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댓글사탐’은 ‘댓글의 사실 여부를 탐색하기’의 줄임말로 ‘신동아’ 기사에 달린 댓글을 짚어보는 코너입니다. 큰 호응을 얻은 댓글, 기자 및 취재원에게 질문하는 댓글, 사실 관계가 잘못된 댓글을 살핍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의사(예방의학 박사)로 감염병 전문가다. [뉴스1]
기사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복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 내 감염병 대응 중심에 있는 요직(긴급상황센터장·감염병관리센터장 등)을 감염병 비(非)전문가라고 볼 수 있는 행정관료들이 꿰차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사에 달린 댓글은 “이참에 복지부와 보건부를 분리해야 한다. 애초에 이 둘을 붙여놓은 것이 문제다” “공무원 수 증원해도 필요한 곳에는 비전문가만 수두룩하다” “정은경 본부장이 혼자 고생하는 것 같아 안쓰럽다”란 반응이 주를 이뤘습니다. 댓글을 찾아 읽다 보니 이 기사에 본문만큼 논란이 다분한(?) 댓글도 달렸네요.
네이버 아이디 ‘yong****’님은 “감염병 기초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지만 전문가가 와야 할 필요는 없다. 정부 조직에 대해 잘 알고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 더 낫지 않나”라고 댓글을 남겼습니다. “조직이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선 행정관료 등이 타 부처와의 협조 등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아이디 ‘어슬렁’님)”는 논리입니다. 이에 대한 반박 의견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아이디 ‘흘툴란타2’님은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가치 판단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댓글을 남겼습니다.
감염병 분야 비전문가인 공무원이 질본의 핵심 요직을 꿰차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박도준 서울대 의대 교수는 신동아와 인터뷰에서 “감염병이 발생하면 질본 역학조사관이 현장에 도착해 검역조사 또는 역학조사를 진행한다. 긴급상황센터장과 감염병관리센터장은 이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인데, 센터장이 전문성이 없으면 언제 어떻게 역학조사관을 투입할지, 1분1초를 다투는 긴급 상황에서 어떤 순서로 방역 조치를 할지 직접 판단하고 지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또 “현재 질본에는 실력 있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들에게 행정 업무를 맡겨 전문성과 행정력을 겸비한 인물로 키운 뒤 승진시켜서 일하게 하자, 감염병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행정 관료를 앉히는 것은 조직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질본과 관련한 이슈는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4·15 총선을 앞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질본을 ‘청(廳)’으로 승격하는 한편 6개 권역에 지역본부를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죠. 하지만 질본 내 감염병 대응 핵심 센터장 자리를 비전문가인 행시 출신 관료들이 꿰찬 상황에서 복지부가 질본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문제와 관련한 얘기는 쏙 들어간 상태입니다. 전문성은커녕 복지부 인사 적체 해소 수단 정도로 악용하려 한다는 우려도 질본 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