재, 황인범 등 K리그 시스템에서 성장한 선수들은 20대 초·중반에 해외로 나갔다. 개인의 성장을 위한 도전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 공백을 대체할 방안이 없다. A대표팀의 경기가 대부분 매진을 기록하는 것도 결국은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들을 보러 가겠다는 관중의 열망을 방증한다. J리그도 많은 자국 선수들이 유럽 무대로 나가는 것을 권장하지만 반대로 경쟁력 높은 해외 선수를 데려오며 경기력과 흥행을 유지한다. 

일본으로 향한 이니에스타나 중국으로 향한 오스카, 헐크, 카를로스 테베스 같은 세계적인 선수를 데려올 자금이 없다면 K리그는 현실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 바로 유럽 무대에서 돌아오는 자국 선수다. 하지만 그마저 쉽지 않다. 차범근, 박지성이라는 한국 축구 레전드는 결국 K리그에 어떤 기록도 남기지 않은 채 은퇴했다. K리그에서 데뷔한 이영표도 마지막 선택은 북미프로축구 MLS(메이저리그 사커)였다. 설기현, 박주영 등 나름의 족적을 남긴 선수들이 K리그로 돌아왔지만 전성기 시절 기량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2월 기성용의 K리그 복귀 무산은 슬픈 자화상이 됐다. 2009년 말 FC서울을 떠나 스코틀랜드의 명문 셀틱으로 이적한 뒤 11년간 유럽 무대를 누빈 기성용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계약을 해지하고 K리그 복귀를 추진했다. A대표팀에서 긴 시간 주장을 맡았고, A매치 110경기를 뛴 기성용은 유럽에서도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며 한국 축구의 위상을 높인 대형 스타다. 그런 그가 중동, 중국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만 31세에 K리그로 돌아오겠다는 뜻을 밝히자 스타에 갈망하던 팬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기성용의 복귀는 지난 시즌 240만 명의 관중을 기록하며 흥행에 다시 불을 붙인 K리그에 더 큰 기폭제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기성용이 K리그 복귀 시 1순위로 고려했던 친정 팀 서울은 일찌감치 협상을 포기했다. 기성용은 K리그 복귀를 포기하지 않고 전북현대와 접촉을 하고 최고 대우를 약속받았지만, 서울이 우선 복귀 조항에 근거한 위약금 문제를 거론하고 나서 그 역시 무산됐다. 

결국 기성용은 K리그 복귀 포기 후 2주 만에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마요르카로부터 입단 제의를 받고 다시 유럽으로 향했다. 여전히 유럽 1부 리그에서 러브콜을 받는 기량을 지녔고, 손흥민 다음가는 상품성과 영향력을 가진 자국 선수의 복귀 의지를 K리그 스스로 꺾은 꼴이 됐다.


서울 대신 울산 택한 이청용, 위약금 분쟁?

울산 현대 유니폼을 입고 11년 만에 K리그로 복귀한 이청용. [뉴시스]

울산 현대 유니폼을 입고 11년 만에 K리그로 복귀한 이청용. [뉴시스]

기성용은 스페인으로 떠나던 2월 21일 공항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서울이 협상에서 보여준 태도, 이후 전북과의 협상까지 방해한 상황에 대해 전말을 공개했다. 그는 “서울은 나를 원하지 않았다”며 협상 초기부터 실망했다고 밝혔다. 서울은 최초 협상에서 뉴캐슬에서 연봉 40억 원가량을 받던 기성용에게 10분의 1 수준의 금액을 제시했고, 나중에는 코칭스태프와 상의한 뒤 계약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이후 기성용은 전북과 접촉해 교감을 가졌지만 또 다른 논란이 된 위약금 문제가 등장했다. 기성용은 2009년 셀틱 이적 당시 이적료 일부를 서울로부터 받았다. K리그 복귀 시 서울로 와야 한다는 조항이 붙었고 그에 따른 위약금은 수령 금액의 2배(26억 원 추정)에 달한다. 기성용은 “서울은 날 원하지 않았고, 전북과 협상했다. K리그에서 뛸 좋은 기회였고, 그런 부분(위약금)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했는데 서울은 그것도 허락해 주지 않았다”고 직접 밝혔다. 

