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철 기자]
김 전 대표가 통합당 선대위원장 물망에 오르던 14일, ‘신동아’는 서울 광화문 대한발전전략연구원에서 그를 1시간여 동안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당시 김 전 대표는 기자에게 “(잡음 논란이 있는) 통합당 공천에 대해 더는 얘기하지 않겠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 자체를 거부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자신의 영입을 둘러싼 갈등을 봉합하려는 뜻을 내비쳤다. 김 전 대표가 선대위원장직 수락 의사가 있음을 처음으로 밝힌 인터뷰인 터라 파장이 컸다.
하지만 이후에도 통합당 내에서 ‘김종인 비토론’이 이어지면서 ‘김종인 카드’가 무산되는 듯 했다. 그러나 수도권 중도층 표심 공략에 고민이 많던 황 대표는 결국 김 전 대표에게 전권을 맡기는 방식을 택했다.
김 전 대표는 자신이 선거 사령탑을 맡았던 이전 총선에서 잇따라 승리한 경험이 있다. 특히 김 전 대표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누가 뭐래도 ‘경제민주화’다. 그는 2012년 박근혜 대선캠프에 국민행복추진위원장으로 합류해 경제민주화 정책을 설계했다. 2016년 1월에는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가 김 전 대표를 영입하며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해 김종인 박사의 지혜와 연륜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김 전 대표가 지도자의 자질을 평가하는 중요한 열쇳말이 ‘경제민주화’인 셈이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야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황교안 대표의 손을 잡았다. 이와 관련해 김 전 대표는 기자와 만나 이런 문답을 나눴다.
-황교안 대표와 만난 적 있나.
"그간 한두 번 만났다."
-어떤 사람이던가?
"아주 정직한 사람이다."
-지도자로서의 자질이 있던가.
"내가 남의 당 대표 자질을 어떻게 코멘트 하나."
-황 대표에게 경제민주화 의지가 있나.
“황 대표가 말이야, 이건 아무도 모를 거야. 내가 2012년 새누리당 비대위 시절에 내건 경제민주화 공약 중 대표적인 것이 상법 개정이었다. 이후 황 대표가 박근혜 정부에서 장관으로 있을 적에 법무부에서 상법 개정안을 만들었다. 그러고 국무회의에 상정까지 했는데 박 대통령이 개정안에 독소 조항이 있다고 뭉개버렸다. 그래서 무효가 됐다. 그 때 안 거지.”
-황 대표가 경제민주화에 의지가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는 말인가.
“내가 보기에 그걸 장관이 모르고 했을 리는 없다.”
실제 2013년 7월 법무부는 박 당시 대통령의 공약을 반영한 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개정안은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감사위원회 이사·감사 분리 선출, 전자투표 의무화 등을 담았다. 이들 제도는 소액주주의 권익을 강화하고 대주주의 경영권 남용을 견제한다는 측면에서 대표적인 경제민주화 과제로 꼽힌다. 김 전 대표 말대로 당시 장관이 황 대표였다. 김 전 대표에게 한 차례 더 물었다.
-황 대표가 경제정책에 있어 기존 통합당의 노선보다 전향적으로 갈 수 있다고 보나.
“장관 지시가 없었으면 상법 개정안을 만들었을 리가 없잖아. 그런 점에서 황 대표가 사회 변화에 대한 인식이 있다. 박 대통령이 안 해서 그렇지. 당시 법무부가 선거 공약을 실체화하기 위해 노력한 것은 증거가 있으니 사실이다. 그래서 내가 민주당 비대위 대표로 있을 적에 법무부 안을 그대로 발의해서 해보려 했는데 잘 안 됐다. 그걸 겪다 보니 국회에 있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의원직을 그만둔 것이다.”
저간의 사정을 고려하면 김 전 대표는 황 대표를 차기 지도자의 자질을 갖춘 인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잘 알려졌듯 김 전 대표와 박근혜‧문재인 두 지도자와의 결말은 순탄치 않았다. ‘황교안-김종인’ 조합의 운명이 남달리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