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부족, 대기환자 넘쳐… “전쟁터”
환자 1명이라도 더 받으려 진료시간 앞당겨
전국에서 찾아온 자원봉사자 덕분에 의료체계 잡혀
[경북일보 제공]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대구 의료 현장은 ‘전쟁터’라고 했다.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진료 거점병원인 대구동산병원에서 아내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와 함께 보름 간 의료 봉사활동을 하고 3월 15일 상경해 현재 자가 격리 중이다.
-하루 일과는 어땠나.
“봉사활동 시작 시간이 점차 빨라졌다. 3월 초에는 9시 반에 시작했는데 요즘은 8시 반에 시작한다. 환자가 퇴원하려면 두 차례 PCR 검사에서 음성 결과가 나와야 한다. 끝 부분에 면봉이 달린 굉장히 가늘고 긴 줄을 코를 통해 삽입해야 해 환자는 고통스럽다. 한 시간이라도 빨리 검사해야 빨리 퇴원하게 되고, 집에서 대기 중인 다른 확진자를 빨리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전에는 방호복을 입고 환자 검체를 채취하고, 오후에는 병실 문진(問診)을 한다.
“현실이 소설보다 더 끔찍했다”
안 대표는 3월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 화상회의에서 병원에서 만난 코로나19 여성 환자의 사연을 전한 적이 있다. 환자가 “가슴이 너무너무 답답하다”고 하기에 안 대표가 호흡과 통증에 대해 물었고,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어제 제 남편이 죽었다. 같은 병(코로나19)에 걸린 후 다른 병원에 입원했는데 사망 소식을 들었다. 이후 계속 가슴이 답답해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시체를 화장하면 남편 얼굴을 볼 수도 없다. 이 기막힌 상황을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 있겠나.”
안 대표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 “매일 환자 한분 한분의 하소연을 듣고 고통과 죽음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현장에 함께하며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했다”고 했다.
-그 여성 환자의 상태는 어떤가.
“그 이후로 나는 다른 병동으로 옮겨 뵙지 못했다. 다른 질병 같으면 언론이 여러 사연을 취재했을 텐데 코로나19 감염증은 언론의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어쩌면 내가 듣고 전하지 않으면 묻힐 소리였다. 막상 그 환자분 사연을 들었을 때는, 뭐라고 해야 하나, 현실이 소설보다 더 끔찍했다. 참 딱하기도 하고, 어떻게 이런 일이 있는지….”
안 대표는 여성 환자가 생각나는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코로나19 감염 환자들은 다른 질병과 달라서 보호자의 접근이나 문병이 불가해 대부분 절대적인 고독 상태를 겪는다. 그러다보니 어떤 분은 외로움과 폐소공포증(닫힌 곳에 있으면 두려움에 빠지는 강박 신경증)을 호소한다.”
-격리돼 있다 보니 우울증을 호소할 거 같은데.
“그렇다. 정신과적 현상을 호소하는 분들도 있다.”
-땀에 젖은 반팔 수술복을 입은 모습이 보도됐다.
“봉사활동을 시작한 3월 1일 대구는 낮에도 영하권이었다. 반팔 수술복에 방호복을 입고 있다가 벗으니 굉장히 춥더라. 방호복을 입으면 땀이 많이 난다. 그 때는 현장 의사가 너무 부족해 의사 한 사람이 매우 많은 환자를 보고 있었다. 의료진은 부족하고, 병실 입원 환자보다 바깥에서 대기하는 환자들이 더 많았다.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배수강 편집장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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