위약금 문제를 무시할 수도 있었다. 프로축구연맹은 “위약금 문제는 개인과 구단의 민사 문제기 때문에 선수가 새로운 팀에 입단해 등록하고 출전하는 것은 막지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소송으로 가서 법정에 서게 될 경우 기성용의 일부 승소 가능성도 점쳐졌다. 하지만 기성용 측은 협상 전후로 서울이 보인 태도에 크게 실망한 데다, 소송 문제로 비화되는 것은 원치 않아 K리그 복귀 포기로 결론을 냈다. 서울 구단은 논란이 불거지는 내내 “기성용은 서울 선수다. 다른 구단에 가는 건 생각도 하지 않는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며 선수를 데려올 자세가 없는 상황에서, 위약금 조항만 앞세워 K리그 전체가 흥행할 수 있는 기회를 없애버렸다는 비판이 서울에 쏟아졌다. 기성용도 “정말 구단이 여건이 좋지 않다면, 선수에게 마음을 담아 이야기할 부분도 있을 거다. 하지만 (서울로부터) 그런 게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라며 향후 K리그 복귀 가능성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3월 3일 독일 2부 리그의 VfL보훔을 떠나 울산현대에 입단한 이청용은 결과적으로는 K리그에 복귀했지만 기성용과 비슷한 상황이다. 그 역시 2009년 여름 잉글랜드 볼턴 원더러스로 이적할 당시 받은 일부 이적료에 대한 위약금(6억 원 추정)이 존재한다. 기성용처럼 서울로의 복귀를 전제로 한 것이다. 이청용도 서울과 협상을 했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결렬됐다. 그 뒤 울산의 러브콜을 받고 결국 11년 만에 K리그로 돌아왔다. 이청용은 3월 5일 열린 입단 기자회견에서 기성용만큼 서울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하지만 위약금 문제에 대해서는 “추후 해결할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서울 구단은 “위약금 문제는 원칙대로 하겠다”고 밝혔다. 기성용에 비하면 위약금 규모가 작은 만큼 이청용이 온전히 지불하거나, 서울과 원만한 협상으로 금액을 줄일 수도 있다. 만일 협의가 되지 않는다면 결국 법정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1999년 서정원은 프랑스 무대에서 K리그로 복귀하며 전 소속팀이던 안양LG(현 FC서울)가 아닌 수원 삼성에 입단했다. 이때도 기성용, 이청용과 같은 문제로 서정원과 서울 사이에 소송이 벌어졌다. 2004년 대법원 판결에서 서울의 일부 승소로 서정원은 위약금 7억 원 중 3억 원을 지불한 바 있다.


일부 구단의 이기심이 판을 깨다

2019년 K리그는 희망을 남겼다. 앞선 3년 동안 하락하던 관중 수치가 극적으로 반등했다. 치열한 선두 싸움, 새 전용구장에 따른 인프라 개선 등이 일군 성과였다. 도약대를 마련한 K리그가 달아야 하는 날개는 스타 마케팅이다. 그런데 J리그에서 고베뿐만 아니라 상대 팀 경기 관중까지 끌고 온 이니에스타 효과가 준 울림에 K리그는 기성용 복귀 불발로 답했다. 스타는 만들어지지만, 동시에 키워주고 아껴야 한다. 한창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나이에 기성용이 유럽에서 국내로 돌아오겠다고 한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결단이었다. 이청용도 “나 역시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친구인 기성용이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라고 심정을 대신 전했다. 모두가 반기는 스타의 복귀가 일부 구단의 이기심으로 무산됐다. 이번 일은 판을 키우려는 모두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아닐까.




신동아 2020년 4월호

서호정 축구칼럼니스트 goalgoalso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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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Opinion Leader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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