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운명 가를 4월 총선…보수의 희생과 결단 요구돼
나라가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에 집필 시작
한국 보수사상의 뿌리는 자생적 개화파
이념은 모든 가치를 가르는 기준, 소홀히 여기면 안 돼
[박해윤 기자]
저자는 평생 언론인 외길을 걸어왔다. 현장에서 퇴임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를 만든 사상적 뿌리를 찾고자 했다. 이 같은 열정과 탐구의 결과물이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수 궤멸과 대한민국의 위기
남 이사장은 여든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에너지가 넘쳤다. 중요한 사건별로 날짜까지 적시하는 기억력도 대단했다.인터뷰는 3월 11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동아일보 사옥 2층 화정평화재단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남 이사장은 한국 현대사를 종횡으로 넘나들었다. 오랜 기간 정치부 기자로서 경험한 다양한 일화에 이론적 바탕까지 더해져 생동감과 깊이가 남달랐다.
-초판이 나온 게 2005년인데 15년 만에 3판을 냈습니다. ‘보수 연구’라는 주제에 천착한 동기가 궁금합니다.
“노무현 정권 때 초판을 냈습니다. 알다시피 노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주류 세력은 자본주의 분열 세력’이라면서 국가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말을 서슴지 않았죠. 특히 이승만 대통령을 미워했습니다.
그의 소속 정당인 새천년민주당은 당 강령에 ‘중도개혁정당’임을 명시했지만 노 전 대통령은 ‘진보’를 표방하면서 좌파 노선을 걸었습니다. 그러면서 청와대 참모진을 주사파인 386세대, 특히 전대협 간부 출신들로 채웠지요.
노 전 대통령은 386운동권들이 꿈꾼 사회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를 도구로 쓰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습니다. 국가보안법을 개정하고 언론을 옥죄려 했습니다. 이러자 보수 세력 안에서도 이른바 ‘뉴라이트’라는 젊은 우파들의 단체가 속속 등장하고 ‘아스팔트 세력’이 주최하는 ‘반핵·반김(정일)국민대회’를 자주 열었지요.
당시 저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연구 활동에 전념하고 있었는데 나라가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한국 보수의 사상적 뿌리를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집필에 들어갔고 이명박 정권 말기인 2011년에 2판, 이번에 3판을 내게 된 것입니다.”
백척간두의 중대한 시점
-시기적으로 모두 한국 보수 세력이 중대한 기로에 선 때에 맞춰 출간됐습니다. 이번 3판에는 2판에 담지 못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 보수 세력 움직임이 추가됐더군요. 한국의 보수는 지금 거의 궤멸 상태나 마찬가지인 상황입니다.“보수 세력의 불행은 박근혜 정권의 조기 종결에서 끝난 게 아니라 두 대통령을 비롯해 정권 핵심 인물들이 모조리 적폐 세력으로 단죄돼 줄줄이 감옥에 가는 사태까지 나아갔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19개 행정부처에 39개 태스크포스팀을 만들고 검사 등 조사관 589명을 투입해 전 정권 비리를 캤습니다. 그렇게 해서 두 전임 대통령은 물론 건국 후 최초로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까지 구속했습니다.
기소장만 박근혜 354쪽, 이명박 259쪽, 양승태 전 대법원장 296쪽에 달합니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의 경우 기소장 외에 재판부에 제출된 수사 기록이 A4용지 17만5000쪽에 달합니다. 그에게 적용된 직권남용 등 무려 47개 죄목 중에서 사법부 수장이 한일관계와 국가 이익 관점에서 정책적 판단을 하고 이를 담당 대법관과 협의한 것이 있는데 과연 이것을 불법적인 재판 관여로 규정해 형사처벌을 하는 것이 온당한지는 앞으로도 큰 쟁점이 될 것입니다.
