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서울지하철 2호선 신림역에서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가 시민들을 향해 출근 인사를 건네고 있다. 같은 날 오전 신림역 4번 출구 앞에서 오신환 미래통합당 후보가 시민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현준 기자]
“정태호 후보는 본인 일자리 찾으러 출마한 사람.”
4‧15 총선 공식 선거운동 8일째에 접어든 9일. 서울 관악을에서 맞붙은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신환 미래통합당 후보는 서로를 향한 ‘날 세우기’에 주저함이 없었다.
관악을은 민주당 계열 정당에 대한 지지 성향이 강한 지역구로 꼽힌다. 이곳에서는 1988년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27년간 보수 정당이 한 번도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그러다 2015년 상반기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오신환 후보(당시 새누리당)가 정태호 후보(당시 새정치민주연합)를 꺾고 당선, 처음으로 보수의 깃발을 꽂았다. 제20대 총선에서도 오 후보가 정 후보를 꺾으며 재선에 성공했다.
다만 2015년 재보궐 선거 때는 정동영 당시 국민모임 후보의 출마,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는 이행자 당시 국민의당 후보의 출마로 진보진영의 표가 나뉘어 오 후보에게 유리한 구도가 형성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직전 총선에서는 오 후보가 정 후보를 불과 861표 차이로 꺾을 만큼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이번 총선에서는 양자 간 1:1 구도가 형성돼 결과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오신환 후보는 근거 없는 비난 멈춰야”
오전 7시 서울지하철 2호선 신림역 1‧2번 출구 지하에서 정 후보의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안녕하세요. 좋은 하루 되십시오” 허리까지 오는 피켓을 앞에 든 그는 출근하는 시민들을 향해 연신 인사를 건넸다. “정 후보님 꼭 뽑겠습니다. 파이팅입니다”라며 응원을 건네는 시민도 보였다.정 후보 옆에는 김성한 전 기아 타이거즈 감독이 나와 선거운동을 돕고 있었다. 정 후보 측 관계자는 김 전 감독이 정 후보 후원회 회장을 맡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 전 감독은 “18‧19대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을 도우면서 정 후보와 연을 맺었다. 정 후보는 믿음을 주는 훌륭한 사람”이라며 “세 번째 도전을 하고 있는 정 후보를 지원하고자 전날 밤 나주에서 달려왔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자신이 “관악을의 숙원 사업을 이행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관악구는 구의 예산이 부족한 지역이라 숙원 사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 협력을 누가 끌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대통령도 민주당, 서울시장도 민주당, 구청장도 민주당이다. 오 후보보다는 나와 같은 힘 있는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지역발전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 후보에 대한 견제도 잊지 않았다. 정 후보는 “오 후보가 5년 정도 의정활동을 하며 인지도는 올렸지만 지역 발전에 있어서는 성과가 없다”며 각을 세웠다. 오 후보가 정 후보의 대통령일자리수석비서관 경력을 염두에 두고 “역대 최고 고용율이라는 말은 통계 사기”라고 비난한 것에 대해서는 “정확한 근거를 갖고 이야기해야 토론과 대안 모색이 가능하지 않겠나”라며 일축했다.
정 후보는 또 “오 후보가 노인 일자리만 많이 만들었다고 비난하는데 15세~64세 고용율도 역대 최고다. 광주형 일자리를 비롯한 상생형 일자리가 다양하게 생겨나고 있으며 창업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사례를 모두 일자리 정책의 성과로 봐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정 후보는 “지난 선거 때와 달리 우리 당 지지층이 나뉘는 상황이 아니고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높다. 상당히 유리한 구도에서 선거를 치르고 있다는 판단에서 승리에 대한 확신이 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난곡동에 거주하는 윤모(58) 씨는 “경전철 난곡선이 빨리 지어져야 한다. 민주당이 여당이라 이를 이뤄주는 데 유리할 것”이라며 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
“정태호 후보, 일자리 문제 반성하고 사죄해야”
오 후보는 오전 7시 서울지하철 2호선 신림역 4번 출구에서 출근 인사로 선거운동의 시작을 알렸다. “힘내라 대한민국, 오신환입니다.” “일할 줄 아는 사람 오신환입니다.” 오 후보는 마이크를 손에 쥔 채 출근길 시민들을 향해 연신 지지를 호소했다. “꼭 당선되셔야 해요”라며 지지를 나타내는 시민과 “추운데 이거 드시고 하세요”라며 커피를 건네는 시민도 보였다.오 후보는 정 후보의 “5년 동안 지역발전 성과가 없다”는 비판에 대해 “전혀 근거가 없는 흑색선전”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관악구는 인구 50만 명임에도 지하철역이 4개 밖에 되지 않아 교통이 불편한 곳이다. 2015년 선거 때 ‘교통지옥’ 탈출을 공약으로 세웠고 신림선 지하 경전철 착공을 이뤄냈다”고 했다.
“내가 당선되기 전에 관악을은 민주당이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던 곳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5선, 20년을 합해 27년 동안 민주당이 이곳에서 대체 뭘 이뤄낸 것이 있다고 나의 5년을 폄훼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오 후보는 정 후보가 대통령일자리수석비서관 경력으로 ‘일자리 창출 전문가’ 이미지를 내세우는 것에 맹공을 가했다.
“국민 중에 우리나라 경제가 나아지거나 일자리가 늘었다고 생각하는 분이 누가 있나.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는 반성하고 사죄해야 하는데, 오히려 자랑삼아 홍보하고 있다. 국민들은 정 후보가 엉뚱한 얘기를 한다고 느낄 것이다.”
그는 “정 후보가 광주형 일자리를 자꾸 이야기하는데 한국노총에서 파기 선언을 해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도 않은데다 광주형 일자리와 관악구의 일자리가 무슨 상관이 있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정 후보가 자기 일자리 찾으러 왔다고 말한다. 아무래도 정 후보가 콘셉트를 잘못 잡은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오 후보는 선거 결과에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진정성 있게 주민들과 소통하며 일했다. 선거만을 위해 잠깐 왔다 가는 사람이 아니기에 오히려 주민들의 반응은 과거보다 더 뜨겁다. 열띤 지지를 보내주시니 최선을 다해 승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학동에 거주하는 김모(52) 씨는 “오 후보만큼 열심히 일한 사람이 없다. 주민들 연락처도 일일이 저장해 살뜰이 챙긴다. 우리 지역을 위해서 오 후보만한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지지를 나타냈다.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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