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호

‘신천지=새누리’는 YES, ‘정부 비판’은 NO?

文정부 비판 회원들 맘카페 강퇴 의혹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입력2020-04-03 09: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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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역 실패 정부 비판 후 맘카페 ‘강퇴’ 회원 속출

    • 맘카페 운영진 文정부 노골적 편들기

    • “연락처 대라” 신변 위협 쪽지 받기도

    • “편향적 운영, 조국 사태 때보다 더 심해”

    [GettyImage]

    [GettyImage]

    “이 기사 좀 보고 말해보세요. ○○일보 기사라고 거를 건가요?” 

    3월 1일 수원 광교신도시에 사는 직장인 강모 씨는 A맘카페에 이런 댓글을 올린 뒤 별안간 카페 운영진으로부터 ‘무기한 활동 정지’ 통보를 받았다. “문재인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잘 대응하고 있다. 신천지 교인들 때문에 확진자가 계속 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를 두둔하는 글에 ○○일보 2월 29일자 기사 웹페이지 주소를 링크한 댓글을 단 직후였다. 

    해당 기사는 중국인 입국 전면 금지 논란에 덧붙여 정부가 중국에 500만 달러 규모의 물품 지원을 강행하는 게 적절한지 꼬집는 내용이다. 강씨는 언론 보도 내용의 근거로 “우리나라 공중보건의사에게는 (레벨D 전신) 보호복 대신 가운 입고 진료하라면서 중국엔 마스크 2만 개 보내고?”란 댓글도 남겼다. 댓글을 올린 지 수십여 분 만에 덧글이 여러 개 달렸다. 맘카페 회원 A씨는 대뜸 “말투가 왜 그러냐. 같은 말이라도 좀 듣기 좋게 하라”라며 강씨를 ‘저격’했다.

    “조국 사태 때처럼 文정부 노골적 편들기”

    김모 씨가 제보한 B맘카페의 코로나19 관련 
강제 탈퇴 및 활동 정지 사례를 담은 문건.

    김모 씨가 제보한 B맘카페의 코로나19 관련 강제 탈퇴 및 활동 정지 사례를 담은 문건.

    무기한 활동 정지를 당한 강씨의 징계 사유는 ‘카페 운영규정 위반’. 회원 간 분쟁을 조장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댓글로 설전을 이어간 A씨는 징계를 받지 않았다. 카페 운영진의 ‘편파적 운영’에 화가 난 강씨는 운영진 측에 자신만 활동 정지 조치가 내려진 것은 부당하다고 따졌다. 그제야 A씨에게도 활동 정지 조치가 내려졌다. 

    강씨 주장에 따르면 최근 이 맘카페에서 본인을 포함한 4명의 회원이 무기한 활동 정지나 강제 탈퇴를 당했다. 강씨는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비판적 견해를 드러내는 회원을 강제 탈퇴시키거나 활동 정지시켰던 맘카페들이 그 뒤로 한동안 잠잠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다시 노골적으로 정부 편들기에 나선 것 같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에게 가차 없이 불이익을 주거나 쫓아내는 건 똑같은데, 이번에는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의문이나 문제점을 제기한 게시물을 올린 회원들이 대상이다. 저번보다 정도가 더 심하다. 나는 게시물도 아니고 댓글에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 주소를 달았을 뿐인데도 활동 정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강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문제의 핵심은 편향적인 카페 운영이라고 주장한다. 해당 카페는 표면적으로는 정치 견해 게시물로 인한 카페 내 분란을 엄중하게 조치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치 견해 게시물의 판단 기준 자체가 비상식적”이라고 주장한다. 좌파 편향성이 있는 카페 운영진이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는 글은 건전한 의견 표출이 아닌 정치적 견해로 받아들인다는 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 대응 문제 제기했다가 불이익”

    하지만 해당 카페 운영진은 이를 부정한다. 해당 카페 운영진은 e메일 답변을 통해 “회원 간 분쟁이 일어나면 회원의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양측에게 카페 운영규칙을 안내한 뒤 이후에도 논쟁이 이어지면 양측 모두 규정에 따라 처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원이 활동 제재 조치를 받은 이유는 운영진의 스크린이나 회원들의 신고 때문이지 운영진이 정부와 여당 비판 게시물을 작성한 회원을 제재할 이유가 없다”고 부연했다. 

