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전 금융위원장. [동아DB}
이와 관련해 신제윤(62) 전 금융위원장은 “추경을 통한 재정 정책으론 단기적 효과밖에 얻지 못한다”면서 “자영업과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 없이 돈을 풀어주기만 한다면 그 돈은 바로 부실채권이 되고 만다”고 지적했다.
신 전 위원장은 2008년 미국발(發) 금융 위기 당시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을 맡아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주도해 위기 극복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뒤 금융위 부위원장, 기획재정부 제1차관, 금융위원장을 지냈다.
그는 “2008년과 같은 방식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미국 경제의 경우 소비 성향이 높아 현금을 나눠주면 바로 생산으로 연결되는 구조지만 우리나라는 다르다”면서 “우리나라는 일본과 비슷해 현금을 나눠주면 대개 저축하기 때문에 단순히 돈을 주는 것으로 끝나선 안 된다”고 말했다.
‘중독성 강한’ 서비스업 육성해야
특히 신 전 위원장은 코로나19가 초래한 현재의 경제위기가 2008년 금융위기와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는 금융 부실로 인한 것이었기에 자금을 투입하면 된다는 해답이 있었다. 반면 지금의 위기는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막연히 기다려야 한다는 불확실성을 갖고 있어 마땅한 해답이 없다”고 진단했다.이어 신 전 위원장은 금값 하락 추세가 불확실성에 놓인 경제 상황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경제위기 때는 금과 같은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지금은 안전자산도 믿지 못해 현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초유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 전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의 불확실성이 추후에도 한국경제의 리스크가 되리라는 점을 경고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진정된다 해도 사람들의 뇌리에 공포감이 남아 대면 접촉을 꺼릴 것”이라며 “또 다른 전염병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서 오는 불확실성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불확실성이 커지면 각 나라들도 국경을 닫을 것이기에 결국 내수를 키워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내수만으로 버티기에는 인구가 너무 적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신 전 위원장은 ‘중독성 강한’ 서비스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서비스업 중에도 전염병에 대한 포비아에도 불구하고 소비 욕구가 생기는 부문을 육성해야 한다”면서 “의료, K-POP, 관광 상품 등과 같은 중독성이 강한 서비스업을 예로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롯데·효성 뒤흔든 신동주·조현문의 ‘욕망’
출판물에서 ‘인스타툰’까지… 청년 만화의 성장은 어디까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