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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성착취⓵] “노예X아, 주인님으로 불러”…피해자들의 절규

“다른 사람들과 성행위 강요, 동영상 찍어”

  • 조규희 객원기자 playingjo@donga.com

[디지털성착취⓵] “노예X아, 주인님으로 불러”…피해자들의 절규

n번방 성 착취 강력처벌 촉구 시위 피켓. [뉴스1]

n번방 성 착취 강력처벌 촉구 시위 피켓. [뉴스1]

20대 A씨의 삶은 악몽의 연속이다. 중학생 때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여전히 ‘그놈’에게 시달리고 있다. 랜덤영상통화 애플리케이션에서 만난 남성과 카카오톡을 주고받던 중 선물(기프티콘)을 보내준다는 말에 쇄골을 찍어 보낸 게 악몽의 시작이었다. 사진을 전송한 후 그놈의 태도가 돌변했다. “사진을 저장했으니 말을 듣지 않으면 유포하겠다. 다른 사진을 더 보내라.” 남성의 요구는 이후 더욱 노골적으로 바뀌었다.


7년간 되풀이된 악몽

경찰이 파악한 ‘n번방’ ‘박사방’ 피해자는 103명(4월 3일 기준)이지만 지금도 다수의 피해자가 ‘성노리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면 위로 떠오른 n번방이 아닌 디지털 공간에서 성(女性)착취는 현재진행형이다.

‘신동아’는 피해자의 익명성을 보장하고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를 듣고자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n번방 피해자 용기내세요. 제보 받습니다’를 개설했다. 여러 피해자들이 어렵게 입을 열었으나 대부분이 법적 도움과 상담은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의 A씨는 ‘그놈’의 추가 사진 요구를 거절하며 메신저, SNS 계정을 탈퇴했다. 며칠 후 A씨 친구 계정으로 “◯◯◯에게 연락하라고 전해주세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사진이 전달됐다. A씨는 친구에게 “합성인 것 같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다. ‘그놈’과 대화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탈퇴 계정을 복구하자 연락이 왔다. “네 어머니 프로필이 이건데 맞느냐.” 이후 A씨는 남성의 요구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집 앞에 걸어놓은 USB

30대 초반 여성 B씨는 “남자를 잘못 만났어요”라면서 이야기를 꺼냈다. B씨는 남몰래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 다니고 있다. 온라인 게임에서 처음 대화를 나누고는 가까워져 7개월간 교제한 ‘그놈’은 B씨가 헤어지자고 말하자 행동이 돌변했다. B씨 집 근처에 숨어 있다가 불쑥 앞길을 막는다거나 B씨의 인터넷 계정을 해킹하려고 했다. 그녀가 마음을 돌리지 않자 남성은 B씨의 집 문에 USB를 걸어두고 갔다.



USB에 담긴 파일은 모두 교제할 때 촬영된 동영상들 있다. 둘 간의 성관계 장면 뿐 아니라 심지어 B씨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다른 남성에게 성폭행 당하는 모습도 촬영돼 있었다. 성폭행 당한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B씨는 두려움에 떨었다. 남성이 불법적으로 B씨에게 약물을 투여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었다. B씨는 이후 불특정 다수 남성의 성노리개가 됐다. 그놈의 지시에 따라 다수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노예X아, 주인님으로 불러”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C양은 현재도 ‘그놈’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1월 페이스북에서 어떤 남성이 “애기 안녕”이라고 말을 걸었고 호기심에 대화가 이어졌다. 남성의 친절한 모습에 C씨는 마음을 열었고 성적인 대화가 오갔다. 대화 내용을 저장한 남성은 C씨에게 자위하는 모습을 촬영해 보내달라고 협박했다. ‘그놈’은 ‘너도 같이 즐긴 거 아니냐’는 취지로 말하면서 “페이스북 친구·지인에게 대화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했다. 처음에는 1분 분량 영상을 요구하더니 나중에는 “3분 넘는 영상을 보내면 없던 일로 해 주겠다”고 회유했다. 이 남성은 이후 “노예X아, 주인님으로 안 부르냐”며 비정상적 요구를 해왔다.

피해자들은 상대방의 정확한 신원을 알지 못했다. “군인이었던 거 같아요” “나이는 17살인 거 같아요” 식으로 추정할 뿐이다. ‘그놈들’이 지인들에게 영상을 공개할까봐 불법적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다. 이들의 피해는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다크웹’ ‘딥웹’으로 불리는 지하 사이버 공간에서 피해자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다크웹은 특수한 웹브라우저를 사용해야만 접근이 가능한 사이버 공간이다. 익명성이 보장되고 IP 추적이 매우 어렵다. 일반 검색엔진으로는 접근이 불가능해 아동포르노, 마약, 자살, 살인청부 등의 불법 정보가 유통된다. SNS에서 얻은 불법 동영상을 다크웹에 숨어 공유하거나 판매하며 2차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이 기사는 디지털성착취⓶로 이어집니다.




신동아 2020년 4월호

조규희 객원기자 playingj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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