    앞서 언급한 강씨 사례처럼 맘카페를 비롯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하는 글(댓글)을 올렸다가 게시물이 삭제되거나, 심한 경우 맘카페에서 쫓겨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이 잇따라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B맘카페에서 불이익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은 ‘신동아’에 제보한 문건을 통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어난 2월 한 달 동안 이 맘카페에서 최소 8명 이상이 강제 탈퇴당하거나 무기한 활동 정지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정부의 방역에 문제가 있다” “마스크를 국내에 먼저 공급해야 하지 않느냐” “자국민 보호가 먼저다” 등 코로나19 대응에 문제를 제기하는 댓글을 썼다가 카페 활동에 제약이 생기거나 강제로 쫓겨났다. 

    이 맘카페에서 회원으로 3년가량 활동한 김모 씨는 2월 2일 게시판에 올라온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총 15명’이란 내용의 글에 “미국·일본·대만·이탈리아 등 10개국에서 중국인을 못 들어오게 막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뭐 하나 모르겠다. 정부의 방역이 틀린 것 같다”는 댓글을 썼다가 3주간의 활동 정지를 당했다. 김씨는 이 조치가 해제된 2월 23일까지 정상적으로 카페 활동을 할 수 없었다. 2월 23일 맘카페에 “정부가 대구 시민의 이동을 2주가량 제한하려 한다”는 글이 올라왔고, 활동 정지가 해제된 김씨가 그 글에 “중국인은 문제가 없고 (대구 지역의) 신천지 교인들이 문제라는 거냐” 등의 댓글 3개를 달자 이번엔 ‘강제 탈퇴’ 당했다. 

    운영진 측은 김씨가 올린 글을 삭제하거나 비공개로 전환했다. 카페 한 회원으로부터 신변을 위협하는 듯한 인터넷 쪽지도 받았다. 쪽지에는 “당신 연락처가 뭐냐. 자신 있게 번호 공개도 못하면서 왜 그런 댓글을 남기느냐”고 적혀 있었다.

    “연락처 대라” 신변 위협 쪽지 받기도

    기자는 김씨의 주장과 관련해 해당 맘카페의 반론을 듣기 위해 이 맘카페 운영진에게 3월 5일 e메일로 3월 8일까지 답해 달라면서 질의안을 보냈고 운영진은 3월 5일 e메일을 확인했으나 3월 16일까지 답변이 오지 않았다. 

    친문(親文) 성향 맘카페들이 정치 성향이 다른 회원에 대한 협박이나 인신공격성 댓글을 방조하고 묵인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3월 1일 네이버 카페 ‘온라인 카페 강퇴, 활동 정지 피해자들 모임(이하 피해자 카페)’엔 “한 초대형 맘카페에 ‘차이나 게이트’와 연관 있는 것이냐’고 묻는 글을 올렸는데 3분 만에 글이 삭제되고 나는 강제 탈퇴당했다”며 “반면 ‘신천지와 새누리는 같은 뜻’ 등의 정치 관련 글은 삭제되지 않고 작성자가 쫓겨나지도 않는다”고 주장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차이나 게이트는 일부 누리꾼들이 “중국인 혹은 조선족이 한국의 인터넷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만들어진 표현이다. 

    맘카페에서 불이익을 당했다고 여기는 이들은 비슷한 일을 겪은 이들과 온라인에서 소통하고 있다. 지난해 9월 11일 개설된 네이버 피해자 카페에는 현재 회원 2000여 명이 모였다. ‘피해자 카페’ 개설자인 한영만 씨는 “조국 사태 때와 피해 사례 유형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권익을 되찾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수년간 맘카페에서 육아지식, 지역 정보, 살림 노하우는 물론 아이 키우며 겪는 고충과 고민을 회원들과 서로 토로하며 온라인 인맥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맘카페는 삶의 소중한 추억이 남은 공간이기도 하다. 이들이 강제 탈퇴나 활동 정지 조치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이유다. 

    ‘피해자 카페’ 회원들은 국내 주요 맘카페 운영자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소송을 포함한 각종 민사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한씨는 “사전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관리자가 작성자의 글을 무단으로 삭제하고 강제 퇴장, 활동 정지 조치를 취한 것은 피해자의 기본권과 인격권 등을 침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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