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호

간병인 80%가 조선족…공적 마스크 0개 “코로나 옮을라”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0-03-2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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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탓에 병원서 ‘꼼짝 마’

    • 중국 남은 자식들 “엄마, 한국은 위험해” 귀국 권유

    • “코로나19 두려워” 간병 일 포기도

    • “간병인 방역조치 강화해야”

    경북 청도군 청도대남병원에서 근무하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치료 중이던 70대 여성 간병인이 3월 13일 숨졌다. [뉴시스]

    경북 청도군 청도대남병원에서 근무하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치료 중이던 70대 여성 간병인이 3월 13일 숨졌다. [뉴시스]

    “코로나 때문에 환자 면회가 금지돼 남편 얼굴 본 지 3주가 다 됐다. 남편은 뇌출혈로 반신불수가 돼 간병인이 꼭 필요하다.” 

    60대 후반 여성 최모 씨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최씨는 경기도 소재 한 요양병원에 입원한 남편의 병 수발을 위해 중국동포 간병인을 고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사회 일각에서 재한 중국동포, 이른바 조선족에 대한 거부감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묻자 최씨는 “간병인 대부분이 조선족인데 달리 방도가 있느냐”며 “물어보니 중국에 다녀온 지 오래됐다고 한다. 싹싹하고 일솜씨도 좋기에 믿고 남편을 맡겼다”고 답했다.

    간병인 대부분 60대 이상 중국동포女

    간병인은 병원·요양병원·요양시설 등에서 환자에게 비의료적 보조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이다. 대개 24시간 병실에 상주하며 고령·중증질환자나 내·외과적 수술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입원 생활을 돕는다. 업무 범위는 환자의 목욕과 식사부터 대소변 배출 처리까지 다양하다. 환자와 병원에서 가장 오랜 시간 밀접 접촉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간병인의 대부분은 중국동포다. 한 간병인 인력업체 관계자는 “대형 종합병원 간병인의 60%, 요양병원의 경우 80% 이상이 중국동포라고 볼 수 있다. 60대 이상 여성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간병인은 중국 등지에서 온 재외동포에게 부여되는 ‘H-2-1(연고방문취업)비자’ 소지자가 취업 가능한 38개 업종 중 하나다. 일이 고된 편이라 한국인은 취업을 꺼린다고 한다. 유관 업종인 요양보호사(국가공인자격증 필요)나 간병사(민간자격증 필요)와 달리 별다른 기술·자격이 필요 없다. 앞선 관계자는 “병원에 상주해 교통비를 아끼고 일당 10만 원 정도를 받을 수 있는 점도 중국동포들에게 매력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시설에서 코로나19가 집단 발병하면서 간병인의 감염 사례도 늘고 있다. 경북 청도군 청도대남병원은 2월 19일 첫 확진자 발생 후 대구·경북 지역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로 떠올랐다. 확진자 중에는 중국동포 남성(60)과 한국인 여성 간병인(77)도 있었다. 이 중 남성 간병인은 중국동포라는 이유로 ‘슈퍼 전파자’로 의심받았다. 

    3월 9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본부장은 해당 간병인에 대해 “병원 내에서 노출된 것으로 판단한다. 감염원으로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중국동포 남성은 3월 1일 코로나19 의심증상을 보였으나 5차례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3월 4일 여섯 번째 검사에서야 확진자로 판명됐다. 그는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올해 1월 8일 사이 중국 지린(吉林)성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2월 21일 확진 판정을 받은 여성 간병인은 3월 13일 치료 도중 숨졌다. 

    중국동포 간병인들은 이런 상황이 남 일 같지 않다. 중국에 다녀온 지 오래돼 중국발 감염과는 관련 없어도 눈총 받기 십상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다. 

