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우 전 금융위원장.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초대 금융위원장을 지낸 전광우(70)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6월까지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면 경제 상황이 심각해질 것”이라면서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경제에 가해지는 충격은 2008년 금융위기를 능가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 전 이사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금융위원장으로 재직하며 소방수 역할을 했다. 당시에는 경제가 V자 형태로 반등했다. 2007년 10월 코스피 지수가 최고점(2064.8)을 찍은 뒤 이듬해 10월 반토막(938.75)났지만 2009년부터 상승세를 회복해 2011년 5월(2228.96) 최고점에 도달했다.
전 이사장은 코로나19발(發) 경제위기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2008년 금융위기와 성격이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당시에는 리먼 브라더스 파산 후 생긴 금융 부문의 위기가 실물 부문으로 넘어온 데 반해, 지금은 바이러스로 인한 금융‧실물 복합위기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 이사장은 “민생경제를 살리려면 방역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이러스가 촉발한 문제인 만큼 전염병 확산이 진정돼야 경제 상황도 해결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가 살아나려면 코로나19가 잠잠해져 사람들이 많이 움직이고 활동해야 한다”며 “정부가 재정 확대나 금융 정책으로 경제위기에 대처하면서 동시에 방역에도 만전을 기해야 하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부 비상경제회의가 제시하는 방향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19일 정부는 50조 원 규모의 긴급금융조치를 시행해 소상공인과 자영엽자를 지원하고 있다. 전 이사장은 “어떤 경제위기가 오든지 1차적으로 피해를 입는 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될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돕는 것은 당연한 조처”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분야에 대한 적극적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이사장은 “국가 부채가 많은 상황이라 재정건전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적재적소에 정부지출이 쓰여야 하는 만큼 직접적인 피해를 본 유통‧관광‧항공산업에 대한 지원과 투자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 이사장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기업의 활력 회복이 경제를 살리는데 중요한 만큼 기업에 부담이 되는 정책과 규제를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 이사장은 앞으로의 경제 상황을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현재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경제가 세계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미국 상황에 따라 경제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인도‧동남아시아‧남미 등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다”며 “팬데믹 상황이 이어지면 글로벌 생산체계와 깊이 연결돼 있는 우리 경제도 골이 깊어지고 회복이 더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