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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말은 말일 뿐… 대출까지 한 달 넘게 걸려”

소상공인 대출 대란 현장 르포

  •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대통령 말은 말일 뿐… 대출까지 한 달 넘게 걸려”

  • ●“관리비라도 내야…” 자영업자 대출상담 몰려
    ●배부 한 시간 만에 순번표 마감
3월 26일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중부센터에서 원단가게를 운영하는 C씨가 8시 30분부터 줄을 서 10시 17분 받은 순번표. 중부센터는 하루에 300명으로 상담인원을 한정하고 있다. [문영훈 기자]

3월 26일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중부센터에서 원단가게를 운영하는 C씨가 8시 30분부터 줄을 서 10시 17분 받은 순번표. 중부센터는 하루에 300명으로 상담인원을 한정하고 있다. [문영훈 기자]

3월 24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 중부센터 앞에서 대출 관련 서류를 들고 서성이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중부센터 대기실에는 40~50명이 대출 상담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 9시에 왔는데 3시 30분이 다 되도록 상담을 받지 못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의류업체를 운영하는 A(53)씨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국산 원단 공급물량이 80%가량 줄면서 의류 생산을 중단할 위기에 처했다. A씨는 공장관리비라도 구해보자는 심정으로 소진공을 찾았다. A씨는 “순번표를 받을 때 직원이 오래 기다리셔야 하니 오후에 다시 오라고 말했다"며 “3시가 넘어서 다시 왔는데 내 앞에 아직 19명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금융지원이 하루가 급한 사람에게 ‘그림의 떡’이 돼서는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3월 19일 코로나19 대책과 관련해 열린 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한 말이다. 코로나19로 경제적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의 불만이 끊이지 않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절차와 심사기준 간소화를 정부 부처에 주문한 것. 과연 대출 현장에선 대통령의 지시가 얼마만큼 실행되고 있을까. 3월 24일, 26일 소진공 중부센터와 서울신용보증재단을 찾았지만 여전히 복잡한 절차와 부족한 심사인력 탓에 많은 소상공인이 고통을 호소했다.




고령 소상공인 온라인 예약 서툴러

전국에 위치한 소진공 각 센터는 정책자금 지원대상확인서 발급과 상담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직원들은 밤 10시가 넘는 시간까지 야근하고 있지만 소진공 중부센터에서 하루에 상담할 수 있는 인원은 300명으로 한정돼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목재가게를 운영하는 B(72)씨는 목재를 수입해 판매하는데 최근 환율이 올라 피해를 봤다고 했다. 그는 3월 14일 오전 11시 소진공 중부센터를 찾았지만 오후 5시는 돼야 상담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튿날인 25일 중소벤처기업부는 신용등급이 낮은 자영업자의 경우 신청 5일 내 1000만 원 이하 대출금을 받을 수 있는 소상공인 긴급경영안정자금 직접대출(이하 직접대출) 정책을 시행했다. 

3월 26일 오전 10시 다시 찾은 중부센터는 일반대출과 직접대출을 받기 위해 소상공인이 몰려들어 혼잡했다. 이날은 10시 30분 대출상담 신청이 마감됐다. 중부센터 관계자는 직접대출을 신청하러 온 사람들에게 “내일(27일) 9시부터 온라인을 통해 예약하고 오셔야 한다”며 “미리 자신의 신용등급을 확인하고 회원가입을 진행한 뒤 신청해 달라”고 당부했다. 4월 1일부터 긴급대출 병목현상을 줄이고자 출생연도에 따라 신청 가능한 날짜가 달라진다. 출생연도가 홀수인 자영업자는 홀수일에, 짝수인 자영업자는 짝수일에 온라인에서 상담신청을 할 수 있다. 

고령인 소상공인들은 온라인 예약이 익숙하지 않다. 일단 현장 상담부터 받으려는 소상공인이 넘쳐 나는 이유도 그래서다. 서울 종로구에서 원단가게를 운영하는 C(67)씨는 “8시 반부터 줄을 서 겨우 288번을 받았다”며 “일반 대출이든, 직접 대출이든 돈이 빨리 필요한 상황인데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해 우선 상담을 받아 보려 한다”고 말했다.


“2월부터 고객 몰려 적체… 4월 말 돼야 해결”

3월 26일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중부센터에 게시된 긴급대출 관련 안내문. [문영훈 기자]

3월 26일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중부센터에 게시된 긴급대출 관련 안내문. [문영훈 기자]

1000만 원 이상 일반대출은 대출금을 받는 데 한 달 반이 넘게 소요되기도 한다. 긴급경영자금 일반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대출상담, 접수, 실사, 서류심사, 승인 5단계를 거쳐야 한다. 

3월 24일 서울 마포구 서울신용보증재단 마포지점에서는 10여 명이 상담 및 접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남성 D씨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매출이 예년의 10% 수준으로 급락했다고 했다. 그는 3월 2일 가게 인근 은행을 통해 8000만 원 대출을 신청했으나 3월 24일까지 대출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서울신용보증재단을 찾았다. 그는 서울신용보증재단으로부터 1주, 길게는 2주 뒤에 승인이 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은 현재 온라인 예약을 통해 상담을 받고 있다. D씨는 “2월 말 상담신청을 했는데 3월 중순 상담 약속이 잡혔다”고 말했다. 급하게 대출이 필요한 자영업자들이 분통을 터뜨리자 서울신용보증재단은 대출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고자 2월 19일부터 상담에서 실사에 이르는 과정을 8개 은행에 분담했다. 3월 24일 서울신용보증재단에 따르면 하루 평균 서울지역 은행과 서울신용보증재단 각 지점을 통해 접수되는 대출상담 건수는 1700여 건, 액수는 530여억 원에 달한다. 

상담, 접수, 실사 업무는 각 은행지점에서 처리할 수 있지만 서류 심사는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 일괄 처리한다. 대출 지체 현상은 여기서 발생한다. 하루 1700여 건의 대출상담을 심사하는 직원이 86명이다. 현재 인력으로는 하루 최대 600여 건의 심사를 처리할 수 있다. 염상호 서울신용보증재단 대외협력팀장은 “2월부터 고객이 몰리기 시작해 적체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명동‧강남과 같이 상권이 큰 지역은 대출승인이 떨어지는데 한 달 반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염 팀장은 “서류심사 업무 역시 은행에 분담하고 싶지만 관련 전산망 구축에 4~5개월이 소요된다”고 덧붙였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은 4월 초와 말에 각각 50여 명의 직원을 긴급채용 할 예정이다. 하지만 하루에 1000여 건의 미심사 목록이 쌓이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지연 문제가 단번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염 팀장은 “4월 말까지 계획된 인원이 충원되면 하루 최대 2500여 건의 서류심사를 해낼 수 있어 적체 현상이 어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신동아 2020년 4월호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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