어떻든 적폐 수사로 조사받은 전·현직 법관만 100여 명에 달하고 변창훈 검사,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등 많은 피의자가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2018년 6월 13일 지방선거는 여당의 싹쓸이로 끝났고요. 보수 세력은 그야말로 빈사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문제는 보수 세력의 위기 차원을 넘어 이번 정부의 좌파 사회주의 정책으로 나라가 죽느냐 사느냐 기로에 서 있다는 겁니다. 문재인 정권의 국정 난맥과 국가 위기가 어디까지 갈지 모르는 그야말로 백척간두의 중대한 시점에 보수 세력의 책임은 문자 그대로 중차대합니다. 현재 여건이 어렵더라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수호하고 나아가 ‘통일선진한국’을 이룩해 세계에 우뚝 서는 반듯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보수 세력의 확고한 신념이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수구 반동 기득권 이미지 털어버려야
-보수라는 말 자체가 수구, 반동, 기득권 유지라는 부정적 뉘앙스를 풍깁니다. 이에 비해 ‘진보’는 진취와 개방, 선진을 의미하는 긍정적 의미로 받아들여지고요. 보수 세력이 좌파들의 프레임에 당했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바꿀 방법은 없는지요.“저는 좀 생각이 다릅니다. 보수면 어때? 하는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수’는 비록 날렵한 용어는 아니더라도 무게가 있는 단어입니다. 영국의 현 집권당 명칭이 보수당(Conservative Party)입니다. 물론 ‘보수’란 말이 듣는 이에 따라서는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건 사실입니다. 자유주의 시장경제 이론의 선구자인 하이예크(Friedrich A. Hayek)조차 ‘보수주의자라 불리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고 했으니까요.
하지만 보수주의 자체는 변화에 대한 신중한 태도를 말하는 것이지 특정한 정치 이념을 지칭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영국의 보수주의는 혁명 대신 의회정치제도를 지키자는 거였고, 독일과 프랑스의 현대 보수주의는 사회주의 혁명으로부터 기존의 공화정을 지키자는 것이었으며, 미국의 보수주의는 200여 년 전 독립선언서에 규정된 자유주의를 지키자는 겁니다. 일본의 보수주의는 공산혁명으로부터 천황제를 지키자는 것이고요.
‘보수’라는 호칭에 구애하기보다는 보수주의 철학을 정립해야 합니다. ‘보수=수구’여서는 곤란하다는 거죠. 에드먼드 버크는 프랑스혁명의 과격성을 비판해 오늘날까지 보수주의의 원조로 일컬어지지만 결코 수구적인 왕당파를 옹호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독립혁명을 찬양했고 프랑스대혁명의 민주주의 원칙을 지지했습니다. 한국의 보수도 과감한 자기 혁신을 통해 수구, 반동, 기득권 이미지를 털어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현재의 국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한국 민주화에 보수세력도 기여
-그렇다면 우리 보수 세력이 지켜야 할 정치 이념은 무엇일까요.“한국의 보수는 건국 과정에서부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이념으로 받들고 이를 공산주의로부터 지키려 했습니다. 아직까지도 완전히 실현되지 않은 미완성의 가치 체계입니다만 그런 이념을 지키면서 가꿔가려는 것이 지금까지 한국 보수 세력이 걸어온 길입니다. 보수 세력이 자긍심과 자신감을 가져야 할 대목입니다.”
그는 ”그 연장선상에서 한국의 보수 세력이 민주화에도 기여했음을 분명히 평가해야 한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흔히 보수 세력 업적을 건국과 산업화에만 국한하는 경향이 있는데 민주화 역시 보수 세력의 업적임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한국의 민주화는 1980년대 후반 뚜렷이 성장한 총체적인 국민 역량의 결과지만, 그 가운데서도 김영삼 김대중이 이끈 정통 보수야당과 이를 지원한 김수환 추기경 등 종교계와 각계 지도자들, 여기에 현재 ‘수구 언론’이라고 매도당하는 동아일보·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의 기여도 컸음을 정당하게 평가해야 합니다.”
남 이사장은 1987년 6월 항쟁의 방아쇠 역할을 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탐사보도 사령탑이었다. 동아일보 편집국장으로서 고문치사 사건 진실을 파헤친 일련의 보도를 진두지휘했다. 그런 그의 말이었기에 더욱 무게감이 실렸다.