    5년째 간병인으로 일한 중국동포 이모(56) 씨는 “병원에서 일하다 나도 감염되면 어쩌나 두려운 마음도 있다. 당분간 일을 쉴 작정”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사는 아들은 “한국은 위험하니 일을 관두고 중국에 돌아오라”고 성화다. 이씨는 “가장 근래 중국에 다녀온 것이 작년 6월인데 병원에서 환자나 가족들이 조선족이라고 거부감을 표해 서운했다”고 덧붙였다.

    환자 감염 걱정인데 마스크 지급 ‘0’

    마스크 부족 현상을 겪는 의료 현장에서도 간병인들의 처지는 가장 취약하다. 중국동포 간병인 김모(61) 씨는 “병원 측에서 공동간병인(여러 환자를 동시에 간병)에게는 일주일에 마스크 1개씩을 주지만 나 같은 일대일 간병인에게는 그마저도 없다”고 호소했다. 

    김씨는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80대 치매 노인을 간병하고 있다. 환자에게 피해를 줄까 걱정돼 마스크를 구하고 싶지만 여의치 않다. 외국인도 외국인등록증과 건강보험증을 제시하면 ‘마스크 5부제’에 따라 공적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기는 하다. “간병 일이 바쁘고 병원 방역조치에 따라 출입도 자유롭지 않아 마스크를 찾아 여러 약국을 다니기 어렵다”고 그는 말했다. 결국 어렵게 구한 마스크를 일주일 넘게 쓰고 있다. 

    정부는 마스크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전국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종사자 수를 기준으로 공적 마스크를 공급하고 있다. 마스크 지급 기준에 해당되는 직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고된 의사·간호사·간호조무사·사회복지사 등에 국한된다. 병원 직원이 아닌 간병인은 해당되지 않는다. 간병인은 환자가 흔히 ‘협회’라 불리는 인력업체를 통해 개인적으로 고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병원의 직접고용 비율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고령의 중증질환자가 많은 요양병원은 비상이다. 환자 대부분이 거동이 불편해 병원 내 간병인 수가 많기 때문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2월 17일 ‘요양병원 준수사항’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2주 이내 ‘특별입국절차’ 대상 국가를 다녀온 경우 요양병원에서 근무할 수 없다. 간병인도 해당된다. 

    중수본에 따르면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간병인은 3만7465명(2월 20일 현재)이었다. 이 중 38명이 2주 이내 중국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이 중 37명은 복지부 조사 전 이미 간병 업무에서 배제됐다. 복지부는 조사 과정에서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1명(2월 8일 중국에서 입국)도 업무에서 배제했다. 

    일선 병원에서는 간병인의 출입을 통제해 사실상 병원에 ‘격리’하고 있다. 새 간병인이 병원에 들어올 경우 체온 측정은 물론 호흡기 엑스레이 촬영도 요구한다. 간병인들은 보통 한 달에 1~2회 대체인력을 구해 휴무한다. 병원에서 끼니를 알아서 해결해야 하므로 쉬는 날 반찬거리를 준비한다. 일부 병원은 식사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간병인의 휴가를 사실상 막고 있다. 한 간병인은 “차라리 병원에서 출입관리를 엄격히 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만일 병원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당장 생계가 막막해진다”면서도 “휴일도 없이 병원에만 있으니 갑갑한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새 인력 못 믿어 모집공고도 안 해”

    간병인 시장은 원래 일이 힘들어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 여기에 간병 일을 포기하는 중국 동포가 늘자 일손이 귀해졌다. 간병인 인력업체 관계자는 “지금 간병인 시장에 한국인·중국인을 막론하고 신규인력이 들어올 여지가 없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기존 인력 풀(pool)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아예 인력 모집 공고도 안 한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애가 타는 것은 환자와 가족들이다. 해당 관계자는 “원래 일당은 10만 원 전후였는데 최근 1~2만 원 정도 올랐다. 코로나19 사태가 더 장기화하면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손덕현 대한요양병원협회장은 “요양시설 및 병원 환자 대부분이 고령자와 중증질환자다.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이어지면 치명적일 것”이라며 “정부가 마스크 지급 대상에 간병인을 포함하는 등 방역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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