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세대 前 구청장 vs 청년 대표주자 붙은 노원병
친문 핵심 vs 前 MBC 앵커 대결 송파을
컷오프로 청·장년 뒤엉켜 새 판 짜인 동대문을
‘親조국’ 청년 vs 3선 여성 중진 전면전 안산 단원을
김성환 “이번에도” vs 이준석 “이번에는”
김성환(왼쪽). 이준석. [뉴스1]
3월 11일 점심 무렵, 상계동을 찾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늘 인파로 북적이던 서울지하철 4·7호선 노원역 인근은 한산했다. 상계초교 입구 교차로에 김성환(56)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선거캠프가 둥지를 틀었다.
김 후보는 재선 노원구청장(2010~2018)을 지냈다. 그 뒤 2018년 6월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해 국회에 입성했다. 김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는 “김 후보가 구청장 시절 교육시설 확충에 힘써 학부모들의 지지가 크다. 또 대한노인회 노원지회에서 주는 ‘효자구청장’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면서 “노인층도 김 후보에 우호적”이라고 했다.
상대인 이준석 미래통합당 후보에 대한 견제도 잊지 않았다. 캠프 관계자는 “이 후보는 ‘박근혜 키즈’로 시작해 여러 번 당적을 바꿨고, 말도 계속 바꿔왔다. 유권자들이 좋게 보겠느냐”면서 “이번에도 우리가 승리하리라 확신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오후 2시. 선거캠프가 방역 준비로 분주해졌다. 10명 남짓의 선거운동원들이 약품이 담긴 통을 차에 싣느라 바삐 움직였다. 캠프 관계자는 “2월 28일부터 시의원과 당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매일 3시간씩 노원 지역에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 후보의 선거캠프가 위치한 노원로를 따라 상계10동 주민센터를 지나면 ‘로또 사거리’가 나온다. 이곳엔 로또 복권 1등을 40명 넘게 배출해 항상 사람들로 붐비는 ‘로또 명당’ 판매점이 있다. 사거리 이름도 이곳을 따서 로또 사거리가 됐다. 로또 사거리에 이준석 미래통합당 후보의 선거캠프가 있다. “이준석, 고향 상계동에 세 번째 출마합니다”가 새겨진 그의 현수막을 좇아 건물 2층으로 향했다.
선거캠프에서 이 후보를 만났다. 그는 “김 후보가 (구청장, 국회의원으로) 상계동을 맡은 10년 동안 노원구 인구가 65만에서 53만으로 줄었다”면서 말을 이었다.
“과학관, 수학관 같은 것 몇 개 짓고 그걸 성과로 홍보한다. 회사의 이익과 매출이 떨어졌는데 ‘와이파이’ 설치해 놓고 운영을 잘했다고 볼 수 있나.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민주당의 586 인사들은 거시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퍼주기에 급급하다. ‘얼마를 누구에게 퍼주면 선거에서 이기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운영한다. 그러니 도시에 발전이 없다.”
이 후보는 청년 정치를 가로막는 편견도 문제 삼았다. “경력이 없어서 국회의원에 적합하지 않다고 하고, 그래서 국회의원을 못 했더니 경력이 없다고 하고. 모순 아닌가. 김영삼, 김대중, 박정희 전 대통령 등이 해봐서 잘했나.”
그는 “사전투표 제도가 생기면서 청년 투표율이 올랐다”면서 “이번 총선에서는 ‘문재인 정권 심판론’이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선거 때 김 후보가 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내걸었는데, 이번에는 뺐다. 그들도 이미 알고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덧붙였다.
이야기를 마친 후 이 후보는 서울지하철 7호선 수락산역 인근 가스충전소로 향했다. 그곳에 모이는 택시운전사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 후보는 2019년 2월부터 4월까지 택시운전사로 일했다. 덕분에 노원구에 속한 택시기사 4000명이 자신에게 우호적으로 돌아섰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상계동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상계주공 9단지에 거주하는 김모(53) 씨는 “김 후보가 부지런하고 업적이 많다. 이 후보는 너무 젊고 경험이 없어서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상계주공 10단지에 거주하는 최모(35) 씨는 “이제는 낡은 정치인들을 몰아내고 청년들이 정치를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2년 전과 뭔가 바뀌긴 했는데… 송파을
배현진(왼쪽). 최재성. [안철민 동아일보 기자, 장승윤 동아일보 기자]
송파구을은 ‘강남3구’에 속하지만 보수 성향과 진보 성향 유권자가 혼재하는 곳이다. 17~19대 총선 때는 통합당 계열 후보가 내리 당선됐으나, 20대 총선에서는 최명길 전 의원이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됐다. 잠실2동과 잠실3동, 법조타운으로 대표되는 문정2동은 대표적인 중상류층 거주지다. 석촌동과 잠실본동, 삼전동은 원룸촌이 형성돼 신혼부부나 1인 가구 등 젊은이들의 거주지 역할을 하고 있다.
