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에서 김민석 후보(왼쪽)가 유세차량에 탄 채 시민들에게 인사말을 건네고 있다. 같은 날 오전 7시 신길동 소재 다른 아파트 단지 앞에서 박용찬 미래통합당 후보(가운데)가 피켓을 들고 선거운동 중이다. 같은 날 오전 9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주택가 공원에서 이정현 무소속 후보(오른쪽)가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우정 기자]
2월 26일 18년 만에 재기를 노리는 김민석 전 민주연구원장이 재선 현역 신경민 의원을 꺾고 더불어민주당 영등포을 후보가 됐다. 김 후보는 영등포을에서 두 차례(15·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미래통합당은 2월 28일 MBC 메인뉴스 앵커 출신인 박용찬 대변인을 단수 공천했다. 이틀 뒤 이정현 무소속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당초 이 의원은 종로구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황교안 통합당 대표 출마 선언 후 이를 철회한 바 있다.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이 후보의 가세로 영등포을에는 보수 후보 2명이 출마하게 됐다.
“다시 한 번 기회를”
9일 오후 2시 30분, 김민석 민주당 후보가 탄 유세차량이 대림·신길동 시내 도림로를 달렸다. 신길동과 대림동은 민주당에 대한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강한 편이다. 유세차량이 신길동 한 아파트 단지 앞에 정차했다. 김 후보가 인사말을 건네자 아파트 베란다 창가로 나온 일부 주민들은 손을 흔들며 환호했다. 마이크를 잡은 김 후보는 “여당 3선 의원이 돼 지역 변화를 이끌겠다”면서 “돌아온 아들 김민석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화답했다.여의동에서는 행인들의 호응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여의동에는 1970년대 여의도 개발로 고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상대적으로 부유층이 많아 보수세가 강하다는 평가다. 인구는 여의동(3만4352명)이 신길동(9만307명)·대림동(4만9063명)에 비해 적다. 여의동에 20년째 살고 있는 최모(41) 씨는 “최근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불만이 많아 여권에 마음이 가지 않는다”면서도 “2번 후보(박용찬)도 마음에 들지 않아 누굴 뽑을지 고심”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여의동에는 재건축이나 스포츠시설 부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당선된다면 노후 건축물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할 것이며, 스포츠시설 부지와 예산 조달 방법도 준비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야권 후보들의 ‘정권심판론’이나 단일화 변수에 대해선 “국민의 정권 지지도가 높아 소구력이 없다”며 “야권 단일화 여부에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자유 우파’ 분열 우려”
같은 날 오전 7시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아파트 단지 정문 앞. 박용찬 통합당 후보가 원판형 플래카드를 목에 걸고 선거 유세를 시작했다. 박 후보는 아파트 정문을 빠져나가는 입주민들의 차량을 향해 연신 고개 숙여 인사했다. 유세차량에 설치된 전광판에선 ‘여의도 재건축’ ‘영등포 혁신교육타운 추진’ 등 공약을 소개하는 영상이 상영됐다.박 후보는 “코로나19로 인해 선거와 후보자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적어 유세에 어려움이 많다”면서도 “강력한 재개발 정책과 주민들이 직면한 ‘세금폭탄’ 문제 해결로 지지를 호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 한 명이 박 후보의 명함을 받아들었다. 영등포구에서 40년 넘게 살았다는 80대 고모 씨였다. 그는 명함을 쥔 손을 흔들며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엉망이라 따끔하게 경고해야 한다. 난 이 사람 뽑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 씨는 “무소속으로 나온 이정현 후보 때문에 보수 표심이 분열될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 후보도 “이 후보가 연고도 없는 지역에 갑자기 출마해 ‘자유 우파’의 분열을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며 “이번 선거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 민생을 살리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단일화에 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 연고 무의미… 선거 완주”
오전 9시 30분 대림동의 한 주택가 공원에서는 이정현 무소속 후보가 선거운동에 나섰다. 단독주택이나 3층 높이의 다세대 주택이 밀집된 곳이다. 코로나19 탓에 사람이 많은 곳에서 유세가 어려운 만큼, 탁 트인 곳에서 적은 수 나마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것.평생 영등포구에서 살았다는 강모(76) 씨는 이 후보를 만나자 반갑게 인사했다. 그는 “동네에서 이정현 후보가 유세하는 모습을 자주 봤다. 참 열심히 하는구나 싶다”며 이 후보를 격려했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이 후보가 아무 연고 없이 출마한 것에 의문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도 적잖았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서울지역 선거에서 후보의 연고를 따지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며 “영호남 지역구도 완화에 기여한 정치 경험을 살려 영등포를 종로·강남과 어깨를 나란히 할 서울 발전의 3대 축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박용찬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지역 유권자와의 출마 약속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갈 생각”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