“박종철 사건 보도와 관련해 외압이 엄청나게 심했습니다. 사주인 일민 김상만 회장은 오죽했겠습니까. 그럼에도 한 번도 이래라저래라 일절 간섭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민주화에는 이렇듯 보수 세력의 엄청난 기여가 있었음을 후대가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보수 사상의 뿌리는 자생적 개화파
-책을 읽다 보니 한국 보수의 뿌리를 1880년대 활동한 개화 세력에서 찾는 게 눈에 띄었습니다.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사상과 제도는 자생적이라기보다 1945년 광복 후 미군정에 의해 이식된 것이라는 주장이 생각나서요.“중요한 지적입니다. 한국 보수 세력에 보존할 가치가 뭐가 있느냐는 일부 논자들의 질문은 우리 근현대사를 모르는 우문(愚問)입니다.
구한말 조선에서는 외세에 대응하는 사상으로 세 가지 흐름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수구파라고 할 수 있는 위정척사파, 두 번째는 종교적 유토피아 혁명사상인 동학, 세 번째가 외국에 문호를 개방해 문명개화를 하자는 개화파였습니다.
개화파는 바깥세상을 경험하면서 조선의 현실을 자각한 정치적 현실주의자들이었지요. 이들은 오늘날 국회에 해당하는 민회(民會)를 설치해 입헌군주국가로 나라를 근대화하는 것을 최고의 이상으로 생각했습니다.
개화파를 세대별로 구분해 보면 1세대는 박규수·오경석·유홍기 등 1830년대 이전 출생자, 2세대가 김옥균·홍영식·유길준·박영효·서재필 등 1850~1860년대생, 3세대가 이승만·안창호·양기탁 등 1870년대생입니다. 이들 중 이승만이야말로 대한민국 건국을 직접 지휘했다는 점에서 오늘날 한국 보수 세력의 시조(始祖)라 하겠습니다.”
-보수의 사상이 바깥에서 이식된 것이 아니라 한국 내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났다는 역사 인식은 어떤 의미를 갖습니까.
“대한민국이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였다는 자학사관(自虐史觀)을 바로잡는 거지요. ‘진보’를 내세우는 좌파 세력은 대한민국의 건국 과정과 6·25전쟁의 원인 등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들을 왜곡함으로써 국가의 정통성을 부정해 왔습니다. 그러면서 이승만을 미국의 하수인으로 전락시켰습니다. 좌파들의 역사관이 젊은 세대의 정신을 오염시키는 동안 보수 세력은 건국 세력이자 한강의 기적을 낳은 산업화 세력임에도 ‘역사전쟁’에서 밀리고 민족주의와 통일 문제의 주도권도 빼앗겼습니다.”
독재는 불가피한 선택 아니었다
[박해윤 기자]
“보수의 공(功)은 과(過)보다 크지만 과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일부 보수 세력이 일제 때 친일을 했으며, 이승만·박정희 정권 때는 독재에 앞장서고 협력한 것이 사실이었으니까요. 일부 정치학자들은 권위주의 통치가 개발도상국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옹호하지만 저는 좀 생각이 다릅니다. 이승만이 3선을 하지 않았다면, 박정희가 유신을 하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의 오늘은 다른 모습일 겁니다. 한국 보수 세력의 또 다른 과오는 부정과 부패, 도덕적 퇴행입니다. 이승만 12년, 박정희 18년, 전두환 7년 통치를 거치면서 권력형 부패와 정경유착이 일상화됐지요. 물론 부정부패가 다른 정부에서도 온존(溫存)했으니 권위주의 정권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요.”
-보수 정부라고 할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공과 과도 있을 텐데요.