그 때문일까. 석촌호수를 지나 당도한 삼전동 소재 최재성(56) 민주당 후보 측 선거캠프 주변에는 고층 건물이 드물었다. 걸려 있는 현수막엔 최 후보의 사진 대신 그의 공약이 적혀 있었다. 최 후보는 대표적 친문 인사이자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힌다. 경기 남양주을에서 제 17~19대 국회의원으로서 3선을 지냈고, 지역구를 서울 송파구을로 옮겨 2018년 6월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해 4선을 달성했다. 대통령 측근인 덕에 ‘힘 있는 여당 후보론’을 내세우기에 용이한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덕분에 지난 선거에서 54.4%를 득표하며 29.6%를 얻는 데 그친 배현진 후보를 압도적 격차로 꺾었다.
이에 대해 배 후보는 “당시 재보궐선거 때는 탄핵 여파와 북한과의 ‘평화 무드’에 묻혀 내 목소리가 주민들에게 잘 들리지 않았다. 이제는 주민들이 지지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또 ‘청년은 경험이 부족하다’는 세간의 평에 대해서는 이렇게 답했다.
“정치의 트렌드가 바뀌었다. 경력이 많은 사람보다는 성실하게 민의를 대변하는 사람을 대표로 선호한다.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정치 문화는 지나간 문화다. 족적을 남기지 못한 젊은 정치인보다는 다선임에도 족적을 남기지 못한 정치인이 훨씬 심각하다. 그들은 직업 정치‘꾼’에 불과하다.”
그는 이어 “요즘 20, 30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념의 시대는 지나갔다고 한다. 386, 주사파들의 이야기가 낡은 생각으로 들리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배 후보 측 주장에 대해 최 후보 측의 의견을 듣고자 했지만 캠프 측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44년간 송파구을 지역에서 장사를 해왔다는 김모(77) 씨는 “지난번에 배 후보가 떨어졌으니까 이번에는 뽑아주자는 의견이 많다. 민주당에 실망한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잠실2동에 거주하는 박모(30) 씨는 “최 후보가 의원으로 온 지 만 2년이 안 됐는데 평가하기엔 이르다.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는 의견을 보였다. 석촌호수 인근에 거주하는 최모(33) 씨는 “지금 정부의 부동산 정책 때문에 경제적 타격이 크다. 이것을 완화해 주는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컷오프가 빚어낸 새 판, 동대문을
장경태(왼쪽). 이혜훈. [뉴스1, 김형우 기자]
통합당 측에서는 서초갑에서 컷오프 당한 이혜훈(58) 의원이 지역구를 옮겨 출마한다. 이 후보는 ‘대한민국 경제통’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미국 UCLA대 경제학 박사 출신인 이 후보는 2004년 한나라당 ‘여성경제학자 공천’을 통해 정계에 데뷔했다. 서초갑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 재건축과 부동산 문제 등 지역 경제 이슈에 합리적으로 대처, 경제 전문가다운 면모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3월 16일, 이 후보는 미래통합당 동대문을 경선에서 65.2%의 지지율로 39.8%의 지지율을 기록한 민영삼(61) 사회통합전략위원장을 제쳤다. 이로써 이 후보는 동대문을에서 4선 의원에 도전하게 됐다. 동대문을은 홍준표(66)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16~18대 총선에서 내리 승리할 만큼 보수정당의 ‘텃밭’이었지만 전농·답십리 뉴타운 개발과 장안동 지역 재건축 이후 외지인들이 유입돼 판세가 바뀌었다. 최근 치러진 19~20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의 민병두(62) 의원이 승리했다.
민주당은 3월 5일 과거 ‘미투’ 논란으로 정밀심사 대상에 오른 민병두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키로 하고, 동대문을을 ‘청년 우선 전략선거구’로 지정했다. 이에 장경태(38) 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과 김현지(35) 중앙선대위 코로나19대책추진단 부단장이 경선에서 맞붙게 됐다. 누가 승리하더라도 밀레니얼 세대 정치인이 집권 여당 후보로 나서게 되는 셈.
김 후보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내과 전문의다. 20대 국회에서 ‘의사 출신’ 정치인인 윤일규 의원실에서 보좌진으로 일했다. 그러면서 국립중앙의료원(NMC) 대리수술 의혹 및 전문의약품 한의원 납품 문제 공론화를 주도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로 발탁돼 보건의료정책을 지원했다. 그는 보건의료 분야 전문성을 갖춘 청년 후보로 각광받고 있다.
