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호

단독

감염병 ‘문외한’ 관료들이 질본 센터장 꿰차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입력2020-03-18 14: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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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은경 본부장이 날마다 직접 브리핑하는 이유

    • 文정부 출범 후 질본 센터장급 5개 중 3개 복지부 관료가 맡아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뉴스1]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뉴스1]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 내 감염병 대응 관련 센터장 자리를 질병 비전문가라고 볼 수 있는 행정 관료들이 꿰차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동아’ 취재 결과 17일 기준 질본 센터장 5명 중 긴급상황센터장, 감염병관리센터장, 기획조정부장 등 센터장급 3명이 복지부에서 온 고위직 공무원이다. 감염병분석센터와 질병예방센터는 관련 전문가가 센터장을 맡고 있다.

    긴급상황센터장·감염병관리센터장은 감염병 대응 요직

    긴급상황센터장과 감염병관리센터장은 질본 내 감염병 대응의 중심에 있는 요직이다. 긴급상황센터장은 감염병 발생 시 24시간 긴급상황실을 운영하고 방역 현장을 총괄·지휘한다. 감염병관리센터장은 감염병 관리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고 조정한다. 

    현재 긴급상황센터를 이끄는 센터장은 일반 행정고시 출신으로 복지부에서 국제의료사업과 해외의료사업지원을 지휘했다. 2019년 9월 25일 긴급상황센터장에 임명됐다. 같은 행시 출신인 감염병관리센터장은 복지부에서 보건산업정책과 인구정책 담당 과장 등을 역임했다. 2019년 2월 15일 감염병관리센터장으로 발탁됐다. 



    질본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보건전문가는 “행정관료의 역량이 뛰어나더라도 감염병에 대한 전문적인 시각이 없으면 일분일초를 다투는 긴급 상황에서 감염병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센터장들이 감염병 비전문가인 탓에 언론을 상대로 한 정례 브리핑을 감당할 수 없다 보니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의사·예방의학 박사)이 하루 상당 시간을 정례 브리핑을 준비하는데 사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도준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감염병 위기 전체를 분석하고 전략을 수립해야 할 본부장이 하루 몇 시간씩 정례 브리핑 준비를 하고 있는 게 정상적인가. 원래 브리핑은 긴급상황센터장이나 감염병관리센터장 등이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그분들이 감염병에 문외한이나 다름없어 브리핑을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정 본부장이 혼자 고군분투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2016년 4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질본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장으로 일했다.

    인사 적체 해소 수단으로 활용?

    이 같은 인사 결과는 복지부가 질본의 5급 이상 과장, 센터장 등 간부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면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제도적으로 질본 고위직 인사는 복지부 차관과 실장 4명이 인사위원회를 구성해 협의한 뒤 복지부 장관의 재가를 받아 단행하도록 하고 있다. 앞의 보건전문가는 “이들 센터장의 인사는 결과적으로 최종 인사권자인 박능후 복지부 장관의 승인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 행정 관료가 감염병, 만성질환 등에 관한 연구를 담당하는 질본 산하 국립보건연구원 생명의과학센터장에 임명되기도 했다. 생명의과학센터장은 만성질환 진단·치료 연구를 비롯해 줄기세포를 활용한 연구를 총괄하는 자리다. 

    박 교수는 “복지부가 질본뿐 아니라 보건연구원 센터장 자리까지 내부 인사 적체 해소 수단 정도로 활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동아’는 복지부의 반론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복지부 측은 “확인해보겠다”는 취지의 답변만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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