“이명박 정부는 경제와 외교 분야의 공로를 평가해야 합니다. 2008년 금융위기에서 성공적으로 탈출했고 2010년에는 4650억 달러라는 사상 최대 수출을 달성해 한국을 세계 7위 무역대국으로 비약시켰습니다. 그해 경제성장률은 6.1%를 기록했고요. 대미관계 복원에도 성공해 대한민국이 G20에 진입하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하지만 광우병 파동으로 리더십에 큰 상처를 남겼지요. 끝내 그에게 멍에가 된 BBK 소유권 문제 등으로 결국 재판을 받는 불운을 겪고 있기도 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을 당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씻을 수 없습니다만, 김영란법 제정, 공무원연금 개혁, 통합진보당 해산, 교원노조 법외노조화, 자유민주주의통일을 위한 통일준비위원회 출범 등이 대표적인 공로입니다. 대북정책에서도 북한의 무력도발 시 지휘관에 재량권을 부여하기로 하는 등 안보 태세를 확립했습니다. 사드 배치, 한중FTA 체결도 잘한 일이고요.
박근혜 정부 외교정책의 공과를 따질 때 하나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2015년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것에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만 저는 대한민국 주도의 통일 실현을 위한 국제 환경 조성의 일환으로 보기에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어떻든 이런 공이 있었지만 박 전 대통령의 최대 실패는 탄핵까지 당했을 만큼 정치력이 부족했다는 겁니다. 특히 여당에서 63명이나 그를 배신하고 탄핵소추안에 동조하는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청와대 비서실만이라도 제대로 된 사람들로 충원했다면 ‘최순실 사태’를 수습할 수 있었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다만 내가 확실히 밝힌 것처럼 박근혜의 여러 과오에도 불구하고 탄핵 자체는 잘못된 일이었습니다.”
‘우리민족끼리’ 공세에 넘어가선 안 돼
-어떻든 탄핵은 과거의 일이 됐습니다. 다른 선진국은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미래를 선점하느라 혈안인데, 왜 우리만 과거에 사로잡혀 해묵은 이념 싸움에 국력을 허비하는지 속상할 때가 많습니다.“차제에 이념 싸움의 본질을 들어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반도는 세계 유일의 냉전 지대인 데다 최악의 지정학적 환경 때문에 이념의 대결장이 된 지 오래입니다.
흔히 ‘이념’이라고 하면 골치 아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인간관 역사관 종교관 교육관 국가관 세계관 나아가 북한관 중국관 미국관까지 결정하는 기초입니다. 이런 점에서 안철수 씨처럼 이념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면서 무용론을 펴는 것도 아주 위험합니다. 이념 혐오증을 유발하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지금 세계 공산주의 역사상 전례가 없는 북한의 3대 세습 왕조와 대결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의 목표는 남조선 해방입니다. 북한의 공산주의 정권은 최악의 독재 체제예요. 그들은 지금도 매일 이념 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북한의 이념 공세 중 주목할 것이 민족주의 공세입니다. ‘우리민족끼리’ 공세에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국내 일부 진보 세력은 북한 정권과 연계하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의 미인계 공작에 넘어가 어쩔 수 없이 북한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까지 있지 않습니까.”
-문재인 정부의 실정(失政)은 이념 때문입니까, 아니면 무능이나 실수입니까.
“세 가지 요소가 혼재한다고 봅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에서 일곱 번이나 중국인들 입국을 막아달라고 건의했는데도 무시함으로써 시기를 놓친 일은 정세 판단의 실수이자 무능 정치의 예인 동시에 반미·친중 이념에서 비롯된 정책 실패라고 봅니다. 여기에 최저임금 급격 인상 같은 것도 잘못된 이념에서 출발한 정책 실패이자 행정 무능이라고 봐야겠지요.”