장 후보는 민주당의 대표적인 청년 정치인이다. 동대문구에 있는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그는 2008년 민주당 대학생특별위원장을 시작으로 2012년 문재인 대통령후보 청년특보, 민주연구원 청년정책연구소 부소장 등을 역임했다.
장 후보는 “한국 경제의 산업구조가 과거와 달라졌다. 20~30대 연령층 상당수가 3차 산업에 종사하는데, 주로 아르바이트와 비정규직인 경우가 많다. 20~30대를 위한 사회안전망을 제대로 구축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기성 정치인이 내세우는 공약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재건축, 교통망 확충 등의 공약은 시멘트 냄새가 나는 기성 정치인의 공약”이라면서 “4차 산업혁명은 문화 콘텐츠가 관건”이라고 했다.
한편 컷오프됐던 ‘58세대’ 민병두 의원은 동대문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민주당이 청년정치인을 육성하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제가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청년을 돕는다고 해도 기적을 구하기에는 조건이 너무 어렵다”고 주장했다. 동대문구을 선거판이 혼돈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전농동에 거주하는 박모(40) 씨는 “후보자들의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다. 누구를 뽑아야 할지 공약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장안동에 거주하는 김모(50) 씨도 “후보자들이 다 동대문과는 연관이 없는 사람 같다”면서 “투표할 동기를 잘 느끼지 못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주민도 있었다. 전농동에 거주하는 윤모(53) 씨는 “새로운 사람들이 더 의욕을 갖고 열심히 하지 않겠나”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두 후보, 논란 딛고 공약으로 맞대결하나
박순자(왼쪽). 김남국. [문영훈 기자,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두 후보는 최근 동시에 논란에 휩싸였다. 3월 12일 ‘중앙일보’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호 집회를 주도한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가 지난해 10월 후원계좌에 대한 약 4억 원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고도 이를 후원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모금을 계속했다”고 보도했다. 김 후보는 개국본의 고문변호사를 지냈다. 그는 “당시 지출 증빙과 관련된 내역과 영수증만 확인한 상황”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한편 3월 12일 박 의원의 수행비서를 지낸 허모 씨는 “지난 7년여 동안 박 의원으로부터 심한 모멸감과 좌절감을 느꼈다”면서 ‘양심선언문’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허모 씨가 이틀 만에 자신의 입장을 철회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박 의원으로선 선거전 초반부터 상처를 입은 꼴이 됐다.
3월 13일. 안산시 단원구 광덕대로에 있는 김남국 후보 선거 캠프를 찾았다. 김 후보는 “안산의 민생을 위한 정치를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안산시, 특히 안산 단원을은 주민들이 살기 좋고 산업적으로도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인데 인구가 많이 유출되고 있다”며 “산업 클러스터를 만들어 일자리를 늘리는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야당 중진인 박 의원과의 대결 구도에 대해 묻자 그는 “박 의원은 이 지역에서 수년간 정치를 해오신 분”이라며 “어려움도 예상되지만 현재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지 않은 만큼 지역 유권자 역시 기성 정치에 염증을 느끼시는 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찾은 박 의원의 선거캠프는 김 후보의 선거캠프와 한 블록을 사이에 두고 있다. ‘신안산선 2024년 완공 달성’이라고 크게 쓰인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다. 박 의원은 20대 총선 출마 당시 주요 공약으로 안산·시흥 지역에서 여의도를 오가는 신안산선 조기 착공을 내걸었다. 신안산선 착공식은 지난해 9월에 열렸다.
박순자 의원실 김종규 보좌관은 “현재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주민들을 직접 만나는 선거운동은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3월 9일 호수동 상가를 돌아다니며 직접 방역을 하기도 했다. 준비된 공약이 있느냐고 묻자 김 보좌관은 “현재는 밝힐 수 없지만 이르면 다음주 중으로 공약을 발표해서 지역구 주민들에게 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거리로 나가 유권자들의 생각을 물었다. 본격적인 선거 유세가 시작되지 않아 주민들은 총선을 실감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호수동에서 소매점을 운영하는 송모(74) 씨는 “아직 어떤 후보가 나왔는지 잘 모른다”며 “평소에 검색을 해보지는 않으니 집에 선거 전단이 오면 그제야 알게 된다”고 말했다.
고잔동에 거주하는 공모(79) 씨는 “두 후보가 이 지역에 출마한 것은 알고 있지만 공약을 파악한 뒤에 어떤 후보를 지지할지 결정할 것”이라 말했다. 청년 후보 출마에 대한 생각은 저마다 달랐다. 고잔동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이모(82) 씨는 “정치는 애들 장난이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학생 박모(23) 씨는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는 후보가 나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