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 영상을 제작·판매한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이 3월 25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신동아’와 연락이 닿은 디지털 성착취 피해자 대부분은 가족과 지인에게 도움을 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책감과 주변 사람에 대한 미안함, 자신을 향한 비난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피눈물 흘리며 침묵할 수밖에 없는 피해자들은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또 다른 성착취 대상으로 전락하거나 평범한 삶을 포기하기도 한다.
자책감·주변시선 탓 침묵
피해자가 상황을 주변에 알리지 못하는 이유는 타인의 시선과 자책감 때문이다. 피해자 A씨는 “주변 사람들이 나를 좋게 봐왔는데 앞으로 혐오스럽게 생각하지 않을까요”라고 되물었다. B씨는 “몸을 보여주는 행동을 한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정말 잘못이 없을까요”라고 말했다.‘신동아’가 접촉한 피해자 중에는 금전 등 대가를 전제로 합의하에 동영상, 사진 촬영을 한 경우는 없었다. 호기심에서 시작한 대화와 행동이 성범죄자의 협박에 이용됐을 뿐이다. 또 다른 피해자는 가해 남성과 교제 중이었을 때 촬영한 영상이 헤어진 후 이뤄진 성착취의 단초가 됐다. 피해자들은 성착취를 당하기 이전의 삶으로 되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중학생인 피해자 A씨는 이렇게 말했다.
“두려움과 스트레스로 인해 엄마랑 좀 많이 싸운 후 가출했는데 어떤 사람이 자기 집에서 재워준다고 해놓고 성관계를 요구해 도망쳤어요.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고…. 제가 망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피해자 B씨는 “죽고 싶다는 생각도 여러 번 했고, 시도도 했어요”라고 말했다.
지옥 같은 삶 도돌이표… 선택권 없는 피해자들
또 다른 성착취에 내몰리기도 한다. 가해 남성을 피해 1년여 간 다른 지역으로 도피한 C씨는 연고가 없는 곳에 거주하면서 먹고살기 위해 성매매를 했다.“솔직히 죽지 못해 살았습니다. 집과 휴대전화도 정리하지 않고 도망쳤어요. 도망간 지역에서도 ‘행여나 그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 나를 죽여도…. 됐다, 그냥 죽어야지’라고 생각했어요. 도움 받을 곳도 없고 돈도 없어 몸을 팔았습니다.”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다는 C씨는 “낯선 남자가 말을 걸면 온몸이 덜덜덜 떨려요”라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너희가 선택한 것 아니냐’는 식의 일부 몰지각한 이들의 시선이다. 이번 사건은 남성들이 청소년과 여성을 성도구로 이용한 극악 범죄다. 일부 피해자가 금전을 받은 것을 두고 “돈 받고 한 너희도 잘못”이라는 주장을 펴는 이들이 있지만 이는 본말이 전도된 잘못된 논리 전개일 뿐이다.
성범죄 사건을 주로 다뤄온 이은희 변호사는 “금전을 받은 경우가 있다고 치더라도 어떤 경우에는 여성이 ‘그만하고 싶다’고 말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여성들이 이런 상황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산업이 존재하는 사회가 모순이며 잘못이다. 그 여성이 비난받지 않아야 하며 피해자임은 분명한 사실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