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의원은 지난해 9월 6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는 학벌·출신과 달리 진보 인사라는 것 때문이 아니라 말과 행동이 다른 언행불일치 때문에 비판받는 것”이라고 했다. 그 뒤 그의 페이스북에는 ‘내부 총질’ ‘반역자’ ‘밀정’ ‘뒤에서 칼 꽂는 찌질함’ 따위의 댓글이 달렸다. 그는 같은 해 12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에 여당 의원으로는 유일하게 기권표를 던져 친문 극렬 지지층의 반발을 샀다.
이런 저간의 사정 때문에 강서갑 경선 결과를 두고 ‘친문 순혈주의’의 폐해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금 의원이 첫 공천장을 받아 든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 총선을 지휘한 김종인(80)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는 “(금 의원이) 좀 안됐다. 사실 금 의원이 탈락하리라 예상했다”면서 “아무리 현역의원이더라도 권리당원의 의견이 집단적으로 작동하면 (선거에서)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실 인간 금태섭은 늘 주류와 불화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형사부 검사 시절이던 2006년 ‘한겨레’에 ‘현직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을 연재했다. 1회 연재분에서 금 검사는 “약자인 피의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행동지침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둘째는 변호인에게 모든 것을 맡기라는 것”이라고 썼다. 더불어 “글을 쓴다고 하니 한 친한 검사로부터 반농담조로 ‘조직에서 추방당하고 싶으냐’라는 말까지 들었다”고도 했다.
친한 검사의 우려는 진담이 됐다. 글이 나간 직후 검찰 수뇌부가 발칵 뒤집혔다. 같은 해 10월 그는 “검사로서 부적절한 글을 기고했다”며 검찰총장으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다. 그 뒤 수사와 관련 없는 서울중앙지검 총무부로 인사 조치됐다. 결국 그는 이듬해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다.
2020년. 그는 또 주류의 성화에 밀려 ‘반강제’로 정든 둥지를 떠난다. 선거가 막을 내리면 그를 대신해 의원회관의 방 한 자리를 꿰찰 사람이 정해질 터. 풍운아(風雲兒) 금태섭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