4월 총선은 국가의 운명이 걸린 갈림길
이 대목에서 기자는 격동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어온 원로 언론인에게 “대한민국 앞날을 낙관하는지” 묻고 싶어졌다. 그는 “뭐니뭐니 해도 북한을 어떻게 다룰지에 달려 있다”고 답했다.“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적 타격을 극복하는 데 상당한 기간이 걸리겠지만 국민들이 정신을 바짝 차린다면 절망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문제는 북한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과 대외정책은 우려스러운 점이 많습니다. 수년 전 중국의 유명 학자가 ‘분단 민족의 통일은 핵을 가진 쪽과 갖지 않은 쪽 중에서 가진 쪽이 흡수 통일할 가능성이 많다’고 공언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30년 전 소련이 망할 때 핵이 없어 망한 게 아니라 국민경제가 파탄 나 망했지요. 김정은 체제도 인민들 지지를 얻지 못하면 오래가지 못할 겁니다. 다만 남북 간 무력 대결이 일어날 경우 주한미군이 없다면 대한민국은 절대 불리합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북한 핵무장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는지 무조건 지원만 주장하고 있으니 사실상 북핵을 용인하는 것이 아닌가 의혹을 사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점에서 대한민국의 장래를 무조건 낙관할 일만은 아니지요.”
-총선이 코앞입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이번 21대 총선은 보수 우파 세력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린 중요한 갈림길이 될 것입니다. 책에도 썼습니다만 자유 우파 세력이 과반 의석을 얻는다면 4년 만에 의회 권력을 되찾아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당장 공수처 설치법을 폐지할 것이며 검찰 학살 인사를 한 추미애 법무장관에 대한 탄핵소추가 가능할 것입니다.
현재 중지된 친문 게이트 사건 수사 재개도 가능할 것이고 재판이 중단된 조국 사건과 김경수 경남지사 재판도 속개돼 사법 기능이 회복될 것입니다. 혹시라도 야당이 3분의 2 의석을 얻는다면 세상이 뒤집혀 문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가능할 것입니다.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자동적으로 직무가 정지되니 세상이 완전히 뒤집히겠지요. 2022년 20대 대통령선거에서 정권교체 청신호가 켜지는 것이고요.
반대로 보수 세력이 패배해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한다면 우파 세력은 계속 소수당의 비애를 감수해야 할 것이고, 공수처가 설치돼 야당에 서리가 내릴 것입니다.
혹시라도 개헌 저지선인 3분의 1에도 미달한다면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회견에서 비친 것처럼 21대 국회에서 대한민국 정치 구조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개헌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때는 과연 대한민국이 어디로 갈지…. 바야흐로 우파 세력의 각 지도자들은 대한민국 회생이라는 대의를 위해 자기희생도 감수할 수 있는 결단이 요구되는 결정적 시점에 이른 것입니다.”
군더더기를 뺀 ‘깡마른 문체’
그는 질문마다 막힘이 없었다. 받아 적으면 그대로 문장이 된다고 느낄 정도로 말에 군더더기가 없었다. 40년 기자 생활을 거치면서 ‘깡마른 문체’를 지향했다는 문장 스타일 그대로였다.-언론인의 길을 걷기가 어려운 시절입니다. 후배 저널리스트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나는 어릴 때부터 글 쓰는 일이 좋게 보였고, 다행히도 동아일보 같은 한국 최고의 신문사에서 일할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에 10여 년간 대학에서 가르친 기간을 제외하고는 평생 동안 언론인으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동아일보가 아니었다면 직업을 바꾸었을지도 모르지요. 대학에서 강의하던 시기에도 동아일보를 비롯한 몇몇 신문에 틈틈이 칼럼을 집필했는데, 직업을 표시할 때 대학교수라는 직함과 함께 반드시 ‘언론인’이라고 병기했습니다.
언론인의 위기라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요즘에는 인터넷과 유튜브 언론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대가 돼 열정과 재능만 있으면 특정 언론사 소속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자유롭게 언론 활동을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언론을 평생의 업으로 삼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시욱
●1938년 출생, 서울대 문리대 정치학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정치외교학부 석·박사
●동아일보 정치부장·편집국장·논설실장·상무이사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 문화일보 사장, 고려대·세종대 석좌교수 역임. 현 동아일보사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 이사장
●수상: 동아대상, 위암장지연상, 중앙언론문화상, 서울시문화상, 임승준자유언론상, 인촌상, 서울대언론인대상 등
●저서: ‘항변의 계절’ ‘체험적 기자론’ ‘인터넷시대의 취재와 보도’ ‘한국보수세력연구’ ‘한국진보세력연구’ ‘6·25전쟁과 미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